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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2018년 문학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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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날이 하향세인 모양새입니다. 지난 2015년, 당시 한국 문학계의 대들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었죠. 문단 권력이 실체를 드러냈고, 여파로 주요 출판사들은 문예지 편집위원을 교체하고 새로운 문예지를 창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문학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죠. 


2016년에는 이른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보다 크고 근본적인 일이 터질 전주곡 같은 느낌이었죠. 1년여 후 <황해문화>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집니다. 당시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죠. 


이듬해인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로 미투 캠페인이 한국에서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최영미 시인의 JTBC 뉴스룸 인터뷰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전국민 누구나 아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문학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린 성 문제, 나아가 남성 중심의 권력 문제까지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혼란한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기보다, '제대로' 해결되길 바랍니다.


올해 2018년 노벨문학상은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이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한테 20년 넘게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는데, 아르노는 다름 아닌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 회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죠. 그는 한림원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합니다. 이에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이 사퇴하였고 11명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한림원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매년 10월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들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마지 않던 출판사와 서점들에게 큰 타격으로 와닿을 테지만, 무엇보다 전 세계 문학계, 나아가 문화계 전반에 뿌리 내린 성 문제와 남성 중심 권력 문제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림원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에도 노벨문학상이 선정되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한때의 내홍으로 그칠 것이 아닌 앞으로 몇 십 년 몇 백 년 제대로 시행될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고심해야 하겠습니다. 



국내 여성 소설가의 두드러진 약진


한 세트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투 캠페인과 함께 한국 문학계에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사실 출판계에서 페미니즘 바람은 지난 2015년부터 불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크게 열풍이 시작되었고요. 그에 발맞춘 것인지 선도한 것인지 알긴 힘들지만, 국내 여성 소설가의 두드러진 약진도 함께 했습니다. 


2018년 올해 국내 주요 문학상 10여 개 중 이상문학상의 손홍규와 동인문학상의 이기호를 제외하곤 거의 여성작가가 독식하다시피 했습니다. 더 들어가 최종심에 올랐거나 우수작을 받은 작가들도 70% 이상 여성이었죠. 이는 국내 문학의 주요 독자가 20~30대 여성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문학의 독자층 중 20~30대가 각각 19%, 18.5%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소설 또는 소설가가 먼저인지 독자가 먼저인지는 역시 알긴 힘들지만 말이죠. 


작년 2017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문학동네소설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 대부분을 여성작가가 수상했었습니다. 그 1년 전인 2016년과도 완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드러진 여성작가의 행보는, 더 이상 한때의 바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2016년에 나와 2017년과 2018년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큰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선 굵은 남성 중심 서사의 시대가 가고 섬세하고 일상적인 공감의 시대가 왔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 문학계에 세대교체와 함께 성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친일문인기념문학상 폐지 논란


지난 2016년 친일 문학인의 대표격인 이광수와 최남선의 문학상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문인기념문학상 반대토론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죠. 결국 문학상 제정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친일 문학상들이 있었죠. 2016년 이후 논란은 과속화됩니다.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미당문학상(서정주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 수상을 거절하는 시인들이 속출했고, 수많은 논란 끝에 2018년 올해 폐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인문학상입니다.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김동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5년 제정)은 이상문학상과 더불어 국내 문학상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상을 받은 작가와 작품 중, 특히 1980년대까지는 더더욱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동인문학상 폐지 운동'은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문제연구소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국내에서 독보적 권위를 자랑하고 고로 독보적 권력도 자랑할 수 있는 동인문학상을 폐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당문학상과 결은 같지만 급이 다르죠. 귀추를 지켜볼 일입니다. 



줄 이은 문학계 거장들의 타계


올해 유독 문학계 거장들의 타계가 줄을 이었습니다. 5월 22일 미국문학의 거장이자 아이콘 '필립 로스'가 타계했습니다. 퓰리처상과 맨부커상을 석권한 그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빠짐없이 올랐는데,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6월 8일에는 홍콩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 '류이창'이 타계했습니다. 그는 홍콩문학 아닌 홍콩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7월 23일에는 <광장>으로 잘 알려진 '최인훈'이 타계했습니다. 그는 소설가라기보다 지식인으로 명명되는, 한국 근대정신사 최고의 봉우리 중 하나라고 평가받습니다. 8월 8일에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한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타계했습니다. 깊이있고 논리정연하고 뛰어난 사유와 문장으로 좋은 평가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0월엔 유독 타계 소식이 많았습니다. 10월 3일 작년에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던 고유한 울림의 시인 '허수경'이 타계했습니다. 그녀는 불과 55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는데요. 그녀의 시는 수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10월 25일에는 한국 국문학 연구의 대가이자 한국문학계의 거목 '김윤식' 평론가가 타계했습니다. 그는 1세대 문학평론가로 정녕 수많은 국문학자, 문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10월 30일에는 중국의 셰익스피어, 동양의 J. R. R 톨킨이라 불리는 '김용' 소설가가 타계했습니다. 중국 무협소설의 대가인 그의 소설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등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밖에,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해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중인 남북 문학 교류 이슈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기보다, 보다 확실하고 공고한 남북 간 계획 확정을 도우며 그에 발맞춰 시행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아시아 출판사에서 '아시아 문학선'의 일환으로, 북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인 백남룡(벗, 60년 후), 남대현(청춘송가), 리희찬(단풍은 락엽이 아니다)의 작품들을 북한소설선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습니다. 진심으로, 보다 나은 한국문학계의 미래를 위해 남북 문학 교류가 꼭 성사되길 바랍니다. 


한편 2년 넘게 합당한 부지를 찾고자 고심했던 '국립한국문학관' 부지가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의 문학유산과 자료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수집, 복원, 보존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설립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는데, 부지 공개모집으로 지자체 경쟁이 과열되면서 무기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서울 은평구 옛 기자촌 터 근린공원이 선정되어 최종결정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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