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7명의 포로>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시골 지역 카탄두바 외곽에서 밭일을 하며 사는 마테우스네 가족, 마테우스는 학교를 중퇴하고 아는 아저씨의 소개로 상파울루에 가서 돈을 벌기로 한다.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할 거란 꿈에 부풀어, 고향 친구 한 명 그리고 타 지역 출신 두 명과 함께 5시간 거리에 있는 상파울루로 향하는 마테우스. 그곳에서 고철상 사장 루카를 만나 숙식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야근까지 하며 열심히 일하는데 돈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마테우스가 루카에게 따지고 대든다. 그때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뜬다. 정당하게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성공하고자 이곳에 온 거라 생각할 테지만, 실상은 인신매매로 팔려온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에겐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빛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폭력을 당하고 당일 밤에 탈출을 감행하는데, 총으로 위협하는 루카. 다음 날부터 다시 고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다시 탈출을 시도하지만 붙잡혀 맞는다. 알고 보니 경찰도 매수되어 있었다.
어떻게든 도망을 갈 수 있겠지만, 도망 가면 고향의 가족에게 사람을 보낸다고 협박하니 실행에 옮길 수 없다. 내분 아닌 내분이 일어, 이자키가 루카를 죽이자고 선동한다. 그때 마테우스가 나서서 계획을 세워 루카와 협의한다. 6개월 동안 하루 10건의 배달을 해 빚을 청산하기로 말이다. 이후, 루카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마테우스. 어느 날, 루카의 명으로 외출을 하는 마테우스. 그날 그가 마주한 건, 타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신매매의 현장이었다. 마테우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브라질 인신매매의 현실
지난 9월 16일, 유엔 마약 범죄 사무소에서 내놓은 보고서 '빈곤과 실업: 브라질 인신매매의 주요 동인'으로 간행물 <2017-2020년 인신매매 국가 보고서>를 소개했는데 2020년 브라질 내 공식집계된 인신매매 건수가 2017년에 비해 약 15배 증가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빈곤과 실업인데, 코로나-19로 경제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인신매매의 악랄한 덫에 걸리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신매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다름 아닌 노동력 착취라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7명의 포로>가 정확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의 아이들을 데려와 이런저런 조항들로 말도 안 되는 빚을 달고 총으로 위협하고 가족으로 협박하며 일을 시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마테우스를 제외하곤 다들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글을 모르거나 자기 나이까지 모르는 친구도 있다.
이쯤에서 브라질의 또 다른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달아놓은 빚이 각각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 원이 되지 않았는데, 최저시급 기준으로 아무리 못해도 두 달이면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닌가 싶었으니 말이다. 브라질의 최저시급이 얼마길래? 2021년 기준으로 1900원 수준이라고 한다. 8720원인 우리나라의 21% 수준이다. 물론 영화에선 최저시급이 아닌 건당으로 돈을 받는다고 했지만, 브라질의 일반경제 수준이 참담할 만큼 참담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지표다.
거대한 악순환
브라질의 경계 구조적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영화 <7명의 포로>, 겉으론 별다를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고철상이지만 안에서는 '인신매매'라는 반인륜적인 범죄의 최전선 역할을 하고 있는 루카네 작업장은 상파울루의 높디 높은 빌딩들에 직간접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루카의 뒤에는 경찰도 있고 버젓한 사업가이자 정치인도 도사리고 있다.
경제규모 면에서 전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브라질, 영화 속 상파울루의 면면을 스쳐 지나가듯 봐도 세계적인 도시라는 걸 알 수 있듯 겉은 번지르르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최악의 국가라고 명성이 자자한 만큼 시골 외곽으로 가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사는 이들이 많다.
기울어져도 너무나도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 '성공'이라는 꿈에 젖기가 너무나도 쉽고 '인신매매'의 덫에 걸리기가 너무나도 쉽다. 이 덫에 걸리면, 못사는 사람들은 자기 한 몸 던져 돈 한 푼 벌지 못하며 잘사는 사람들 몸집만 불려 주게 되는 것이다.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 개중에, 루카처럼 또 마테우스처럼 피해자에서 '개천에서 용 나는 듯' 악마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이 거대한 악순환의 부품일 뿐이다.
인상적인 수작
영화는 의외로 폭력적이지 않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잔인하기 그지없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이를 데 없다. 제목처럼 '포로'가 된 아이들은 탈출할 수단과 방법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절대 탈출할 수 없고 또 그 누구에게도 그 어느 곳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연상된다. 현대적 인신매매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런저런 행위무능력자들을 끌어들여 섬에 감금해 자유를 박탈한 후 학대·노동으로 노예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언론 취재 보도 이후 가해자들은 처벌받고 피해자들은 구출되었는데 다수의 피해자들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와 완전히 연결되진 않지만, 영화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 마테우스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자 루카가 건네는 말이 인상적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보여 준 장면이다.
"자유? 무슨 자유? 굶어 죽을 자유? 시궁창에 빠진 가족을 볼 자유? 나도 너처럼 가난했어. 하수도 옆 헛간에서 자랐지. 엄마는 혼자서 자식 넷을 키워야 했어. 엄마의 상관은 참 친절했어. 우리를 가족처럼 대했지. 근데 하루에 12시간씩 엄마를 부려 먹고 월급은 107달러를 주더라. 그놈 운동화도 그보단 비쌌지. 그런 자유를 원해?"
근래 보기 드물게 인상적이었던 수작 <7명의 포로>, 현실을 거의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아닌 영화다운 영화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 로드리고 산토로가 루카 역으로 완벽하게 분하며 중심을 잡아 줬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인신매매 범죄를 중심에 두고 다방면의 시선, 관점, 이야기를 적절하게 보여 준 연출력 덕분이기도 할 테다. 이런 류의 영화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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