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왓챠

남자와 여고생의 불법적 만남이 좋게 끝날 리 없다 <몸 값>

반응형

[왓챠 익스클루시브 리뷰] <몸 값>

왓챠 익스클루시브 영화 &lt;몸값&gt; 포스터.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외딴 방 쇼파 위에서 창밖으로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때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오더니, 쇼파에 앉아 여고생과 마주 본다. 여고생은 고2 18살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던 중 남자가 여고생에게 '처음'이 맞냐고 확인한다. '피'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고생은 처음은 맞는데 '처녀막'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손'으로 그곳을 막 그렇게 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난관에 처했다고 하며 애초에 약속했던 100만 원을 줄 순 없고 일반 원조교제하듯 17만 원만 줄 수 있겠다고 한다. 다시 이런저런 말이 오가던 중 남자가 여고생에게 고등학생이 맞긴 한 건지 확인한다. 그러자 여고생이 가천고에 다닌다고 한다. 남자는 당했다고 하며 여고생의 교복에 수원여고 마크가 있는 걸 말한다. 여고생은 뭐가 웃긴지 웃고만 있고 남자는 여고생에게 갖은 욕을 퍼붇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남자는 급기야 화대를 7만 원까지 내리는데...

국내외 영화계를 뒤흔든 단편영화

지난 2020년 극장 개봉을 예정했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발빠르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회해 꽤 화제를 뿌렸던 작품 <콜>, 전종서의 폭발적인 '끼'를 다시 한 번 발견한 기회이기도 했지만 웬만한 배우 뺨치는 외모의 이충현 감독이 화제의 중심에 함께 있었다. 2021년에는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 배우가 열애를 인정하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충현 감독이 2015년 불과 26살 나이에 사비 500만 원을 들여 국내외 영화제를 뒤흔든 단편영화 하나를 내놓았는데 <몸 값>이 그것이다. 그가 메이저 상업 영화 <콜>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몸 값>의 자장 안에 있다 하겠다. 이 작품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최초 공개된 후 큰 관심을 모았고 이후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16년 제15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상을 탔는데, 2019년 제18회와 2021년 제20회에도 다시 초청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왓챠가 2022년 3월에 콘텐츠 마켓을 샅샅이 살펴보며 왓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선한 숨은 보석들에게 붙인 '익스클루시브'로 <몸 값>을 정식 공개한 건 그 인기에 힘입은 게 분명해 보인다.

강렬한 인상

단편영화의 장점이자 숙제로 강렬한 '인상'을 들 수 있겠다. 길이가 매우 짧은 만큼 마음에 아로새겨질 느낌을 쌓아올리는 데 어려울 것이다. 장편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릴 수가 없다. 그러니 영화 내내 인상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소설가가 장편소설을 숙원으로 생각하지만 단편소설이야말로 소설의 정수로 치며 더 어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몸 값>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매진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어느 누가 봐도 이 작품을 밋밋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후반부 짧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 어느 정도 예상된 반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바, 이 작품이 남긴 강렬한 인상의 하이라이트이다.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하얗고 거친 서체의 타이틀이 끝에 가서는 시뻘거지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결을 같이 한다. 동시에 제목이 왜 '몸 값‘인지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한다.

새삼 그동안 단편영화에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러며 머리와 가슴을 치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으레 그렇듯, <몸 값>같은 단편영화가 또 어디 없나 하고 찾고 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몸 값>이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비단 강렬한 인상뿐만 아니라 짜임새 있는 이야기 덕분일 테다. 영화 초반 찌질하기 짝이 없는 남자와 여고생의 스몰토크를 보고 있노 라면 피식피식 웃음이 삐져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바 '홍상수' 느낌이 물씬 풍겼으나,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 아이러니를 동반한 잔혹성이 순식간에 극을 장악하는 바 '박찬욱'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의 스타일을 '따라'했다거나 최소한 '참고'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몇 편의 단편밖에 연출하지 않은 신애 감독에겐 그 자체로 큰 도전이었을 테고 비슷하게나마 느낌을 풍기면 충분히 성공한 결과물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결국엔 비슷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몸 값>이라는 영화만의 고유한 인장이 되어 남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아가,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몸 값>이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는 '오리지널'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단편영화를 두고 장편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영화'라는 산업이 당연히 다분히 상업적일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단편영화가 차지하는 파이는 작을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몸 값>같은 영화를 보면 단편영화도 충분히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단편영화계의 파이가 커져서 자연스레 다양한 단편영화를 보게 되길 응원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