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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괴랄하지만 따뜻하고, 코믹발랄하지만 단단한 '인생'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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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넷플릭스



'장르문학'이 '순문학' 중심의 한국 문학계에서 자리를 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니, '웹소설'도 장르문학에 속한다고 한다면 대중적 인기와 시장 크기에서는 이미 순문학의 그것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다만, 2015년 일명 신경숙 사태 이후로 한국 문학계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그 일환으로 발빠르게 장르문학을 편입시키려 했다. 하여 역학 관계가 참으로 애매해졌다. 장르문학은 꾸준히 팬층을 확보하며 문학성도 높이고 있던 와중에, 순문학 주류의 문학계에서 받아 주겠다는 모양새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금의 판도를 보아선 장르문학이 순문학 위기의 한국 문학계를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이다. 정세랑 작가가 그 중심에 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는, 장르문학도 순문학도 아닌 것이 그 사이 어딘가 또는 그 밖 어딘가를 지향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따뜻하고 따끔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2015년작 <보건교사 안은영>은 그의 중기작에 속하는데, 출간 당시 폭발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정세랑 월드'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장르문학의 '장르'가 비단 문학계에 한정되지 않게 되자 정세랑 작가의 작품들은 문학 밖에서 훨씬 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경우도 이미 몇 년 전, 그러니까 책으로 출간되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 원작자가 직접 각본에 참여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20년 9월 말경에 공개되었다. 연출은 이경미 감독, 안은영 역에는 정유미 배우.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에겐 뭔가 특별한 게 보인다


용산구 목련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안은영에겐 이상한 것 혹은 특별한 게 보인다. '젤리', 영적인 뭔가를 부르는 말로 죽은 사람이 젤리로 나타나거나 산 사람의 욕망이나 집념이 젤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기엔 귀엽기도 하지만, 그리 긍정적이진 않은 존재인 듯하다. 오승권이라는 학생이 해파리라고 불리는 성아라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이상해진 듯하다. 농구문어라고 불리는 농구부 주장이 그녀를 향해 미친 듯한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온 학교에 오승권의 젤리들이 판친다. 


안은영은 그 원인을 찾아 나선다, 귀찮아 죽겠지만 말이다. 지하실에서 흘러 나오는 젤리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젤리 퇴치 무기인 비비탄총과 요술 야광봉을 가지고 젤리 퇴치에 나선다. 그런데, 지하실 관리를 맡고 있는 학교 재단 이사장 손자 홍인표 한문 교사에게 딱 걸린다. 남들 눈엔 보이지 않는 젤리를 퇴치하고자 비비탄총과 요술 야광봉을 가지고 열심히인 모습을 말이다. 


안은영과 홍인표는 학교 지하실에서 일을 겪고 나와선 믿기 힘든 큰일을 함께 겪는다. 젤리에게 잠식당한 학생들 수십 명이 죽을 수 있는 위기를 겪고, 안은영의 보고도 믿기 힘들고 볼 수 없으니 뭐라 말하기 힘든 모습을 보며, 함께하게 된다. 특히 홍인표는 안은영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무한대로 공급해 줄 수 있었기에 큰 힘이 된다. 그들은 과연 목련고등학교와 학생들을 지켜 낼 수 있을까?


괴랄하고 코믹발랄한 '인생'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의 입김이나 영향보다 연출과 각본을 겸한 이경미 감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을 거라 생각되는 작품이다. 그는 2003년 단편으로 데뷔 후 20여 년간 단 두 편의 장편(2008년 <미쓰 홍당무>, 2016년 <비밀은 없다>)을 내놓았을 뿐이지만, 호불호 확실히 갈리는 '이경미 월드'를 구축했다. 관습을 파괴하고 예측하기 힘든 서사와 독특한 미장센 그리고 음악으로 중무장한 채. 


이번의 경우, 드라마는 처음 연출해 보거니와 2편 단편 연출을 제외하면 4년 여만에 큰 작업을 한 것이지만 한 치의 어설픔이 묻어나 있지 않았다. 적어도 이경미 월드에서는 말이다. 정세랑 작가도 정세랑 월드를 구축하고 있었던 만큼 이 작품은 '이경미 월드*정세랑 월드'라고 해도 무방할 텐데, 케미가 완벽에 가깝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 한테는 '이게 뭐하자는 거지...' 하겠지만, 누군가 한테는 '내 인생 드라마다!'라고 할 만하다. 괴랄하지만 따뜻하고, 코믹발랄하지만 단단하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CG의 향연이 괴랄의 결정체이다.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인 젤리를 표현함에 있어 이경미 감독과 정세랑 작가가 가진 상상력을 총동원했을 게 분명하다. 정유미 배우가 적확하게 연기한 안은영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병맛을 넘어선 마라맛의 학생들 캐릭터가 코믹발랄의 결정체이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일반적으로'는 예측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받아들여지는데, '아, 이것이야말로 이경미 월드구나' 하고 자신도 모르게 읊고 있는 걸 발견할 것이다. 


따뜻하고 단단한 내면도 지닌 채


이 작품이 주지했듯 '외면'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휘몰아치니 감당하기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면 못지 않게 '내면'은 따뜻하고 단단하다. 두 주인공 안은영과 홍인표를 들여다보자. 한 명은 어릴 적부터 젤리라고 불리는 영적인 뭔가가 보였다고 한다. '귀신 보는 애'라고 찍혀 사람들이 피하고 무서워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한없이 소극적이고 또 칙칙했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홍인표는 학교 재단 이사장 손자로 금수저이자 어릴 적 잘나가던 운동선수였는데 오토바이를 타다 다리를 다쳤다. 


안은영은 좋은 친구 덕분에 적극적이고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으로 변했지만, 홍인표는 친구도 없이 소극적이고 또 칙칙해졌다. 그렇지만 둘다 소수자이자 약자인 건 변함이 없다. 작품은 둘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게 아니라, 둘의 연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용기를 보여 준다. 안은영은 학교 내 또 다른 퇴마사(?) 교사에게 '불쌍한 인생'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홍인표는 거의 도움을 줄 수 없는 몸 때문에 하염없이 힘들어 하지만 말이다. 


안은영은 욕지거리를 내밷고 귀찮아 하면서도 학생들을 구하고자 히어로짓(?)을 이어가고, 홍인표 또한 학교를 구하고자 젤리가 다가오지 못하는 보호막으로 몸을 휘감은 채 안은영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와중에, 목련고등학교를 둘러싼 조직들의 관계자들이 여러 수수께끼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끝까지 풀리지 않은 것도 많은 바 시즌 2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작품과 관련된 모두,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과 이경미 감독과 정세랑 작가와 정유미 배우와 남주혁 배우까지 이후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이들 모두가 누구나 사랑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사랑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누가 '누군가'에 속할지는 그들 각자의 몫이 클 테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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