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틸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응원한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반응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포스터.


‘아동 문학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 그의 작품들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렘린>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처럼 유명한 게 많다. 기상천외한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그럴 만한 영감을 주는 기막힌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1990년에 세상을 뜬 그의 말년인 1988년, 그를 대표할 만한 또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5살 천재 소녀의 고군분투가 담긴 <마틸다> 말이다. 이후 이 작품은 1996년에 영화로 재탄생했고, 2010년엔 뮤지컬로 재탄생했으며, 2022년엔 뮤지컬의 영화 리메이크판으로 재탄생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원작의 인기가 여전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는 영국의 유명한 영화 제작사인 워킹 타이틀이 제작을 맡았고 소니 픽쳐스가 영국 배급권을 획득했다. 대작의 면모가 풍긴다. 넷플릭스가 해외 지역 배급을 시작하기 한 달여 전에 영국에서 극장 개봉을 했는데, <블랙 팬서 2>와 <아바타 2> 개봉 사이의 타이밍을 맞춰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의 기염을 토했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마틸다의 고군분투

 

틸다 웜우드는 풍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지닌 명민한 소녀다. 책읽기를 좋아해 도서관을 자주 잘 이용하고 살아가는 데 많은 부분을 책에서 배운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녀를 응원하기는커녕 그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부모가 있다. 아빠는 중고차를 팔고 있지만 수상한 사기꾼 냄새를 풍기고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돈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마틸다는 집이 지옥이나 다름없다.

크런쳄 홀 학교에 입학한 마틸다, 즉각적으로 교장 트런치불의 제재를 받는다. 그녀는 투포환 선수 출신으로 기골이 장대한데, 학생들을 구더기 취급하며 매순간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생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학생을 '쵸키'라고 불리는 감옥 같은 곳에 가두기까지 한다. 학생은 물론 교사도 교장에게 꼼짝도 하지 못한다.

와중에 마틸다의 능력을 알아본 교사가 있으니 허니 담임선생님이다. 그녀는 유약한 편으로 교장에게 대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만, 학생들에게 상냥하거니와 특히 마틸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단순히 마틸다의 능력이 출중하기에 그런 게 아니라 마틸다가 처한 환경이 자신이 처했던 환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 마틸다, 허니, 트런치불이 따로 또 같이 얽히고설키는 크런쳄 홀 학교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지?

 

원작과 다른 점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는 원작과 비슷한 듯 다르다.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마틸다의 나이가 최소 2배 이상은 많아졌고, 마틸다의 남동생이 존재하지 않으며, 학교에서 교장에게 대항할 때 마틸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그밖에 자잘한 부분에서 원작과 달라진 점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전하려는 또는 부각시키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일단, 마틸다의 남동생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띈다. 원작에선 천재적이고 말썽도 피우지 않는 그녀보다 여러모로 보잘것없는 남동생만 사랑해마지 않는 부모님이기에, 마틸다는 집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한편으론 이 지옥에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 전의를 불태우기도 할 테지만, 마틸다가 마음 둘 곳은 전혀 없다시피 한다.

이 작품에도 나오지만 마틸다가 그래서 매일같이 피신하는 곳이 도서관이고 또 책 속 세상이다. 지옥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적인 도피다. 그런가 하면 의도적이지 않은 도피 또는 분출 행위도 나타난다. 초능력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마틸다의 작은 몸으론 도저히 품을 수 없을 만큼 악랄한 압박이 끊임없이 그녀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동화를 기반으로 전연령대가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하지만, 마음 놓고 즐길 만하진 않다. 충분히 재밌고 의미도 있으나 마틸다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이입을 하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릴지 모른다.

 

독재 권력 vs 시민 권력 구도

 

<마틸다>의 백미이자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학교에서 트런치불 교장과의 전쟁같은 하루하루다. 가히 최악의 독재자를 방불케하는 생각과 행동을 일삼는 교장, 학생들을 구더기라고 부르며 쌀알 한 톨만큼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 전체를 직접 시시각각 감시하며 없이 잘못같지도 않은 기준 없는 잘못으로 시도때도 없이 강력한 처벌을 휘두른다.

그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이는 학교 내에서 전무한데 마틸다가 나선다. 지옥같은 집에서 부모님에게 시달려 왔기에 단련되어 있는 걸까,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학교에서까지 지옥같은 생활을 할 수 없기에 나온 결단의 일환일까. 둘 다 작용했을 텐데, 마틸다가 친구들과 따로 또 같이 교장에게 대항해 나가는 걸 보면 자연스레 '레지스탕스'가 연상된다. 수많은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독재자에게 대항하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는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처럼 이 작품이 방점을 찍은 부분은 의외로 독재 권력과 시민 권력의 대치 구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틸다'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조금 묻힌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또는 공동체의 거의 전부가 한데 뭉쳐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원작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원작과 상당히 다르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좋다.

극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식으로 흘러 어떤 결론을 맺었든 마틸다를 응원하는 건 변함이 없다. 마틸다가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마틸다같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도 같은 마음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