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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9.11 테러의 20년 전과 후까지 다룬 미국 현대사의 단면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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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터닝 포인트> 포스터. ⓒ넷플릭스

 

2021년 9월 11일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20년에 걸쳐 이어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다. 21세기 최초의 전쟁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점,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가 흔들리게 된 원인 등 이 전쟁을 수식하는 말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9.11 테러'야말로 이 전쟁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일일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미국의 중심이자 세계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북쪽 타워에 보잉 767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날아와 충돌한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대피하고 언론들은 득달같이 달려와 보도하고 있던 와중, 첫 번째 충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분도 안 되어 또 다른 보잉 767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날아와 남쪽 타워에 충돌한다. 전 세계가 지켜보던 가운데 일어난 '사고' 아닌 '테러'의 한순간이었다. 

 

일련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충돌이 있고 난 후 30여 분만에 미국 국방의 상징인 워싱턴 D.C. 펜타곤 서쪽에 보잉 757 아메리칸 항공 77편이 직격당한 것이다. 이후 1시간 내에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가 먼저 무너져 내렸고 북쪽 타워도 이어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정황상 국회의사당 또는 백악관을 향하고 있었을 보잉 757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테러리스트들과 대항해 탑승객들의 필사적인 대처로 펜실베이니아 주 한 광산에 추락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하, '터닝 포인트')는 9.11 테러 20주년에 맞춰 내놓은 9.11 테러 막전막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뤘다. 2001년 9.11 테러 훨씬 이전인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을 향한 적대감을 키운 아프간 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의 태두부터 2021년 현재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 시점까지 장장 40여 년간의 시간을 다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시간여를 투자해야 하는 가치가 차고도 넘치는 작품이었다. 

 

9.11 테러의 충격과 공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애 동안 기억에 남는 충격이 몇 장면 스친다. 모두 학창시절이었는데, 그때마다 등교하면 교실에 티브이가 켜져 있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와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그리고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졌을 때다. 2001년 당시엔 김병현 선수의 호투로 학교에서 자주 티브이를 보여 줬는데, 어느 때부턴가 9.11 테러 관련 소식밖에 듣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 등골로 올라오는 소름으로 온몸이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모든 걸 제쳐 두고, 아무것도 모른 채 희생당한 이들의 넋이 시공간을 넘어 나에게로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2년 전 뉴욕을 방문해 9.11 메모리얼 파크에 방문했을 때도 떨림을 느꼈다. 내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물론 미국인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의 분노가 향할 곳은 어디였을까.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와 그 집단이었을 테다. 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를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신병 요구를 했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아프가니스탄, 정확히는 탈레반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과 알 카에다를 침공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라도 뭐라 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 

 

비록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 데는 실패하지만 전쟁은 2개월여 만에 미국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다. 전국민들의 염원을 순식간에 들어 준 것이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정상적으로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하며 오사마 빈 라덴을 쫓으면 되지 않겠나 하고 단순하지만 명쾌한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은밀하게 또는 대놓고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9.11 테러 이후의 조치들

 

미국 정부는 동시다발적으로 9.11 테러의 후속조치를 단행한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빠르게 축출하고선 2003년엔 이른바 '충격과 공포'로 유명한 이라크 전쟁을 개시한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목 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라크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고, 미국에 의해 빠르게 박살난 이라크는 내전으로 치달으며 혼란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미국 국내에선 테러리스트들이 미 첩보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명목 하에 특별 감시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른바 '스텔라 윈드', 그야말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라는 명령과 다름 없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다시피 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9.11 테러 이후 역대급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생포한 용의자들을 구금하고자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교도소를 만들었다. 테러리스트들을 대하는 데 있어 강화된 신문 기술도 도입한다. 말이야 그렇지 합법적으로 고문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때문에 9.11 테러 용의자들의 정식재판이 오래토록 미뤄졌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범죄 사실을 인정했지만 강화된 신문 기술로 수십 수백 차례에 걸쳐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루는 가치인 민주주의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세계 최강대국이자 세계 경찰 노릇을 하며 맏형 자리까지 도맡아 했던 미국의 능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로 이라크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스텔라 윈드를 만든 명목을 들여다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미 첩보 시스템이 엿보인다. 9.11 테러와 관련된 수많은 음모론이 계속되어 왔던 이면에, 철저한 무능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넓고 깊게 다룬 9.11 테러

 

<터닝 포인트>는 제목 '터닝 포인트'에 맞게 9.11 테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9.11 테러를 기점 즉, 터닝 포인트 삼아 앞뒤로 철저하게 변화된 시대상을 들여다보려 한다.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를 벌벌 떨게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즘의 시작점이자 냉전에서 승리한 후 세계를 자기네 중심으로 재편하려 했던 또는 재편했다고 믿은 미국의 철저한 오판에 따른 중국의 부상까지 이어지는 기점이다. 

 

작품이 이처럼 폭넓으면서도 깊게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이유는 9.11 테러와 폭넓으면서도 깊게 관계한 이들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9.11 테러 생존자, 9.11 테러 현장 관계자, 부시 대통령 정부 관계자(법무부 장관, 보좌관,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 등), 탈레반 관계자(전 지도자 등),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전 부통령 등), FBI 및 CIA 핵심 관계자, 취재 기자 및 르포 기자까지 없는 사람 빼고 다 있다. 그들이 보고 듣고 말하고 행했던 모든 걸 모으면 9.11 테러 막전막후 그리고 그 전후의 40여 년이 보인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1세기 초입에 시작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에게 그 시대는 어떻게 기억될까. 여러 모로 '충격과 공포'의 시대로 기억될까.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도 겹친다. 다른 무엇보다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건 있다.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 비단 9.11 테러뿐만이 아닐 테다. 그때 거기에서 촉발된 후 20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무고하게' 희생당한 모든 사람들 말이다. 

 

중도와 균형을 지키려고 하면서도 미국의 무능을 드러내려 하는 한편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려고 한 의도가 작품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 작품이 단순히 사실만을 적시하고 보여 주려 했을 뿐이라면 보다가 말았을 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 완성도 높으면서도 가치 있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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