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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실리콘밸리 총아에서 살해 용의자까지 <내일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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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존 맥아피의 기구한 삶>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내일이 없는 것처럼> 포스터.

 

2012년 11월 10일,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의 앨버그리스키섬 산 페드로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그레고리 폴이라는 중년 남성이 집에서 총에 맞고 사망한 것이다. 그의 이웃에는 '존 맥아피'가 살고 있었는데 평소 맥아피의 개와 경호원들이 주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 등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한다. 폴이 맥아피를 고발한 적도 있었다. 벨리즈 경찰은 맥아피를 용의자로 지목했는데 그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한 달여가 지난 12월 초, <바이스>라는 잡지의 베테랑 기자 로코 카스트로와 카메라맨 로버트 킹이 한창 도주 중인 맥아피 그리고 그의 어린 여자친구 샘과 동행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맥아피가 언론으로 자신의 도주 상황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로코와 로버트는 비록 극도로 위험한 취재인 건 맞으나 이 둘도 없는 특종을 잡으려 했고 말이다. 

 

맥아피는 벨리즈에서 탈출해 이웃나라 과테말라로 가고자 했다. 외형상은 벨리즈 경찰이 그레고리 폴 살인 혐의로 자신을 쫓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벨리즈 정부의 부정부패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벨리즈 정부 차원에서 자신을 쫓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PC 보안기업 '맥아피'의 창업주이자 컴퓨터 역사의 중요 인물인 존 맥아피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

 

실리콘밸리의 총아에서 살해 용의자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내일이 없는 것처럼: 존 맥아피의 기구한 삶>은 실리콘밸리의 총아에서 한순간에 살해 용의자로 도주 생활을 하게 된 '존 맥아피'의 기구한 삶을 들여다본다. 작품에는 그의 기구한 삶만 다룰 뿐 리즈 시절을 다루지 않는데, 그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삶을 살아왔는지 대략이나마 짚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존 맥아피는 1945년 영국 태생으로 15살 때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괴로워하다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NASA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후 제록스, 록히드 등 유명 대형 기업에서 일하다가 1987년 '맥아피'사를 창립했다. 최초로 상업적인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크게 성공해 이름을 날렸다. 

 

1994년 돌연 맥아피사의 지분을 1억 달러에 처분하고 회사를 떠난 맥아피는 엄청난 재산을 바탕으로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술과 마약, 매춘과 폭력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그러던 중 금융위기 때 크게 투자했다가 실패해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 2009년 막대한 세금을 피해 벨리즈에 정착했고 2012년 살인 혐의를 받고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었다. 

 

다시 도주 생활을 시작하는 존 맥아피

 

영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벨리즈로, 벨리즈에서 과테말라로,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온 존 맥아피는 시간이 꽤 흐른 2019년 1월 다시 도주 생활을 시작한다. 새로운 아내 재니스, 전직 특수 요원들과 함께 총기류 다수를 챙겼다. 요트를 타고 바하마로 향했는데, 2012년 12월 당시 도주 생활을 촬영한 카메라맨 로버트가 다시 합류했다. 

 

이번에도 맥아피는 진실인지 허구인지 판단하기 힘든 이유로 도주를 시작했다. 맥아피 본인이 전 세계 정부기관의 핵심 정보를 모두 갖고 있기에 CIA라든지 카르텔이라든지 경찰이 자신을 다방면으로 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여전히 그레고리 폴 살인 혐의를 받고 있고 총기류와 마약류를 불법으로 과다하게 소지하고 있으며 탈세 혐의도 받고 있다. 누구든 그를 쫓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막상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정부기관의 핵심 정보에 대해 일언반구 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맥아피나 재니스가 제아무리 진실 같은 말을 전하더라도 믿기가 힘든 것이다. 일례로 맥아피는 2017년에 고스트라이터를 고용했는데, 그에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10대 때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아버지를 사실 자신이 쏴 죽였다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살해했다고 말이다. 그렇다는 건 그레고리 폴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데 말이다. 과연, 믿을 만 한가? 믿어도 되는 고백인가? 진실이라면, 그는 왜 어떻게 감옥에 가지 않았는가? 

 

'존 맥아피'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익히 알려져 있듯 존 맥아피는 2021년 6월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감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기이했던 그는, '살해당함'이라는 문신도 새겨놓아 죽은 후에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전에 바하마에 있다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한 그는 불법 총기를 가지고 있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갔는데, 영국 여권을 이용해서 유럽으로 추방당했고 스페인까지 갔다. 

 

결국 스페인에서 탈세 혐의와 암호화폐 판촉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체포된 맥아피, 미국으로 송환되어 평생 감옥에서 썪을 운명이었을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왜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사망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런가 하면, 그레고리 폴 살인 사건의 진상도 확실하지 않다. 그야말로 존 맥아피의 인생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 

 

'존 맥아피'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는 그의 인생? 돈을 긁어 모아, 술과 마약과 여자로 돈을 흥청망청 쓰며,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그리고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으로 코스프레를 일삼은 관종이자 괴짜? 혹은, 그가 주장했듯 정부와 조직의 집요한 추적으로 인생이 꼬여 버린 도망자?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명확하다. 그의 인생은 굉장히 매혹적이었다는 것 말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는 것 말이다. 적어도 그에겐 그거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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