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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나치 독일 핵심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 막전막후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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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포스터. ⓒ찬란



제2차 세계대전의 핵심 나치 전범, 히틀러를 비롯해 괴벨스, 괴링, 힘러, 헤스, 카이텔, 하이드리히, 보어만, 항케, 아이히만, 칼텐브루너, 뮐러 등 이름을 아는 이만 나열해도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이다. 당연히 그들을 향한 암살 시도 또한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성공률은 한없이 0%로 수렴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도 있듯, 완벽한 계획과 실행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와중에 제2차 세계대전 유일의 핵심 나치 암살을 성공시킨 적이 있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로, 국제형사경찰기구(현재의 인터폴) 6대 총재이자 국가보안본부 초대 본부장이자 게슈타포 2대 국장으로 있던 그가 1941년 보헤미아-모라바 보호령 즉 체코의 2대 총독으로 부임해서는 이듬해 암살 작전 성공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홀로코스트 총책임자 힘러 아래에서 홀로코스트를 계획하여 실무 책임자 아이히만을 통해 실행에 옮기게끔 한 장본인이며 게슈타포의 악명을 친히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은 '유인원 작전'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특히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암살 성공 이듬해 <사형집행인도 죽는다>를 비롯 70년대 <새벽의 7인>과 2010년대 <앤트로포이드(유인원)>까지 말이다. 소설로는 <HHhH>가 있는데,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 관련 콘텐츠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소설 <HHhH>를 봤는데,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가 훨씬 좋았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의 전말


해군 장교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무도회장에서 리나를 만나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약혼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가문을 일으키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하이드리히의 전 여자친구가 군에 고발하여 하이드리히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강제로 예편당한 것이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구해낸 건 다름 아닌 리나, 그녀는 가문을 일으키려는 수단으로 나치를 선택했고, 인맥으로 최고의 수뇌부 힘러를 하이드리히에게 소개해 준다. 하이드리히는 곧 실력을 발휘해 힘러의 최측근이자 나치 정보부의 핵심이 된다. 


자기를 알아준 나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그, 그가 가는 길엔 죽은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온 피만 있을 뿐이었다. 한편, 승승장구하는 하이드리히의 곁엔 그런 하이드리히와 같이 있고 싶은 아내 리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간곡한 바람과 달리 하이드리히는 점점 더 바빠지고 점점 더 멀리 갈 뿐이었다. 하이드리히는 보헤미아-모라바 보호령 총독으로 부임해 프라하로 향한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악명의 종착점 보헤미아-모라바 보호령 총독직을 마치면, 그는 더 높이 올라갈 참이었다. 영국에 망명해 있던 체코슬로바키아 망명 정부에서 결단을 내린다.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체코슬로바키아 군인을 선별해서 급파한다. 현지 연결책들과 지내며 작전을 짜고 세세한 계획을 통해 실행에 옮긴다.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는 데 성공한 이들... 하지만, 과연 그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그들을 도와준 현지 연결책들의 운명은? 


하이드리히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이후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는 크게 2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평범한 군인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나치 괴물이 되는 과정, 체코슬로바키아 결사단의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 과정과 이후. 우선 하이드리히를 들여다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유인원 작전에 천착한 <새벽의 7인>과 <앤트로포이드>와는 결이 다르다. 하이드리히에게 보다 천착했다고 볼 수 있겠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억울하기 짝이 없게 예편 당한 하이드리히, 그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없을 때 아내 리나를 통해 나치가 손을 내민다. 그의 실력을 높이 사 주고는, 충성를 다하고 적을 없애기만 하면 부와 명예와 권력을 약속한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나라 안팎으로 시달리며 유럽 최빈국 신세를 면치 못했던 독일(바이마르 공화국)에게 희망의 신앙을 주입시키며 어쨌든 나라를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수렁에 빠진 나라 전체에 먹힌 수법이, 수렁에 빠진 일개 개인에겐 먹혀 들지 않을리 만무했다. 


완장이란 게 그렇게 무섭다. 계급이나 직급만을 말하는 게 아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나아가면 개인의 실력이 극대화되면서 조직에도 좋은 것에서 끝나겠지만, 부정적으로 나아가면 개인과 조직 밖으로 무시무시한 힘을 분출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이 이런 식으로 일어났다. 


영화는 하이드리히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과 괴물이 된 후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악행과 더불어 지극한 일상까지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나열한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지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종종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잔인한 장면들이 실제적으로 나와 소름끼치게 한다. 와중에 얼굴 표정은 물론 자세와 분위기와 아우라까지 변해 가는 하이드리히를 연기한 제이슨 클락이 압권 중 압권이다. '진짜'의 느낌이 물씬 풍겨졌는데, 그의 연기만 감상하는 것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하다. 


하이드리히 암살 결사단의 이야기


2부 격인 후반부가 시작되며 영국에 망명 중인 체코슬로바키아 군인들이 등장한다.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다른데, 밝고 활기차고 명랑하기까지 하다.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에서 기약 없이 지고 있지만, 결국 이기고야 말 거라는 걸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반부의 하이드리히 부분에서는, 비록 모든 게 완벽에 가깝게 승리를 향하고 있음에도 한없이 우중충하고 우울하고 어두웠다. 


결사단이 프라하로 급파되고 나서는 긴박하고 비장해진다. 결사단 개개인의 목숨은 물론, 체코슬로바키아뿐만 아니라 연합국 나아가 전 세계의 명운까지 그들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작전 아닌가. 홀로코스트의 핵심 중 핵심이자 나치 정보부의 핵심 중 핵심인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는 건,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전쟁 전체의 양상까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듯, 하이드리히는 암살되고 결사단은 필사의 대항 끝에 모두 죽고 만다. 밀고한 배신자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세세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보는 이유는,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도 있겠지만 영화적 재미의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나치 독일 군인)을 죽이는 걸 보는 데 있어 마음의 흔들림이 없는 몇 안 되는 경우이지 않은가. 실제로는 어땠을지 잘 모르지만, 영화에서 결사단은 참으로 많은 나치 독일 군인들을 죽인다. 그 쾌감과 함께, 장렬하게 전사하는 결사단의 최후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은 마음을 울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상당히 넣었기로서니 액션에서조차 건조한 느낌이 많았다. 쾌감이나 비장함이 영화적 재미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시대를 잘 풀어내고, 배경도 완벽에 가깝고, 연기는 완벽했으며, 마음과 감정을 들었다놨다 했음에도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를 추천한다, 추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