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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이 순간, 가장 트렌디한 킬링타임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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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포스터.


스마트폰의 역사는 생각보다 좀 더 오래되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재편된 진정한 시작은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 출시일 것이다. 이후 얼마 안 가 삼성도 갤럭시를 출시했다. 그러니 일반적인 시선에서 스마트폰은 15년여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굉장히 짧은 역사인데, 스마트폰은 인류 역사를 바꿨고 앞으로도 바꿀 게 확실하다.

그러니 스마트폰이 일개 개인의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를테면, 지갑을 잃어 버려도 귀찮고 아쉬울 뿐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하등 영향이 없지만 스마트폰을 잃어 버리면 일상을 영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테다. 인간관계, 회사업무, 여가활동 등 일상의 거의 모든 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여기, 문맥상 조금은 코믹스러운 듯하지만 실현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게 분명한 제목의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결코 귀엽고 코믹스러운 드라마 따위가 아니라 엽기적인 범죄 스릴러다. 대다수의 사람이 폰을 주우면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려주려 할 테지만, 운이 나쁜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이나미, 주운 우준영

 

이나미는 마케팅 업무를 보는 평범한 20대 회사원이다. 개인 SNS에 일상을 올리며 뭇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당연히 스마트폰이 일상의 전반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어느 날, 술에 만취가 되어 집으로 가던 버스 안에서 폰을 떨어뜨리고 만다. 다음 날, 폰을 주웠다는 여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약속까지 잡았지만 틀어지고 만다. 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져서 수리업체에 맡겼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수리업체에 가서 새것처럼 말끔한 폰을 가져오는 나미, 하지만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만다. 사이코패스 스토커로 보이는 20대 남자 우준영이 나미의 폰에 스파이웨어를 깔아 그녀의 모든 걸 감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에 그녀조차 모르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녀가 처음이 아닌 듯.

한편, 경찰 우지만 팀장은 집을 나가 7년째 소식이 없는 아들 우준영을 찾고 있다.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하기 싫어 나간 후레자식이지만, 그래도 찾긴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 와중에 야산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근처 나무에서 ‘우준영’이라고 이름 붙여진 팻말을 발견한다. 영문을 알 도리가 없지만,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다. 실종 신고를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나미, 우준영, 우지만. 셋이 따로 또 같이 얽히고설킨 사건(들)은 어떻게 전개되어 어떤 결말에 다다를 것인가?

 

흥미로운 소재와 '임시완'의 악역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동명의 일본 소설과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정확히는 원작 소설을 한국식으로 영화화했다는 게 맞다. 원작 소설은 꽤나 큰 인기를 끌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반면, 일본 영화는 평가도 그저 그렇거니와 흥행에서는 실패를 면치 못했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는 공개 후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판은 그 자체로 호불호가 꽤 갈릴 게 분명하나 기존의 일본판보단 확실히 훨씬 재밌다. 그런 반대급부가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판에 보다 천착해 보자면, 거짓말 조금 보태 이 영화의 50%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는데 누군가 주워 악용하는 ‘소재’ 자체가 담당했고 남은 50%는 우준영 역의 ‘임시완’이 담당했다. 소재와 캐릭터가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토리가 굉장히 밋밋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킬링타임용 영화이니 만큼, 굳이 스토리에까지 공력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토리에서의 치밀함이라든지 개연성이라든지 하는 것들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란 요원해 보인다.

 

생각하면 할수록 섬뜩한 범죄 스릴러

 

그럼에도 이 영화는 확고부동한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명확하게 제시해 끝까지 밀어 붙이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을 잃어 버린 것도 치가 떨리는데, 끔찍한 일에 악용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저런 일, 그러니까 영화 속 나미가 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저 밑에서 참아내기 힘든 무엇이 용솟음치는 듯하다. 그러니 이 영화는 소재만으로도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unlocked’다. ‘잠기지 않은’이라는 뜻인데,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 정녕 섬뜩하다. 악랄하든 평범하든 누군가가 내 스마트폰의 비밀번호를 열어 내 거의 모든 걸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그런데 그게 하필 운도 나쁘게 똑똑하기까지 한 사이코패스 스토커(또는 살인마)라면?

임시완 배우가 <비상선언>에 이어 밑도 끝도 없이,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무표정하게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로 나와 영화를 하드캐리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테지만 임시완이라는 배우에 대해선 오직 호만 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충분히 역사에 남을 캐릭터를 구축했는데, 오직 그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시종일관 조마조마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그야말로 가장 트렌디한 킬링타임 범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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