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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린란드는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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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포스터.

 

최근 들어, 덴마크 영화가 눈에 띈다. 덴마크 영화계를 짊어지다시피 하는 토마스 빈터베르와 매즈 미켈슨이 다시 만나 화제를 뿌렸던 <어나더 라운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장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나의 집은 어디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지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폭격>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덴마크 영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도 공개되었다. 가장 먼저 두 주인공이 눈에 띄는데, <왕좌의 게임>에서 제이미 라니스터 역을 완벽히 소화한 배우 '니콜라이 코스터-왈도'와 <피키 블라인더스>에서 쉘비가의 셋째 존 쉘비 역으로 열연한 배우 '조 콜'이 그들이다. 완숙한 카리스마와 순수한 패기가 조화로움을 이뤘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20세기 초 미국의 탐험가이자 군인인 로버트 피어리가 주장하길 그린란드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그린란드 최북단의 피어리랜드가 그린란드 본토와 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하여, 덴마크로서는 피어리랜드가 그린란드에 속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고 원정대를 파견한다. 이 영화는 그 원정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린란드는 하나'를 증명하는 원정 

 

1909년 덴마크 그린란드, 일찍이 미국이 탐험가이자 군인인 로버트 피어리로 하여금 그린란드 최북단을 발견하게 하고 '피어리랜드'로 명명한다. 그러곤 그린란드가 본토와 피어리랜드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주장하는데, 덴마크가 반발해 원정대를 파견한다. 결국 그린란드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한 원정대,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다. 그들이 남긴 흔적, 즉 지도를 찾아 그린란드가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임무를 띈 원정대가 다시 출정한다. 

 

아이니르 미켈슨 대위를 대장으로 한 원정대는 전진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탐사를 하려는데, 가장 믿을 만한 부하를 잃는다.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미켈슨 대장을 향한 동경으로 초짜 정비공 아이버 이버센이 선뜻 나선다. 미켈슨은 어쩔 수 없이 이버센과 함께 개썰매를 끌고 탐사를 나선다. 쉽지 않은 여정, 식량과 개들을 잃으며 포기하지 않고 전진한 끝에 목적지에 다다른다. 그곳엔 전 원정대가 남긴 지도가 있었다. 그린란드가 하나의 섬이라는 증거였다.

 

이제, 마음 편안히 앨라배마호로 돌아가선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귀환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탐사 도중에 식량과 개들을 잃었던 게 큰 타격으로 다가왔고, 날씨는 극한으로 치달았으며, 포악한 북극곰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과연 그들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더할 나위 없는 '추위' 속에서

 

타국의 영토 분쟁 이야기에 바탕을 둔 영화가 과연 흥미로울까 싶을 것이다. 그것도 평생 가 보기 힘들 그린란드 최북단 피어리랜드를 둘러싼 이야기라니 말이다. 더불어, 고립되어 생존하고자 사투에 사투를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로 숱하게 봐 왔다. 굳이 접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할 만큼 식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 '추위'가 붙으면 얘기가 다르다.

 

제아무리 예상 가능하다고 해도 또 식상하다고 해도, 볼 때마다 상상을 뛰어넘는 감정이 서려 있는 것이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그런 면에서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는 이야기 그 자체로 특별함을 담보하고 있다 하겠다. 보고 있기만 해도 한없이 춥고 배고프고 외로우니 말이다. 하지만, 그조차 커버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으니 영화와 다큐를 오가는 듯한 연출이었다. 

 

이 영화를 두고 조악하다고 표현할 순 없을 것이다. 만듦새가 은근 단단하니 말이다. 반면, 지루하다거나 재미 없다고 말할 순 있다. 스펙터클 생존기가 아닌 한없이 막막하고 두렵고 고독하기만 한 리얼리티 생존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런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극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자연풍광과 캐릭터의 내면에 천착한 게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론 너무나도 절절하게 와닿았지만 혹자는 '굳이 이런 걸 영화로 봐야 해?'라며 중도하차할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영웅'

 

생존기라기보다 역사 영화에 가까운 스탠스를 취하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덕분에 그린란드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훑을 수 있었다. 그린란드는 본래 노르웨이 영토였는데, 덴마크가 노르웨이를 지배하며 덴마크 영토가 된다. 1905년 노르웨이가 독립하며 영토 분쟁이 시작되었고, 1910년 미국과 스웨덴 등이 합세해 복잡하게 흘러가다가, 1933년 헤이그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그린란드는 공식적으로 덴마크의 영토가 된다. 이 영화는 영토 분쟁 초창기의 미국과 덴마크 사이에서 불붙은 피어리랜드 분쟁을 다뤘다. 

 

두 주인공의 생존기를 보다 더 필사적이고 처절하게 다뤘다면, 분명 훨씬 대중적이었을 테고 재밌게 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 다큐적으로 다룬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독도'가 떠오른다. 석연찮은 이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우리나라의 영토를 빼앗길 위기에 놓일 때 누군가는 온몸과 온힘을 바쳐 지켜 내려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영화는 그 영웅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영화 속 두 주인공 아니 영웅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되었다. 탐사가 시작될 땐 당연히 미켈슨 대장이 초짜 이버센을 가르치고 구박하고 엄하게 다루지만, 탐사가 성공한 후 귀환하면서 달라진다. 고립되어 고독과 절망에 몸부림칠 때 오히려 이버센이 나서서 챙긴 것이다. 반면 미켈슨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말이다. 결국 사람이다. 앞선 이의 흔적을 뒤따르고 얼어버린 시간을 버티고 천혜의 환경과 어우러지며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려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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