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웡카>
7년 동안 7대양을 떠돌아다니며 세상을 배운 마술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는 영국 런던에 도착한다. 꿈에 그리던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웡카는 그나마 수중에 있던 돈도 다 털린다. 그래도 그는 자신 있었다. 그가 만든 환상적인 초콜릿을 모두 좋아할 거라고.
그런데 결정적으로 초콜릿 공부만 하느냐고 글자를 읽을 줄 몰라 스크러빗 부인과 블러치의 계략에 당해 어마어마한 빚을 져선 여관 아래 세탁실에서 27년 넘게 일해야 할 판이다. 세탁실에는 몇몇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 그들의 계략에 당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웡카는 몰래 밖으로 나가 초콜릿을 팔아 빚을 갚고자 한다.
문제는 초콜릿을 파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달콤 백화점은 세 초콜릿 회사(슬러그워스, 피켈크루버, 프로드노즈)가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그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엄청난 초콜릿으로 매수한 경찰서장까지 합세해 경쟁자인 웡카를 핍박하고 쫓아내려는 건 물론 죽이려 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웡카는 초콜릿 카르텔의 막강하고 무시무시한 방해 공작을 이겨내고 세탁실에서 탈출해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 수 있을까?
로알드 달의 대표작이 영화로
'아동 문학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로알드 달의 대표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64년에 출간되었고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로 나왔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동영화의 대명사로 남아 있을 정도의 작품이다. 스토리와 연기도 좋지만 OST들이 명곡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2005년 팀 버튼의 영혼의 단짝이자 페르소나 조니 뎁과 함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내놓았다. 팀 버튼 특유의 연출과 미술을 잘 드러냈고 조니 뎁과의 합도 잘 맞으며 전 세계적으로 웬만큼 흥행에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1971년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도 나름의 몫을 해냈다.
2023년에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자 오리지널 스토리인 <웡카>가 우리를 찾아왔다. 윌리 웡카의 과거, 즉 그가 어떻게 초콜릿 공장을 차리게 되었는지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 감독이 2010~2020년대 대표 남배우로 우뚝 선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했다. 북미 2억 달러 돌파 포함,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력을 구가하고 있다.
웡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면 안 된다
<웡카>는 희망을 품은 채 성공을 꿈꾸는 웡카의 좌절과 영광의 스토리로 무난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희망 앞에 '막연한'이 붙고 성공 앞에 '무조건적인'이 붙으며 영광 앞에 '어찌어찌하다가 얻은'이 붙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름다운 판타지 뮤지컬 장르로 어른보다 아이가 타깃이었을 텐데,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웡카는 영화 속에서조차 실제 하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 같다. 항상 긍정적이고 뭘 하든 뒤가 없으며 별 계획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단 지르고 본다. 실패에 실패에 실패를 연달아 맛보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는 결국 성공한다.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표어에 너무나도 딱 알맞다.
그런데 웡카처럼 하다가는 거지꼴을 면치 못하던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던가, 감옥에 가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던가 할 것이다. 세상 모든 운이 자신을 향한다는 확신이 있지 않다면 절대로 웡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면 안 된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교훈이다. 감독이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지 않은가. 즉 이 영화는 절대로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환상적인 면 뒤의 환장하게 하는 면
한편 영화는 곳곳에서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 포착된다. 웡카가 글자를 읽을 줄 몰라 여관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숙박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빚노예가 되어 여관 지하 세탁실에서 일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한편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저렇게 속아 넘어간 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노예처럼 부려 먹히고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달콤 백화점의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이 마약을 연상케 하는 강한 중독성의 초콜릿으로 경찰서장을 매수하는 모습은 귀엽게 표현한 만큼 기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웡카가 세상에 다양한 행복을 전하고자 만들어 팔려는 초콜릿의 치명적인 이면이다. 초콜릿은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만큼 맛있지만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심각하다.
마냥 화려하고 예쁘기만 한 색채의 환상적인 세계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웡카>는 그러나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잘 들여다보고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웡카가 부푼 꿈을 품고 환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달콤 백화점에 도착한 첫날에 눈 뜨고 코 베이듯 모든 돈을 써 버렸으니 말이다. 아니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전에 무조건 앞뒤가 존재하듯 환상적인 면 뒤에는 환장하게 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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