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일찍이 2015년부터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은 핵무기도 기후변화도 아닌, 전염성이 강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고 강조했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해 ‘팬데믹’을 선포했을 때 그의 예언이 재조명되었다. 오늘날처럼 과학과 의학이 발전한 시대조차 전염병은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근대 의학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시대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오늘날처럼 백신이나 치료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염병이 확산되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이 책은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다섯 가지 전염병의 역사적,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살펴보고 다섯 명의 대통령이 어떻게 전염병을 통제하고 대처했는지 들여다봤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황열병과 미국 제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식민지 시기부터 수많은 사망자를 초래했던 천연두와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19세기 중반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던 콜레라와 미국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 갑자기 발생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사라진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그리고 1950년대까지 미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이었던 소아마비와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까지 치명적인 전염병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한 전 층위적인 노력을 당시 재임했던 대통령의 리더십과 연계해 살펴보고자 했다.
인류의 전염병사(史)를 심도 있게 논한 저작들은 오래전부터 출간되었다. 80여 년 전 1940년대에는 20세기 전반 세계 최고의 의사학자 헨리 E. 지거리스트가 『문명과 질병』을 출간했고 1970년대에는 미국역사학회장을 지낸 이 시대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 윌리엄 H. 맥닐이 『전염병의 세계사』를 펴냈다. 그런가 하면 1990년대에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로 세계 언론과 학계를 뒤흔들었다.
2020년대 한국 최고의 질병사 권위자 김서형 교수가 이 책으로 미국전염병사를 다시 썼다. 미국 의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서형 교수는 그동안 빅히스토리와 전염병사에 관한 연구를 병행하며 꾸준히 저작 활동을 해 왔다. 이 책이 빅히스토리 관점으로 전염병을 통해 미국사를 들여다본 기념비적인 저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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