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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이보다 사랑스럽고 필요하고 바람직한 리더가 있을까 <패딩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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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패딩턴 2>


영화 <패딩턴 2> 포스터. ⓒ이수C&E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은 영화에도 통한다. 수많은 영화들이 여러 면에서 여러 종류의 성공을 거두곤 여지 없이 속편 작업에 착수해 잊어버릴만 할 때 내놓는다. 하지만 개중에 많은 것들이 '왜 만들었냐'는 말을 듣는다. 


그럼에도 속편을 내놓는 건 돈 때문이다. 물론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로 못 이기는 척 내놓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욕을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편의 확실한 성공의 후광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게 불 보듯 뻔하기에 그러는 것이다. 


여기, 위대한 속편들이 있다. 위대한 속편이 있으려면 위대한 오리지널도 있어야 하는 바, 오리지널도 괜찮지만 속편이 더 괜찮은 영화들이다. <대부 2> <에일리언 2> <터미네이터 2> <배트맨 2>. 챙겨보니 많지 않다. 형만 한 아우가 되기란 그만큼 어렵다. 


영국 영화 <패딩턴 2>에 '위대'를 붙이는 건 꺼려지지만, 오리지널보다 괜찮은 속편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영화임엔 분명하다. 전편보다 캐릭터의 귀여움, 서사의 촘촘함, 사건의 스펙터클이 다양해지고 깊어지고 매끄러워졌다. 


행복을 찾아서


영화 <패딩턴 2>의 한 장면. ⓒ이수C&E



페루에서 런던으로 와 박제사의 위협을 무릎쓰고 브라운 가족과 함께 훌륭히 적응에 성공한 말하는 곰 패딩턴, 이젠 브라운 가족에게는 물론이고 삭막했던 동네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실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사고뭉치이지만,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패딩턴은 자신을 구해주고 길러주신, 혼자 남게 된 숙모에게 뜻깊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 그가 고른 선물을 런던의 12 명소를 소개해주는 팝업북, 하지만 굉장한 고가이기에 알바로 돈을 벌어야 한다. 역시 시작은 우당탕탕, 결과는 대성공. 


하루만 있으면 돈을 마련하게 될 찰나 누군가 가게에 칩입해 팝업북을 훔치는 걸 발견한다. 하지만 재빠른 도둑, 오히려 패딩턴이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가게 된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패딩턴, 하지만 그곳에서도 행복 바이러스는 그대로이다. 


중요한 건 숙모에게 줄 선물, 팝업북. 팝업북을 되찾아야 누명도 풀리고 범인도 잡고 숙모에게 선물도 드릴 수 있고, 결국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꾼다는 것


영화 <패딩턴 2>의 한 장면. ⓒ이수C&E



영화는 다분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마냥 귀여운 와중에 착한 마음씨와 행복 바이러스와 완벽한 교훈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되는 패딩턴이란, 이보다 더 억울할 수 없겠지만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인생 밑바닥 중 밑바닥인 누명 쓴 감옥 생활 와중에도, 패딩턴은 슬기롭게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존재이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수많은 벽을 부수거나 뛰어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자신만의 색을 칠해 이용할 줄 안다. 


'말하는 곰'으로 인간 세상 한가운데 떨어져 적응에 성공하고 없어선 안 될 이로 거듭난다는 건, 단순히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 대상이, 1편이 런던이었다면 2편은 감옥이다. 


본인, 말하는 곰이 보수적인 나라 영국의 보수적인 수도 런던의 조그맣고 적적한 동네에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불 보듯 뻔하다. 그것도 대책 없이 착하고 사고뭉치에 옳은 말만 하는 곰이라면? 아니꼽은 건 물론, 불편하고 심지어 '이상한' 타지 개체의 칩입에 여러 가지로 위협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감옥도 다르지 않다. 크고 작은 잘못을 한 범죄자들이 모여서는, 뭘 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게 있고 좋았던 기억을 지니고 있으며 계속 잘못만 저지르라는 법은 없다. 패딩턴은 잘 알고 있다. 


이보다 바람직한 리더가 어디 있을까


영화 <패딩턴 2>의 한 장면. ⓒ이수C&E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비평적 성적에 비해 흥행 성적이 형편 없는 이유는 영국 영화이기 때문일까. 세계 최고의 도시이지만 우중충하고 꽉 막혀 있을 것 같은 런던을 중심으로, 과하게 귀엽고 유쾌하고 행동적이지만 한편 숙모님 말씀을 신앙처럼 생각하고 따르는 꽉 막힌 면모를 지닌 패딩턴이 마냥 와닿지만은 않았던 것일까. 


패딩턴은, 편견 없고 신념 있고 생각이 없지만 행동은 있으며 행복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완벽과는 하등 거리가 먼, 가장 필요 없는 존재일 것 같지만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고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그야말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리더 아닌, 좌중 각각에게 힘을 실어주어 좌중과 함께 하는 서번트 리더 말이다. 패딩턴은 알고 있다. 내가 널 섬기면 너도 날 섬길 테니, 이보다 더 바람직한 리더가 어디 있고 공동체가 어디 있겠나. 


1958년 처음 등장해 1975년 최초로 영상화된 '패딩턴', 이후에도 100편 이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랑스러운 패딩턴은 <패딩턴 3>을 비롯,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때마다 우린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를 환영할 테고 그만이 줄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에 가감없이 감염될 것이며 그보다 더한 사랑을 그에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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