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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세 개의 광고판으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장인의 솜씨 <쓰리 빌보드> [리뷰]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에빙 외곽, 사람 발 길이 뜸한 도로 옆에 세워진 허물어져 가는 큰 광고판 세 개가 탈바꿈한다. 딸이 죽어가면서 강간을 당한 후 불에 타 돌아왔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1년이 지난 현재를 사는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분)가 책임자 윌러비 서장(우디 해럴슨 분)을 향해 직격타를 날린 것이다. 푸른 잔디 위에 선명히 대조되는 새빨간 바탕으로 검정색 글씨의 메시지를 세 개의 광고판에 써 놓았다. RAPED WHILE DYING(내 딸이 죽어가면서 강간을 당했는데), AND STILL NO ARREST?(그런데 범인을 아직도 못 잡았다고?), HOW COME, CHIEF WILLOUGHBY?(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 이에 마을에서 존경받고 명성높은 윌러비 서.. 더보기
디즈니월드 건너편, 귀엽고 천진난만한 친구들의 소외된 이면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명랑하고 귀여운 젊은 포르노 배우와 냉소적이고 일면 괴팍한 늙은 할머니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 세계적인 대도시 LA의 다운타운에서 벌어지는 몸 파는 트렌스젠더들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찾기 소동을 다룬 으로 전 세계 평단을 들었다 놓은 션 베이커가 돌아왔다. 다. 마이너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폰 5s로만 촬영한 의 혁신적인 면모를 이어받아 아이폰 6s와 35mm 필름으로만 촬영했다고 한다. 더욱이 '소외', 그중에서도 특별한 소외의 아이콘답게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기 힘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에 장기투숙해 사는 이들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는 반드시 완전한 신인이 출현하는데, 에서는 신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모든 주조연 아이들이 신인이고, 그 .. 더보기
가난한 여성 노동자와 지체장애자의 잔혹사 <파란입이 달린 얼굴> [리뷰] 마트에서 일하는 서영(장리우 분), 고객한테 거짓말로 홍보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 원무과에서 병원비 독촉을 심하게 받고 병실로 간 그녀는 엄마에게 이제 그만 사라져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기와 오빠가 편할 것 같다고 말이다. 무표정, 무감정, 무책임... 서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지체장애가 있는 오빠 영준(진용욱 분)이 있다. 그는 봉제공장에서 나름 건실하게 일을 하고 집에서는 나름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서영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스님에게로 가 도움을 청한다. 어디 일할만 한 데 없냐고. 스님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구두도 신고 다니는 땡중이다. 서영에게 제법 괜찮은 일을 .. 더보기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사랑과 연대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다. 그는 명성에 비해 많은 영화를 연출하진 않았는데, 대표작 등으로 그만의 공고한 판타지적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밀접하게 또는 현실의 이면을 그려내어 비평적으로 많은 찬사와 함께 대중적으로는 마니아층을 공고히 했다. 그는 2008년 이후 5년 여 동안 연출이 아닌 주로 제작에 전념했는데, 이후 시리즈의 각본을 책임지고는 다시 연출에 살짝 발을 담군 모양새다. 굳이 언급하지 않고 필모만 훑어도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은, 이번에 작심하고 제작 원안, 각본 연출을 모두 섭렵한 으로 다시 한 번 만개했다. 는 제7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 제75회 글든글러브 2.. 더보기
화끈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월요일이 사라졌다> [리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수많은 위기를 초래하는 식량 부족,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일련의 상황을 인류 역사의 엄청난 위기라고 판단한 정부는 '산아제한법'이라 불리는 '1인 1자녀' 정책을 시행한다. 정부는 모든 이를 통제 하에 둔 후 허가받지 않고 잉태한 아이들을 강제로 냉동수면장치에 유치시킨다. 테렌스 셋맨(윌렘 데포 분)에게 일곱 쌍둥이 손녀들이 생긴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 살아가서는 안 될 운명을 거슬러 그들은 테렌스의 명에 의해 밖에서는 엄마의 이름인 '카렌 셋맨'(누미 라파스 분)으로 살아가고 집안에서는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로 각각 살아간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요일에만 외출할 .. 더보기
LA 다운타운의 맨얼굴, 그 날 것의 매력 <탠저린> [리뷰] '자유롭게 사고하며 인디영화들을 장려·육성한다'라는 취지로 할리우드 영화배우이자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축이 되어 시작된 '선댄스 영화제'. 선댄스는 다름 아닌 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선댄스 키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영화제에는 당연히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먼 영화들이 출품되지만, 그중 많은 영화들이 명작 반열에 오르고 많은 감독들이 명감독 반열에 오른다. 한국에 개봉 3년 만에 상륙한 션 베이커의 또한 2015년 당시 선댄스가 낳은 핫이슈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곧 개봉할 션 베이커의 역대급 걸작 의 영향으로 늦으나마 개봉했을 게 분명하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고서라도 이 영화는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션 베이커는 많은 선댄스 출신 선배 명감독들의.. 더보기
일본의 '전쟁에의 길', 그 사실과 진실은? [서평] 어느 한 나라의 역사는 결코 그 한 나라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사적 역사의 흐름에만 맞물려 혹은 휩쓸려 흘러가지도 않는다. 세계는 모든 나라들 구석구석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모든 나라들의 내부적 목소리가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역사를 대하는 또다른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아주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이는 결코 과거, 현재의 한 때만을 빌어 당시 혹은 다른 시대의 역사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역사는 모든 순간, 모든 곳, 모든 이들과 연관되어 있거니와 연관하여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가 가토 요코는 (서해문집)를 통해 세계사적 흐름과 내부적 목소리가.. 더보기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는 '사랑'이라는 이름 <오직 사랑뿐> [리뷰] 러브스토리는 인간 역사에서 만고불변의 중심축이다. 당연히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콘텐츠에서도 가장 많이 다뤄진다. 심지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에서도 단연 중심이 되는 게 다름 아닌 사랑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웃는, 그것이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영국 최초 개봉 2년여만에 한국에 소개되는 영화 은 사랑 하나로 모든 걸 헤쳐나가는 두 남녀의 실화를 다루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전쟁의 시대는 끝났지만 차별의 시대는 여전한 그때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흑인 남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백인 여자는 퍼스트 레이디가 된다는 것. 영화는 달달하지만 때론 끔찍한 사랑의 모습만으로 스크린을 채우진 않는다. 대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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