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세인트 오브 세컨드 찬스>
1979년 7월 12일, 당시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홈구장이었던 코미스키 파크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안 듣는 디스코 음반을 가지고 오면 1달러 안 되는 돈으로 경기를 볼 수 있게 해 줬다. 그 디스코 음반들은 곧 더블헤더 경기의 막간을 이용해 경기장 한복판에서 폭약에 의해 폭파되었다. 이후 수천 명의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폭동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디스코 파괴의 밤'이다.
디스코 음반 폭파 이벤트를 기획한 이는 마이크 벡이다. 그는 화이트삭스 구단주인 빌 벡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카고와 화이트삭스의 구원자였다. 화이트삭스는 컵스에 밀려 항상 시카고의 2등 구단이었던 것이다. 빌이 야구를 향한 진심을 여과 없이 내보이며 구단 운영에 전념했고 마이크는 듣지도 보고 못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이벤트로 실현시켰으며 선수들과 팬들은 한 몸이 되다시피 하여 성과를 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79년 7월에 역대급 초대형 악재에 맞닥뜨린 것이다. 빌 벡은 이듬해 구단주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마이크 벡은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세인트 오브 세컨드 찬스>는 마이크 벡의 성공과 실패, 그의 아버지와 딸, 그리고 두 번째 기회에 관한 이야기다.
야구계 수완가 마이크 벡의 흥망성쇠
마이크는 아버지와 따로 또 같이 화이트삭스 구단 운영을 훌륭하게 맡아 승승장구하다가 디스코 파괴의 밤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10여 년 동안 그는 돈을 날리고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고 각성제에 눈을 떴으며 이혼하고 심장마비를 겪고 아들을 낳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재혼해 딸을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구 투자자의 전화를 받고 독립 리그에 발을 디딘다. 절박한 그에게 두 번째 찬스가 찾아온 것이다.
마이크가 제안받은 팀은 세인트폴 세인츠였다. 미네소타주 트윈 시티 가운데 더 작은 도시인 세인트폴을 연고지로 했다. 그는 곧바로 구단을 맡아 미드웨이 스타디움을 탈바꿈시켜 나갔다. 그곳은 사람들이 미국 최악의 구장으로 손꼽는 곳이었는데 말이다. 마이크는 온갖 재밌는 일에 도전하며 호탕하게 웃고 다녔지만 속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되었기에.
작품은 일련의 다큐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분위기를 내뿜는다. 주인공인 마이크 벡이 직접 출현해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에 응하는 만큼 그의 분위기, 즉 최고의 수완가로서의 외향적이고 활달하고 유머스러우며 정신없이 떠들어 대면서도 핵심을 파고들 줄 아는 이의 분위기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근래 아주 재밌게 봤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펩시, 내 제트기 내놔!>가 연상될 정도다.
마이크 벡의 아버지와 딸 이야기
마이크 벡에겐 주지했다시피 아버지 빌 벡이라는 존재가 인생을 지탱하는 뿌리였다. 마이크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에 갔고 그곳에서 그의 평생을 바꾼 분위기와 조우한다. 야구장에 간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인 일이라는 걸 말이다. 다름 아닌 빌이 그렇게 만들어냈고 마이크가 성인이 되어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에게 딸 리베카라는 존재는 인생을 관통하는 줄기였다. 리베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빠를 따라나섰고 오래지 않아 세인트폴 세인츠의 비공식 마스코트가 되었다.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는데 안타깝게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어간다. 일로 도망쳐 버린 마이크. 하지만 오래지 않아 돌아온다. 딸의 곁으로.
마이크는 어느 날 아내의 한마디에 깨닫곤 바로 사표를 쓰고 아내 그리고 딸과 함께 다시없을 휴가를 떠난다. 장장 몇 개월 동안 말이다. 곧 앞이 보이지 않게 될 딸을 위한 휴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리베카의 상태가 갑자기 이상해졌을 때 그녀가 일찌감치 죽어가는 병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자신에겐 두 번째 기회를 주어지고 딸아이에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걸까? 너무하다 싶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속수무책이다. 할 수 있는 건 딸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갖는 것이다. 리베카의 주치의가 말하길 그녀는 수명보다 1년은 더 살았을 거라고 한다. 그만큼 그녀의 마지막 나날들이 행복했던 게 아닐까. 그러길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다
마이크 벡이 맡은 독립 리그의 세인트폴 세인츠에는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마사지를 해 주다가 쫓겨난 수녀를 모셔왔고 시작 장애인 해설자를 모셔왔다. 그런가 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선수를 받았고 드래프트로 선발되지 못한 선수도 받았으며 은퇴할 만한 나이의 선수도 받았다. 실력이 있고 아직 보여줄 게 많다면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마이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여성 선수를 받은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최초로 선수 명단에 든 여성이었다. 하체가 없는 선수도 받아 함께했다. 그리고 대망의 '대릴 스트로베리'다. 그는 1980년대 뉴욕 메츠의 간판타자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했지만 이후 타 구단으로 이적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마약 문제가 가장 컸다. 그런 그를 세인트폴이 받아준다. 마이크는 주저했지만 그의 아내가 다시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이가 먹어가며 하루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는 것 같다. '더 이상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주위에서도 그런 말이 들려오는데, 그때마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여전히 잘할 수 있는데, 보여주지 못한 게 많은데, 계속 나를 증명해내고 싶은데.
<세인트 오브 세컨드 찬스>는 비록 마이크 벡의 이야기지만 건네주는 게 참으로 많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킬 것이다. 도전 그리고 두 번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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