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크라임 101>

데이비스는 세련된 보석 절도범이다. 현장에 절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신체적으로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저 보석만 훔쳐 달아날 뿐이다. 달아나는 루트가 101번 국도로 항상 같다는 게 특이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산타바바라에서 크게 한 탕을 하고 업계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형사 루는 상부의 반대를 무릎쓰고 101번 국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범인을 단일 인물로 추측한다. 하지만 도무지 범인을 잡을 방법이 없다. 와중에 보험 조사관 샤론과 대면하는데, 그녀는 최근 큰 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입지가 불안하다. 보석 절도 피해자의 보험 지금 요청을 어떻게든 불허하고자 용을 쓴다.
한편 데이비스의 동업자 머니는 산타바바라 건을 금발의 어린 악당 오먼에게 맡긴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시키는 오먼, 데이비스는 그 소식을 듣고 머니를 찾아가 그와 연을 끊는다. 머니는 오먼에게 데이비스의 뒤를 밟아 그가 절도에 성공했을 때 그를 털어 버리라고 명령하는데…
배우들의 힘으로 쌓아 올린 긴장감
바트 레이튼 감독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 <크라임 101>은 전설이 되어 가는 보석 절도범 데이비스의 마지막 한 탕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 범죄 스릴러다. 지난 2월 북미에서 개봉했지만 제작비 대비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여느 초대형 블록버스터 못지 않다.
데이비스 역의 크리스 헴스워스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흔들리지 않는 심성을 유지하려 하나 ‘마지막 한 탕’이 주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 역의 마크 버팔로는 위계질서 뚜렷한 경찰 조직 내에서 상부의 반대를 무릎쓰는 특유의 자신감을 펼쳐 보인다.
할리 베리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급기야 분노로 치달아 뜻밖의 선택을 하는 고급 보험 조사관 샤론 역을 맡았다. 베리 케오간은 정체불명의 어린 악당으로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날뛰는 오먼 역을 맡았다.
영화는 4명의 주요 캐릭터가 따로 또 같이 개성적이고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이른바 네임벨류 높은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에서 ‘감상하는 맛’을 맛보는 것이다. 이제 최고의 재료들을 잘 조합하기만 하면 될 일인데, 과연 어떻게 요리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분위기는 완벽, 그러나 중심은 흔들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4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각자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각자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나, 총체적으로 영화를 들여다보면 중심을 잡아 줄 줄기가 너무 얇다. 나무로 치면, 튼튼한 뿌리에 얇은 줄기에 너무 큰 잎사귀들이 달린 것이다. 하여 불안해 보인다.
프로페셔널한 ‘범죄 행각’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캐릭터들 간의 ‘관계 심리’에 천착했으면 어땠을까, 주요 캐릭터들의 내면에 더해 실생활을 더 파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등의 아쉬움이 남는다. 140분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크라임 101>은 확실한 미덕을 갖고 있다. 다름 아닌 ‘분위기’인데, 주지한 4명의 배우들이 모두 분위기 잡는 데 한가닥하는 이들이거니와 그들이 각자 처한 난감한 상황에서 내면을 천착하며 그에 맞춰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일정한 리듬의 멜로디 음악을 깔았다. 분위기 잡는 데 대성공.
하여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분위기 한껏 잡는 데 성공한 범죄 스릴러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 <크라임 101>을 추천한다.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하다고 말하진 못하겠으나,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또 호불호가 극렬하게 갈릴 것 같지도 않다. 보는 분들 각자의 판단에 맡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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