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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대참사, '챌린저호 폭발'의 막전막후 <챌린저: 마지막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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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챌린저: 마지막 비행>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챌린저: 마지막 비행> 포스터. ⓒ넷플릭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기, 소련과 미국은 지구에서 모든 분야를 두고 경쟁했는데 우주에서도 경쟁을 했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시작되었는데, 초반에 소련이 앞서 나가다가 케네디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이 10여 년만인 1969년 실현되면서 미국이 승리했다. 미국이 '우주 경쟁'을 '문 레이스'로 국한시키고 또 성공해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소련은 1974년 달 탐사 계획을 중단했다고 한다. 


소련과의 문 레이스에서 승리하면서 이른바 '우주 패권'을 손에 쥔 미국은, 룰루랄라 후속 미션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야말로 인류를 대표해 우주와 경쟁하게 되었다고 할까. 80년대, 우주왕복선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비행기 모양의 익숙함과 우주를 상대하는 '간지'로 일반 대중에게 깊숙이 침투한다. 어느새 군사 목적에서 상업 목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하지만 우주선과 NASA에 퍼붇는 엄청난 돈에 비해 그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 버린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떨어지고 있었던 바, NASA는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는데 '일반인도 우주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들었던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일거에 받고는, 고심 끝에 '우주에서 시행하는 수업'을 매개로 교사를 모집한다.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제2호기 '챌린저호'의 10번째 임무이자 우주왕복선의 25번째 임무 'STS-51-L' 수행의 전말이다. 


전대미문의 챌린저호 폭발 참사


1986년 1월 28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11시 38분, 챌린저호가 케네디 우주센터를 떠나 날아올랐다. 총 7명의 대원이 타고 있었다. 공군 중령이자 사령관 딕 스코비, 공군 중령이자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엘리슨 오니즈카, 물리학자이자 사상 두 번째 미국 흑인 우주비행사 론 맥네어, 엔지니어이자 사상 두 번째 미국인 여성 우주비행사 주디 레스닉, 탑재체 전문가이자 휴즈 항공기 회사 직원 그레그 자비스, 해군 중령이자 조종사 마이크 스미스, 그리고 비행 중 우주선 안에서 수업을 진행하게 될 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까지. 


NASA의 꿈은 물론 일반인의 꿈까지 싣고 화려하게 날아오른 챌린저호는, 그러나 73초만에 폭발해 버리고 만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7명 대원 전원이 사망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챌린저: 마지막 비행>은 그 막전막후를 상세히 다룬다. 그 너무나도 강렬한 폭발 장면 때문에 그밖의 사항들을 알기 싫은 경향이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사실, NASA의 우주 탐사에서 큰 사건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1967년 아폴로 1호는 임무 훈련 중 화재로 3명의 대원 전원을 잃은 참사를 당했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이후 1970년 4월에 쏘아올린 아폴로 13호는 달에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해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지구에 귀환했다. 기적적으로 3명의 대원 전원이 생환하여 '성공적인 실패'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1986년 1월 챌린저호의 출발 직후 폭발 사고와 2003년 2월 컬럼비아호의 귀환 도중 폭발 사고로 7명 대원 전원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치명적인 문제들을 내포한 발사 강행의 결과


<챌린저: 마지막 비행>을 보면, 챌린저호의 STS-51-L 임무 수행은 애초에 여러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던 걸로 드러난다. 위에서 주지했던 바, NASA의 사활이 걸린 이벤트성 다분한 임무 수행으로 '무조건' 발사되어야만 했었다. 문제는, 나중에 드러난 바 고드름이 얼 정도로 평년 기온보다 너무나도 낮은 추운 날씨에 로켓 부스터 이음새를 메우는 고무 O-Ring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챌린저호 발사 전, 부스터 제작사 타이오콜 사의 기술자들과 O-Ring 설계 담당자는 위험성을 간파하고 NASA 측에 발사 연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NASA와의 계약 문제로 얽혀 있는 타이오콜 사와 자사의 사활이 걸린 임무 수행이라는 점과 레이건 대통령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NASA는 그 의견을 묵살해 버리고 발사를 강행시킨다. 그들 입장에선, 이전에도 수차례 더 추운 날씨에도 발사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알고서도 강행한 후과는 본인들이 아닌 희생된 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NASA의 우주왕복선 계획은 안전이 담보된 혁신이 아닌 진보라는 이름을 먹칠한 되도 않는 모험으로 밝혀진다. 계속되는 성공에 도취되어 본래의 임무를 잊고, 한편으론 관료주의에 절은 채 한편으론 대중과 언론의 관심에 취한 채 제대로 중심을 잡기 힘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대미문의 대참사로 수직상승하던 NASA의 우주 계획은 뒤흔들린다. 


대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도전을 계속한다?


작품에는, 당시 챌린저호 발사와 관련된 다양한 부류의 관계자들이 대거 출현했다. 7명 대원들의 유족들, NASA 직원들과 핵심 관계자들, 타이오콜 사의 기술자들과 핵심 관계자들, 청문회 관계자들, 언론인들, 우주비행사들까지. 당시의 참혹함을 전하며, 그리워하고 분노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반면, '빌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당시 챌린저호 발사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존슨 우주 센터장은 '어쩔 수 없었다'는 정도가 아닌 '인류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식의 소신(?) 발언을 이어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황당함과 분노를 자아냈다. 가히 그 거시적인 안목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본인이 희생 당사자였어도 그런 소리를 해 댈 수 있을지...


시종일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모두의 말을 듣는가 싶었던 작품은, 마지막 화의 마지막쯤에 이르러서 황당하게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출현한 관계자들의 숙연한 얼굴을 하나하나 비추며, 당시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애도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담화문을 얹힌 것이다. 주요 요지는, '대참사를 애도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였다. 당시 존슨 우주 센터장의 망언에 가까운 주장과 상호보완적으로 일치하는 말이 아닐 수 없는데, 설령 그게 그것대로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 이런 식으로 다루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나라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건, 그게 노동이든 돈이든 노력이든 목숨이든 권력과 명예와 돈을 두루두루 또는 한 가지만 가진 저 높으신 분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명령에 따라 그야말로 '아랫것'들이 희생되는 게 명백하다. 그 비극적 사실을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거룩하게 보여 주면 안 된다. 


이 작품 <챌린저: 마지막 비행>은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막전막후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걸 추천하되, 마지막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양새는 절대적으로 비추천한다. 사실뿐만 아니라 진실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로서 쓰레기 같은 모양새라고 말하고 싶다. 다큐멘터리의 뉘앙스는 픽션의 그것과는 달리 아주 신중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비록 나의 개인적인 성향과 반하는 뉘앙스였다고 하지만, 시종일관 취하던 스탠스와 너무 빗나가는 것이어서 작품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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