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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역사에 길이 남을 2021년 최고의 청춘 뮤지컬 영화 <틱, 틱...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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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틱, 틱... 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lt;틱, 틱... 붐!&gt; 포스터.

 

2000년대 들어 <물랑루즈>를 시작으로 '뮤지컬 영화'가 거의 매년 우리를 찾아왔다. <시카고> <드림걸즈> <헤어스프레이>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미녀와 야수> <알라딘>까지 당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치켜 세울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잘만 만들면 여타 장르보다 그 위력이 가히 몇 배는 강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뮤지컬 영화들이 찾아왔는데, 연말로 갈수록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지난 6월에는 21세기 최고의 뮤지컬 예술가라 할 만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쓴 브로드웨이 원작의 <인 더 하이츠>가 찾아왔고, 이후 2021 칸 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인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 제71회 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원작의 <디어 에반 핸슨>가 찾아왔다. 하나같이 쟁쟁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들. 그리고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대망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담금질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작품이야말로 2021년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바로, 린 마누엘 미란다가 감독하고 엔드류 가필드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틱, 틱... 붐!>이다. 그렇다, 조너선 라슨의 <틱, 틱... 붐!>을 원작으로 한다. 1996년 당대를 넘어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뮤지컬 <렌트> 초연을 하루 앞두고 거짓말처럼 죽음을 맞이한 그, <렌트>는 그의 사후 토니상, 퓰리처상, 드라마 데스크상, 드라마리그상 등을 휩쓴 바 있다. <틱, 틱... 붐!>은 그런 조너선 라슨의 유작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 어딘가

 

1990년 미국 뉴욕, 서른 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존은 수년 째 뮤지컬을 쓰며 브런치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젊은 청년이다. 여러 면에서 맞지 않는 뉴욕에서 뮤지컬로 성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그런 와중에 첫 작품 <슈퍼비아>의 워크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압박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이런저런 일들, 개인적인 일과 사회적인 일이 들이닥친다. 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이기도 한 마이클이 뮤지컬 배우의 꿈을 버리고 광고회사에 취직해 많은 돈을 벌며 그를 뒷바라지하다가 나가 따로 살게 되고, 가난한 무용수이기도 한 여자친구 수전은 뉴욕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댄스 강사 자리를 제안받아 존과 함께 가서 가정을 꾸리길 원한다. 

 

존은 마이클의 진심 어린 배려도 수전의 진심 어린 제안도 뿌리치고 첫 작품의 워크숍에 매진한다. 그로선 브로드웨이 성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포기하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앞으로만 달려나가야 할까, 포기하고 안정적인 삶을 택해야 할까, 그 중간 어딘가는 없을까. 

 

무궁무진한 이야기들

 

영화 <틱, 틱... 붐!>은 원작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무궁무진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무궁무진한 편이다. 역대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인 <해밀턴>과 토니상에 빛나는 <인 더 하이츠>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엔칸토>까지 기본으로 작사 작곡을 담당하고 몇몇 영화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이 영화로 연출 데뷔까지 한 '린 마누엘 미란다', 그리고 2대 스파이더맨으로 얼굴을 전 세계에 알린 후 연기 쪽으로 더 출중해지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연극으로 토니상까지 타 버린 '앤드류 가필드'.

 

하지만 이 영화는 빛나기 이를 데 없는 외형보다 훨씬 더 알차고 대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영화로 가지고 오면서, 원작의 기본 스토리를 보여 주며 한편으론 원작을 그대로 살린 뮤지컬 무대를 보여 주는 투 트랙 구성을 택했다. 초반에 살짝 헷갈릴 여지가 있으나, 구성을 이해하고 나면 뮤지컬 무대 속 존이 스토리를 보충설명해 주기에 오히려 더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작 뮤지컬 <틱, 틱... 붐!>이 조너선 라슨의 자서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만큼, 이 영화 하나로 조너선 라슨의 30세 즈음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원작 <틱, 틱... 붐!> 무대의 단면이나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뮤지컬 천재 린 마누엘 미란다의 영리한 선택이라 하겠다. 연기에 도가 트고 있는 앤드류 가필드가 일상과 무대를 오가며 노래와 연기와 뮤지컬 느낌까지 원맨쇼에 가깝게 보여 준 것도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 건 물론이다. 

 

그럼에도 뮤지컬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노래, 최소 한두 개의 노래는 기억에 남아야 하고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수다. 그런데 이 영화 <틱, 틱... 붐!>은 모든 노래가 최고라 할 만하다.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하고 미어지게도 하고, 리듬감에 몸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직 노래 때문에 영화를 다시 돌려 보게 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당연히 노래만 듣게 만든다. 누가 들어도 90년대 풍이라고 할 텐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질감 없이 벅차게 만든다는 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된다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구나의 이야기

 

영화 속 존의 이야기는 우리네 누구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른 살이라는 인생의 어느 기준에 다다른 이, '갈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닌 '무조건 갈 건데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누구나 인생을 관통하는 고민을 하며 질문을 던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고민이 '현실과 이상 사이'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을 테다. 또 다른 차원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건 똑같기에, 우리네 누구나의 이야기인 게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청춘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지극히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콘텐츠다. 하지만, 고민의 깊이나 층위가 다르기에 조심스러운 한편 고민의 종류는 비슷비슷하기에 그런저런 콘텐츠로 남을 요량이 크다. 얼핏 쉬운 듯하지만 가장 어려운 주제가 바로 '청춘'인 것이다. 조너선 라슨은 자전적 이야기 <틱, 틱... 붐!>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청춘 콘텐츠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거기엔 '청춘'이라는 자못 추상적이고 너무나도 큰 범위의 고민이 아닌 청춘인 '나'의 구체적이고 좁은 범위의 고민이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맞아, 청춘들은 그렇지. 나도 그런 것 같네'라고 한 번 걸러 인사이트를 얻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미 인사이트를 얻고 난 후 '맞아, 나도 그런 것 같네'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이 모두 통용되지 못하는 건 이야기 자체 즉 주인공의 삶에 청춘 누구나의 가슴을 울릴 무엇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라슨의 삶은 청춘 누구나의 가슴을 울릴 만했다. 개인적으로, 창피하게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도 말이다. 이 영화 <틱, 틱... 붐!> 덕분에 조너선 라슨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그의 삶을 더 알고 싶어졌으며 이미 그의 작품의 팬이 되었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더 애착이 가게 되었다. 이보다 더 대단한 (영향을 준)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