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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세상과 월드컵이 서로 주고 받은 크고 작은 영향들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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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서 리뷰]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 표지. ⓒ브레인스토어

 

제22회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 달여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을 들어 올리며,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에 손꼽는 메시가 숙제 같은 숙원을 풀었다. 이제 그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정한 올타임 No.1으로 우뚝 섰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2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지만 현대 축구의 기준점을 세웠고, 음바페는 수십 년만에 결승전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차세대 축구의 신 자리를 예약했다. 

 

이밖에도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최다 골 기록을 세우며 잔치다운 잔치를 연출했고, 모로코가 벨기에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꺽으며 4강 진출에 성공한 걸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었고 일본은 독일과 스페인을 꺾었으며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을 꺾었다. 언더독의 진정한 대반란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월드컵이 시작되기도 한참 전부터 시작된 수많은 논란이 계속되었다. 사상 최초로 11월 겨울에 치러졌다는 점 등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문제와 이주노동자 인권, 성소수자 탄압 등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다양했다. 가히 월드컵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 때마침 세상을 뒤흔든 월드컵 이야기를 다룬 책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브레인스토어)가 출간되었다. 

 

세계 축구의 상향 평준화를 이끈 다문화주의

 

이 책은 1930년에 제1회 대회가 시작된 월드컵의 안팎을 순차적으로 훑으며 세상을 뒤흔들 만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전한다. 하지만 그건 책의 주장이자 홍보 문구 정도이고 막상 들여다보면 세상과 월드컵이 서로 주고 받은 크고 작은 영향들에 관한 이야기다. 위대한 축구 선수나 감독 혹은 나라나 팀, 전술과 기록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아니기에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막상 그렇게 어렵진 않다.

 

가장 와닿은 부분이 있는데, 세계 축구의 상향 평준화를 이끄는 큰 축인 다문화주의다. 익히 알다시피 과거 유럽은 전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자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겼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대부분 독립해 지금에 이르렀는데, 인종과 민족이 뒤섞일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자 유럽의 축구 국가대표팀들이 이민세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성공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이탈리아는 1920년대부터 꾸준히 남미 이민세대를 끌여들여 큰 성과를 냈고 포르투갈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식민지 커넥션으로 큰 성과를 냈으며 네덜란드는 1980년대 수리남 커넥션으로 전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최근 들어 벨기에의 콩고 커넥션도 벨기에 황금 세대에서 큰 몫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축구도 다문화주의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월드'컵의 시작

 

유럽 축구가 주로 아프리카계 선수들로 새롭고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재편했다면, 반대로 아프리카 나라들은 아프리카계 유럽 선수들을 데려오려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럽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할 바에는 아프리카에서 확고부동한 주전 또는 에이스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겠고, 핏줄이 이어져 있는 선대의 나라로 달려가 의미 있는 축구를 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다. 이들을 두고 프랑스어로 '비나쇼노'라고 하는데 이중국적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월드'컵을 보여 주는 상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의미의 '월드'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책이 그 또한 상세하게 전해 주는데,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최초로 24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기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에 2장이 본선 진출 티켓이 분배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6개국이나 첫 출전했고 100억 명이 넘는 시청자수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월드컵 스폰서십에 참여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게 있어 진정한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그 전까진 월드컵을 볼 때 전혀 즐기지 못하고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전에 진출하는 것만 손꼽아 기다렸으니 말이다. 저자는 '월드'컵이 아니라 '코리아'컵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역사를 쓰고 이후 조별리그에서 1승을 챙기는 건 물론 심심찮게 16강전에 진출하니 월드컵을 훨씬 더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월드컵 워싱에 대해

 

'스포츠 워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의도로 스포츠를 이용하려는 계략인데, 당연히 '월드컵 워싱'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인데, 당시 아르헨티나는 현대사에서 길이남을 악명 높은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은 FIFA와 손잡고 월드컵 개최로 이미지 쇄신을 꾀했고 우승까지 차지하며 크게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또한 '월드컵 워싱'의 대표적인 예로 길이남을 것 같다. 카타르가 비록 석유 부국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기에 이번 월드컵을 기회로 국가 이미지를 바꿔 보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밀어붙였고 경기 자체에서 수많은 얘깃거리를 양산하면서 절반의 성공이나마 거뒀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이 생애 최초의 기억이다.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월드컵의 위상은 드높고 세상에 끼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하지만 몇 년 전,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에 큰 소용돌이가 들이닥쳤다. 부패 혐의로 고위급들이 체포되면서 FIFA의 구린 이면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후 일단락 났지만 그들을 보는 시선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월드컵 또한 마찬가지다. 이젠 월드컵을 경기 자체로만 보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만 보면 안 된다. 월드컵을 둘러싼 안팎의 일들, 얽히고설킨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이 그 단초를 마련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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