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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모두가 알 '그날'까지의 지옥 같은 나날들 <저니스 엔드> [리뷰] 지난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문명화되었다고 자부하던 유럽의 강대 제국들이 벌인 가장 야만적이고 처참했던 전쟁,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의 협상국과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의 동맹국 총합 사상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하는 세계 대전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전쟁이라 하면 걸프전쟁, 베트남전쟁, 6.25전쟁, 2차 세계대전 정도가 당장 떠오른다. 1차 세계대전은 너무나 먼 일처럼,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이 전쟁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자국 황태자가 세르비아 왕국의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되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전쟁 기간 대부분을 참호에서의 밀고 당기는 .. 더보기
2018년 문학계를 돌아보다 한국 문학계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날이 하향세인 모양새입니다. 지난 2015년, 당시 한국 문학계의 대들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었죠. 문단 권력이 실체를 드러냈고, 여파로 주요 출판사들은 문예지 편집위원을 교체하고 새로운 문예지를 창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문학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죠. 2016년에는 이른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보다 크고 근본적인 일이 터질 전주곡 같은 느낌이었죠. 1년여 후 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집니다. 당시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죠. 이듬해인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로 미투 캠페인이 한국에서 커다란 사회.. 더보기
절체절명의 순간,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포스 마쥬어> [오래된 리뷰] 살아가면서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있다.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의 힘에 의해선 도무지 어찌 해볼 수 없는 불가항력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Force Majeure'라고도 하고 'Act of God'이라고도 한다. 신의 영역에 있는 걸 당연히 사람이 할 순 없을 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참으로 무책임한 변명이지만 무책임이 전제가 되는 말이다. 영화 로 제70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에도 개봉되는 등 큰 화제를 낳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의 2014년도 작품 은 제목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듯이 불가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불가항력에 대한 궤변 또는 변명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다. 더불어 영화에서 불가항력의 주인공이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자 아빠인 성인.. 더보기
'쇼'로 양산된 싸움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피해자... <안개 속 소녀> [리뷰] 형사 보겔(토니 세르빌로 분)은 사고를 일으킨 채 하얀 셔츠에 피를 묻히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은 정신 감정을 위해 정신과 의사 플로렌스(장 르노 분)을 부른다. 보겔은 플로렌스에게 이곳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의 전말을 들려준다. 외딴 산골 마을, 성탄절을 이틀 앞둔 새벽 한 소녀가 사라진다. 박수만 몇 번 쳐도 주민들이 나와서 쳐다볼 정도로 조용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속속들이 알 정도로 밀접한 동네이기에 그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도시에서 수사를 하러온 형사 보겔은 이 사건이 그냥 묻혀버릴 게 뻔하다는 걸 알아채고는 소녀의 부모와 동네 경찰을 설득해 '쇼'를 시작한다. 그는 언론이 벌 떼 같이 몰려오게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잘 아는데, 얼마전 테러 사건에서 잘못 이용하는 .. 더보기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의 주요 길목길목들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서평] 얼마전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었다. 시작과 끝은 어김없이 식탁이다. 우리 회사 대표님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심 시간엔 밥을 함께 하며, 저녁 시간엔 술을 함께 하며 그렇게 결정된다. 회사가 오래 살아남아 역사라고 칭할 만한 게 만들어진다면, 주요 길목길목마다 역사가 식탁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식탁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자 고로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의식주 중 없으면 절대적으로 안 되는 게 바로 '식'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얼 왜 어떻게 하든 인간은 먹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했든 인간의 역사 속에 먹는 거야말로 가장 깊게 아로새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훑어본다. 아내와의 결혼 .. 더보기
부정할 수 없는 괴물, 무엇이 그 괴물을 만들었나 <몬스터> [오래된 리뷰] 에일린(샤를리즈 테론 분)은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13살 나이에 창녀가 된다. 그 사실을 안 동생들에게서 쫓겨난 그녀는 고향을 떠나 떠돌며 창녀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마감할 결정을 한 그녀,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러 들어간 바에서 셀비(크리스티나 리치 분)을 만난다. 사랑에 굶주린 에일린과 레즈비언 셀비는 사랑에 빠진다. 에일린은 달라진 게 없다. 그녀가 가야 할 곳은 여지없이 길 위, 그리고 창녀 생활. 어느 날 에일린은 남자 한 명을 죽인다. 그는 에일린을 묶고 학대와 가학적인 섹스를 행했던 것이다. 이후 에일린은 셀비와 함께 일주일만 함께 하자는 말로 하여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인다. 도피 행각 도중 문득 깨달은 에일린은 창녀 생활 아.. 더보기
가부장 문화라는 신화를 한순간 전복시키기 위해, 소설 <가출> [편집자가 독자에게] 조남주 작가의 K-픽션 023 저희 아시아 출판사는 태생부터 '세계인'과 함께 하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습니다. 2006년 국내외 유일무이한 한영대역 문예 계간지 를 시작으로 2012년 한국문학의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의 대표작을 주제별로 선정하여 선보인 (이하, '바이링궐'), 2014년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매 계절 한 편씩 선보이는 , 2017년 한국 대표 시인의 자선(自選) 시집 시리즈 까지. 이중 은 지난 2015년 장장 110권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다른 한영 대역 문학 시리즈들을 계속 출간하고 있습니다. 과 시리즈는 를 통해 먼저 부분적으로 선보인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나오는데, 은 2012년 처음 선보였습니다. 의.. 더보기
이쯤에서 둘러보는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들 점점 중국 자본이 흘러들어가 오래지 않아 잠식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영화 시장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모든 영화인들의 로망이죠. 한국계 배우들도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진출만 한 게 아니라 주목 받고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죠. 개중에는 한국 국적의 한국인, 외국 국적의 한국계 외국인이 있겠습니다. 한국인이든 한국계든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살아남아 주목 받고 인기를 끄는 건 당연히 너무나도 힘든 일입니다. 스포츠로 눈을 돌려 보면, 박지성과 박찬호가 영원히 추앙받고 손흥민 등이 공격포인트만 기록해도 대서특필하며 류현진이 비록 패전을 기록했지만 월드시리즈에 선발로 뛰는 모습에 설레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뿐이겠습니까. 옆나라 일본은 미국 메이저리그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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