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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챔피언스리그로 보는 현대축구의 거의 모든 것 <챔피언스리그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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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서 리뷰] <챔피언스리그 레전드>

 

책 <챔피언스리그 레전드> 표지. ⓒ브레인스토어

 

얼마 전, '유로 2020'과 '2021 코파 아메리카'가 거의 동시에 열렸고 동시에 끝났다. 각각,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 각각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남미축구선수권대회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로'의 압도적 승리일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 왔고, 지금도 그러 하며, 앞으로도 그럴 테다. 비록 남미에 현대 축구 최강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버티고 있고 역대 최강의 선수 메시를 비롯해 네이마르나 수아레스 등이 있지만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 이유는 '재미'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재미는 다시 '실력의 상향평준화'와 '다양한 전략 전술' 그리고 '이변'으로 세분화된다. 그렇다, 유럽 축구는 축구라는 개념이 시작되어 정착된 본거지로서 세계 최대강국들이 즐비한 가운데 전략 전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상향평준화된 경향이 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이길지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것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라는 말이 가장 적확하게 통용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세계 축구의 중심이자 최전선인 유럽 축구의 정수는 국가 대항전의 '유로'에 있지 않다. 바로, 클럽 대항전의 '챔피언스리그'에 있다. 국가 대항전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개인적 기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반면, 클럽 대항전은 전략 전술을 가다듬고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 시즌을 노리기 때문이다. 책 <챔피언스리그 레전드>(브레인스토어)는 1955년 시작된 '유러피언 챔피언스클럽컵'이 'UEFA 챔피언스리그'로 리브랜딩된 원년 1992/93 시즌부터 2019/20 시즌까지 28년간의 챔피언스리그 핵심 중 핵심만을 담았다. 챔피언스리그 핵심은 곧 유럽 축구의 핵심이자 세계 축구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챔피언스리그의 언더독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만 다룬 책에서 다루지 못한 게 있으니, 2020/21 시즌이다. 우승팀은 잉글랜드의 첼시로, 이 팀이 우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변이라면 이변이겠다. 물론 첼시도 명문 팀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었지만, 10년 전 과거의 일이거니와 지금은 최강의 자리에서 한참 내려와 있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가 첼시가 우승하기까지 꺾은 팀들이, 잉글랜드 최강 맨시티와 스페인 최강 레알마드리드와 포르투갈 최강 포르투 등이다. 

 

인류 역사에서 이변 내지 언더독의 사례는 수없이 많고 축구 역사에서도 당연히 부지기수이다. 챔피언스리그라고 다르지 않다. 저자는 '지옥에서 기어 올라와 최정상에 서다'라는 제목으로 2011/12 시즌을 다루며,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뤘다. 챔피언스리그의 진정한 언더독은 첼시인가 보다. 당시 첼시는 2007/08 시즌 사상 첫 결승(준우승) 이후 오랜만에 두 번째로 결승에 올랐는데, 프리미어리그에선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6위까지 미끄러졌기도 했거니와 16강과 4강에서 추가 타임 골로 겨우 살아났던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언더독 사례는 따로 있다. 천재이자 명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의 전설이 시작되는 2003/04 시즌 말이다. 그때 무리뉴는 포르투갈 최강이지만 유럽 전체에선 변방에 속하는 포르투를 이끌었는데, 거짓말처럼 우승해 버린 것이다. 1992/93 시즌 이후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아닌 리그팀이 우승한 게 단 두 번인데, 1994/95 시즌의 아약스(네덜란드)와 바로 2003/04 시즌의 포르투(포르투갈)였다. (여기서, 아약스는 지금과는 다르게 당대 유럽 최고의 팀이었기에 언더독 사례에 들지 않는다.)

 

참고로 결승에 오르진 못했지만, 2018/19 시즌의 4강 아약스와 2016/17 시즌의 4강 모나코 등을 챔피언스리그 언더독의 대표 사례로 뽑는다.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4강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주축 선수들 거의 모두가 비싼 값에 상위 팀으로 팔려 나가며 사실상의 팀 해체를 막을 수 없었다. 2003/04 시즌의 포르투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스리그의 기적

 

스포츠 경기에서 '기적'은 흔히 일어나지 않지만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드라마일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그것도 결승전에서 유독 기적다운 기적이 몇 번 연출되었다. 두 번 정도로 추릴 수 있겠는데, 첫 번째는 1998/99 시즌 결승전이다.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의 승부, 전후반 90분 내내 1-0으로 끌려 가던 맨유는 후반 들어 교체 투입한 두 명의 후반 추가 시간 두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맨유 역사와 챔피언스리그 역사뿐만 아니라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이자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는 2004/05 시즌 결승전이다. 잉글랜드의 리버풀과 이탈리아의 AC 밀란의 승부, AC 밀란이 전반전에만 세 골을 퍼부어 3-0인 상황에서 리버풀이 후반에만 세 골을 퍼부어 3-3으로 만들고는 연장전을 0-0으로 보내고 승부차기에서 리버풀이 3-2로 겨우겨우 승리했다. AC 밀란 쪽으로 압도적이게 기운 전력 차를 극복한 결과로, 당당히 '이스탄불의 기적'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결승전만이 기적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 토너먼트에서 기적을 쓴 경우가 종종 있다. 2018/19 시즌 잉글랜드 토트넘과 네덜란드 아약스의 4강전, 아약스가 1차전에서 1-0 승리 후 2차전 전반전에 두 골을 넣어 통합 3-0으로 앞서 갔다. 이에 토트넘은 후반전에 루카스 모우라가 두 골을 넣고 추가시간 막바지에 한 골을 추가하며 기적을 연출했다. 원정다득점으로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16/17 시즌 16강전에서도 역사적인 기적이 쓰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PSG의 대결, 1차전에서 PSG가 바르셀로나를 4-0으로 대파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1차전 네 골 차 스코어를 뒤짚은 적은 없었다. 2차전 누캄프 홈에서 바르셀로나는 PSG를 6-1로 대파해 버린다.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새로 쓴 기적, '누캄프의 기적'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현대 축구의 흐름

 

챔피언스리그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현대 축구의 흐름이 보인다. 즉, 명장들의 손에 의해 변화하는 전술이 보이는 것이다. 1980년대 말 아리고 사키 감독이 '공간 압박' 개념을 들고 나와 이탈리아의 AC 밀란이 축구계를 호령한다. 이후 1990년대 초 카펠로 감독이 이어받아 '반응적' 개념으로 승화시킨다. 철저히 상대의 전술에 반응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현대 축구의 표준 전술이 등장한다. '4-2-3-1' 포메이션, 수비형 미드필더 2명으로 수비를 공고히 하고 2선 중앙에 공격적으로 시합을 지배할 플레이메이커를 배치한다. 적절한 곳에 적절한 선수를 배치하면 만사 OK인 것이다. 여기에서 좌우 윙백을 전진시키느냐 후진시키느냐에 따라 적절한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0년을 전후로 이른바 '티키타카'의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축구계를 점령한다. 점유와 공간이라는 두 키워드를 앞세운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가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점 시대를 연 것이다. 자동화 기계처럼 볼을 운반하고 템포를 조절해 상대를 질식사 상태에 빠뜨렸다. 너무나도 완벽한 중원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었다.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또 다른 전술 트렌드가 선보였다. 독일어로 '게겐프레싱', 한국어로 '역압박'. 상대 진영에서 공격하다가 볼을 빼앗기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압박을 가해 최대한 빨리 볼 소유권을 되찾는 전술이다. 볼을 빼앗은 후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무조건 공격, 공격, 또 공격이다. 하여, 선수들은 엄청난 체력이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전술의 대략적 흐름을 보면, 현대 유럽 축구가 더 빠르고 더 많이 뛰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적이고 상대에 맞춘 전술에서, 동적이거니와 시합을 우리 팀이 지배하려는 목적이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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