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바티칸 수석 구마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는 열정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1987년 6월 이탈리아 트로페아를 방문해 정신질환자인지 부마자인지 모를 이 또는 악마를 돼지로 치료 또는 퇴치한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그는 위원회에서 추궁을 당하지만 자신의 보스는 교황뿐이라며 당당히 맞선다.
교황을 찾은 아모르트, 교황은 그에게 스페인 카스티야의 한 수도원으로 갈 것을 명한다. 미국의 어느 가족이 남편이자 아빠의 유산인 수도원을 리모델링해 비싸게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가족의 작은아이 헨리가 이상한 짓, 말도 안 되는 짓을 행한다. 악마에 빙의된 듯하다. 젊은 신부 토마스가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지없이 스쿠터를 타고 수도원에 도착한 아모르트,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러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헨리에게 구마의식을 행하는데, 여의치가 않다. 전에 없는 강력한 악마인 것 같다. 곧 이 수도원과 바티칸과의 소용돌이치는 역사가 드러난다. 아모르트와 토마스는 악마로부터 헨리와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나름 볼 만한 엑소시즘 영화
1973년 작 <엑소시스트>는 최초의 메이저급 공포영화이자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이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걸작이다. 이후 50년 동안 '엑소시즘'을 다룬 모든 영화, 나아가 모든 콘텐츠가 이 영화의 자장 안에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SF영화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격이다. 당연한 듯 '엑소시스트' 시리즈(5편)가 이어졌는데 1편을 제외한 모두 별로다.
2016년에 TV시리즈가 만들어졌고 2023년 하반기에 새로운 정식 영화 시리즈가 시작될 예정인 상황에서, '엑소시스트'의 이름을 빌린 영화가 한 편 나왔다. 묵직함이 풍기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솔직히 주연 배우 '러셀 크로우'의 이름이 아니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얼마 전 개봉한 <오토라는 남자>가 생각난다. 이 영화도 톰 행크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막상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여전히 메이저급 네임벨류인 러셀 크로우를 향한 믿음, B급 감성 물씬 풍기는 만듦새, 공포+미스터리+오락의 하이브리드 장르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중에서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았다면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주지한 사항들이 적절하게 작동했기에 나름 볼 만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가벼운 버디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지했듯 러셀 크로우가 필모 최초로 공포영화에 출연해 맡은 인물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는 실존 인물이다. 수석 구마사제에 임명된 후 30여 년 동안 10만 회 넘게 구마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그가 남긴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가 실존인물이라는 점만 빼곤 사실상 모두 허구라고 한다.
영화의 소재는 알기 쉽게 드러나 있듯 엑소시즘이다. 무슨 짓을 얼마나 악랄하게 할지 모를 악령과 온갖 악령을 물리쳐 온 베테랑 사제의 사투를 그리곤 하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결을 취한다. 선글라스를 낀 채 스쿠터를 타고 위스키와 농담을 즐기는 구마 사제, 그리고 그와 콤비를 이뤄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내는 보조 신부. 가벼운 버디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제는 영화에서 수 차례 나오는 '네 죄가 너를 찾아낼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헨리에게 빙의된 최강의 악마는 트라우마 공격을 감행한다. 누구나 나름의 죄를 짓고 괴로워하며 살 텐데, 바로 그 지점을 공략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게 하는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촉발된 트라우마는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으니, 악마의 타깃이 되기에 적당하다 하겠다.
러셀 크로우에 의한, 러셀 크로우를 위한
이쯤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매우 고전적이다. 정확히 50년 된 <엑소시스트>만의 그것들을 오마주한다. 어떤 면에선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와중에 극에 활력을 더하고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분위기를 다잡고 시선을 분산시키면서도 시선을 모으는 역할을 러셀 크로우가 완벽히 해냈다. 묵직한 외모에 묵직한 목소리로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아도 화면을 꽉 채우며 좌중을 압도한다.
대부분이 정신질환자이며 악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바티칸이 오랫 동안 숨기고자 한 몇 백 년 전 종교재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든지, 진실은 은폐할 수 없고 결국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든지, 영화는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를 마련해 놨다. 단순한 듯 다양하고 다양한 듯 어설픈 면이 있다. 공포 미스터리인 줄 알았는데 오락 영화로 급선회하기도 한다.
끝에 가선 속편의 여지를 대놓고 다분히 드러낸다.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진 못했지만 제작비가 상당히 적게 들어 이익을 본 것 같다. 속편 개발 소식이 들려온다. 러셀 크로우가 여전히 활약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이후 여정이 계속될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처럼 러셀 크로우의 <엑소시스트> 시리즈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럴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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