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허 바디>
1990년대 중반 체코, 안드레아 압솔로노바는 체코 선수권 다이빙 대회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다. 역시 상위권을 차지한 여동생과 함께 국가 대표팀에 합류해 올림픽 출전을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그녀는 동생이 거식증 환자라고 말할 정도로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고 동생이 집에 수십 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도 관심이 없으며 사진작가와 하룻밤을 보낼 기회도 차 버린다.
와중에 훈련 도중 큰 사고를 당한다. 다이빙을 잘못해 척추를 다친 것이었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쳤고 걸어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다시는 다이빙을 할 수 없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으나 선수 생명은 끝이었다. 그렇게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중 알고 있던 사진작가와 만나기 시작한다. 우연히 그가 포르노 업계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일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포르노 배우로 전직한 안드레아는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몸에 자신이 있었던 그녀로선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그렇게 이내 유명해졌고 미국에서도 연락이 온다. 하지만 가족이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일 텐데 그래도 엄마는 같은 여자로서 그녀의 선택을 응원한다. 그러던 와중 그녀에게 큰 재난이 들이닥치는데…
다이버에서 포르노 배우까지
안드레아 압솔로노바는 체코의 실존 인물이다. 그녀는 국내 1위의 실력으로 올림픽에 나가서도 경쟁력 있는 다이빙 선수였으나 훈련 도중 당한 심각한 척추 부상으로 한순간에 선수 생명을 잃었다. 이후 우연히 포르노 업계에 발을 디뎠고 빠르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영화 <허 바디>는 검색 한 번이면 대략의 인생 스토리가 나오는 안드레아 압솔로노바의 짧은 인생을 정직하게 다뤘다. '다이빙'과 '포르노'라는 접점을 찾아보기 힘든 두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여 이미 시작, 과정, 끝을 알고 있음에도 궁금하다. 그녀는 왜, 어떻게 다이빙 선수에서 포르노 배우가 되었는가.
그녀는 말한다, 다이빙과 포르노가 다를 바 없다고 말이다. 둘 다 스포츠일 뿐이라고. 스포츠 앞에 '건강한 신체, 건전한 정신, 질 높은 삶'이 붙지만 스포츠의 어원을 살펴보면 '떠나보내고 논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루한 일상을 떠나보내고 재밌게 논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나아가 스포츠는 경쟁이 필수 요소고 참가자뿐만 아니라 관람자의 유희도 필수다.
스포츠라는 프리즘에서 보면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오롯이 책임지는 그녀의 몸이기 때문에 그녀의 몸으로 그녀가 스스로 하는 선택에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몸은 그녀의 것이다.
몸으로 비상, 추락, 부활한 사연
이 작품의 구성은 명확하다. 안드레아 압솔로노바의 짧고 굵은 인생을 4막으로 나눴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조금씩 부족하다. 연출이나 연기가 아니라 서사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 분명 그녀가 극의 주인공인데 그녀가 주체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영화가 그녀를 피상적으로 그렸기 때문일까, 실제 그녀의 삶이 그녀도 어쩔 수 없게 갈지 자였을까.
둘 다일 텐데, 비록 그녀의 삶이 짧았지만 워낙 스펙터클 했기에 영화로 그려 내기에 벅차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여 이 작품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러닝타임을 몇 배 늘려 그녀의 삶을 좀 더 자세히 톺아보며 보다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어땠을까 싶다. 꽤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거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볼 만한 편이다. 인생의 명과 암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바, 다이빙 선수로서 포르노 배우로서 그리고 그 사이의 비상과 추락 또는 성공과 좌절까지. 다이빙 선수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선수 생명을 잃었고 포르노 배우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가족이 등을 돌렸다.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으니 참으로 기구하다. 평탄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충격파를 던지기 충분하다.
안드레아는 몸 덕분에 비상하고 몸 때문에 추락했고 몸으로 다시 일어섰으며 결국 몸이 스스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몸에 지배당한 걸까, 몸을 이용한 걸까. 자기를 증명하고자 또는 생존하고자 말이다. 옳고 그름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이는데 세상의 시선이 그렇지만은 않다. 그녀가 그르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그르다면 세상에 안 그를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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