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투자를 잘못해서 사실상 전 재산을 잃은 형사 백중식은 귀가 잘린 도축업자 윤창재 사건을 쫓다가 정작 윤창재의 귀를 자른 남자는 죽고 10억 원이 든 가방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방을 탈취한다. 이후 윤창재에게서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알고 보니 '가면남'이라는 유튜버가 룰렛을 돌려 윤창재의 귀를 자르면 10억 원을 준다고 공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면남이 돌린 룰렛은 '김국호, 200억, 죽인다'로 맞춰진다. 즉 김국호를 죽인 자에게 200억 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김국호는 희대의 연쇄성폭행범이자 살해범으로 13년 만에 출소한다. 하지만 그의 목에 200억 원이 달려 있기에 지역 경찰이 극진히 경호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 백중식도 있다. 한편 엔시티 재개발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변호사 이상봉은 그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의 소개로 국민당 대표 이봉수를 만난다. 이상봉은 엔시티 건설 재개를, 이봉수는 김국호 변호를 내세워 협상이 타결된다. 이봉수로선 같은 당의 호산시장 안명자를 팽시켜야 했다. 꼬리를 자르지 않으면 자신도 같이 나락으로 갈 판이니까 말이다.
안명자는 호산시 예산 2,800억 원을 사취했다는 혐의로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 머리를 굴리다가 김국호를 호산시 밖으로 쫓아내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으려는 수작을 생각해 낸다. 그러면 당대표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을 거였다. 뒤로는 김국호에게 큰돈을 안겨주려 한다. 그런데 김국호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200억 원의 가치를 알아채고 마치 권력인 것처럼 행세하기 시작한다.
한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서동하는 김국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는다. 그는 남모를 계획을 세운다. 또 '미스터 스마일'이라고 하는 청부살인업자가 입국해 김국호를 제거하려 한다. 그 밖에도 김국호를 죽여 200억 원을 얻으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김국호의 곁에는 호산시 경찰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어 있다. 김국호를 중심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이 판국의 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착한 놈'을 찾아보기 힘들다
8부작 시리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가면남이라는 유튜버가 룰렛을 돌려 대국민을 대상으로 청부 살인을 의뢰하곤 그에 얽히고설켜 일어나는 출구 없는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가 밖으로 가지를 치듯 뻗어나가는 방사형 구조를 띄는 만큼 주연급 비중의 캐릭터들이 대거 출현하는데 8부작으로 채 담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주요 캐릭터들 맛보기 정도로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김국호라는 캐릭터가 빛난다. 1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급기야 죽이기까지 한 그는 15년형을 받았지만 모범수로 13년 만에 출소한 그는 기본적으로 서글서글한 성격을 갖고 있다. 눈치도 빠르고 셈도 빠르며 연기도 할 줄 안다. 심지어 느긋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 즉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상금의 가치를 알고 기고만장한 것이다. 가면남은 어그로를 통해 '사적 제재'를 이룩하고자 하지만 김국호가 그렇게 나오니 쉽지 않다.
사적 제재는 최근 들어 한국 드라마의 인기 장르로 떠올랐다. <더 글로리>를 필두로 <모범택시> <비잘란테> <살인자 ㅇ난감> <국민사형투표> <악마판사> 등이 모두 큰 인기를 얻었다. '공적 제재'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다 보니 드라마로라도 사적 제재를 꿈꾸고 또 열광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노 웨이 아웃>은 사적 제재를 주요 소재 정도로만 사용한다. 주제로까지 가닿지는 않는다.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한다면 이른바 '착한 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착하지 않은 그들 대부분이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온갖 나쁜 짓을 한다. 주로 '돈'에 관한 짓거리다. 그 중심에 김국호의 목에 걸려 있는 200억 원이 있다. 물론 나름 억울한 측면도 있겠으나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선택에 선택이 이어져, 즉 출구에서 멀어지는 선택이 이어졌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사회병리적 사건과 캐릭터의 집합체
스토리가 매끄럽기 이를 데 없다. 조금 속된 말로 '매끈하다', 잘 빠졌다는 말이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밀고 나가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뒤를 받친다. 서로 얽히고설키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떻게 끝맺음을 낼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다 보고 나면 허무한 감이 있다. 정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니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칠 수 있다.
영상 매체가 던지는 메시지를 중요시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대차게 즐겼는데 정작 남는 게 없다고 할까. 반면 이 시대 영상 매체를 '킬링 타임', 이왕 시간을 보내는 거 별생각 없이 즐겁게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알맞은 작품도 드물 것이다. 곳곳에서 사회병리적이라고 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와중에 '도파민 뿜뿜'할 만큼 정신없이 휘몰아치니까.
그렇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사건과 캐릭터가 '사회병리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사회병리적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병리는 기능 장애 및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바, 주지한 것처럼 공적 제재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가면남 같은 사적 제재자가 나오는 것이고 투자 관련 비리와 투자 실패에 따른 불법적이고 부도적적인 반응 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밖에도 말 못 할 온갖 짓거리가 판을 친다. 도파민은 줄지언정 그만큼 불편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은 당연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전면에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너무 적나라하지 않게 너무 자세히도 말고 의외로 적당히 터치했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로서 100% 상업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런 류의 작품은 계속해서 양산될 테고 나는, 아니 우리는 계속해서 볼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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