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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팬의, 팬들에 의한, 팬을 위한 구단이자 팀으로!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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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넷플릭스



넷플릭스 축구 다큐멘터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단순한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축구에 얽힌 사람 이야기라 하겠다. 그 부흥의 시작은 단연코 2018년 12월에 선보인 <죽어도 선덜랜드>였다. 잉글랜드 축구 1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터줏대감이자 생존왕으로 명성을 떨친 선덜랜드가 꼴지를 해서 2부 챔피언십으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챔피언십에서도 꼴지를 하는 수모의 과정을 그렸다. 하여 선덜랜드는 3부 리그원에서 2018~19 시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죽어도 선덜랜드>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선 <유벤투스: 살아있는 전설> <보카주니어스: 컨피덴셜>을 선보인 바 있고 이후엔 <앙투안 그리에즈만: 진행형 레전드>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죽어도 선덜랜드>가 시즌 2로 돌아왔다. 비교불가 최고의 축구 다큐멘터리.


예상했듯, 이번에는 선덜랜드의 리그원 탈출 염원기를 다룬다. 시즌 1이 챔피언십 생존기였다면, 시즌 2는 리그원 탈출기라고 할 수 있겠다. 검색 한 번이면 알 수 있듯, 선덜랜드는 2018~19 시즌에 리그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고로, 시즌 1이나 시즌 2 모두 선덜랜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이번 또한 작품에 진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최고의 다큐멘터리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3부 리그 선덜랜드의 새 구단주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에서 나왔듯, 선덜랜드가 2016~17 시즌 결과 챔피언십으로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자 구단주 엘리스 쇼트는 투자를 중단해 버린다. 구단을 운영하는 스태프들과 감독, 선수들은 더 이상 어려울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생존하려 하지만 턱 없이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2017~18 시즌이 끝나고 리그원으로의 강등이 확정되며 엘리스 쇼트는 구단을 판다. 


스튜어트 도널드가 새 구단주로 오면서 선덜랜드는 활기를 띤다. 멀리 미국의 기업가였던 엘리스 쇼트와 달리 영국인으로서 직접 구단 운영에 매진한 스튜어트 도널드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구단의 이해하지 못할 운영방식을 바꾸려 한다. 그러며 구단과 팀의 DNA를 '팬'에게 맞추려 한다. 팬의, 팬들에 의한, 팬을 위한 구단이자 팀으로 말이다. 팬들도 전보다 더한 관심과 응원으로 보답한다. 


시즌 초중반까지 특출난 재능 조시 마자의 골 폭발 덕분에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챔피언십으로의 직행은 리그 2위 안에 드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3위부터 6위까지는 피 튀기는 토너먼트를 통과해 오직 한 팀만이 챔피언십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특출난 재능이 과연 언제까지 리그원, 즉 3부 리그에서 뛸까. 스튜어트 도널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의 제안을 맞춰주려 하지만,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조시 마자와 윌 그리그의 쫄깃한 이적 과정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중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단일 스토리가 바로 조시 마자의 재계약 혹은 이적 여부이다. 그는 2018~19 시즌 중반인 2019년 1월이면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팀의 시즌 후반 안정과 챔피언십 직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 더군다나 팀에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라곤 그 하나뿐이었다. 여러 가지 억측과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프랑스 보르도로 떠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했던가, 그가 떠나고 난 빈자리가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최전방으로 볼을 찔러줘도 골을 넣을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스튜어트 도널드는 애를 태우며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알맞은 선수를 데려와야 했다. 그는 결국 고위 스태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그원 역사상 최고의 금액을 들여 이적시장이 닫히기 몇 분 전에 위건에서 윌 그리그를 데려온다. 조시 마자의 이적 못지 않게 윌 그리그의 이적 과정 또한 이 작품의 쫄깃한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이제 윌 그리그의 폭발적인 골 폭풍을 앞세워 리그원을 제패하는 수순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와중에 역시 선덜랜드 팬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그들은 영국 노스이스트 지역의 선덜랜드에서 빈털털이나 다름 없는 노동자 생활을 하는 와중에 기댈 거라곤 선덜랜드 AFC밖에 없다고 말한다. 타 지역 축구 팬들처럼 축구가 여가생활 또는 유흥의 방편이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축구는, 선덜랜드 AFC는 인생 그 자체이다. 어차피, 죽어도 선덜랜드이기에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함께 산다. 


새 구단주와 팬들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은 구성 요소가 많았다. 구단주 이하 스태프들, 감독과 선수들, 팬들까지 선덜랜드 AFC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지 않기를 바라다가 결국 한 번만 이겨봤으면 한 골만 넣었으면 하는 비참한 바람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면, 시즌 2는 감독과 선수들 이야기는 거의 빠지다시피 하고 대신 새로 온 구단주와 이사 그리고 팬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선덜랜드 AFC 역사상 리그원 추락은 1987~88 시즌 딱 한 번으로, 그때도 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십으로 직행하였다. 그러니, 선덜랜드 AFC로서는 챔피언스 직행은 당연하고 우승을 해야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시즌 1처럼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무조건 이기는 걸 바라게 되는 만큼, 팀 소속원들이 아닌 구단주와 팬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야 마땅했다. 구단주와 팬들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적자를 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버페이로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없는 돈 다 털어 시즌권을 사서는 시간을 내어 매 경기 직관하고 응원하며, 멀리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는 두 번의 결승전도 당연한 듯 직관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스튜어트 도널드 구단주는 말한다. 축구는 지역사회라고, 선덜랜드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하지만 팬들이 환영하지 않는데 오래 머물고 싶진 않다고, 팬들이 원하는 한은 있고 싶다고 말이다. 팬들은 말한다. 가족 말고 사랑하는 건 선덜랜드뿐이라고, 그게 다라고. 이 지역에는 돈 많이 주는 직장도 없고 영국에서 잘사는 지역도 아니지만, 선덜랜드가 있다고 말한다. 축구는 선덜랜드이고, 축구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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