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말하지 못한 이야기: AND1의 흥망성쇠>
'AND1'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들어본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명성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진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브랜드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AND1만큼 짧은 기간에 독보적인 인기를 끈 예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체 이 브랜드의 전성시대가 어느 정도였기에?
AND1의 시작은 미약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 '제이 코엔 길버트'가 졸업하고 그려질 무료한 생활을 뒤로 하고 제대로 해 볼 일을 찾던 와중에 평소 죽고 못사는 '농구' 사업을 하기로 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 '세스 버거'와 그의 친구이자 역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다니는 '톰 오스틴'을 합류시킨다. 1993년 즈음의 일이다.
그들은 스포츠 용품계의 지존 '나이키'를 목표로 삼고 나이키가 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내보이고자 한다. 티셔츠에 도발적인 문구들을 다양하게 새겨 넣은 것이다. 세 친구의 전략은 적중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는다. 다음 스텝으로 나이키의 마이클 조던처럼 특급 선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순 없으니, 떡잎부터 다른 될성부른 나무를 골라야 했다. 성공했을까?
AND1의 빠른 흥망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컬렉션 '말하지 못한 이야기' <AND1의 흥망성쇠>는 제목 그대로 AND1의 흥망성쇠를 짧고 굵게 들여다봤다. 어떻게 생겨나 얼마나 성공을 거뒀고 얼마나 빨리 망했는지 말이다. 롤러코스터 행보라고 하는 게 딱 알맞을 것 같은데, 작게 성공한 뒤 빠르게 하락했고 이후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반등한 뒤 사라져 버렸다.
도발적인 문구의 티셔츠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AND1, 떡잎부터 다른 될성부른 나무로 조지아공대의 '스테판 마버리'를 선택한다. 그는 1996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되어 밀워키 벅스로 향한다. AND1는 그와 10년 계약을 맺은 후 광고를 찍고 급히 만든 신발을 착용하게 해 데뷔전을 치른다. 그런데,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스테판 마버리가 AND1의 신발을 신고 치른 데뷔전에서 발목 골절상을 당한 것이다. AND1의 세 창업자의 머리를 치는 한마디, '망했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아무리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도 10년 장기 계약을 덜컥 맺어 버리는 건 경영자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이제 막 잘 나가기 시작한 회사의 모든 걸 한 곳에, 한 명에 '몰빵'해 버린 게 아닌가. 치기 어린 스타트업 성공인들의 아마추어적인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그 일로 망하진 않았으니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교훈과 함께 기회가 주어졌으니.
AND1의 대대적인 성공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AND1, 그들에게 비디오 테이프 한 개가 전해진다. 거기엔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뉴욕 길거리농구 영상이었는데, '스킵 2 마이 루'라는 닉네임의 선수가 믿을 수 없이 현란하게 속임수나 마법에 가까운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흑인 문화의 폭발적인 한 방면이었던 것이다.
AND1는 길거리농구야말로 나이키가 건드리지 못하는 전략적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때마침 NBA와 나이키의 절대적 스타이자 상징인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발표한다. 농구 시장에 빈자리가 생긴 것이었다. AND1는 길거리농구의 환상적인 동작들을 모아 노래를 입혀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 뿌린다. 결과는 대성공, 사람들이 길거리농구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AND1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AND1 믹스 테이프 투어'를 기획한다. 최고의 길거리농구 팀을 꾸려 주요 도시를 돌며 대회를 열고 믹스 테이프로 만들어 뿌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모인 최고의 선수들이 스킵 2 마이 루, 핫소스, 프로페서, 메인 이벤트, 셰인 드리블링 머신, AO, 헤데이크, 블랙 위도, 하프 맨 하프 어메이징 등이었다. AND1는 길거리농구 선수들과 계약한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ESPN이 믹스 테이프 투어를 서바이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해외로 향하는 믹스 테이프 투어, 이 정도의 인기라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ESPN의 프로그램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말이다. 그때 AND1은 신발을 재정비해 '타이치'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창업자 톰 오스틴이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했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이었다. 나이키와 비등비등할 정도.
AND1의 거짓말같은 몰락
뭘 하든 대성공에 대성공을 이어가던 AND1, 거짓말처럼 나락은 한순간이었다. AND1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이키가 길거리농구의 프리스타일과 힙합을 완벽하게 섞은 개념을 환상적인 광고로 대중에 내보인 것이다. 그 광고를 보는 순간 AND1의 창업주 세 친구는 '끝났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제대로 건드린 후과일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또 태양이 무서운 줄 모르고 날아 오른 이카루스의 필연적인 추락 같은 걸까.
그런데, 사실 AND1의 몰락은 나이키 때문이 아니었다. 그 비극의 진짜 시작점은 내부였다. 오랫동안 몸을 버려 가며 일에만 매달리다가 현타가 왔는지 한순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만 톰 오스틴, 회사의 핵심이 사라지니 매출이 급락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ND1의 대성공에 절대적인 역할을 도맡았던 선수들이 일종의 내분을 일으켰는데, 막대한 부를 쌓아가는 회사 그리고 몇몇 스타 선수와 달리 자신들에겐 상대적으로 적은 부가 돌아오는 것에 불만이 쌓인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AND1은 매각되었고 선수들은 계약이 해지되었다.
가히 천하를 호령하던 그때 그 AND1은 어디 갔는가, 내로라하는 NBA 스타들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길거리농구 스타들은 어디로 갔는가, 누군가는 잘 살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저 그렇게 살고 있을 테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한때마다 화려하게 불타올랐으면 충분할까. 그런 경험은 돈을 주고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한편, 당시 길거리농구 스타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AND1의 선수'였을 뿐이니 사실상 남은 게 없는 걸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지만, 씁쓸한 뒷맛을 감출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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