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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 기자가 취재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 <보스턴 교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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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보스턴 교살자>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lt;보스턴 교살자&gt; 포스터.


지난 2013년, 50년 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 연쇄살인 사건 진범을 알아내고자 미국 수사당국이 진귀한 일을 벌였다. 1962년부터 1964년 사이 보스턴에서 13명의 여성을 살해해 '보스턴 교살자'로 불린 자가 있었는데, 앨버트 데살보가 자백했다가 별개의 성폭행 혐의 등으로 복역 중에 칼에 찔려 사망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앨버트 데살보의 무덤을 파헤쳐 피해자의 DNA와 대조했고 마지막 13번째 피해자를 죽인 진범으로 앨버트 데살보로 확정지은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해당한 12명의 피해자들을 죽인 진범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판 살인의 추억', 즉 '미국판 화성 연쇄살인 사건'(2019년 진범이 밝혀져 공식적으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됨)으로 불리며 한국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미제 사건이다. 당연히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일찍이 1968년 <보스턴의 교살자>가 개봉했고 이후로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소비되어 왔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를 찾아왔다.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보스턴 교살자>로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캐리 쿤이 주연급으로 보좌했다.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두 여성 신문 기자를 중심으로 묵직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 기자의 추적

1962년 미국 보스턴, 세 아이의 엄마 로레타 매클로플린은 <레코드 아메리칸>의 생활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시선은 다른 데 있다. 평소 각종 사건에 관심을 두고 기사를 스크랩하며 기자 동료나 국장에게 조언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스턴에서 세 여성이 교살당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이내 세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간파한 로레타, 국장에게 취재를 어거지로 요청해 허락을 받아내 기사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너무 섣불렀기에 경찰의 심기를 건드려 취재에서 빠지고 만다. 얼마 후 같은 수법으로 네 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국장은 베테랑 진 콜을 내세워 로레타로 하여금 그녀를 따르게 한다. 본격적으로 보스턴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두 여 기자, '보스턴의 유령'으로 명명된 연쇄살인마를 '보스턴의 교살자'로 재명명하며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신문사 내부의 압력과 경찰의 압력, 여성 기사로서 쉽지 않은 취재와 아내이자 엄마로서 쉽지 않은 가정사 그리고 달라진 살해 방법과 다양한 용의자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고비를 넘어서며 2년여간 사건 심층 보도에 앞장 선 두 기자는 '앨버트 데살보'라는 결정적 용의자에 다다른다. 급기야 그는 일련의 연쇄살인을 자백하는데… 그런데 그 이면에 이토록 서글픈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진실 속 진실

<보스턴 교살자>는 여느 범죄물이 쉽게 택하는 세 화자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화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요 세 화자는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경찰이다. 반면 이 영화의 화자는 기자, 그것도 1960년대의 여 기자다. 이미 상당히 색달라 굉장히 흥미롭다. '1960년대 여 기자의 활약상'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트렌디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런 길로 가지 않는다. 60년 전의 시대적 한계에 천착하지도 않고 여 기자로서의 고충에 천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범죄 수사 스릴러로서의 장점, 이를테면 속도감 어린 긴장감을 십분 활용하지도 않는다. 대신, 주인공 로레타가 모든 걸 뒤로 한 채 사건에 열중하듯이 영화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에만 열중한다. 쓸데없는 곳으로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오롯이 한 곳만 본 채 진득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하여 지루하진 않지만 할리우드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만끽하긴 힘들다. 쉴 새 없이 몰아치진 않지만 숨 쉴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진실의 진실'이 영화 속 두 여 기자나 영화 밖 관객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살해 방법이 바뀌고 핵심 용의자들이 즐비하며 결정적 용의자가 자백하는 와중에 최종 진실까지 듣는다. 보스턴 교살자는 수많은 여성을 교살했을 뿐만 아니라 보스턴을 안갯속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경찰의 고의적 무지

영화가 결국 다다르고 만 곳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기자도 아닌 경찰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이 이를 수 있는 '경찰의 무지'가 아닌 '경찰의 고의적 무지'였다. 경찰의 무지와 무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시로 터져 나오는 고질적 문제인 바, 수많은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수많은 콘텐츠가 다뤄 왔다. 다큐멘터리라면 몰라도 영화에선 식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소재다.

<보스턴 교살자>는 경찰당국이 일련의 사건 정황을 꿰뚫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춘다. 두 여 기자, 그중에서도 로레타가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의 포커스를 연쇄살인마에서 경찰로까지 확대시키는 과정과 더불어 말이다. 여론의 압박과 질타에 못 이겨 경찰당국은 사건을 파고들어 끝을 내는 데까지 나아가는 대신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리며 사건을 덮어버린다. 더 이상의 살인만 나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

여느 미제 사건들이 이런 식으로 덮어진 거라면 가히 끔찍하다. 애초에 실체가 없어 '유령'이라고 명명되었던 보스턴 교살자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기자는 알려야 하고 시민은 알아야 하며 경찰은 잡아야 하건만, 모든 걸 솓속들이 알리고 안다고 해서 잡아야 할 사람이 작정하고 잡지 않는다면 하면 누군들 속수무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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