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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어느 중년 부부의 난임 해결 고군분투 이야기, 그리고 사사로운 삶 <프라이빗 라이프>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사는 40대 예술가 부부, 극연출가 리차드(폴 지아마티 분)와 극작가 레이첼(캐서린 한 분)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져보려 애쓴다. 체외수정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입양도 쉽지 않다. 관심 끌어보려는 어린 친구의 사기 행각에 몸과 마음만 다쳤을 뿐이다. 의사는 최후의 방법이자 최고의 가능성이 점처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난자를 기증받는 것. 레이첼은 극구 반대하고 리차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득한다. 결국 난자를 기증받기로 한 부부, 하지만 생판 모르는 여자의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차마 못할 짓 같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나 친척의 난자라면 모를까. 그때 마침 리차드의 형 찰리의 의붓딸 .. 더보기
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리뷰] DC의 마지막 희망 2008년 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슈퍼히어로 영화계를 넘어 영화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얻게 되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은 이전에도 계속 영화로 만들어져 왔는데, 처럼 완전히 망해버린 영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렴 DC만 하랴. 2013년 로 시작된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려 이후 2년 동안 영화가 나오지 못했고 2017년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망작으로 분류되는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유니버스를 만들기 이전엔 슈퍼맨과 배트맨만을 앞세워도 마블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DCEU는 단순히 절망의 수준을 넘어 존폐 위기로 몰렸고 '마지막 희망'으로 제임스 완을.. 더보기
최고의 짜임새 있는 각본을 자랑하는, 최악의 막장 코미디 <행오버> [오래된 리뷰] 결혼식 이틀 전, 더그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총각파티를 떠난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장에 학교 선생이지만 잘생기고 훤칠한 것도 모자라 바람둥이 끼가 다분한 듯한 필(브래들리 쿠퍼 분), 바람 핀 여자친구에 꽉 잡혀 동거 중인 겉으로는 무난한 치과의사 스투(에드 헬름스 분), 그리고 더그의 사돈이자 친구인데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의 앨런(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분)이 그들이다. 사치와 향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술 마시고 도박하고 얘기하며 신나게 놀고자 했던 그들, 하지만 결혼식 하루 전날 아침 호텔 숙소에서 깨어보니 난리도 아니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데, 화장실엔 호랑이가 있고 방에선 아기가 울고 있으며 더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투의 이빨 하나가 빠.. 더보기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큰 목적을 완벽히 이룬 영화 <로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알폰소 쿠아론의 1950년대 이후 컬러영화가 대중화되었다지만, 사실 최초의 컬러영화는 19세기 말경에 시작되었다. 그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셈. 이제는 당연한 컬러영화 시대에 종종 고개를 내미는 흑백영화는 자못 새롭게 다가온다. 눈이 호강하다 못해 피곤해지게 만드는 화려한 색감의 '요즘'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왠만한 화려함에는 성에 차지 않게 된 조류의 반대적 개념이라 하겠다. 영화를 위해 흑백을 수단으로 했던가, 흑백 자체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집약적으로 들어 있던가. 최근 들어서도 1년에 한 번은 흑백영화 또는 흑백과 컬러가 교차로 나오는 명작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니, 현대 흑백영화는 대부분 명작인 것인가. 우리나라 영화로는 등이 생각나고, 외국 영화로는.. 더보기
박스오피스로 돌아보는 2018년 영화계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해빙 시기를 맞이한 2018년, 국가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고 비전충만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또는 활발한 또는 다양한 모습이 보였는데요, 미투와 페미니즘 캠페인으로 논의와 논쟁과 논란들이 잇따랐습니다. 2016년의 촛불혁명이 만 2년을 넘어선 이 시점에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2018년 영화계는 이런 사회, 국가적 이슈들과 어떻게 조우했을까요. 작년에는 등의 여름 빅뱅들이, 등 연말 빅샤이닝들이 다분히 이와 조우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등이 직간접적으로 조우하면서 좋은 성적을 남겼죠. 반면 올해에는 이런 느낌의 영화들이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 더보기
중국의 세계적인 작가 위화, 그 문학적 디테일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서평]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세계적인 대문호 루쉰을 필두로 라오서, 바진 등의 대문호급 작가들. 하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게 되니 중국 문학은, 아니 중국 문화는 80년대가 되어야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 직후 폭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작가들은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을 비롯 위화, 쑤퉁, 옌롄커 등이 그들이다. 모옌의 과 위화의 은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훌륭하게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함께 치르기도 했다. 모옌과 위화는 과거 한때 베이징사범대학교 창작연구생반 동기로 2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도 한다. .. 더보기
'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리뷰]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이자 첫 책 이경미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굉장히 특이한 존재이자 케이스이다. 많지 않은 여자 감독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다섯 글자 짜리 장편영화 단 두 편 로 마니아까지 양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경미 월드'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녀의 작품들은 관객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이 비슷하다. 대중이 평단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인가, 그녀의 작품들은 수작임에 분명하지만 별개로 기막히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기막히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일 테다. 그녀의 작품들은 흥행에 참패했지만 무수히 많은 상을 탔다. 그녀가 최근에 책을 냈다. 지난 15년 동안의 끼적거림을 모아 놓은 에세이 (아르떼), 나.. 더보기
3D 혁명의 연장선상에서, '힘든' 삶으로의 나아감까지 <그래비티> [오래된 리뷰] 알폰소 쿠아론의 2009년 제임스 카메론의 로 시작된 3D 혁명, 그 유산은 2012년 이안의 와 2013년 알폰소 쿠아론의 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3D 혁명의 유산을 목적 아닌 수단으로 이용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삶'의 경이로움을 말하는데, 평생 뇌리에 남을 기적 같은 비쥬얼을 선사한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올해 사이좋게 재개봉을 했다는 공교로움이 함께 한다. 이중 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2013년의 올해 최고에 이어 2018년의 올해 최고로 등극했는데, 필모를 들여다보면 알다시피 굉장히 과작하는 감독이다. 기획과 제작하는 영화에 비해 연출하는 영화는 많지 않다. 90년대 최고의 음수대 키스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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