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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우라사와 나오키, 저도 참 좋아하는 만화가인데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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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봐도 재밌고 또 봐도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있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 음악 등. 퇴색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볼 때마다 환경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필자가 살아가면서 보고 또보고 계속봤던,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콘텐츠들을 나름 엄선해 간단히 리뷰해본다. 이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 만화③-2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책들]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3편을 뽑으라면, 단연 <마스터 키튼>(1988년 작), <몬스터>(1995년 작), <20세기 소년>(2000년 작)을 뽑겠다. 이 순서가 1980년, 1990년, 2000년대 대표 작품으로 또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순서이기도 하다.(많은 분들이 <몬스터>를 우라사와 나오키의 최고 작품으로 선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2005년 작품 <플루토>나 지금 한창 연재 중인 2010년 작품 <빌리배트>를 최고로 뽑을지도 모른다. [마스터 키튼]

마스터키튼 ⓒ대원씨아이


'RETURN'을 제외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정식 단행본 3번째 작품으로, 1988년도에 출간되었다. 사실상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며 작가의 작풍에 있어서 과도기적 작품이기도 하다. <마스터 키튼>를 전후로 <야와라>(1987년 작), <해피>(1994년 작) 같은 밝고 유쾌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후 <몬스터>부터 SF, 스릴러, 공포를 이용해 무거운 주제로 인간을 탐구하는 쪽으로 추구하는 바가 달라진다.


주인공 '히라가 다이치 키튼'은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는 참으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옥스포드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고 SAS(영국공군특수부대)에서 교관으로 현대사에 남을 사건들에 관여했다. 하지만 그는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했고, SAS 근무 사실은 숨긴 채 간간히 대학 강의를 하며 보험조사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혼혈인으로써의 자기정체성 극복 과제와 고고학자로써의 호기심, SAS 출신으로써의 숨길 수 없는 본능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기본적으로 보험조사원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위의 특성들이 곳곳에서 발휘된다.


이 만화의 재미요소는 상당히 많다. 도무지 모르는 게 없는 주인공 '마스터' 키튼의 캐릭터, 역사와 정치, 경제 등이 섞여 있는 배경, 간단없이 터지는 사건 등. 이 모든 게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지만, 키튼이라는 뼈대가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몬스터]


몬스터 ⓒ서울문화사


일본 전역에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이름을 알린 <몬스터>. 1994년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연재되는 내내 주요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어느샌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게 된다. 그는 가히 '몬스터' 같은 인기를 누비지만, 이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몬스터' 같은 작업량을 선보인다. 즉, 쉴 타이밍없이 줄기차게 작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덴마'는 일본국적으로 독일의료계의 '신성', 천재외과의사이다.(하얀거탑의 장준혁?) 그에겐 약혼녀(병원장의 딸)가 있지만 탐탁치 않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발을 담그기도 싫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얀거탑의 장준혁?)


그러던 어느 날, 머리에 총을 맞고 실려온 아이를 살려내게 된다. 이는 병원장의 명령을 어긴 처사였다. 그는 스스로를 위안하며 병원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약혼녀와고도 깨지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고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병원의 고위층이 모두 독살당하고, 덴마가 살려줬던 아이 '요한'과 그의 쌍둥이 여동생인 '안나'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흘러간다.


어느 날 '요한'의 실체가 사이코패스 즉, '몬스터'라는 걸 알게 된 덴마.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돌려놓기 위해 요한을 쫓는다. 그 사이 알게 되는 거대한 음모. 덴마는, 요한은, 안나는, 어떻게 될까? 숨쉴 틈 없이 진행되는 스릴러와 공포. 재미있다. 아주 재미있다.


지금 한창 미드로 제작중이라고 한다. 감독은 그 유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얼마 전 개봉한 <퍼시픽 림>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미드를 그다지 챙겨보지는 않는데, 이토록 기다려질 수 있다니 놀랍다. 


[20세기 소년]

20세기 소년 ⓒ학산문화사


우라사와 나오키는 <몬스터>로 정점을 찍은 듯했지만, <20세기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3000만부에 다다른 판매고를 올린 진정한 정점 <20세기 소년>은 영화로까지 이어진다. 600억이 투자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1편은 2008년 일본 6위, 3편은 일본 영화 역대 50위권 내에 포진했다. 하나의 콘텐츠가 일본 만화와 영화, 관련 콘텐츠 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2000년대 초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 '켄지'는 어렸을 적(1970년대) 친구들 5명과 함께, 그 나이 때는 누구나 할 법한 "지구(세계) 멸망"에 관한 장난을 하며 "예언의 서"를 만든다. 비밀 기지를 만들고, 세계 멸망 시나리오를 만들며 놀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발단이 되어 실제가 될 줄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켄지와 친구들. 어느 날 '친구'라는 종교집단이 나타나 세계 멸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켄지와 친구들은 '친구'의 세계 멸망 시나리오가 자신들이 어렸을 적 만들었던 "예언의 서"와 동일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테러집단'으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들은 세계를 지킬 수 있을까?


사실 이 만화에 주인공은 '켄지'이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이라고 하기엔 출현 비중이나 호감이 여타 만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즉, 만화의 간판 캐릭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세기 소년>뿐 아니라, 우라사와 나오키의 모든 만화에서(모든 만화를 보지 못해서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간판 '캐릭터'는 없다. 굳이 뽑는다면 <마스터 키튼>의 키튼 정도? 다만 간판 '스토리'와 '분위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넘친다.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역사, 문화, 과학, 경제, 사회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의 향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와 자칫 눈을 떼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길을 잃을 수 있는 촘촘하고 꽉 짜여진 스토리 라인. 거기에 비록 눈에 확 들어오는 캐릭터는 없을지라도, 그의 만화는 만화로써의 보는 재미가 있다. 보고 보고 또 보게 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만화에는 '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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