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카인에 취해 연쇄 살인마로 돌변한 곰에게서 도망치는 법

반응형

 

[넷플릭스 리뷰] <코카인 베어>

 

영화 <코카인 베어> 포스터. ⓒ넷플릭스

 
1985년, 미국 조지아주의 채터후치 국유림에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여행을 즐기던 연인이 흑곰에게 불시에 습격을 당해 여자친구가 처참하게 죽고 만 것이다. 알고 보니 흑곰이 코카인에 취해 있었고, 코카인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마얀 운반책의 실수였는데, 마약을 받기로 한 조직의 보스 시드는 부하 다비드와 에디를 채터후치로 보낸다. 
 
한편 간호사로 일하는 사리의 딸 디디는 친구 헨리와 함께 땡땡이를 치고 채터후치에 있는 시크릿 폭포를 보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마약 덩어리를 발견하는데 흑곰의 습격을 받는다. 오래지 않아 사리는 딸을 찾으러 시크릿 폭포로 향한다. 채터후치 국유림 방문자 안내소에는 중년의 관리자가 있다. 딸을 찾으러 온 사리와 함께 블러드산으로 향한다. 그런가 하면 경찰 밥은 시드의 부하 다비드와 에디를 쫓아 채터후치로 향한다. 
 
따로 또 같이 각각의 이유로 채터후치로 모이는 사람들, 그런데 그곳엔 마약에 취해 물불 가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흑곰이 도사리고 있다. 그 누구도 그놈을 통제할 수 없다. 마약에 취했으니 흑곰 자신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흑곰이 미쳐 날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먹이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빠르게 습격할 줄도 안다는 것이다. 과연 채터후치에 모인 이들은 흑곰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몸성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B급인 듯 A급인 영화

 

영화 <코카인 베어>는 지난 2월 북미에서 최초 개봉해 제작비 대비 쏠쏠한 흥행 성적을 올렸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 2주 차를 초라하게 만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으니,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로 연출 경력을 성공적으로 시작했으나 <미녀 삼총사 3>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크게 좌절했던 엘리자베스 뱅크스 감독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코카인을 우연히 대량 섭취한 흑곰이 주인공이다. 곰이 말을 할 줄 안다거나 재주를 부리는 건 아니고 대신 사람을 처참하게 죽인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영화는 엄연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1985년 코카인을 싣고 비행 중이던 마약상이 FBI의 추적을 피해 마약 가방을 떨어뜨리고 자신 또한 뛰어내렸는데 낙하산이 고장 나 추락사하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마약 가방이 발견되었고 근처에 마약 과다 복용 시 나타나는 증상으로 죽은 흑곰이 발견되었다.

<코카인 베어>는 우리나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로 공개되어 시청할 수 있었는데, 웬만큼의 재미를 선사함에도 불구하고 왜 개봉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곰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아이들도 마약을 섭취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마약이 '청소년 범죄'의 한 축을 이루다시피 하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었을 테다.

오히려 코카인 베어가 연쇄 살인마처럼 사람을 연쇄적으로 죽이고, 마치 생각이 있는 듯 교묘하게 또 은밀하게 접근하는 게 덜 잔인해 보일 정도다. 물론 이 영화가 1980년대 B급 스플래터 무비를 오마주 하고자 황당하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잔인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테다. 다분히 노린 듯한데, B급 영화처럼 보이고자 노려관 흔적이 엿보이는 A급 영화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다. 그러니 이 영화는 B급일까 A급일까. 장르로 보면 'B급 영화'지만 만듦새로는 결코 B급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마약 문제를 투영한 천태만상 블랙 코미디

 

<코카인 베어>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코카인 베어'다. 영화 초반에 다음과 같은 위키피디아 출처의 문장이 제시된다. '미국흑곰은 영역 침범에 크게 예민하지 않아서 인간이 영역을 침범해도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그런 흑곰이 코카인을 섭취하니 미쳐 날뛰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살인마로 돌변한다. 그런 와중에도 코카인 냄새를 맡거나 코카인을 섭취할 때면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곰' 하면 연상되는 귀여운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과연 행복해 보이고 귀여워 보이기만 할까.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마약에 취약하다. 일례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큰 도시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는 '좀비 거리'로 불린다. 합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거리를 점령해 버렸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펜타닐은 켄싱턴 거리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한국에서도 심각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행복과 귀여움과는 하늘과 땅만큼 거리가 멀다.

코카인과 코카인 베어에 얽히고설켜 채터후치 국유림으로 모여드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코믹하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것도 모른 채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니 말이다. 코카인을 잔뜩 머금은 수백 킬로그램의 흑곰일 줄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변신한 흑곰. 그러니 인간군상이 아니라 천태만상이다.

이 영화가 낙제점 아닌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게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1980년대 B급 영화를 따라한 또는 그렇게 보이게끔 한 공포 스플래터 무비가 '블랙 코미디'로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천태만상적인 작태로 미국의 심각한 마약 문제 현실을 투영하니, 사람은 마약을 찾아다니고 곰은 마약에 취한 모습이 마냥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