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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전 그저 제 삶을 되찾고 싶어요"라는 말의 의미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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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포스터.

 

지난 9월 29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고등법원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항소를 받아들여 브리트니의 친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의 성년 후견인 자격 즉각 박탈을 판결했다. 동시에  브리트니가 지정한 새로운 후견인으로 교체되었다. 이로써 브리트니는 13년만에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 11월 12일에는 브리트니에 대한 후견인 제도를 완전히 종결하는 심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초 미국 법원은 브리트니의 정신건강과 잠재적 약물 남용 등에 대한 우려의 이유로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를 브리트니의 '성년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제이미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딸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브리트니의 성년 후견인을 자청했고 말이다.

 

하여, 지난 13년간 브리트니의 자산 6000여 만 달러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결정권이 친부에게 넘어가 있었다. 브리트니는 몸과 마음이 아파도 쉴 수 없었다. 브리트니는 지난 2014년부터 법원에 친부의 후견인 권한 중단을 요청해 왔으나,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브리트니 vs 스피어스>를 통해 13년간 자유를 박탈당했던 브리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의 내밀한 민낯을 들여다보려 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스타 인생

 

'브리트니 스피어스', 200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슈퍼스타의 대명사로 지난 세기말에 데뷔해 그야말로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함께, 80년대 말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여성 솔로 스타의 시대를 다시 열어젖히기도 했다. 그녀의 인기와 파급력과 영향력을 집약시킨 한 단어, 'American Sweetheart(미국의 연인)'이 애칭이다. 

 

데뷔 직후 미국의 연인으로 우뚝 선 브리트니는, 2000년대 초반 개인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연달아 보내며 현존 최고의 역대급 슈퍼스타로 거듭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선 2005년 어느 날 백댄서 출신의 케빈 페더라인과 전격적으로 결혼한다. 이후, 이듬해까지 아이 둘을 낳고는 전격적으로 이혼한다. 바로 이 시기가 브리트니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때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 

 

24시간 365일 파파라치들에게 시달리며 언론과 대중의 파황적인 집중포화를 당한 브리트니, 머리를 빡빡 잘라 버리고 파파라치에게 극대노의 행동도 시전하며 한순간에 '막장 파티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다시 없을 최악의 시기를 보낸 브리트니, 2008년 실로 오랜만에 빌보드 1위에 복귀하며 화려하게 재기한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브리트니의 성견 후견인 제도가 시작되었다.

 

친부 패거리에 의한 성년 후견인

 

2004년까지 슈퍼스타로 군림하며 모든 것을 가진 듯했던 브리트니, 2005년 결혼과 2006년 이혼과 2007년 음악적 실패로 이어지는 생애 최악의 시기를 보내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그때 그녀는 성년 후견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내부의 정신적 제약과 외부의 물리적 공격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브리트니를 공략한 게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였다. 그와 변호사 그리고 관계자들 '집단' 또는 '패거리'는 조직적으로 브리트니에게 접근해, 브리트니로 하여금 아니 법원으로 하여금 제이미에게 브리트니의 성년 후견인을 시작하게 했다. 작품에 따르면, 당시 브리트니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기에 성년 후견인을 지정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이미 패거리가 브리트니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악랄하게 계획한 후 교묘하게 공표했다는 것이다. 브리트니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여기서 눈에 딱 보이는 '나쁜 놈'은 브리트니의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다. 단편적으로 그는, 돈이 무진장 많고 또 앞으로 벌어다줄 돈이 어마무시할 능력이 있는 딸의 재산권은 물론 삶의 결정권까지 빼앗은 모양새이니 말이다. '브리트니 vs 스피어스'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고 말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엔리 리 카 감독이 "이건 가부장제예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법원에서 장장 24분간 열변을 토한 발언 중 핵심인 "전 그저 제 삶을 되찾고 싶어요"의 의미가 과연 그뿐일까?

 

"전 그저 제 삶을 되찾고 싶어요"

 

대중이 연예인을 소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팬으로서 사랑해마지 않게, 환호하다가도 욕하고 관심 있어 하다가도 무관심하는 등 평범하게,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언론과 여론의 대세에 따라 글 한 줄이나 사진 한 장 따위로 훅훅 지나가면서.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숫자는 앞에서 뒤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많을 것이다. 즉, 대부분의 대중은 오다 가다 보는 글 한 줄이나 사진 한 장으로 연예계와 연예인을 소비한다. 브리트니를 생각할 때, 필자도 오랫동안 '한때 슈퍼스타, 지금은 막장 파티걸'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브리트니는 "전 그저 제 삶을 되찾고 싶어요"라는 말을 비록 친부의 성년 후견인 지위 박탈 관련 이슈상에서 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성년 후견인 제도가 시작된 2008년 전,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그때부터 말이다. 파파라치에게 시달리고, 가족에게 시달리고, 언론에게 시달리고, 대중에게 시달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이미 세상 거의 모든 이들로부터 시달린 것도 모자라 제이미 아닌 다른 가족들에게도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자주 내뱉는다. "연예인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인기도 많이 얻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사생활 노출되고 욕도 많이 먹는 것쯤은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말이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가? 등가교환이라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물론, 브리트니처럼 정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치고 방향도 잘못된 경우가 있다. 피해자이자 생존자 브리트니와 수많은 가해자들이 존재할 테다.

 

그렇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정립이 되지 않는다. '내가 연예인이라면' 하고 역지사지로 생각해 봐도, '현실이 시궁창'이라고 생각할 때면 한없이 부럽고 시기질투까지 유발되곤 한다. 하여, 브리트니와 스피어스 사건은 연예인으로서의 사건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이 작품이 그런 시각으로 유도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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