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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여전히 인생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90대 거장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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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거장 존 윌리엄스>

 

디즈니+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거장 존 윌리엄스> 포스터.

 

종합영상예술의 최상단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영화'에서 사운드트랙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특정 장면 또는 영화 전체에서 사운드트랙을 제거한 전후를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많은 장면, 나아가 영화 전체가 주는 감동을 비롯한 수많은 감정이 다름 아닌 사운드트랙에서 탄생한다.

그만큼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영화 음악'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몇몇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등이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영화 음악을 대표해 왔다. 전 세계의 우리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각인된 선율들이 이들의 손에 만들어졌다. 이중 엔니오는 2020년에 타개했고 존은 90대 나이에도 현역이며 한스는 둘보다 한참 젊다.

1년 반 전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다큐멘터리 <엔니오>가 개봉해 만났고 이번에 존 윌리엄스의 다큐멘터리 <거장 존 윌리엄스>가 디즈니+ 오리지널로 공개되어 만났다. 원제는 'Music by John Willams'인데 '거장'이라는 식상한 단어로 손쉽게 대체해 버린 느낌이 강하다. 인생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그의 함축적인 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그것과 별개로 이 작품은 특별하다. 머릿속에 각인된 건 물론 DNA에 박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이 익숙한 바 다큐를 보는 내내 끊임없이 흘러나오니 누구라도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존 윌리엄스의 음악뿐만 아니라 삶도 들여다보는 게 주요 골지일 터, 훑어볼 필요가 있다.

 

재즈에서 영화 음악, 그리고 관현악까지

 

193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는 존 윌리엄스, 그는 아빠와 엄마가 모두 음악가인 '음악가 가족'에서 태어났다. 하여 당연하게 커서 음악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영화 음악계로 흘러들어 간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 또한 자연스레 영화 음악에 발을 들였다. 경력 초창기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활동을 위주로 종종 영화 음악 작업을 했다.

그의 영화 음악 경력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완벽으로 이끌었다면 그의 영화 음악 경력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했다. 그 또한 스티븐이 소개했다니 둘은 단순히 오래된 협력 관계를 아득히 초월한 그 무엇이겠다. 영혼의 단짝이랄까. 존은 <스타워즈> 덕분에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되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그는 스티븐과 수없이 많은 걸작 사운드트랙을 남겼는데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워즈>를 비롯해 <슈퍼맨> <나 홀로 집에> <해리 포터> 등의 음악을 맡았다. 하나같이 시대가 흘러도 변함없을 명곡들이다.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들, 그리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멜로디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그런데 알아보면 존 윌리엄스가 만든 작품들이다. 마음 한편에 영원히 자리 잡아 아이, 어른, 노인을 불문하고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아가 전 세계인을 하나로 이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를 두고 단순히 '거장'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영화의 장르뿐만 아니라 음악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존 윌리엄스 하면 웅장한 관현악 계열의 음악이 떠오르는데 그 밖에도 많은 변화를 이룩했다는 게 새삼 대단한 것 같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에 안주하지 않는 게 정녕 어려운 일일 텐데 말이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다분히 이성적인 예술 다큐멘터리

 

작품은 여느 인물 다큐멘터리처럼 평이하다. 특히 한 분야에 큰 업적과 긴 족적을 남긴 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나아가 이 작품이 한 가지 특이한 건 굉장히 '이성적'이라는 점이다. 예술을 다룬다면 응당 '감성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오직 일, 일, 일뿐이니 감성에 빠질 여유 같은 건 없다. 그가 과연 음악을 사랑하는 걸까 일을 사랑하는 걸까 의문이 들 정도다.

또 하나는 한 분야에 큰 업적과 긴 족적을 남긴 이를 다루는, 그것도 노령의 현역이 주인공인 다큐라 그런지 정녕 대단한 이들의 인터뷰가 계속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를 필두로 J. J. 에이브러햄, 크리스 콜럼버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현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인 이작 펄먼, 안네 소피 무터, 요요 마 등이 출연한다.

이쯤 되면 '영화 음악'이라는 테두리를 한참 벗어난다. 실제로 그는 협주곡, 관현악곡, 독주곡을 무수히 작곡하여 직접 지휘까지 했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 말이다. 나아가 1984년 LA 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테마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영화 내 장르뿐만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다양성 어린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90대에 접어든 지도 꽤 시간이 흘렀건만 그는 여전히 출중한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곡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그가 속해 있던 음악 세계가 무너지고 완전히 다른 음악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마지막 고전 음악가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데, 50년은 더 살아서 미래의 음악 세계를 보고 싶다고 한다. 정녕 뼛속 깊이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의 면모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길이남을 음악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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