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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삶은 언제,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패터슨> [리뷰] 짐 자무쉬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를 말함에 있어 '짐 자무쉬'를 언급하지 않는 건 결레다. 그렇지만 1982년 로 센세이션한 데뷔를 한 이후 시종일관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 위대한 예술가를 난 잘 모른다.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 정식 개봉한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이유가 이유라면 이유겠다. 2017년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좋은 영화 중 하나라 만평할 만한 을 빗대어 간단히 언급하자면, 짐 자무쉬는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세계에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삶'에서 예술을 건져올리고 아름다움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영화 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에 사는 버스기사 패터슨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버.. 더보기
'우리'가 바꾼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1987> [리뷰] 소름끼친다. 먹먹하다. 분노가 인다. 답답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들이다. 이미 사건의 큰 얼개와 결과를 다 알고 있지만 이런 감정들이 들어와 마음을 헤집는 걸 막을 순 없었다. 2017년의 대미를 장식했던 장준환 감독의 에 대한 감상평 아닌 감정평이다. 영화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3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일명 '정치 영화'들과 맥을 함께 한다. 개중 상당수의 영화들이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하며 국민의 염원을 재확인하는 데 일조했다. 은 그 정점에 서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1980년의 5.18만큼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들이 1987년에는 잇달아 터졌다. 장준환 감독은 필모 통상 채 5편의 장편도 연출하지 않았다. .. 더보기
사방면으로 보는 회사와 일상의 이야기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서평]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출판 콘텐츠 중에 '퇴사'가 소소하게 눈에 띈다. 퇴사를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를 위로하거나, 퇴사를 해도 잘 살아갈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라거나, 회사가 전부가 아니니 너무 의존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라거나.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고 가슴속 깊이 받아들이지만 결코 쉽게 하지 못할 퇴사. '퇴근', '퇴사',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가. 그 설레는 말 이면엔 회사에선 설레는 일 따위는 없다는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만 회사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편이 아닌가. 맡은 일을 하여 성과를 내고 그에 맡는 돈을 받는 것, 설레는 일 따위 없어도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 이상의 것을 얻어갈 수 있다. 결국 다시 회사다. 그렇다면, 중요한 .. 더보기
명작 우주 영화의 맥을 잇다 <스테이션 7> [리뷰] 러시아 영화,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아예 모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고작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에이젠슈테인의 이 '몽타주이론'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정도를 나 또한 알 뿐이다. 최근 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러시아 영화라는 정도가 눈에 띄었다. 우리가 아는 영화의 결, 할리우드의 결과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영화 또는 볼 만한 영화의 기준은, 아무래도 할리우드에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러시아 영화들은 어느 모로 보나 그 기준에는 많이 모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할리우드급의 퀄리티, 그러나 결은 완연히 다른 영화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10년 전에 나왔던 가 그랬고, 올해 나온 이 그렇다... 더보기
빛나는 순간들을 위한 관계, 상실, 성장의 하모니 <빛나는> [리뷰] 가와세 나오미의 장편 연출 데뷔 20주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이 열광하는 일본 최고의 감독 중 하나 '가와세 나오미'는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녀는 장편 데뷔와 동시에 칸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는데, 이후로도 그녀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어 비로소 가와세 나오미라는 이름을 알린 와 또한 칸영화제는 물론 수많은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얼마전 개봉한 또한 마찬가지다.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지극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 행간과 자간을 읽어낼 수 없거나 읽어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 자체로 결코 스무스하고.. 더보기
그곳엔 공포의 광활한 대지가 있을 뿐...<달콤한 노래> [서평] 2016년 공쿠르상 프랑스 파리 10구 오트빌 가의 근사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 보모가 자신이 기르던 아이 둘을 살해하고 자신 또한 죽으려 했다. 남자 아기는 즉사했고 여자 아이는 병원으로 가던 도중 사망했다. 이 충격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보모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아이들은 왜 죽었어야 했을까. 시간은 아이들의 부모가 버티다 못해 보모를 들이려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폴과 미리암은 둘째를 낳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알았다. 무리해서라도 보모를 들여야 했다. 루이즈는 완벽한 보모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아이들을 완벽히 다루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생활은 너무도 불안하다. 집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일터로 가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일터를 완벽히.. 더보기
슬픔과 행복 사이에서 허우적거릴 나이, 29살의 이야기 <나의 서른에게> [리뷰] '서른'이라는 나이, 솔직히 지금에 와선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다. 백세 시대에 서른이 갖는 의미가 클 수 없는 것이다. 예전 삼십대가 인생의 최절정기라고 했다면, 요즘 삼십대는 이제 막 세상에 한 발을 내딛는 시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서른에게 여전히 관심을 갖고 의미부여를 하려는 건 예전부터 이어온 관념 때문이다. 서른이라는 말이 들어간 콘텐츠는 소설, 시, 노래, 영화 등 부지기수이다. 1992년 최영미 시인의 는 시대를 관통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994년 고 김광석의 는 시대를 뛰어넘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이들은 '서른'이라는 나이의 상징성을 특유의 감정선으로 내보내 만민의 호응을 얻었다. 요즘 서른에 투여하는 바는 많이 다르다. 일례로 얼마전 출간되어 꽤 호응을 얻고 .. 더보기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그리고 제대한 나 <아기와 나> [리뷰] 군대 전역을 앞두고 말년 휴가를 나온 도일, 엄마와 아내가 될 순영과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아기 예준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고아 출신인 순영이 엄마와 모녀지간처럼 지내는 건 좋은데, 합세해서 날라오는 잔소리는 듣기 힘들다. 도일은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가장인 것이다. 엄마와 순영이 일을 나간 사이 예준이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예준이의 혈액형이 자신과 순영 사이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일은 이 사실을 순영에게 차마 얘기하지 못하지만, 운은 뗀다. 다음날 갑자기 순영이 사라졌다. 전화도 안 되는 건 물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까지 모른댄다. 아는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 예준이를 하루이틀씩 맡기고 도일은 순영을 찾아 삼만리를 감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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