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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라이언 레이놀즈표 엽기코믹액션의 시작 <더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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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보이스>


영화 <더 보이스> 포스터. ⓒ조이앤시네마



2016년 성인들을 위한 슈퍼히어로 무비 <데드풀>, 화끈한 드립들로 R등급의 신기원을 쓰며 전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주인공 데드풀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었고 간간히 액션을 찍다가 2011년 <그린 랜턴>의 대대적인 흥행과 비평 양대 폭망으로 슈퍼히어로계에 입문하지 못했었다. 


이후 액션으로 선회한 레이놀즈는 <데드풀>로 인생 캐릭터를 만나기 직전 그에 버금갈 만한, 아니 그 밑바탕이 되는 캐릭터 또는 영화를 만난다. 2015년 작 <더 보이스>가 그 영화인데, <데드풀>의 그것 즉 유머러스한 코믹과 엽기적으로 잔인한 범죄 액션이 나름 훌륭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다가, 비슷한 느낌의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데드풀 2>의 성공에 힘입어 역시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 포지셔닝되어 뒤늦게 발굴된 케이스라 하겠다. 말인즉슨, 믿고 보는 라이언 레이놀즈표 R등급 코믹범죄액션이라 하겠다. <킬러의 보디가드>가 1년 만에 무삭제판으로 재개봉하여 힘을 보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영화 <더 보이스> 한 장면. ⓒ조이앤시네마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핑크톤을 메인 컬러로 하는 세간 제작 업체 Milton Fixture and Faucet에 운송부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제리(라이언 레이놀즈 분), 회계부 피오나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파티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 데이트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막상 그녀는 그닥 좋아하는 느낌이 아니지만 제리는 개의치 않는다. 


제리는 고양이 워스커스, 개 보스코와 함께 산다. 그런데 그들이 제리에게 말을 건다. 워스커스는 상스러운 말, 욕과 함께 그의 부정적인 폐부를 건드리고, 보스코는 제리를 향한 한없는 사랑과 진지한 말로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고 한다. 제리는 이러저리 휘둘리는 와중에, 정신과에 주기적으로 상담을 가지만 처방된 약을 먹지 않는다. 


한편 제리는 피오나에게 차인 후 우연히 다시 피오나를 만나는데 실수로 그녀를 죽이게 된다. 하지만 이후 그가 그녀를 처리하는 건 결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살인마의 그것.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리는 피오나의 목만 따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그녀가 걸어오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냉장고에서 혼자 얼마나 외로운데요. 사람을 죽여주세요!'


선한 의지의 악한 행동


영화 <더 보이스> 한 장면. ⓒ조이앤시네마


 

<더 보이스>는 이란 출신의 여성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의 작품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기념비적인 그래픽노블 <페르세폴리스>의 작가이자, 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페르세폴리스>의 감독이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만화축제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세계 최고의 영화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전성기에 가려 감독의 특이하고 특별한 이력이 묻힌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최소한으로라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강렬하고 아찔하고 역동적이고 자못 황당한 만화를 그려왔던 그녀가 연출한 영화이기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레이놀즈는 그녀를 만나 자신의 캐릭터를 찾은 게 아닐까. 


영화는 엄마의 정신분열증을 이어받아 평생을 살아온 제리의 이야기다. 그에겐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리는데 누가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는 선과 악이 명백히 구분되어진 목소리들이다. 그는 어릴 때 당했던 또는 행했던 일의 엄청난 트라우마로 그 목소리들 중 어느 하나를 반드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그가 행하는 걸 그는 선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행하는 실제는 대부분 악이다. 


영화의 겉은 정신분열증 이야기이지만 속은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에 가깝다. 누구나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와 싸우고 목소리에 동조한다. 그건 누구나가 힘들어 하는 선택의 순간들이 아닌가. 


정신분열증의 훌륭한 표본


영화 <더 보이스> 한 장면. ⓒ조이앤시네마



그동안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수없이 많은 정신분열증 증세들이 소개되었고 정신분열증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진중하기 짝이 없어 그들이 행하는 잔인함 또는 순수한 행동은 한없이 잔인하게만 다가오거나 이입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순진무구의 모순으로만 다가왔다. 


이 영화는 잔인한 와중에 엽기적인 코믹으로 정신분열증세를 잘 표현해냈다. 한없이 귀여운 얼굴과 몸짓으로 무시무시한 욕설을 내뱉는 고양이나 헤벌죽한 얼굴로 꼬리치며 다가와 진중한 말씀(?)을 해주시는 개, 그리고 목만 남은 채로 요구하고 조언하는 희생자들...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미친' 제리의 증세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 쓰러져 가는 집이나 회사 건물이 약을 먹지 않을 때는 핑크빛과 알록달록 네온빛으로 빛나는 모습이나, 깔끔하고 밝고 향기로운 집안이 약을 먹고 나서는 본래의 칙칙하고 더럽고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구역질 나게 만드는 집안이 되는 변화는 따로 또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정신분열증세의 훌륭한 표본이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B급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더 보이스>. 이제라도 한국에 소개되어 그 기원을 조금이나마 늦게나마 알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기기묘묘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극단에 처한 상황들을 눈쌀 찌프리면서도 코믹하게 바라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기를. 아울러 라이언 레이놀즈의 B급 전성기가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그가 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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