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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리뷰] 더 이상 아이가 아니지만, 아이의 생각과 시선과 행동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 바라보고 대하는 무엇에는 관심이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아이는 특별하고 신기한 존재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지만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도 하는.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은 참으로 답답할 존재일 것이다. 생각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일삼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동물 아닌 인간인 바 어떤 식으로든 소통이 가능하다. 어른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유추하고 내보인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일까. 창작 콘텐츠에 한해, 글과 그림 하다못해 사진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아이들의 생각과 행.. 더보기
국내 최초로 소개된 '몽골 대표 시인'의 몽골 감수성 <낙타처럼 울 수 있음에> [편집자가 독자에게] 편집자로 일하면서 난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편집자뿐만이 아니라 어느 직종에서 일을 하든 마찬가지이겠지요. 급작스레 결정된 사항, 많지 않은 준비 시간, 팔리지 않을 게 뻔한 상품,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중요한 행사 관련 책, 시간과 공력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물질적으로 많은 걸 남기지 못하는... '아시아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는 기치로 지난해 시작된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올해 2회째를 맞이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광주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정식으로 개막하기 전 초청된 아시아 작가들이 가장 먼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하는 만큼, 민주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 섰던 광주의 기치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주요 프로그램과 별도이지.. 더보기
"거짓은 누가 왜 만들어내고, 대중은 어떻게 거짓에 속는가." <제0호> [서평]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15년 전에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소설 을 열렬히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주로 등하교(출퇴근)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더랬는데, 그 유명한 서문을 읽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이후 본격적인 사건에 돌입했을 때는 그 어렵고 어려운 지식의 향연 속에서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에코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는 서문은 충격적이었다.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이 서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점이다. 지금에야 이 서문이 가짜를 진짜처럼 쓴 '너스레' 떠는 기법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그의 소설에는 수많은 진짜 같은 가짜들이 있.. 더보기
연극톤의 재미있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 <완벽한 타인> [리뷰]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분)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분)은 속도위반으로 낳은 딸이 스무 살이 되면서 빚어진 남자친구 문제로 소소한 갈등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석호의 40년 지기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치러야만 한다. 왁자지껄, 화기애애, 7명이서 너나 없이 한 마디씩 한다. 와중에 석호는 우리들 사이에 비밀은 없다며 우정을 자랑하고, 예진은 믿을 수 없다며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7명 모두 각자의 전화, 문자, SNS, 이메일을 여과없이 공개·공유하자는 것. 꺼림칙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인 속옷도 간섭하는 보수의 화신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와 세 아이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 태수까지 모시고 사는 와중에도 문학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수현(염정아 분) 부부. .. 더보기
올해엔 왜 'Leading Book'이 없을까? 모든 생태계에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즉 그들이 생태계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느냐 또는 독점을 주무기로 생태계 파괴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대체로 좋은 예를 찾긴 힘들지만, 좋은 예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출판계에도 당연히 리더가 존재한다. 대형 출판사와 대형 저자가 리더라고 생각하기 쉽고 또 리더인 경우가 많으며 그들이 리더가 되면 출판계 전체의 파이가 커지리라 기대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진정한 시대의 리딩 북(Leading Book)을 탄생시키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리딩 북은 자본과 인기와 명성이 아닌 시대가 탄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시대는 대중이 만들고, 대중은 언론을 따르며, 언.. 더보기
제2차 세계대전 영화의 완벽한 교과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래된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0대 때부터 영화를 만들었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최소한 미국 할리우드 역대 최고의 감독이라고 할 만하다.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라서 의외로 저평가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가 '소싯적', 즉 2000년대 전에 만든(주로 감독) 시리즈, 시리즈 등은 여러 가지 의미로 전설의 반열에 올랐고 2000년 이후에 만든(제작, 기획도) 영화들은 할리우드 판을 유지하고 또 확대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중추를 세우고, 기록을 세우고, 판을 지탱하고, 판을 확대하는 수순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영화들, 그중에서도 특히 2000년대 전에 나온 영화들은 여러 장르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다. 초창기의 SF,.. 더보기
신혼여행에서 헤어지는 커플 이야기, 그 고전적 매력 <체실 비치에서> [리뷰] 줄리언 반스와 더불어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현존 작가 이언 매큐언, 데뷔한 지 40년이 넘은 지금도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초창기의 그는 특이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특이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전하길 즐겼다. 독보적인 방식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스타일을 바꾼다.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이야기를 가지고 오기 시작한 것. 그 절정에 이른 작품이 소설 제목으로는 로, 영화 제목으로는 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가히 그 묘사와 문체와 구조와 반전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시기적으로 절대 오래된 작품이 아니지만, 이미 영국의 고전 중 하나로 칭송받고 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은 1990년부터 10편이나 영화화되었다. 이번에 한국에도 소개되어 천천히 은은하게 사랑받고 있는.. 더보기
볼 때마다 아내가 "고마워!"를 연발한 책 <썅년의 미학> [서평] 아내가 고맙다고 말할 때가 있다. '결혼해줘서' 고맙고, 돈 벌어 오느라고 '고생해줘서' 고맙고, 집안일을 '도와줘서' 고맙고...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하지만 한편으로 쓰윽 내려가는 무언가가 있다. 사실 난 잘 난 게 없는데, 인간 대 인간으로 나보단 아내가 훨씬 능력이 뛰어난대... 하는 자격지심 비슷한 것들. 아내가 요즘 가장 고마워할 때가 있다. 그런 내 생각을 전할 때,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난 '한국의 전형적인 남자'처럼 자존심 쎄고 능력 있어 보이려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굉장히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기 때문인데, 가끔 그런 모습이 요즘의 남자와 여자 또는 여자와 남자 사이의 조류와 맞게 보이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런 나조차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 깊숙이 받..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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