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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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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봐도 재밌고 또 봐도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있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 음악 등. 퇴색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볼 때마다 환경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필자가 살아가면서 보고 또보고 계속봤던,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콘텐츠들을 나름 엄선해 간단히 리뷰해본다. 이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 만화④-1[이노우에 다케히코]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처음 만화책이란 걸 접한 게, 초등학교 6학년 쯤이었던 것 같다. 만화를 정말 잘 그리는 친구가(특히나 드래곤볼을) 드래곤볼 37~42권을 빌려줘서 봤던 기억. 몇번이고 보고 또 보다가 하도 반납(?)을 안 하니까 그 친구가 직접 찾아와 수거(?)해간 기억. 드래곤볼은 그렇게 묻어두고,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본 만화책은 <미스터 초밥왕>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쇼타의 피나는 노력의 나날들을 보며 얼마나 반성을 했던지... 만화책보고 재미나 감동이 아닌 자기반성을 한 건 그 만화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지? 그렇게 여러 유명 만화를 섭렵했지만, 누가 그렸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SBS TV에서 <슬램덩크>라는 애니매이션을 방영해 주었다. 그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던 바. 하지만 그 어마무지한 명성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명성에 비해 너무 웃긴 게 아닌가? 어릴 때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명작은 웃겨서는 안 된다고. 그러고나서 바로 만화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라는 만화가를. 처음으로 만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게 이때가 아니었을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콘텐츠의 이름을 알릴 것인가 작가의 이름을 알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예사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더 알리느냐에 따라 사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적어도 한국에서, 그가 만들어낸 콘텐츠만큼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 만화가보다는 훨씬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토리야마 아키라를 아시는가? <드래곤볼>의 작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포털에 사진조차 나와 있지 않다. 그렇다면 오다 에이치로를 아시는가? <원피스>의 작가이다. 만화책으로는 이례적으로 나왔다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이 만화의 작가는 포털에 사진은 커녕 프로필조차 제대로 안 나와있다. 그에 반해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포털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나 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시티헌터>의 작가인 호조 츠카사의 문하생으로 출발해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89년 <카멜레온 자일>이라는 단편 만화를 출간했고, 이어 1990년부터 '소년점프'에 <슬램덩크>를 연재한다. 일본 최대만화잡지 '소년점프'에 실렸다는 건, 만화가로서는 이미 반쯤 성공가도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하지만 <슬램덩크>는 그에게 신화적인 성공을 안긴다. 이후 1998년 <버저비터>까지, 1990년 최전성기를 농구만화와 함께 보낸다. 2000년이 되자 그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일본의 유명한 역사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원작으로 한 만화 <배가본드>를 그리게 된 것이다. <슬램덩크>에서 보여준 개그적 요소를 쏙 빼고 진지함만이 남겼다. 거기에 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다양한 실험을 행한다. 화제의 <배가본드> 연재 속에서 2001년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낚시질 아닌 낚시질을 한다. 농구만화를 그리겠다고 한 것이다. 이때부터 <슬램덩크 2>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추측은 추측에서 끝났다. 차기 농구만화 <리얼>은 '휠체어농구'였다.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게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가지고 농구 경기를 행하는 것이 주요 소재이다. <배가본드>와 <리얼>은 연재한지 각각 13년, 12년이 되었지만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리얼> 같은 경우에는 1년에 한 권 정도 출시되기에, 초반엔 손꼽아 기다리다가 지금은 손놓고 기다린다. 2007년에는 <슬램덩크> 1억부 판매 기념으로 24개의 폐교 교실에 분필로 슬램덩크 주인공들의 일상을 그린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후>를 출간해, 팬들의 <슬램덩크 2>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다. 단편 데뷔작과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후>를 더해도 6편 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그에게서 어느덧 거장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긴다. 만화 외적으로 종종 논란이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만화로서만 판단할 때 그는 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 같다.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지치지 않고, 독자와 소통하면서, 오래오래 지속되고 회자될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 이는 비단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 생산자가 취해야 할 자세이다.다음 시간에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주요 세 작품을 간단히 리뷰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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