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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을 찾아, 오롯이 나로 살아가겠다 <오사카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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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사카 나오미: 정상에 서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오사카 나오미: 정상에 서서>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7월 27일, 도쿄 올림픽이 한창인 와중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때 미국 대표팀의 시몬 바일스가 돌연 기권했다. 그녀는 도마 한 종목만 뛰고 경기장을 떠났는데,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으니, 홀로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테다.

 

그녀가 기권을 선언하며 영감을 얻은 이가 다름 아닌 오사카 나오미라고 한다. 오사카는 지난 5월에 치러진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프랑스 오픈에서 도중 기권을 한 것에 이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그러며 선수도 인간이기에 무조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큰 논란이 일었지만 누군가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오사카 나오미는 이번 도쿄 올림픽 최종 성화봉송 주자로도 뽑혀 전 세계에 이름과 얼굴을 드날리기도 한 스타로, 어느 날 혜성같이 등장해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정상에 섰지만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행동을 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오사카 나오미: 정상에 서서>는 현존 최고의 테니스 스타이자 스포츠 스타 '오사카 나오미'를 들여다본다. 

 

스포츠 스타, 오사카 나오미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인 아버지, 1997년 일본 오사카시에서 둘째로 태어나, 2000년 온가족이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아버지의 지도 아래 테니스를 시작했고, 2013년 프로로 전향했다. 2018년 US 오픈에서 리빙 레전드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생일에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은 2011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중국의 리나에게 있지만, 오사카 나오미의 경우가 여러모로 훨씬 극적인 것 같다. 혼혈로 태어나 양 부모님의 나라 아닌 곳 미국으로 이민을 가 테니스를 배워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국적은 일본, 비록 글자로이지만 충분히 파란만장의 세월이 전해진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말이다. 

 

여자 테니스는 남자 테니스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은데, 2000년대 이후 남자 테니스엔 소위 '빅 3(로저 페러더, 라파엘 나달, 조박 조코비치)'가 군림하며 끊임없는 이슈를 양산해 낸 반면 여자 테니스엔 세레나 윌리엄스&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그리고 마리아 샤라포바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안젤리크 커버가 2010년대 메이저 대회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이름을 드높이진 못했다. 그런 와중에 실로 오랜만에 오사카 나오미가 실력을 보여 주며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여자 테니스=오사카 나오미'라는 공식이 붙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상에 서서 행하는, 선한 영향력

 

작품의 부제인 '정상에 서서'에 걸맞게 오사카 나오미는 출중한 실력을 뽐낸다. 2018년 US 오픈 이후 매년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데, 2019년엔 호주 오픈에서, 2020년엔 다시 US오픈에서, 2021년엔 다시 호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엔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고, 2020년엔 전 세계 여자 스포츠 선수 수입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생 및 삶의 궤적과 출중한 실력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 만한 오사카, 하지만 그녀를 스타 너머의 그 무엇으로 만든 건 또 다른 것에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아시안 아메리칸으로보다 미국 흑인으로 규정짓고 있는데,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해 8월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 사건 이후 개인 SNS와 공식 인터뷰 등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마스크로 항변했으며 경기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역시 논란이 이어졌지만 오사카는 관련 발언을 철회하기는커녕 소신을 밀고 나갔다. 많은 이의 관심에 이은 격려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녀가 관심을 끌고자 발언을 한 게 아닌, 이미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을 선하고 올바르고 긍정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후 그녀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한층 더 강력해져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듯 그녀의 의지와 상관 없이 까발려지고 추측되어졌지만, 그녀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할 테다. 

 

MZ세대의 일원으로, 갈 길을 간다

 

하지만, 주지했듯 작년 프랑스 오픈 도중 정신건강을 이유로 기권 후 필참 의무의 기자회견에 불참한 그녀다. 선수이자 스타로 당연히 짊어져야 한다고 인식되는 짐에서 과감히 탈피하려는 시도였다. 상당히 엄청난 논란이 이어졌지만 생각 외로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이가 그녀를 지지했다. 격려도 격려지만 지지했다는 건, 일종의 범정치적 견해까지 동조한다는 뜻일 테다. 오사카가 건네는 이슈의 범위와 총량이 이전에 찾아 보기 힘든 그것에 가닿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다, 그녀는 모든 것에 앞서 테니스 선수이기에 성적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걸. 끊임없는 훈련과 관리 그리고 천운으로 계속 좋은 성적을 보여 줘야만, 그녀가 하는 행동과 말에 힘이 실린다는 걸 말이다. 선수로서, 경기장 안팎의 균형을 잡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챔피언의 실력은 곧 정신력과 직결된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나의 길을 찾아, 오롯이 나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은 MZ세대의 생활신조와 맞닿아 있다. 정작 의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테지만, 살아가며 체득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일 테다. 1997년생 오사카 나오미도 MZ세대의 일원으로서 같거나 비슷한 생활신조를 내보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녀는 그저 그녀로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걸까. 그래서 그녀가 특별한 걸까. 

 

20대 초반에 불과한 테니스 스타이자 이슈 메이커를 넘어 명사가 되어 가는 듯해 보이는 오사카 나오미,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대단할 거라 믿는다. 많은 이, 특히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데 본인의 영향력을 아낌없이 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를 지켜 보며, 응원을 마다하지 않을 테지만 때론 질타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후로 그녀에게 꾸준히 관심을 둘 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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