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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여자 기계체조 GOAT 시몬 바일스가 다시 뛰어오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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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뛰어올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뛰어올라> 포스터.

 

2024 제33회 파리 올림픽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기록, 새로운 역사,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 와중에 역대 최고의 체조 선수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화려하게 복귀한 일도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여자 기계체조 6종목 중 5종목에서 결선에 올라 압도적인 기량으로 3관왕(더해 은메달 1개)에 올랐다. 이로써 시몬 바일스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GOAT(Greatest Of All Time)' 반열에 올랐다. 

1997년생으로 올해 27살인 시몬은 은퇴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지난 제32회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큰 논란의 주인공이 아니었는가. 당시 그녀는 단체전 은메달과 평균대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는데, 웬만한 이라면 국가의 영광이자 가문의 영광, 인생의 영광으로 길이남을 만한 성적이었겠으나 그녀로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제31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가 낳은 최고의 아웃풋 중 하나로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를 압도적 기량으로 석권하며 단숨에 역대 최고로 올라섰던 이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으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여성 선수이자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미국 여성 선수다. 나아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여성 선수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인 시몬은 그러나 주지했듯 도쿄 올림픽에서 대부분의 결선을 기권으로 마무리하며 충격을 선사했다. 그녀는 그녀의 몸을 컨트롤할 수 없었고 더 이어갔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과감히 기권을 선택했던 것이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져 한동안 체조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구한 삶, 최고의 성적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뛰어올라>가 시몬 바일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도쿄 올림픽에서 왜 기권할 수밖에 없었으며 무엇을 위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는지 등을 그녀 자신이, 그녀의 가족이, 그녀의 지인이, 체조 관계자들이 두루두루 전한다. 덕분에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시몬은 기구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생모가 약물, 알코올 중독으로 그녀를 비롯한 4남매를 키울 수 없었고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생모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가 맡아 키웠다. 나중에는 정식으로 입양되었다. 한편 그녀의 두 언니, 오빠는 다른 친척이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어떻게든 뭘 하든 눈에 띄고자 했고 끝을 볼 때까지 매달렸다.

기계체조를 택한 그녀, 빠르게 두각을 냈고 처음으로 출전한 2013 안트베르펜 세계체조경기선수권대회에서 금 2, 은 1, 동 1을 따낸다. 이후 2014 난닝과 2015 글래스고에서 금 4개씩을 석권하면서 주지했듯 세계체조경기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으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여성 선수의 위업을 쌓는다. 2018 도하와 2019 슈투트가르트에서도 각각 금 4개와 금 5개를 따낸다. 그야말로 출전했다 하면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으니 올림픽에서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지없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금 4개와 동 1개를 쓸어 담았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에선 왜 그랬을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가 겪은 증상을 'twisties'라고 하는데 공중에서 감각을 잃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는 증상이다. 체조 선수들이 종종 겪는 증상이라지만 그녀는 달랐다. 비단 그녀만 겪은 건 아니라지만 굉장히 복합적이었다. 

 

시몬 바일스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

 

시몬 바일스가 직접 밝히길, 되돌아보니 여러 가지 일이 그녀를 괴롭혔다. 우선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대에 찬 눈이 그녀로 향했다. 지난 2016년에는 4관왕을 했으니 이번엔 전관왕인 6관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아무리 강심장이고 또 언론과 SNS을 최대한 차단시켰다지만 강하디 강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압박은 오롯이 그녀 혼자 감당해야 했다. 물론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도 있는 만큼 그녀로선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었을 테다. 

2020년 초에 창궐한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비단 시몬뿐만 아닐 텐데, 당초 2020년 7~8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1년 후인 2021년 7~8월에 열리게 되었으니 계획이 틀어지고 컨디션이 달라졌으며 긴장도가 오락가락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준비가 덜 되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완벽하게 준비했을 수도 있다. 선수들마다 완연히 달랐을 텐데 시몬은 직격탄을 맞은 듯하다. 그녀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또 미국 체조 역사, 아니 미국 스포츠 역사를 뒤흔든 사건이 그녀를 크게 흔들었다. 그녀는 2016년 올림픽이 끝난 후 2018년에 자신도 래리 나사르가 저지른 성폭력의 피해자임을 밝혔다. 그는 30년간 여자 체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전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주치의로 징역 300년형을 받았다. 시몬은 누구도 하기 힘든 용기 있는 행동을 했지만 그 자신이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 바일스가 2년 만에 복귀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다시금 제패하고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업적을 쓰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이기 이를 데 없고 올림픽 복귀전이다. 그녀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고 또 얼마큼 많은 심기일전을 했으며 또 얼마큼 자주 주저앉았다가 일어섰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녀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혹자는 여전히 그녀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기권한 걸 두고 '무책임하다'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직접 밝힌 여러 가지 일들을 두고도 그녀만 겪은 것도 아니니 그녀만의 고유한 이유로 묻어갈 수 없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몸의 문제, 마음의 문제는 결코 공통적이지 않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모든 인간이 100% 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역대 최고이자 세계 챔피언이자 아이콘이지만 '인간'인 시몬 바일스의 선택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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