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말하지 못한 이야기: 경쟁에서 전쟁으로>
여기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악이라 일컬어지는 사건이 있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사건이라고 할 만한대, 이른바 '관중 폭행 사태'였다. 때는 바야흐로 NBA 2004~2005 정규 시즌이 한창인 2004년 11월 19일,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홈구장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스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경기가 열렸다.
다시 없을 최강 전력으로 시즌에 임한 인디애나는 강호 디트로이트를 찍어 눌렀다. 종료를 채 1분도 남기지 않은 때에 15점 차를 앞서고 있었기에 별것 없이 끝날 경기였다. 그런데, 인디애나 소속 아테스트가 디트로이트의 벤 월러스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다. 거칠게 반응하는 월러스와 디트로이트 선수들 그리고 관중들. 크게 지고 있는데 뜬금없이 거친 파울을 당하니 그럴 만도 했다.
악동 중의 악동 아테스트는 의외로 가만히 있었는데, 자세가 가관이었다. 중계석에 보란듯이 발랑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때 관중석에서 맥주컵이 날라와 아테스트를 가격한다. 곧바로 반응해 맥주컵을 던진 관중에게로 달려가 폭행을 시전해 버리는 아테스트, 이후 인디애나 선수들 몇몇이 달려들었고 관중들과 뒤엉켜 치고박는다. 불과 몇 초만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경기장, 2만 여의 관중과 선수, 관계자들이 모두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상 초유의 '관중 폭행 사건'
오래지 않은 8월 23일, 프랑스 니스의 홈구장인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마르세유와 니스의 프랑스 리그앙 2021~2022 정규 시즌 3라운드 중 종료가 15분 여 남은 시점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르세유의 에이스 파예가 니스 관중석으로부터 날라온 물병에 맞자 화를 참지 못하고 집어 관중석으로 다시 날렸고,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해 마르세유 선수들을 폭행했다. 16년 전 영국 프리미어리그 도중 맨유의 칸토나가 크리스탈 팰리스 팬의 욕설을 참지 못하고 쿵푸킥을 날려 9개월간 출장 정지를 당한 사건도 유명하다.
관중의 관심과 사랑과 돈을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끼리 또는 관계자들끼리 설전을 벌이고 치고박는 건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름 아닌 그 대상이 관중인 경우는 흔치 않다. 하여 가끔 터지곤 하는 관중과 얽히고설킨 폭행 사건은 '역대급'이 되곤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말하지 못한 이야기: 경쟁에서 전쟁으로>는 2004년 11월 19일 NBA 폭행 사건의 막전막후를 다뤘다. 그때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지금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당사자라고 할 만한 아테스트, 그 사건 이전에도 이후에도 악동으로 이름과 명성이 드높았던 그는 실력되 최고점을 달리고 있었고 그나마 사고도 치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방으로 다시 없을 사건의 주인공으로 남았거니와 징계로 시즌아웃되어 개인은 물론 팀의 운명도 곤두박칠치고 말았다. 그리고 사건에 휘말린 저메인 오닐과 스티븐 잭슨도 수십 경기에 달하는 출전 정지를 당하고 말았다. 팀의 레전드 레지 밀러의 마지막 시즌이자 우승 반지가 없었던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홀라당 날려 버리고 말았다.
날려 버린 꿈, 안타까움의 연속
안타깝기 그지없었던 건, 사건이 있기 전까지의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발자취다. 레지 밀러에게 우승 반지를 안기고자, 유망주 저메인 오닐을 데려와 제대로 키웠고 벤 월러스가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와중 아테스트가 최고의 수비수로 우뚝 섰으며 또 다른 주축 스티븐 잭슨이 제몫을 톡톡히 해 줬다. 오히려 그때까지 팀을 홀로 떠받들고 있다시피 했던 레지 밀러가 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동부 지구 정규 시즌 1, 2위를 다투고 있었고 그 전력이라면 파이널 우승까지 충분히 노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날려 버린 꿈, 그 사건 이전에도 파이널 우승이 없었지만 그 이후에도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만한 아테스트는 불과 몇 년 후 LA레이커스에서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레지 밀러도 저메인 오닐도 스티븐 잭슨도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말이다. 안타까움의 연속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사건의 진상은 어떨까. 자신의 팀이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아테스트가 쓸데없이 과격한 파울을 행한 것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아닐 수 있다. 작품에 당시 인디애나 측 당사자들, 즉 감독과 선수들 모두가 나와 인터뷰를 하는데 선수들 간의 설전은 흔하디흔하다는 것이었다. 서로 매우 친하기도 하거니와 진짜 아닌 가짜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사건의 진상, 또 다른 부분
진짜 문제는 맥주컵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맥주컵을 던진 당사자와 당시 현장에 있던 디트로이트 팬은 다르게 말하지만. 감히 선수가 관중에게 폭행을 시전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원인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맥주컵을 던진 관중에게 잘못이 있다. 이번 리그앙 사태에서도 물컵을 던진 관중에게 명백한 원인이 있듯이 말이다. 아테스트가 정작 맥주컵을 던진 관중이 아닌 옆사람을 폭행했고 맥주컵 관중이 그런 아테스트를 옆에서 폭행했다는 사실은, 이 거대 서사의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사태에서 또 다른 아주 중요한 부분이 또 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얽히고설켜 있던 와중 어딘가에서 철제의자가 날라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바, 던진 당사자가 '아무나 맞고 죽어라!'라고 생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NBA 리그 사무국은 인디애나 주축 3인방이자 사태의 주축 3인방에게 엄청난 중징계를 내렸고 경찰은 맥주컵을 던진 관중과 철제의자를 날린 관중을 철저히 찾아 내 죗값을 치르게 했다. 특히 맥주컵 관중은 디트로이트 홈구장에 영원히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잘못'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테스트 이하 인디애나 3인방 모두에게 잘못이 있고 몇몇 관중에게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 누구나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언론과 리그 사무국은 인디애나 3인방에게만 시선을 두고 철퇴를 내렸다. 그들만의 잘못인 양 몰고 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사태의 진상을 알고, 그때 그 시절 그 사건을 돌아보는 시선을 조금은 다르게 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가능할까?
자칫 이 작품으로 그 사건이 다시금 회자되어 안 그래도 굳어진 시선을 더더욱 굳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굳어진 시선을 조금은 풀 수도 있을 테다. 또 다르게 보면, 그 사건에 대해 모르다시피 한 사람에겐 나름 제대로 정립된 시선을 갖추게 할 것이다. 작품엔 당사자들 말고도 담당 검사장도 나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법적으로도 정확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즉, 누가 잘못했느냐 누가 가장 잘못했느냐 하면 모두의 잘못이 모인 것이지 누구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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