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리뷰] <더 캐니언>
미국의 전직 해병대원 저격수 리바이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일급 정예 용병 드라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서방과 동방을 대표해 탑 관측 초소를 지킨다. 그들은 1년간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자급자족하며 각자의 '일'을 하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어졌다는 연합체가 각자의 나라 수장도 모르게 협곡을 철저히 비밀리에 지켜왔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비밀스럽고 음침하며 떨떠름한 임무, 어느 날 드라사가 리바이에게 말을 건다. 그들 사이가 너무 멀어 스케치북에 쓰고 망원경으로 보는 식이다. 하지만 리바이는 접촉 금지 수칙을 들먹인다. 드라사가 자기 생일이니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저 웃음뿐. 잘생긴 리바이와 예쁜 드라사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핑크빛 로맨스가 계속될 것 같던 어느 날, 그들은 협공으로 협곡 아래의 기괴한 생명체 '할로우맨'을 격파하고 리바이가 드라사 쪽으로 건너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때마침 다시 쳐들어 오는 할로우맨 때문에 협곡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공포스럽고 미스터리한 존재들이 그들을 습격하는데…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SF 액션에 고어 공포, 로맨스까지
애플TV+에서 간혹 내놓는 오리지널 콘텐츠, 타 OTT보다 전반적인 퀄리티는 훨씬 좋은 편이다. 스콧 데릭슨 감독의 <더 캐니언> 또한 그런 편으로 이보다 더 독특한 영화를 근래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액션, SF, 공포, 미스터리에 로맨틱코미디까지 접목했으니 말이다. 시종일관 엄청나게 재밌다는 말을 우선 전한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공포영화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고어, 오컬트, 스릴러 등 상세 장르도 다양하다. 거기에 <지구가 멈추는 날> <닥터 스트레인지>로 SF, 액션, 판타지, 어드벤처까지 섭렵했다. 장르의 귀재라고 할 만한 필모그래피인데 <더 캐니언>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 잡다한 장르의 집합체를 지탱하는 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힘일 텐데, 허스키한 중저음의 마초미를 풀풀 풍기는 마일스 텔러가 리바이 역을 맡았고 새초롬한 듯 당돌하고 믿음직한 여전사 드라사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맡았다. 둘의 액션 케미가 강렬하고 의외의 로맨스 케미가 톡톡 튄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때 튀어나오는 괴생명체의 면면은 고어적으로 충격을 던진다. 아무래도 그 뒤에 거대하고도 오래되었으며 악랄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바, 모르고 보면 징그럽고 역겨울 테고 알고 보면 더 역겨운 건 따로 있다고 느낄 것이다.
SF 액션과 고어 공포가 접목된 장르 위에 로맨스가 적절하게 자리하고 있다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영화를 일찍이 본 적이 있나 싶다. 벌써부터 다시 보고 싶을 정도.
건널 수 없고 건너서도 안 되는 협곡을 사이에 두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협곡은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이 낳은 철 지난 산물처럼 느껴지다가도 극 중 양국의 수장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에서 보이지 않는 냉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면서 서쪽의 리바이와 동쪽의 드라사는 협곡 아래 할로우맨을 공공의 적으로 둔다. 그들은 서로를 겨누지 않는다.
상당히 거시적인 상황 설정 아래, 수많은 이의 목숨을 끊어 버린 일급 살수들의 개인적 감정이 스며든다. 죄책감과 허무함이 그들을 휩싸여 딱히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아무도 모르는 이 미지의 곳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말이암아 살아갈 이유를 찾은 것이다. 바로 그 살아갈 이유가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는 동력이 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정확히 나뉘다시피 하는데, 협곡을 사이에 둔 두 일급 살수 남녀가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지 못해 더 절실한 핑크빛 로맨스를 펼치는 전반부와 협곡 아래서 펼치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 할로우맨과 펼치는 SF 미스터리 공포 액션의 후반부. 어느 하나 버릴 곳 없이 흥미진진하다.
시각적인 충격과 공포, 감정적인 교류와 삶의 의미까지 다채로움 그 자체인 이 영화 <더 캐니언>, 절대 건널 수 없고 절대 소통해선 안 된다는 거대한 협곡 사이의 서쪽 편과 동쪽 편이 은밀히 내통하되 하나가 되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련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거시적인 이야기의 상황 설정을 좀 더 밀어붙였다면 대작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영화가 아닌 시리즈여야 감당이 가능했을 것이다. 부디 꼭 시리즈로 리메이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플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유명한 테트리스 저작권 분쟁 실화가 영화화되면? <테트리스> (1) | 2023.04.10 |
---|---|
일과 삶을 분리시켜 줄 수술을 받으시겠습니까? <세브란스: 단절> (0) | 2022.07.29 |
한국판 '백년의 고독'을 목도하라 <파친코> (0) | 2022.05.27 |
무음과 풍부한 음의 세계를 오가는 소녀의 성장담! <코다> (0) | 202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