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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결국 '돈'이 문제였던, 여객기 연속 추락 사고의 전말 <다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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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 포스터.

 

2018년 10월 29일,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팡칼 피낭 공항으로 향하던 라이온 에어 610편이 이륙 13분만에 바다로 추락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기종은 보잉 737 MAX 8이었고 해당 기체는 사고가 난 해 7월에 첫 비행 후 다음 달 라이언 에어에 인계된 '새 것'이었다. 충격을 뒤로 한 채 첫 조사에선 조종사의 운항 미숙이 원인이라고 밝힌다. 

 

2019년 3월 10일,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에티오피아 항공 ET302편이 이륙 6분만에 추락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기종은 보잉 737 MAX 8이었고 해당 기체는 사고가 난 전 해 10월에 첫 비행 후 다음 달 에티오피아 항공에 인계된 '새 것'이었다. 불과 5개월 전의 '라이온 에어 610편 추락 사고'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동일한 기종의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 사고로 737 MAX 기종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보잉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는 2018~19년에 일어난 믿기 힘든 '보잉 737 MAX 8 연속 추락 사고'의 전말을 추적한다. 밝혀진 추락 원인은 받음각 센서 소프트웨어 오류와 조종 특성 보강 시스템(MCAS) 오작동이었지만, 작품은 더 충격적인 뒷 이야기를 전한다. 다분히 보잉사의 고의적인 잘못이었던 것이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굴지의 항공기 회사 보잉은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른 걸까. 

 

기대보다 의구심이 든다

 

지난 2월 14일, 대한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잉 737-8' 항공기 1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대한한공이 차세대 항공기로 도입을 공식화했을 당시 '보잉 737 MAX-8'이었는데 'MAX'를 빼 버린 것이다. 이후 앞서 말한 두 차례의 비극을 겪고 해당 기종은 전 세계적으로 운행을 중단했고,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 뒤 2020년 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운행을 재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에 운항 적합 승인이 났다. '참사 여객기'라는 이름을 쉽게 지우긴 힘들겠지만, 오랜 시간 문제 없이 운행했다고 한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연달은 참사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보잉이 절치부심 끝에 만전을 기해 다시 내놓았다는 '보잉 737 MAX 8'을 믿어 볼 만할까. 이 기회에 1등의 자만감을 고스란히 내려 놓았을까. 그런가 하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최신형이고 또 가장 자신 있는 작업물이라고 해도, 다른 기종도 아닌 동일한 기종을 내놓을 수 있는 걸까. 기대보다 의구심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작품을 보면, 기대보다 의구심이 훨씬 더 많이 들 게 분명하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굉장히 드라이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적인 의견 없이 사실만을 토대로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게 일품이다. 단순히 '보잉 737 MAX 8'만의 문제가 아닌 보잉사 전체에 스며든 추악한 돈의 악령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들여다보며 짚고 넘어가 본다. 

 

사고 원인은 어디에?

 

참사가 일어나고 처음 조사에서 사고 원인을 조종사에게 돌린다. 이후엔 조종사 교육이 미흡했다고도 한다. 조종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라는 상대적 덜 발전된 나라의 항공사 책임으로 돌리려 했던 것이다. 처음엔 그들에게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전 세계 굴지의 보잉사가 가장 최신작으로 내놓은 기종에 추락할 정도의 문제가 발생했겠는가?

 

그런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보잉사는 보잉 737 MAX 8에 MCAS를 새롭게 탑재했는데 정상적으로 작용할 때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사 시 실속을 방지할 수 있게 하는 최첨단 소프트웨어다. 문제는, 보잉사가 조종사 교육 시 이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MCAS를 제대로 탑재시키지도 않았고 말이다. 두 번이나 고장이 났으니 더 할 말은 없으리라. 

 

외면으로 보여진 사고의 원인은 이렇지만, 실체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고 작품은 말한다. <다운폴>이 주목하는 건 보잉사 그 자체다. 한때 안전·품질 양면에서 자타공인 독보적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보잉사는 어쩌다가 안전·품질 양면에서 신뢰도와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쓸까. 

 

보잉사가 잘못했다

 

예전 보잉사는 압도적인 임금, 복지, 기업문화로 모든 이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직원들은 족히 수십 년간 보잉에 몸을 담았다. 1990년대 들어 유럽의 다국적 연합회사 에어버스가 성공을 이어간다. 이에 보잉은 더 큰 성공으로 답한다. 그러던 1997년 군용기 라인업이 주를 이루던 맥도널 더글라스와 합병한다. 그러곤 새로운 CEO가 취임한다. 그는 곧 보잉의 기조와 문화를 바꾼다. 월스트리트에서 큰 가치를 갖는 게 회사에 가장 중요하다는 방침으로 말이다.

 

일례로 글로벌 본사를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옮겨 버린다. 이렇게 안전·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엔지니어 계열과 경영 계열이 분리된다. 그리고 그때 에어버스가 다시 비상하기 시작한다. 보잉은 문제 해결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기조를 다시 한 번 확립시킨다. 그렇게 내놓은 작업물은 새로운 게 아니었고 최초 설계된 지 40년이 지난 '737' 시리즈의 파생품이었다. 바로 '보잉 737 MAX 8', 보잉의 차세대 최신 기종을 항공사들을 앞다퉈 구입하고 보잉의 주가는 다시금 에어버스를 따돌리며 상승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보잉사의 추악한 변화가 2018년과 2019년의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고 봐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두 참사의 원인으로 돌아가 보면 MCAS를 탑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잉 737 MAX 8' 자체에 있었다. 오래된 기체에 최신 엔진을 부착하니 비행기의 기울기에 문제가 생겼고 MCAS로 중심을 잡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종사 훈련에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MCAS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교육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참사의 충격 뒤에 계속되는 충격의 과정, 그리고 이어지는 합리적인 맥락의 이유들까지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가 대단하다. 오랜만에 보는 듯한 정통 사회 다큐멘터리인 듯하다. 그럼에도 보잉은 여전히 보잉이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보잉의 비행기를 탄다. 하지만, 그때 그 참사들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어디로든 이동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말이다.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말아야겠다는 말과 함께 본질적인 진상 규명에 앞장 선 작품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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