[애플 오리지널 리뷰] <메이데이>

냉전 시대의 막바지로 향하는 1987년, 미 해군 파일럿 트로이 켈리 중위는 특출 난 능력과 범상치 않은 기지를 인정받아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임시로 CIA에 소속되어 에어버드를 타고 소련 상공으로 몰래 침투해 적지를 촬영하는 임무였다. 별 다를 게 없어 보였던 임무는 실패로 끝나고, 동료를 잃은 트로이는 적지 한가운데 홀로 불시착한다.
그런 트로이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치료까지 해 준 이가 있으니, 전직 KGB 알파 요원으로 미국 문화를 동경해 마지않는 닉(니콜라니 우스티노프)이었다. 그는 요원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딸과 떨어져 숲 속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트로이가 집 근처에 불시착한 것이었다.
트로이는 닉의 정체와 호의를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미당국과 연락을 취하려 하고, 닉은 처형을 무릅쓰고 미군인 트로이를 도우려 한다. 결국 트로이도 닉에게 협조해 함께 위기를 타개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합의하길 닉이 모스크바에 있는 딸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자는 것. 이 말도 안 되어 보이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우리가 알던 ‘적국’은 정말 그 모습일까
애플 오리지널 영화 <메이데이>는 냉전의 한복판에서 현 미군과 전 KGB 요원이 만나 소련을 탈출해 미국으로 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소련을 무사히 탈출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나, 사실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 아닌가. 극 중에서 트로이가 미국을 찬양하고 소련을 폄하하는 말을 들어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영화는 먼저 이 부분, 즉 두 사람의 만남 주체를 닉으로 소구한다. 그는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 <탑건>을 100번 넘게 봤을 정도이고, 숲 속 작은 집 전체가 미국 문화 관련 물품들로 도배되다시피 할 정도로 미국에 푹 빠져 있다. 그러니 둘의 만남, 그리고 둘의 합은 닉이 아니고선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한편 그의 입장에선 트로이가 구세주다. 소련의 체제에 학을 띠고 은퇴를 감행한 그로선 절대 오지 않을 기회, 허공에 대고 매일같이 ‘메이데이’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부상당해 적진 한가운데 떨어진 트로이로서도 닉은 구세주다. ‘메이데이’를 외쳐 봐도 소용없을 게 분명했지만 미국이 아닌 닉이 그를 구해 줬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메이데이'라는 제목은 참으로 적절하다. 트로이와 닉, 닉과 트로이가 서로를 구세한 와중에 각자가 본인의 나라로부터 어떠한 구조도 받지 못했으니 ‘냉전’이라는 체제 경쟁 자체가 비상 상황이라고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보다 뜨거운 두 남자의 연대
트로이는 소련을 두고 ‘악마의 나라’로 알고 있다. 터무니없이 무뚝뚝하고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며 개개인의 의사 따윈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닉과 트로이가 도망 다니며 숨을 곳이 필요했을 때 선뜻 문을 열어 주고 반겨 줬다. 악마는커녕 무방비에 가깝게 친절하고 선의가 넘쳐 나지 않는가.
닉은 미국을 마냥 동경한다. 잘 살고 강하고 멋지고 낭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트로이 한 명도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 그가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닉의 망명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소련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겉과 속이 이리도 다를 수 있는가.
트로이는 화려한 입담과 재치 있는 순발력으로 유명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닉은 묵직하고 클래시컬한 케네스 브래너가 맡아 100점 만점의 버디 콤비를 이뤘다. 액션의 경우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가 아닌 케네스 브래너의 닉이 전담했으니, 이 영화만의 특장점으로 자리 잡았다. 재미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모두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케미가 감동까지 불러오는데,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의 둘이 만나 서로를 인정하고 나아가 서로의 결점까지 메우는 ‘연대’의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냉전 시대보다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절실히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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