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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팀 버튼 스타일에 혁명적이고 현재적인 세계관을 입혔을 때 <웬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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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웬즈데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 포스터.


넷플릭스는 흥행 기준을 공개 후 28일간의 시청 시간으로 한다. 고유의 방식으로 확립시킨 것인데, 또 하나 영어권 영화와 비영어권 영화 그리고 영어권 시리즈와 비영어권 시리즈로 분류한 게 특징이다. 당연히 시청 시간에서 영화는 시리즈에 비할 바가 못된다. 영화가 한 편이라면 시리즈는 몇 편이니 말이다.

 

하여, 이른바 넷플릭스 흥행 통합 챔피언은 다름 아닌 <오징어 게임>이다. 공개 후 28일간 자그마치 16억 5,045만 시간을 시청했다. 2등은 13억 5,209만 시간을 시청한 넷플릭스 간판 시리즈의 최신작 <기묘한 이야기 4>다. 물론, 시리즈를 통틀어서 보면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이 최상단에 위치하겠다. 그 다음 3등이 바로 <웬즈데이>다. 11억 9,615만 시간을 시청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오래된 신문 만화 <아담스 패밀리>를 원작으로 한다. 이 만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숱하게 만들어진 바 있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웬즈데이>만의 특장점이 한눈에 보이는데, ‘팀 버튼’이다. 1980~90년대 고유의 스타일을 앞세워 흥행과 비평에서 크게 성공했다가, 2000년 이후 조금씩 하락세(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했을지라도 고유의 스타일은 점점 사라졌다)를 걷다가, 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어떤 작품이기에?

 

웬즈데이가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남기로 한다

 

아담스 가의 큰딸 웬즈데이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이 괴롭힘을 당하자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보복을 하곤 퇴학당한다. 이후 그녀가 간 곳은 아빠, 엄마의 모교인 네버모어 아카데미다. 웬즈데이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부모님은 몸은 없고 손만 있는 씽을 첩자로 웬즈데이에게 보내는데, 역으로 그녀에게 붙잡혀 이후 웬즈데이의 충실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난다.

 

한편 웬즈데이는 쿨하고 고스틱한 사이코패스의 성격을 띈 자신과 정반대되는 성격의 늑대인간 이니드와 룸메이트가 된다. 네버모어에는 늑대인간뿐만 아니라 세이렌, 고르곤, 뱀파이어 등이 공존하고 있다. 적응하기 힘들어 보이는, 아니 적응하기 싫은 웬즈데이는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큰일이 일어난다. 어느 날 네버모어를 빠져나가려는데 로언이라는 학생과 부딪히며 환영을 보곤 그를 쫓는다. 로언은 그녀가 학교를 불태울 거라는 예언을 봤다며 그녀를 목졸라 죽이려 하는데 괴물이 나타나 그를 죽인다. 웬즈데이는 이 사건을 풀고자 학교에 남기로 한다.

씽과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가는 웬즈데이, 와중에 이런저런 친구들과 얽히고설킨다. 학교 밖의 사람들과도, 30여 년 전 네버모어를 다녔던 엄마 아빠와도 얽히고설킨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보이는 환영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자신의 조상이자 마녀로 몰려 처참하게 죽임을 맞았던 구디 아담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를 죽인 건 다름 아닌 네버모어 아카데미를 설립한 조세프 크랙스톤인데… 과연 웬즈데이는 사건을 풀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언제부터, 어디까지 그리고 누구까지 연루되어 있는 걸까?

 

헤어나오기 힘든 팀 버튼 스타일

 

<웬즈데이>는 팀 버튼 고유의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 반석 위에 각개각색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분히 해리포터 시리즈가 연상되는 익숙한 구성이 조화롭게 안성맞춤인 시리즈다. 팀 버튼 스타일에 거리감을 두고 있는 이들이 쉽게 접근하긴 힘들 수도 있겠으나, 일단 한 번 발을 디디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지녔다. 끝까지 한달음에 치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가 선인지 악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게 차려놓은 이야기와 캐릭터 밥상이 화려하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인지 집안 분위기 또는 교육으로 후천적인 성격 장애인지 그저 남들보다 심하게 겪고 있는 사춘기의 일환인지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은 ‘웬즈데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아담스 가족과 네버모어 아카데미 일원 전체가 각각 너무나도 뚜렷한 개성을 내뿜고 있다.

추리소설의 시조인 애드거 앨런 포를 신봉하며 소설을 쓰기도 하는 웬즈데이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파헤쳐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오히려 뻔한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동안 나온 수많은 하이틴 콘텐츠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없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조차 이 작품만의 장점 자장 안에서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 작품을 방해하기는커녕 작품을 돕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흥미를 더욱더 공고하게 하고 있다.

 

혁명적이고 현재적인 세계관

 

뭐니뭐니 해도 <웬즈데이>는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완벽하게 포착했다. 일반적인 세상에서 적응하는 데 실패한 웬즈데이가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와선 전혀 이상한 존재가 아니다. 평범하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 ‘평범이’라고 지칭하며, 오히려 구별하고 있다. 구별당하지 않고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해리포터>에서도 머글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엄연히 마법세계와 구분되어 있었다면, <웬즈데이>에선 평범한 사람과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나 고르곤 같은 종족이 한 마을에서 같이 살아간다. 너무나도 당연한듯. 심지어 ‘씽’처럼 손만 있는 무언가도 아무렇지 않다.

세계관 자체가 혁명적인 동시에 지극히 현재적인 것이다. <웬즈데이> 속 세상을 봐도 마냥 판타지처럼 멀고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혁명적이다. 아마도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살아갈 세계, 지향하는 세계가 이런 모습을 띄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터무니없이 재밌는 시리즈를 봤다. 실로 오랜만에 팀 버튼 작품을 볼 때 팀 버튼을 의식하지 않았다.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웬즈데이' 열풍이 계속될 것 같다. 패션도 패션이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이 지니고 또 내뿜는 고유의 에너지가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흥미롭게 지켜보며 세상이 어떻게 조금씩 변하는지 가늠해 보면 재밌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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