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외교관>
이란 연안을 지나던 영국 항공모함이 폭발해 불길에 휩싸인다. 장병 41명이 사망하는 참사였다. 영국은 합리적 의심의 대상으로 이란을 지목한다. 최우방 미국도 한순간 전운에 휩싸인다. 백악관은 하필 공석으로 있는 주영 미국 대사로 케일러 와일러를 발 빠르게 내정한다. 그녀는 아랍에미리트 카불로 갈 예정이었는데 상부의 명령으로 급히 선회하게 된 것이다.
백악관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나고 평판도 좋은 케일러를 차기 부통령으로 점찍고는 테스트 겸 어지러운 정국의 영국으로 파견한 것이었다. 케일러는 새로운 직무에 적응할 새도 없이 전쟁 위기를 막고자 동분서주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녀의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정국을 뒤흔들 만한 사람이기에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바로 그녀의 남편 핼 와일러다. 그 또한 누구보다 정세에 빠삭한데 스타성이 다분한지라 미국과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거물급 인맥이 쫙 깔렸다. 그런데 그들은 거의 모든 게 정반대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혼 절차를 밟기로 하는데, 하필 케일러가 부통령으로 영전될 가능성이 생겼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다른 누구도 아닌 핼이 있었다. 케일러는 다분히 타의에 의해 영국 대사로서 전쟁 위기를 잘 넘겨 부통령까지 오를 수 있을까? 케일러와 핼은 이혼을 하게 될까?
외교관이 하는 일이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외교관>은 데보라 칸이 총괄 제작을 맡았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최고의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 최고의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최고의 첩보 드라마 <홈랜드>의 작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최고들만 섭렵했는데, <외교관>도 최고의 외교 드라마라고 불릴 만한 자질을 보인다.
이 작품, 공개되자마자 2023년 상반기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나이트 에이전트>를 밀어내고 영어권 시리즈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비단 영어권 시리즈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시리즈와 영어권 영화, 비영어권 영화 통틀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주 차에는 더 늘어난 시청 시간으로 1위를 차지하며 롱런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자극적이지만은 않은 핵심만 쫓는 명품 드라마의 위용이다.
<외교관>은 제목 그대로 외교관이 하는 일을 낱낱이 그리고 속속들이 까발려 보여 주고 있다. 주무대인 미국과 영국은 물론 맞물리는 전 세계의 현재적 실제적 정세도 두루두루 보여 준다. 다만 케일러의 캐릭터성은 다분히 판타지틱하다는 걸 인지해야겠다. 더불어 이 작품은 위기의 외교관 부부 케일러와 핼의 이야기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들의 관계가 외교 현안과 따로 또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작품 내외적으로 이루려는 균형
일국의 '대사'라고 하면 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외교를 맡아보는 최고 직급의 외교관이다. 정확한 명칭은 '특명전권대사'로 파견국에서 조국 국가원수를 대리하는 지위를 갖는다. 주요 국가의 대사는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사는 어느 모로 보나 높은 직급인 것이다. 그러나 사이가 좋지 못할 땐 일명 '인간 샌드백'이 되기도 한다. 수시로 불려 가 대신 문책을 받곤 한다.
<외교관>에서 주요하게 보여 주는 건 그러나 주지한 대사의 특성 어린 일들이 아니다. 하달된 말이나 대신 전하며 태평하게 지내면서 수시로 불려 가 문책받는, 도돌이표 같은 생활이 주요하게 비치지 않는다. 대신 미국과 영국이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수 관계에서 양국을 따로 또 같이 변호하고 비호하며 적대하기도 하고 협력도 한다. 최종 목적은 만국의 평화지만 자국의 이익이 수반되어야 한다.
작품이 끊임없이 균형을 이루려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생각, 자국의 이익, 양국의 협력, 만국의 평화가 긴밀하게 최선으로 엮일 때까지 물러섬 없이 전진한다. 물론 캐릭터성의 결과라 실제와 다를 수 있지만 작품 즐기는 재미를 상당 부분 책임진다. 어지럽게 흩뿌려진 퍼즐 조각을 힘겹게 맞추고 난 후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외교 이야기, 그리고 부부 이야기
<외교관>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 케일러와 핼의 이야기다. 그들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외교관 부부지만, 곧 헤어지려 한다. 결코 나섬이 없이 오직 일에만 몰두하는 케일러와 달리 핼은 외교관임에도 정계 스타다.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 이야기는 그것대로 이어지되, 긴박한 외교 현안이 생길 때면 또 협력하게 된다. 함께할 때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키니까 말이다.
케일러와 핼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정무적으로 얽히고설키는 게, 또 주지한 외교의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무슨 말인고 하면, 부부가 너무나도 다른 성향으로 갈라지려 하다가도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정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외교에 있어서도 최악의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지도는 그 부분까지 뻗어 있다.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균형을 맞추지 않아 오히려 균형이 맞춰진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백인 남자들은 하나같이 별로인 반면 주인공 백인 여성을 비롯해 유색인종 남녀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하면서 인간적이지만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인간군상이다.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봐도 시즌이 이어질 것 같은 모양새로 끝난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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