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대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대부>가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선 북미 개봉 이듬해인 1973년 개봉한 이후 2010년에 재개봉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2025년에 두 번째 재개봉으로 찾아왔다. 체감상 10번 이상 재개봉했을 것 같은데 의외다. TV와 OTT에서 자주 접했나 보다 싶다.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친숙한 이유다.
<대부>는 비평 면에서 역대 1위를 다투지만 흥행 면에서도 크나큰 성공을 거뒀다. 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월드와이드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제작비 대비 40배 이상이다. 그러니 이 작품을 두고 '완벽'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영화 안팎으로 어느 한구석 비판할 만한 데가 없으니 말이다.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듀발 등이 영화의 중추를 이뤘지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야말로 <대부>의 모든 것이다. 'A to Z'라고 할까. 지금에 와서는 아메리카 뉴웨이브를 이끈 거장이자 살아 있는 전설이지만 1970년대 초 당시만 해도 무명 신인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굽히지 않고 거대 자본과 싸워가며 얻은 결과물이 바로 <대부>다. 이 한 작품으로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뉴욕 5대 패밀리의 비극과 영광
1945년 미국 뉴욕의 콜레오네 패밀리의 저택, 수장 비토의 막내딸 코니의 결혼식이 한창이다. 흥겨운 음악에 하객들이 춤을 추며 평화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비토는 핵심 측근들과 함께 어두침침한 방에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뉴욕 5대 패밀리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마피아다.
결혼식 후 핵심들은 모여 마약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때 버질 솔로조라는 이가 찾아와 마약 사업을 제안한다. 비토는 정중하게 거절한 후 측근을 보내 솔로조와 손을 잡은 타탈리아 패밀리를 정탐하고자 하지만, 그는 함정에 빠져 무참히 살해당한다. 이후 비토 또한 외출 중에 총격을 받고 사경을 헤맨다. 비토의 셋째 아들 마이클은 군인 출신으로 집안의 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후 복수를 다짐한다.
비토의 일이 있은 후 맏아들 소니가 수습하려 하지만 다혈질인 그는 보스의 깜냥이 안 되는 것 같다. 한편 마이클은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 다시 한번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게 마이클은 솔로조, 그리고 그와 결탁한 경찰서장까지 직접 살해하고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피신하는데... 이후 뉴욕 5대 패밀리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비토는 건강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콜레오네 패밀리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절대 녹슬지 않는 걸작의 비밀
콜레오네 패밀리, 수장 비토는 마치 '미국'의 수호자처럼 비친다. 19세기에도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뉴욕은 미국의 돈줄로 막강한 힘을 행사했는 바, 뉴욕 5대 패밀리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콜레오네인 만큼 그럴 여지가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예사롭지 않다.
우정이니 정의니 하는 말을 고상하게 내뱉으니 말이다. 들여다보면 상납을 받고 살인을 하는 일일 텐데. 나아가 비토에게 보스나 우두머리, 수장이라는 말 대신 ‘대부’라는 호칭이 붙인다는 건 자신들의 하는 나쁘고 잘못된 짓을 한 층 더 포장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다. 비토는 마약 사업을 제안하는 이에게 정중히 거절하며 "도박은 무해하지만 마약은 지저분하니까"라는 말을 건넨다. 돈 되는 일리라면 뭐든 할 것 같지만 가장 돈을 많이 벌게 분명한 마약 사업은 거절하다니, 그러며 지저분하다는 이유를 건네다니,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이 지점이, 뉴욕 최고의 범죄 집단이 자신들을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대부의 지휘 아래 온갖 짓을 다하면서도 '윤리'를 찾고 기준을 세운다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그들의 아이러니는 곧 미국의 아이러니일 터.
2025년, 왜 우리는 다시 <대부>를 찾는가
5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녹슬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뭘까. 그 사이에 수많은 범죄 영화가 명멸했으나 이 작품이 고고하게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재밌어야 한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한순간도 지루함 없이 완벽하게 꽉 채우는 스토리텔링이 압권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녹아들게끔.
나아가 영화라는 예술의 특성을 잘 살피고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각과 청각, 이를테면 촬영과 미술과 음악을 잘 다뤄야 한다. <대부>의 경우 빛을 마법처럼 기가 막히게 잘 다뤘고 기억나는 장면이 무수히 많을 정도이며 음악이야말로 절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안성맞춤 캐릭터들이 방점을 찍는다.
<대부>는 당연히 비토 콜레오네라는 대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마이클 콜레오네가 대부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이클은 아버지가 건넨 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를 가장 중요한 철칙으로 내세우니 성공가도를 달리지 않을 수 없겠다.
뭐라 표현할 길 없는 회한이 엿보인다. 아무리 스스로를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세를 부려봐도, 불확실 속에서 불쾌하고 불안할 것이다.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무한 범죄의 사슬 속에서 고독으로 매 순간을 버티다가 회한에 파묻힌 채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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