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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밀실 스릴러! <더 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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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길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길티> 포스터. ⓒ넷플릭스

 

로스엔젤레스 경찰 소속 911 전화교환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 베일러, 오늘따라 유독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동료와 상사에게 짜증까지 서슴치 않으니,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기자가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걸 보니, 심상치 않다. 다음 날 있을 예정인 공판이 자못 심각한 일인 것 같다. 늦은 밤인데도, 별거 중인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기도 한다.

 

전화교환원답게 이런저런 전화를 계속해서 받는 조, 대부분 실 없고 맥 없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신고들이다. 그런 와중, 어느 여자에게 전화를 받는다. 에밀리라는 이름의 그녀는 "안녕, 아가"라는 말을 시작으로 횡설수설하는 듯하지만, 조는 곧 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직감한다. 그녀는 납치당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는 에밀리를 안심시키는 한편, 현재 상황을 최대한 알아내 현장 요원에게 알리려 한다. 하지만 하필 그 근처에서 큰 불이 나 있는 상태라 조치하기가 쉽지 않다.

 

에밀리와 얘기를 이어가던 중 그녀가 폭력 전과의 전 남편에게 납치당했고 집에 여섯 살 아이와 더 어린 갓난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안과 초조와 짜증이 폭발해 상황에 점점 더 몰입하고 개입까지 하게 되는 조, 도대체 그는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에밀리는 무사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조는 개인적인 일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신의 한수, 제이크 질렌할

 

지난 2019년 3월에 개봉해 꽤 눈에 띄는 마케팅으로 많은 관심과 쏠쏠한 흥행을 맛봤던 덴마크산 스릴러 <더 길티>, '범인'이라는 뜻을 가진 원제 <Den skyldige>를 영어권에서는 '유죄' '죄책감'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 <The Guilty>로 바꿔 개봉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차용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으나 핵심을 파고들면서 포괄적으로 내용과 의미를 품고 있는 제목이었다.

 

2년 만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해 선보였다. 원작의 구성과 서사와 메시지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기에 빠르게 작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바뀐 것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스텝일 것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 닉 피졸라토 각본, 제이크 질렌할 배우까지. 여기에 목소리로만 이지만 에단 호크, 폴 다노, 피터 사스가드, 라일리 키오 등이 열연했다. 면면으로도 일정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원작을 접한 이들은 잘 알겠지만 원탑 주인공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니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로 여전히 성장 중인 '제이크 질렌할' 캐스팅은 신의 한수일 게 분명하다. 나아가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가 아닌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의 대가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한 만큼 이 영화만이 갖는 스타일에 적합할 게 분명하다. 안 그래도 길지 않은 90여 분의 러닝타임, 처음부터 끝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후루룩 지나가 버릴 게 분명하다.

 

밀실 스릴러의 계보

 

<더 길티>는 일명 '밀실 스릴러'의 계보를 잇기 충분하다. 적어도 지난 20여 년간 <큐브> <쏘우> <패닉 룸> <폰 부스> <디센트> <베리드> 등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들을 우리는 많이 접했고 또 열광하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배경 자체가 불러오는 공포의 이미지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설정이 주는 긴박감, 그리고 이 감정들을 가능케 하는 연출과 연기력까지. 잘 만들 자신이 있다면 그래서 잘 만들어 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재밌을 장르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현대 사회가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과 역행한다. 끝없이 외부로 퍼지고 끊임없이 점과 선이 연결되려는 습성을 가진 현대 사회이니 말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또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테다. 끝없이 내부로 스며들면서 계속 연결이 끊기기 때문이다. 오직 전화 통화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나지 못해 답답하고 어떨 땐 통화조차 하지 못해 답답하며 도중에 연결이 끊기기 일쑤라 답답하다. 긴박한 순간에 답답하니, 답답함이 곧 위험 신호로 다가오고, 위험 신호는 스릴로 전환된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 최대 단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테다. 연속되는 답답함이 긴장의 끈으로 연결되어 스릴로 수렴되지 못하고 그저 답답함에서 끝나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타 밀실 스릴러 영화들 대다수는 한정된 공간이라기보다 폐쇄된 공간이 배경인 경우가 많은데, 폐쇄공포의 심리가 너무 크게 자리잡을 수 있는 반면 적어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유죄 상황과 죄책감의 의미

 

제목 '더 길티'가 유죄와 죄책감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주지했다. 이 영화의 신박한 설정에 심플하기 짝이 없는 제목인데, 주제와 맞닿아 있다 하겠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선 주인공이 상황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만큼 보는 이도 영화에 과도하게 몰입할 게 분명한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제목의 의미가 떠오를 것이다. 영화 내내 잘 보이지도 또 인지하지도 못할 주인공의 공판 이야기와 함께.

 

그렇다, 이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이 과몰입하는 범죄 상황을 향해 있는 게 아니라 다분히 주인공을 향해 있다. 하여, 이 영화는 두 번을 봐야 한다. 한 번은 상황을 위주로, 한 번은 의미를 위주로 말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이 있으니, 비교해 보면서 한 번씩 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마도, 감독과 배우를 전혀 모르는 덴마크산 원작에선 상황에 집중할 테고 감독과 배우를 너무나도 잘 아는 할리우드산 리메이크작에선 의미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해외의 영리하고 신박한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발빠르게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성공적일 때가 은근히 별로 없다. 그런 경우들을 비춰 보면, 이 영화 <더 길티>는 적어도 나쁘진 않은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의 존재를 지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거의 똑같은 영화라는 걸 알고 봐도 볼 만하니, 영화 자체로 보면 꽤 재밌다고 해도 무방할 테다. 이 영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