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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다주의 아빠가 아닌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감독으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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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포스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흔히 줄여서 ‘로다주’로 불리는 불세출의 할리우드 스타는 어느새 팬들이 그리워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MCU의 아이언맨으로는 더이상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하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 혹은 유니버스로 남을 MCU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로다주가 뜬금없이 다큐멘터리 주연과 제작을 도맡아 우리를 찾아왔다. 반가운 건 둘째치고 무슨 다큐멘터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들여다보니 그의 아버지에 관한 다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제목 그대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이하 ‘시니어’)를 다루는 작품이다.

시니어는 지난해 2021년 7월에 별세했기로서니, 작품은 그가 별세하기까지의 3년여 일상을 담았고 시대를 앞서간 별종이지 괴짜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의 영화 세계도 담았다. 아울러 아들이 그 유명한 로다주이니 만큼, 아들 로다주와 관련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테다. 비록 다큐멘터리이지만 작품의 대략만 읊어도 흥미가 돋으니 부자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가 보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만의 느낌대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1936년생으로 1960~70년대 전성기를 달렸다.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밌고 건방지며 뛰어나다는 평과 불쾌하고 일관성 없고 놀라우며 이해할 수 없고 의의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중심엔 단연 1969년작 <퍼트니 스와프>가 있다. 이 작품은 컬트 코미디로 시니어의 대표작이자 시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 소장되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헌사의 성격이 제일선에 있는 만큼, 시니어의 영화 세계와 철학의 일면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단편적으로나마 그의 영화들 주요 장면을 일별하는데, 하나같이 무슨 영화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확고한 중심 없이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이 그의 영화 철학인 것 같다.

이 다큐도 비슷하다. 애초에 시니어의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합의 하에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완성되었기에,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가 ‘시니어틱’하다. 그때그때의 느낌 대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영화와 다큐와 현실이 뒤섞인 채로 딱히 중심되는 메시지 없이 완성시켰다. 로버트 다우니 부자가 아니었으면,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다. 즉 로버트 다우니 부자 자체가 이 작품의 의미이자 의의일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가족의 흑역사

 

로다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은 누구나 아는 우주 대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1980~90년대 마약 중독으로 나락까지 내려갔던 적이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채플린>)에 오르고 골든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앨리의 사랑 만들기>)하기도 했지만, 마약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작품에서도 언급되지만, 더 충격적인 건 시니어의 마음가짐과 처신이었다. 그는 독특한 영화 세계에 걸맞게(?) 마약에 굉장히 관대하고 개방적이었는데, 로다주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마약을 일삼았다고 한다. 엽기적인 건 그가 어린 자식들을 포함해 가족들에게도 마약을 권했다는 점인데, 자신만 마약을 일삼고 가족들이 하지 못하게 하는 건 평등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정녕 말도 안 되는 개념이다.

로다주의 흑역사이자 시니어의 흑역사이자 그들 가족의 흑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로다주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돌이켜 보니, 아버지 시니어가 고맙다고 한다. 그가 한 일과 하지 않을 일 때문에 말이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의미심장한 말인 것 같다. 로다주가 아버지를 두고 한 말이지만 누구에게나 통용될 터, 이 작품의 핵심인 동시에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이 세상에 와서 무언가를 하고 돌아간다

 

누군가에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따로 있을 수 있다. 미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젊은 거장 ‘폴 토머스 앤더슨’이 꽤 비중 있게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를 석권하고 <부기 나이트> <데어 윌 비 블러드> <인히어런트 바이스> <팬덤 스레드> 등으로 아카데미도 노크하며 전 세계 시네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바, 그가 다름 아닌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한테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로다주가 말하길 앤더슨이야말로 시니어가 바라는 아들상에 가장 부합할 거라고 하는데 앤더슨과 시니어, 시니어와 앤더슨의 관계는 범상치 않았을 것 같다. 서로의 영화 세계와 철학을 공유하고 지지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것 이상의 영혼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영화적 유산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니라 폴 토머스 앤더슨에게로 이어졌다. 다음에 앤더슨의 영화를 접할 때면 시니어가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와서 무언가를 하고 돌아간다’고 말하는 로다주, 한 사람의 생애와 마지막을 짧게나마 기억하는 건 모든 이의 생애를 기억하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생애는 결국 모든 이의 생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여, 이 난잡하고 이상하며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이뤄진 다큐멘터리를 왜 보고 있는가 자문하게 될 때 다시 생각해 보자. 그를 기억하는 건 곧 나를 기억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이다. 우린 모두 하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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