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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코미디'에 해당되는 글 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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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B급 이하 코미디 <차인표> 2021.01.04
  • 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될, 영화 <조커> 2019.10.05
  • 막무가내, 황당무계, 불편불쾌한 토크쇼의 영화판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2019.09.30
  • 이렇게 웃기고 현대적인 좀비영화라니... <좀비랜드>(2) 2019.06.26
  • 수작에 가깝게 재조명되어야 마땅할 <라이터를 켜라> 2019.06.05
  • 비장애인과 구별되는 별존재가 아닌 '약자'인 장애인 <나의 특별한 형제> 2019.05.13
  • 아는 여자와의 평범한 사랑, 결이 다른 코미디 영화 <아는 여자> 2019.03.27
  • 너무 무게 잡지 말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깁시다! <극한직업>(2) 2019.01.28
  • 최고의 짜임새 있는 각본을 자랑하는, 최악의 막장 코미디 <행오버> 2018.12.30
  •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현재 <세라비, 이것이 인생!> 2018.06.20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B급 이하 코미디 <차인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1.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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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차인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 포스터. ⓒ넷플릭스



2010년대 이후 차인표 배우가 주연으로 분한 영화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전에는, 비록 흥행이나 비평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더라도 영화에 심심찮게 주연으로 얼굴을 비췄는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그가 주로 활동하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0~2000년대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차인표는 어느덧 한물가 있었던 것이다. 


1994년 <사랑은 그대 품안에>로 이른바 '차인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하루 아침에 벼락 우주 대스타가 된 차인표, 비록 3년 만에 후속탄 <별은 내 가슴에>에서 방영 도중 주연에서 서브주연으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곧바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력으로 승부 끝에 연기대상을 타기에 이른다. 인기의 절정을 맛본 이후 연기자로서의 절정도 맛본 것이다. 


이후, 아니 이전에도 차인표는 반듯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는데 사회의 각 분야에서 '올바름'에 기반한 현실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덕분이었다.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게 아니었던지라, 진정성 있는 그의 모습에 대중은 꾸준히 열광해 왔다. 하지만, 주지했듯 그의 연기자로서의 경력은 내리막을 타고 있었으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는 그런 차인표 배우의 실제를 상당 부분 차용해 만든 코미디다. 대중이 만들어 본인이 유지해 온 '반듯하고 진정성 있는 이미지'에 갇혀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불쌍한 차인표의 웃픈 에피소드를 다룬다. 


왕년의 스타 차인표의 좌충우돌


25여 년 전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안에> 하나로 대한민국 모든 이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왕년의 우주 대스타 차인표, 그는 여전히 본인은 대스타인 줄로 '착각'하고 그에 맞게 언행을 일치시킨다. 하지만, 그만 빼고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의 화려한 시절은 진즉 갔고, 그는 한물간 스타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다. 


어느 날, 새로 들어가는 예능의 첫 회 특집 '영화배우 4대천왕'에 낄 수도 있는 기회를 우연히 얻게 되었다. 송강호, 이병헌, 설경구, 최민식 자리에 최민식이 일정상 빠지게 되면서 빈 자리였다. 그런가 하면, 새로 들어갈 영화에 그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도철을 껴 주려고 한다. 차인표로선 대스타 차인표의 후광으로 생신입인 도철쯤은 쉽게 이끌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뒷산에 반려견 별님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차인표, 이런저런 자잘하고 더러운 일을 겪고는 근처에 있는 여고 체육관의 사워장으로 향한다. 방학이라 아무도 없었는데, 문제가 있는 건물이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려는 차인표, 건물이 통째로 폭삭 무너져 버린다. 무너진 더미들에 파묻힌 벌거벗은 차인표, 천만다행으로 핸드폰이 가동되었고 매니저 아람에게 전화해선 어디에도 알리지 말고 혼자 와서 자신을 꺼내 주라 이른다. 하지만, 학교 체육관이 무너지는 큰일이 벌어졌는데 아람이 혼자 와서 조용히 차인표를 꺼낼 리는 만무하다. 과연 차인표는 '차인표다운 이미지'를 지킨 채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 <차인표>는, 식상할 표현일지 모르지만 더 적확한 말을 찾을 길 없는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이다. 제목이 뭔가를 상징하거나 은유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극 밖의 차인표가 극 안의 차인표를 연기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차인표로 대표될 만한 '한물간 대스타의 표본'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정확하게 그려져 더할 나위 없이 재밌으면서도 한없이 슬픈 면이 있다. 우연히 들어가 사용한 여고 체육관 샤워장이 무너지면서 더미에 갇혀 버린 차인표의 좌충우돌이 영화의 태반을 차지하기에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지만, '차인표'와 연관지어 하나하나 뜯어 보면 일련의 서사가 상징적으로 비춰진다. 


초반에 유독 많이 나오는 '거울', 거울에 비춘 차인표는 '차인표'라는 이미지와 다름 아니다. 대중이 만들고 본인이 계속 유지해 온 반듯하고 진정성 있는(있다고 믿는) 이미지 말이다. 차인표는 아직 그 이미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벌거벗은' 채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다. 이미지메이킹된 거울 속 차인표가 아닌 알 수 없고 알기도 싫은 자연인 차인표인 상태로 한순간에 옮겨지고 만 것이다. 차인표로선 죽느냐 사느냐의 생사기로보다 어떻게 잘 빠져 나와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행히 매니저를 제외하곤 그가 건물 더미에 깔려 있는 걸 모른다. 방법을 강구할 장소와 시간이 있는 것이다. 대중의 눈과 귀가 쏠리는 방송 이미지와는 다른, 편안하고 아늑한 사적인 공간이 아이러니하게 건물 더미일지 모른다. 차인표로선 이 상태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계속 이곳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성찰의 순간은 언젠가 다가오기 마련이고 의외의 곳과 의외의 인물에 의할 때가 많다. 


B급 이하를 표방하는 코미디


<차인표>는 B급 이하를 표방하는 코미디이다. 실제와 가짜를 오가고,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웃음과 슬픔까지 오간다. <극한직업>을 기점으로 <해치지 않아> 그리고 <차인표>까지 일찍이 찾아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제작사 '어바웃필름'의 5번째 극장 개봉작인데, 적어도 코미디 장르에서는 믿고 보는 제작사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를 빙자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반해, 이 제작사의 영화들 그리고 이 영화 <차인표>는 '코미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잃지 않는다. 슬픈 지점조차 말이다.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라고 주지했는데, 이 영화가 차인표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인표를 염두에 두고 5여 년 전에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때 차인표는 거절했고 시간이 흘러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 몇 년 사이 차인표는 배우로서의 경력이 급추락하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는 건, 제작사나 감독 입장에서 이 영화는 언젠가 반드시 차인표와 함께 찍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미지'라는 키워드에서 배우 차인표 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었을 테니 만듦새와 흥행도 자신 있었을 테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만든 사람들과 출연한 사람들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차인표로선 본인의 이름을 내건 영화로 이미지 쇄신을 파격적으로 꽤했고, 제작사로서도 역시 파격적 코미디로 이슈몰이에 성공했을 테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어땠을까? 추측해 보건데,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의미이자 징조이지만, 흥행과 비평 면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 점쳐지지 않기에 관계자 입장에선 결코 좋다고만 할 순 없을 테다. 


영화 안팎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이라 눈길을 끌어 보고 싶게 하는 건 분명하다. 빵빵 터지는 구간이 꾸준히 존재해 재밌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는 게 없는 이 느낌은 뭘까. 다름 아닌, '차인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차인표였기에 만들어져 우리를 찾아 왔지만, 차인표이기에 우리에게서 쉽게 떠날 수 있다. 영화 전반에서 '컬트 영화'로서의 양분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차인표에 매몰되어 차인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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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스타, 사랑은 그대 품안에, 상징 서사, 이미지, 차인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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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될, 영화 <조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0.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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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조커>


영화 <조커>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미국 코믹북 시장의 양대 산맥 DC와 마블,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가 1960년대 '판타스틱 4'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 전까진 DC가 앞섰다고 한다. 영화 판권 시장 역시 슈퍼맨과 배트맨을 앞세운 DC가 앞섰다가,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시작한 마블이 완전히 앞서게 되었다. DC도 뒤늦게 유니버스를 창조했지만 역부족,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본래, 마블이 캐릭터를 앞세웠다면 DC는 스토리를 앞세웠다. 그런 기조는 영화로도 이어져,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DC의 <다크나이트>가 손꼽히게 된 것이리라. 감독의 역량이 크게 좌지우지하겠지만 제작사의 입김이 없을 리 없다. 와중에 DC에겐 절대적 무기가 있으니,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캐릭터 '조커'이다. 역설적이게도 조커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다. 신기하게도 조커 단독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DC가 방도를 모색할 때 아무래도 마블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수많은 캐릭터를 앞세워 거대한 연결 세계를 창조한 마블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한 것 같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 배우를 앞세운 영화 <조커>로 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을 탄생시킨 것이다. DC가 앞으로도 별처럼 홀로 빛나는 캐릭터 영화를 만들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별개로 <조커>는 반영구적으로 빛날 게 분명한 명작이다.


의심과 논란의 여지 없는 '연기'


고담시에서 광대로 일하며 낡은 아파트에서 노모를 모시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 코미디언을 꿈꾸는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뇌 또는 신경 이상으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웃음발작을 일으키고, 망상증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기적으로 약을 타 먹고 상담도 받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골의 외모로 지나가는 10대 아이들한테 무시받으며, 발작적인 웃음에는 들여다보려 하지는 않을지언정 하나같이 뭐가 웃기냐며 의아해할 뿐이며 심지어 테러까지 일삼는다. 


영화 <조커>에서 의심과 논란의 여지가 없는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연기'다. 호아킨 피닉스의 아서 플렉과 조커, 그리고 아서 플렉이 조커로 거듭나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한 로버트 드 니로의 머레이 프랭클린. 우선 로버트 드 니로는 35여 년 전 본인이 주연 루퍼트 펍킨 역을 맡은 영화 <코미디의 왕>을 연상시키는, 짧지만 굵은 연기를 선보인다. <조커>에서는 아서 플렉이 루퍼트 펍킨과 대칭된다.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웃기지 못하는 아서 플렉,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기회를 갖지 못하는 루퍼트 펍킨. 둘 다 망상증세가 심각하다. 


베니스와 칸을 접수했지만, 미국 아카데미에선 3번이나 고배를 마신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조커>는 족하다. 많은 이들이 이전에도 이후에도 최고의 조커로 '히스 레저'를 떠올리겠지만, 만들어진 조커와 만들어지는 과정의 조커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즉,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와 자레드 레토의 조커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조커들은 광기와 혼란과 악의 개념 하에 있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의 조커에겐 슬픔과 아픔과 공허까지 있다. 태반이 웃음발작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조커 하면 떠올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웃음의 슬픈 기원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하염없이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염없이 한숨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 <조커>의 모든 것을 직조했다. 


흠잡을 데 없는 '연출'


10대들한테 밟히고 광고판까지 박살나고선 실의에 빠져 있는 아서에게 광대 동료가 총을 건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쏴버리라고. 집에서 혼자 폼을 잡으며 시늉하다가 쏘아 보니 당황스럽고 무서운 게 아닌가. 그런데 하필 총을 아동병원에 가지고 갈 게 뭐람. 그 일로 아서는 회사에서 잘린다. 여자 한 명을 희롱하는 술 취한 3명의 남자들과 지하철 한 칸에 같이 탄 아서, 웃음발작이 터지고 그들에게 밟힌다. 곧 총성이 울리고 3명이 죽는다. 아서가 저지른 살인이었다. 이후 토마스 웨인 시장 후보가 죽은 3명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하고 고담시는 폭풍전야에 빠진다. 


영화 <조커>의 연출을 맡은 이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다. 그가 누구인가. <행오버> 시리즈로 할리우드 막장 코미디의 대표 자리를 꿰찬 이가 아닌가. 연출 필모를 3편을 다큐멘터리로 시작한 그는, 이후 2000~2010년대에 내놓은 9편을 모두 코미디로 채운다. 그야말로 코미디에 환장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 그가 <조커>를 연출한다니?


DC의 후광으로 대대적인 관심과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받을 테지만, 작품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러웠다. 솔직히, 많은 이들이 DC에서 내놓은 <조커>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테다. 뚜껑을 열어보니, 개봉도 하기 전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코믹스 최초 3대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이은 최초의 황금사자상 수상까지, 예상치 못한 이변이자 예상했을 쾌거이다. 


영화는 흠잡을 데가 없다. 개인과 사회라는 씨줄과 날줄로 종횡으로 엮어 탄생 신화를 써내려갔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어구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미쳐 돌아가는 사회 때문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일방향식 서사에, 조커 이전 아서 플렉이라는 지극한 개인적 서사를 얹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입체감을 얻었다. 


<조커>에 있는 것들


우발적인 살인 이후 표정과 행동이 바뀌는 아서, 대담해지고 일면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엄마 말마따나 항상 웃으며 살려고 했지만 오히려 웃음발작 때문에 행복한 적이 없었던 아서, 그에게 살인이라는 건 무례한 세상을 재탄생시키기 위한 가멸찬 외침이 되었고 당하고만 살았던 불행한 자신의 인생을 향한 위로도 되었다. 이후 그는 광대라는 가면 뒤가 아닌 그 자신 광대가 되어 진짜 웃음과 함께 한다. 


영화 <조커>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특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깨달음은 차라리 <다크 나이트>에게서 받았고, 뇌리에 영원히 남을 듯한 모습은 히스 레저의 조커에게 남아 있으며, 기 막히게 창조된 세상은 DC 아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에 보다 확실하게 담겨 있다. 그렇다면 <조커>에는 무엇이 있는가. 


코미디의 대가가 재창조한 완벽한 코미디 세상 고담시, 미친 도시이자 코미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자 미쳐 가고 비극인 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 인생을 산 아서 플렉, 토마스 웨인을 위시한 기득권층을 적으로 둔 대중들과 조롱의 코미디언 머레이 프랭클린을 적으로 둔 아서 플렉의 조우. 개인, 대중, 사회가 맞물리는 지점을 '조커'라는 상징과 은유의 꼭짓점으로 모이게 하는 과정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진행된다. 고담시, 웨인 부자, 아캄 정신병원 등 영화 <배트맨> 시리즈과 조우하는 요소들도 모두 조커로 모이는 것이다. 영화 <조커>에는 조커가 있다. 


신경을 긁는 불쾌함과 세상을 바꿀 이의 탄생을 직시하게끔 만드는 웅장함이 일품인 음악과 화려하진 않지만 조커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최적의 워킹을 선보이는 카메라, 그리고 아서 플렉의 어두침침한 집 내부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색의 옷에서 조커를 상징하는 화려한 색감의 옷과 초록 머리 그리고 빨간 입술 등이 항상 뒤를 받친다. 이보다 더 조커와 조커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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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황당무계, 불편불쾌한 토크쇼의 영화판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9.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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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행오버>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잭 갤리퍼내키스(자흐 갈리피아나키스), 그는 2008년부터 Funny or Die 사이트를 통해 쇼 '비트윈 투 펀스(Between Two Ferns)'를 진행해왔다. 의자 두 개에 호스트 잭과 게스트 유명인물이 앉고 사이에 조그마한 테이블을 놓고 그 위 한 가운데에 빨간색 버튼을 두었다. 그리고 의자 두 개 옆에는 쇼의 상징 펀(Fern), 즉 고사리 식물(양치류) 두 개가 있다. 


토크쇼는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그지 없이 진행된다. 호스트가 질문하고 게스트가 답하는 형식을 띄는데, 질문들이 하나같이 무례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게스트의 치명적인 과거를 들추거나 게스트의 태생적인 사항과 개인적인 취향에 관련해 막말을 던지는 것이다. 또한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게스트를 소개할 때 항상 이름을 틀리게 말하고 자막에도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을 보여준다. 


게스트는 누구나 알 만한 초호화 유명인물들만 출연하는데,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브래드 피트 등이 대표적이며 이밖에도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물들이 출연한 바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는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은 비트윈 투 펀스의 영화판으로, 지상파 토크쇼를 진행하며 관객들의 비웃음 거리가 아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잭 갤리퍼내키스의 황당한 여정을 담았다. 실제와 허구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섞여 있는 듯하다. 엄청난 웃음과 엄청난 불쾌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


'플린치 시민참여 텔레비전'에서 10년 넘게 쇼 '비트윈 투 펀스'를 녹화해온 잭 갤리퍼내키스, 그에겐 이름을 건 심야 토크쇼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쇼는 'Funny or Die'라는 영화/텔레비전 제작사의 웹사이트에도 올라가는데, 설립자가 자그마치 배우 윌 페럴과 감독 애덤 맥케이 등이다. 윌 페럴 말에 따르면, 똥 멍청이 뚱뚱보 잭 갤리퍼내키스의 비트윈 투 펀스는 Funny or Die의 조회수를 책임지고 있다. 


한편, 진행자 잭 갤리퍼내키스 외에도 비트윈 투 펀스를 상징하는 '고사리 식물 화분'이 있는데 잭은 이 식물을 매우매우 아낀다. 쇼 제목의 '펀스(Ferns)'는 고사리 식물들을 뜻한다. 쇼를 만드는 주요 스텝 몇 명이 있는데, 프로듀서이자 잭의 오른팔 캐럴과 카메라맨 캐머런과 사운드 책임자 로런티스가 그들이다. 잭은 캐머런과 로런티스를 싫어하고 짜증내하고, 캐럴은 잭을 무시하는 듯 챙기고 캐머런은 잭을 싫어한다. 


어느 날 방송국에 문제가 생긴다. 오래된 배관에 수로가 막혔고 누군가 변기에 똥 묻은 팬티라이너를 가득 쑤셔 넣기도 했다. 배관 작업이랑 공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쇼 녹화를 진행하기가 힘들자 잭은 철저하게 방음할 것을 캐럴에게 명한다. 캐럴은 녹화실을 완벽하게 막아버린다. 매튜 맥커너히가 출연하는 녹화가 시작되고 곧 물폭탄이 터지더니 온 방송국이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윌 페럴이 잭을 찾아와 제안한다. 2주 동안 비트윈 투 펀스 10편을 녹화해오라고, 방송국이 없으니 직접 전국 방방곡곡 유명 인사들을 찾아가라고, 그러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잭은 인터넷이 아닌 지상파 토크쇼를 원한다. 윌은 받아들이고, 잭은 스텝 3명과 함께 길을 떠난다. 


잭 갤리퍼내키스의 불편불쾌 코미디


영화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의 주요 포인트는 잭 갤리퍼내키스가 던지는 막무가내, 황당무계, 불편불쾌한 웃음들과 쇼에 출연하는 유명인들과의 질문과 답변들이다. 영화에서 잭은 사람들의 비웃음 거리가 되고 싶지 않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인터넷 토크쇼가 아닌 지상파 토크쇼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다름 아닌 '비웃음 거리 잭'이야말로 이 쇼의 이유이자 백미이다. 


영화는 나아가 쇼 밖의 잭조차 비웃음 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쇼를 확장시키는 데 일조한다. 돌이켜 보면, <행오버> 시리즈가 시작된 해가 2009년이고 비트윈 투 펀스가 시작된 게 2008년이니 만큼, 그때가 잭 갤리퍼내키스의 코미디 스타일이 확립 또는 알려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10여 년 후 '비트윈 투 펀스'와 <행오버>의 막장 코미디 스타일이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이라는 영화로 다시 이어진 것이리라. 


불편불쾌 코미디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고 소란스러운 연기로 사회 풍자의 목적을 갖는 슬랩스틱처럼 진행자를 향한 불쾌불편의 시선과 게스트를 향한 은밀한 독설과 조롱의 시선이 주를 이루는 불쾌불편 코미디도 사회를 풍자한다. 시청자는 호스트를 비웃으며 게스트를 우러러 보지만, 사실 호스트의 막무가내 질문을 빌어 게스트를 깍아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며 유명인물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있는 그들은 광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스트의 질문들이 그들의 껍질을 벗기면서 말이다. 


유명인물 게스트의 면면


영화 속 비트윈 투 펀스에 출연한 게스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광대에 열광하는 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는가. 하지만 쇼의 특성 상 호스트의 기상천외한 질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지?' 한편으론 질문 자체에 대한 반감이 일지만 한편으론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로 공감되기까지 한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물들에게 던지는 지나치기 힘든 질문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녹화 전에 게스트에게 질문지를 알린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진행은 호스트 마음대로 한다고 하니 게스트로서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이 막장 코미디 토크쇼의 묘미인 듯하다. 


매튜 맥커너히에게 "그 많은 오스카 상의 시상 부문 중에서 연기로 상을 받다니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키아누 리브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똥 멍청이로 생각해서 속상하십니까?", 브리 라슨에게 "여우주연상을 받으셨죠. 목표를 더 높여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싶단 생각은 안 해봤나요?", 폴 러드에게 "외모만 출중한 건 어떤 기분인가요?",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돈 때문에 신념을 버린 기분이 어떤가요?", 피터 딘클리지에게 "딘클리지, 성병 이름인가요?"


어떤 질문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고, 어떤 질문은 질문 자체가 너무 웃기며, 어떤 질문은 순전히 호스트 자신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고, 어떤 질문은 새간에 떠도는 루머와 가십을 한껏 투영했다. 정녕 가지각색의 질문 유형인데 민망함과 어색함과 정색과 정적과 불쾌감과 불편함은 그들의 몫이자 의무인 대신, 웃음과 시원함은 보는 우리들의 몫이자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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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영화, 웃음, 유명인물, 잭 갤리퍼내키스, 코미디,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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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기고 현대적인 좀비영화라니... <좀비랜드>

오래된 리뷰 2019.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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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좀비랜드>


영화 <좀비랜드> 포스터. ⓒ 소니픽처스



좀비영화는 끝없이 나온다. 공포물로서, 액션물로서, 드라마로서, 코미디로서, 심지어 로맨스로서, 좀비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장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2016년 <부산행>을 시작으로(물론 그전에도 소소하게 좀비영화를 만든 한국 영화계이다) 작년 <창궐>과 올해 <기묘한 가족>이 나왔는 바, 좀비영화의 원조 미국에는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좀비영화들이 선보여왔다. 


주지했던 것처럼 장르도 참으로 다양한데 공포 스릴러 액션물 <새벽의 저주> <28일 후>, 코미디물 <새벽의 황당한 저주>, 액션물 <레지던트 이블>, 드라마 <월드워Z> <나는 전설이다>, 로맨스 <웜 바디스> 등이 대표적이다. 무조건 좀비가 나와 좀비를 죽이든 좀비한테 죽든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포와 액션이 결합되어 있긴 하다. 


와중에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뭐라 단정짓기 힘든 좀비영화가 하나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코미디 좀비영화 쌍벽으로 칭송받고 있는 <좀비랜드>가 그 영화인데,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좀비영화를 향한 오마주가 영화를 뒤덮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좀비랜드>는 좀비영화에 대한 패러디와 함께 반(反)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좀비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겨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좀비)영화이길래?


좀비랜드에 남겨진 4인


좀비랜드에 남겨진 그들. 영화 <좀비랜드>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원인 모를 전염병 창궐로 '좀비랜드'가 되어버린 미국,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자신만의 서바이벌 가이드를 세워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아니, 생존하고 있다. 어느 날 도로 한복판을 가벼운 짐으로 겨우 횡단하고 있는 그에게 무식하게 생긴 차가 돌진한다. 차에서 내리는 텔러해시(우디 해럴슨 분), 서로 죽일듯 총을 겨눈 그들은 곧 함께 차를 타고 동부로 향한다. 


식료품점에 들르는 그들, 어디서 갑자기 콜럼버스 또래의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위치타(엠마 스톤 분), 여동생 리틀 락(아비게일 브레슬린 분)이 좀비에게 물려 죽어가고 있으니 총으로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매는 사기꾼, 콜럼버스와 텔러해시의 총을 탈취한 것도 모자라 차도 탈취해 도망간다. 그들은 새로운 차를 찾아야 한다. 


더 좋은 차와 더 많은 총을 발견한 그들, 신나게 달려가는데 자매가 탈취해 도망간 차에 'HELP'가 써 있는 게 아닌가. 함정인 줄 인지하고 조심스레 행동하지만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4인은 함께 동부가 아닌 서부의 LA로 향한다. 자매가 가고자 했던 곳이다. 그들은 함께 LA 할리우드에 있는 빌 머레이 집에 쳐들어가 살아 있는 빌 머레이를 만나는 등 친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 깨어보니 자매는 도망가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녀들도 그녀들만의 생존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던 것. 이 좀비랜드에 인간은 그들 4명밖에 없는 것 같은데,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쉬어가는 좀비영화 


좀비영화 계보의 '쉬어가는 페이지'. 영화 <좀비랜드>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영화는 곳곳에서 빵빵 터져 큰 웃음과 큰 쾌감을 선사하지만 기본적으로 적당한 코미디와 액션을 동반한, 성장로드무비인 듯하다. '좀비영화' 하면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장면이나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는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어쩔 수 없고 당연하기까지 한 잔인함은 동반되지만 말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온몸이 반응해야만 하는 긴장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살아남은 몇몇의 인간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인간군상 역시 찾을 수 없다. 반면, 도망은 치지만 숨지는 않는 시원시원한 액션과 대놓고 웃음을 유발하려는 게 아니라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었던 점이 크게 와닿는다. 


특히, 중반과 후반의 특정 씬들은 그동안 좀비영화를 볼 때 움츠러진 어깨를 쫙 펴게 해주는 시원함을 선사한다. 좀비영화의 계보를 쫙 나열한다면, 이 영화는 번외편 격 '쉬어가는 페이지'로 따로 빼지 않을까. 아니. 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좀비영화가 사실 좀비가 아닌 인간이 주인공이지만, 이 영화는 좀비도 인간도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4명이 주인공이겠지만, 주인공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모일 4인. 우디 애럴슨, 아비게일 브레슬린,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좀비랜드 2>로 다시 뭉칠 4인방. 영화 <좀비랜드>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올해 10월 <좀비랜드 2> 개봉이 확정되어 감독 이하 4명의 주연들이 모두 다시 출연한다고 한다. 북미에서는 정확히 10년 만의 조우, 반년이나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기대되는 어쩔 수가 없다. 그건 비단 이 영화 자체를 향한 믿음뿐만이 아닌 것이, 감독 이하 주연들 모두가 이 영화를 전후해 엄청난 이름값을 얻었다는 점이다. 


4명의 주연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우디 해럴슨은 1990년대 걸작들을 통해 이름을 날렸고, 2000년대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것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좀비랜드> 이후 2010년대 큰 영화들에 누구보다 많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장 나이가 적은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일찍이 2006년작 <미스 미틀 선샤인>으로 이름을 떨친 바 있는데 이후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진 못하다. 한편, 루벤 플레셔 감독은 <베놈>을 연출하며 이른바 메이저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리고, <좀비랜드>가 낳은 두 히어로, 히로인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이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이후 <소셜 네트워크>로 소위 '대박'을 치더니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로 메이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DC 히어로물에 진출해 '폭망'한 케이스다. 지금은 작은 영화들로 절치부심 중이다. 엠마 스톤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 <이지 A> <헬프> <버드맨> <라라랜드> <빌리 진 킹> <더 페이버릿> 등 그녀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들이 호평과 흥행에 성공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크루즈 패밀리> 시리즈에도 출연해 메이저에서의 이름값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이 영화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았던 게 매우 이상하다. 북미에서 <좀비랜드>와 같은 해 개봉해 크게 성공했지만 한국엔 정식 개봉되지 않았던 <행오버>를 생각나게 한다. 한편 기존의 좀비영화와 완연히 다른 면모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좀비랜드 2>는 절대 개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작디작았던 영화 사이즈가 커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작은 사이즈와 영화가 지향했던 B급 감성과 영화가 보여줬던 좀비영화에 대한 사심 가득 패러디와 반대 성향은 그대로이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이 10년 전 멤버가 고스란히 다시 모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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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스톤, 우디 애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좀비랜드, 좀비랜드 2, 좀비영화, 코미디, 패러디
  • BlogIcon 여강여호
    2019.06.26 13:54 신고

    웃음 코드가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볼걸...ㅎㅎ..
    장르를 떠나서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서요.

    • BlogIcon singenv
      2019.06.26 14:27 신고

      좀비영화로 웃기 쉽지 않은데 ㅎㅎ 이 영화 웃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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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에 가깝게 재조명되어야 마땅할 <라이터를 켜라>

오래된 리뷰 2019. 6. 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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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라이터를 켜라>


영화 <라이터를 켜라> 포스터. ⓒ시네마 서비스



지금은 <시그널> <킹덤>의 작가로 이름 높은 김은희 작가의 남편으로 유명한 장항준 감독, 재작년 14년 만의 장편영화 <기억의 밤>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바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바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996년 <박봉곤 가출 사건> 각본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장항준 작가는, 2002년 <라이터를 켜라>로 감독 데뷔를 한다. 이후 드라마판으로 넘어가 나름의 성공을 거둔 그는 영화판에서는 감독이나 작가 아닌 특별출연과 까메오와 조단역으로 수없이 많은 영화에 얼굴을 비췄는데, 지금까지도 <라이터를 켜라>가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쏟아진 조폭 코미디 영화 중 하나인 이 영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와중에 작가와 감독이 의도한 것들이 곳곳에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라이터'로 상징될 그것은, 굉장히 날것이고 일면 저렴하며 너무 직설적이라 해석하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꺼려지기도 한다. 


300원짜리 라이터를 되찾기 위해


300원짜리 라이터를 되찾기 위해 돌진하는 허봉구.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동원예비군훈련이 있는 날, 서른 살 먹고도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단돈 만 원도 없어서 몰래 훔치려다 혼나는 허봉구(김승우 분)는 점심 먹고 한가하게 낮잠을 자다가 쫓겨난다. 그리하여 오후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다음 날 아침 다시 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남은 돈은 300원뿐, 어쩌지 못하다가 전재산을 털어 라이터를 사고는 담배를 피울 뿐이다. 


우연히 예비군훈련장에서 만난 떠벌남이 태워줘 서울역으로 향한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태우고는 나왔는데 라이터가 없는 게 아닌가. 다시 들어가봤더니 조폭으로 보이는 이가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 양철곤(차승원 분)은 부하 앞에서 쪽팔림을 무릎쓸 수 없어 그에게 라이터를 주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던 라이터를 되찾기 위해 허봉구는 양철곤 부하에게서 기차표를 훔쳐 기차를 탄다. 


한편, 양철곤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서는 한 칸을 점령해버리고 다른 칸에 있는 국회위원 박용갑(박영규 분)에게 가 돈을 요구한다. 검사였던 박용갑이 국회위원이 되게끔 안 보이는 곳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양철곤이었는데, 국회위원이 되고는 연락을 피하는 게 아닌가.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허봉구는 300원짜리 라이터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얻어터져도 계속 돌진한다. 양철곤 일당이 질릴 정도로 말이다. 그런 양철곤은 기차를 점령해버려 중간에 멈추지 않게 하곤 박용갑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다 죽자는 식으로 협박한다. 하지만 박용갑은 '혹독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민주투사'적 기질로 절대 굴하지 않는다. 기차를 탄 수많은 승객들의 운명은? 허봉구와 양철곤과 박용갑의 운명은?


기차에서의 인간군상


기차에서의 인간군상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영화는 이름이 있는 세 명인 허봉구와 양철곤과 박용갑의 물고 물리는 관계와 더불어 이름이 없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캐릭터 이야기를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내보인다. 기본적으로 저 세 명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유명해진 배우들이 연기한 조단역의 인간군상들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 


은근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 '기차'라는 한정되어 있고 칸마다 구분이 되어 있는 공간을 훌륭하게 이용한다. 라이터로 대변되는 찌질한 백수 허봉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이용만 당하고 버림 받은 조폭 보스 양철곤의 쪽팔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조폭 같은 거 때려 치우고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하는 그의 발로는, 조폭과 엮이기 싫어하는 당연한 전략적 마음과 혹독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결국 저 세 명이 원했던 건, 또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 하찮은 자존심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게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국가를 뒤흔드는 사태에 직면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좌관 말마따나 크지 않은 돈이니 줘버리면 되는 것이고, 300원 짜리 라이터야 더 말 할 게 뭐 있겠으며, 또 그깟 300원 짜리 라이터를 받겠다고 죽음도 불사하리라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웃길 노릇이다. 


은근한 풍자와 비판


은근한 풍자와 비판이 재밌게 날카롭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그야말로 답답하기 짝이 없어 그만큼 웃기고 우리나라 남성들과 남성들이 구성하는 각 계층의 믿을 수 없을 만치 얄팍한 구성이 주는 황당함이 보면 볼수록 치욕으로 다가오는 와중에, 인간군상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어 몇 명 되지 않는 조폭의 폭압적이고 도구적인 압박에 대응하는 모습은 시원하다. 이 양가적으로 보여지는 모순적인 양상은 꽤나 이채롭고 인상적이다. 


영화 앞 부분에서 예비군훈련의 폐해를 신나게 비판하는 모습, 기차를 탄 후 인간군상들에서 유일하다시피 활약하는 여성 승객의 모습, 국회위원 한 명에 경찰청장까지 나서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 모습 등은, 일면 클리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적재적소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비춰졌다. 즉, 쓸 데 없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불필요한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다. 


<라이터를 켜라>를 적어도 코미디 수작으로 생각해 단정지어 소개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분명 하찮을 수 있는 겉모양에 꽤나 체계적인 사회풍자적 요소들을 나름 적재적소에 배치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긴 하는데,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했던 시기가 시기였던 지라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감안한다는 전재 하에 수작에 가깝게 재조명될 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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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라이터를 켜라, 비판, 인간군상, 장항준, 코미디,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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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과 구별되는 별존재가 아닌 '약자'인 장애인 <나의 특별한 형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5. 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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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의 특별한 형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포스터. ⓒNEW 



어려서 당한 사고로 얼굴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지체장애인 세하는 엄마를 잃고 아빠에게서 버려져 장애인보호시설 '책임의집'로 온다. 그곳에 엄마에게서 버려진 지적장애인 동구가 있었다. 그는 5살 정도의 지능을 지녔는데, 수영을 좋아하고 또 기똥차게 잘했다. 세하가 물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동구가 구해준 걸 계기로 그들은 특별한 '형제'가 된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20년 뒤 책임의집을 이끌던 박 신부가 돌아가시자 지원금이 끊겨 폐쇄될 위기에 처한다. 세하와 동구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세하는 돈을 받고 자원봉사시간 인증을 해주는 자못 파렴치한 활동을 서슴지 않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우연한 기회에 구청 수영장에서 열린 사회인 수영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게된 동구, 세하는 이 기회를 발판삼아 상금과 더불어 후원금을 조달하고자 한다. 


평소 안면이 있던 구청 수영장 알바생 미현과 자원봉사, 코치경력 거래를 한다. 동구를 훈련시켜 주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자립의 조건을 충족시켜 나가던 그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동구의 엄마 정순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구를 데려가겠다고 나선다. 당연히 세하는 버릴 땐 언제고 이제 나타나 데려가겠다는 것이냐고 맞선다. 다시 한 번 헤어질 위기에 처한 세하와 동구, 어떻게 될까?


괜찮은 관객 만족도와 전문가 평가


관객 만족도와 전문가 평가에서 괜찮은 성적을 보였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영화 <어벤저스: 엔드 게임>이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흥행 신기록을 모조리 새로 작성하고 있던 최고조의 2주차에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용감하게 출격했다.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먼 저예산 코미디이기에 굉장히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보이는데, <어벤저스>로 쏠린 시선과 피로감 그리고 전혀 다른 장르의 신선함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했을 것이다. 


결과는 성공, 아니 대성공. 이 영화와 비슷비슷한 사이즈와 이야깃거리를 장착한 영화들이 늘어서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돋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지금 이 영화는 <어벤저스>에 버금가는 관객 만족도와 나쁘지 않은 전문가 평가에 힘입어 작품 자체가 갖는 착하고 행복한 이미지가 좋게 부각됐다. 100만 명이 넘는 흥행을 이끌었고 지금도 쾌속 중이다. 


육상효 감독이 <방가? 방가!>를 통해 주었던 소외되고 약한 존재의 주체적 휴머니즘과 웃음이 다방면에서 발전되어 나타났다. 감독의 오래된 영화 철학과 그에 따른 고민이 집약적으로 나타나기도 한 바, 한국 코미디 영화 역사에 획을 그었다거나 계보를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정도라면 언제든 그의 영화를 찾을 관객은 많을 것이 분명하다. 


장애인의 독립화 주체화 구체화


영화는 장애인의 독립화 주체화 구체화를 꾀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끈 한국영화들이 많다. 1000만 명을 넘긴 <7번방의 선물>이 대표적이고, 200만 명과 300만 명과 400만 명을 넘긴 <맨발의 기봉이> <그것만이 내 세상> <말아톤>도 생각난다. 설경구와 문소리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었던 문제작 <오아시스>도 있다. 외국영화는 훨씬 오래된 대표작들이 있다. <레인맨> <여인의 향기> <포레스트 검프> <길버트 그레이프> <제8요일> <언터처블: 1%의 우정> 등 주로 90년대 선보였던 명작의 대명사들이다. 


주지한 한국영화들과 외국영화들의 차이점이 눈에 띌 것이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똑같을지 모르지만, 한국영화는 장애인을 대상화 객체화 수단화시키는 반면 외국영화는 장애인을 독립화 주체화 구체화시킨다. 그런 면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는 한국 장애인 영화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게 아니라, 주인공이 장애인일 뿐이다. 


영화는 장애인을 자기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주체로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든다. 그들을 그저 지켜줘야 할 존재로 보이지 않게, 비장애인과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가 아니게, 연민 또는 웃음 또는 슬픔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게 한다. 육상효 감독의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시선이 건강한 휴먼 코미디를 만들어낸 것이리라.


세하와 동구뿐만 아니라 미현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비장애인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단기알바생인 그녀는, 그들을 대상화시키지 않는다. 그들을 같은 세계에 사는 조금 다른 존재로 대한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없듯이. 나아가 영화는 그들 셋을 한데 모아 '약자'로 포진시킨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구별되는 별(別)존재가 아닌, 약자로 수렴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개념이겠지만,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러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족의 의미


비루한 청년세대와 가족의 의미도 현실적으로 그렸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영화는 지금 이곳의 이슈성 있는 현실을 옮겨 놓아 나름의 답을 내놓기도 한다. 주지했듯 세하와 동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미현을 통해 비루한 청년세대의 각박해질 뿐인 현실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영화 중후반부 가장 중심되는 이야기인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동구를 버리고 갔던 엄마 정순이 20여 년만에 나타나 동구를 데리고 가려는 것. 


정순은 여전히 동구의 합법적 부모다. 동구와 함께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동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살아왔다. 태반을 세하와 살아왔다. 물론, 동구는 움직일 수 없는 세하의 모든 것을 뒤바라지해왔다. 같이 사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한다. 누구와 사는 게 동구를 위한 길이고, 동구는 누구와 살길 원하는가. 


5살 지능을 가진 동구이지만 법적으론 성년이기에 선택은 오롯이 동구의 몫이지만, 적어도 영화는 정순 아닌 세하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은 하늘이 내린 천륜이 아닌 인간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걸 말이다. 시대에 조응하면서도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살피는 약자 세하와 동구 그리고 미현의 사례에 편승시키는 데 쓰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INSEPARABLE BROS' 즉, '갈라놓을 수 없는 형제'를 보면 의미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장애인을 다룰 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동시에 고민할 게 늘 것이다. 흥행이 보장되다시피 했던 장애인 영화이지만, 예민하고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었으며, 이 영화 이후로는 거기에 더해 장르융합에 따른 작품성도 유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층 더 재미있고 의미있고 감동적이고 영리한 영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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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체, 나의 특별한 형제, 독립, 비장애인, 약자, 장애인, 주체, 청년세대,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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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와의 평범한 사랑, 결이 다른 코미디 영화 <아는 여자>

오래된 리뷰 2019. 3.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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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아는 여자>


영화 <아는 여자>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장진 감독, 자타공인 2000년대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영화들을 각본, 감독, 제작하였다. 데뷔작은 아니지만, <간첩 리철진>으로 영화판에 이름을 날렸고, <킬러들의 수다>로 흥행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장진식' 코미디 영화로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연출보다 각본에서 더 두드러진 행보를 보였으니, 각본에만 참여한 <동감> <강철중: 공공의 적 1-1>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그건 오히려 그런 영화들이 장진만의 연극 작가주의적 연출을 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계에 진출하기 전 연극판에서 거물급 영향력을 끼친 어린 천재였는데, 영화계로 진출하면서 연극적 요소를 가감없이 거의 그대로 가져왔었던 것이다. 


2010년대 와서도 오래된 자기 복제의 철 지난 영화들을 연달아 내놓아 탄탄한 마니아층조차 떨어져 나가 영화계에서 연극계와 방송계로 자리를 옮겼거나 영역을 확대했거나 하였는데, 그야말로 '한때를 풍미한 완성형 천재'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2004년에 내놓은 영화 <아는 여자>는 한국 로맨스 영화 역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진 감독 영화 역사에서는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특이하게도 장진식 코미디가 가장 집약적으로 압축되어 있다. 와중에 코미디를 수단으로 로맨스를 비추는지, 로맨스를 빌미로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려는지 줄타기를 한다. 


이 얼마나 한심하지만 공감가는 친구인가


영화 <아는 여자>의 한 장면. ⓒ시네마서비스



오래전 한때 잘 나갔던 투수였지만 지금은 두산 베어스 2군에서 외야수로 뛰고 있는 동치성(정재영 분), 연인에게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는다. 같은날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아버린 그, 단골 바에 가서는 평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 석잔에 뻗어버린다. 바텐더로 일하는 한이연(이나영 분)은 그를 여관으로 옮겼다. 


다음 날 어김없이 야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사연이 들려오는데 지난 밤의 자기 이야기인 것 같다. 사연은 사랑고백으로 끝난다. 동치성은 한이연한테로 달려가 추궁한다.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은, 한이연이 동치성과 오래전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것이다. 


한이연은 오래전 어릴 때 동치성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를 사랑해왔던 것, 그들은 사랑 아닌 호감의 감정으로 같이 영화도 보고 동치성이 생각 없이 도와준 도둑 때문에 한이연의 집으로 피신해 있기도 한다. 


동치성은 3개월 후면 죽고 없기에 집을 담보로 1억 대출도 받고 도둑도 도와주고 야구 연습 때 공도 받지 않는다. 자기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이름 모를 아는 여자도 만난다. 이 얼마나 한심하지만 충분한 공감이 가는 친구인가,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뜻대로 풀려지는가? 과연 동치성은 그의 '바람대로' 내년을 맞이 하지 못하고 3개월 후에 죽고 없어질 때까지 원 없는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결이 다른 로맨스이자 결이 다른 코미디 


극중 초반, 동치성은 말한다. "나는 오늘 남들에게 다 있는데 나는 갖지 못한 세 가지를 알았다. 나는 첫사랑이 없고, 나는 내년이 없고, 나는 주사가 없다." 그리고 극중 종반, 동치성은 말한다. "나는 오늘 남들에게 다 있는데 내게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 나는 내년이 생겼고, 나는 주사가 생겼고, 나는 첫사랑이 생겼다." 영화는 아이러니와 변화와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아는 여자>는 결이 다른 로맨스 영화이자 결이 다른 코미디 영화이다. 코미디의 외형을 띄며 로맨스의 내면을 말하고자 하는데, '코미디'가 그 자체로 코미디로서의 형체를 잃지 않은 채 로맨스까지 잘 감싸주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많은 진지한 장면들에 끊김의 동적 편집과 멈춤의 정적 편집을 적절히 배치시키는 장진식 연극적 연출로, 힘 안 들여 보이게 웃기는 상황 코미디가 핵심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코미디가 코미디로, 진지함으로, 드라마로, 로맨스로 다양하게 다층적이게 뻗어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쉽게 편입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더할 나위 없는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며 영화 본연이자 핵심인 로맨스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가지 않게 되는데, 그 적절함들이 영화에 부담을 전혀 주지 않게 도와준다. 아주 편안하고 평온한 상태로, 동치성의 인생을 바꿔놓을 아이러니와 한이연의 일편단심 사랑의 이면과 동치성, 한이연의 풋풋하고 순수하기만 한 사랑의 모양들을 흘러보내듯 바라볼 수 있다. 


평범한 사랑, 특별한 사랑


장진과 정재영, 영혼의 단짝이라 할 만한 이들. 정재영은 <아는 여자>뿐만 아니라 1990~2000년대 장진 감독이 관여한 거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다양하다면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삶에 기막힌 아이러니를 담은 비슷한 캐릭터로 분했다.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캐릭터가 정립된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아는 여자>에서의 동치성은 그 모체이자 정점이다. 


한편, 지금은 누구나 알 만한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대거 데뷔했다. 장영남 배우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류승룡과 이민정은 몇 마디 대사 있는 단역으로. 류승룡과 장영남은 이후 장진 사단의 일원이 되어 장진이 관여한 많은 작품에 특별출연, 단역, 조연, 주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여러 모로 볼 거리가 많은 이 영화, 흔치 않게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다 보고 난 후 지체없이 다시 보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고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어질 것 같으며 항상 따뜻하고 포근하고 알알하게 마음을 감싸안아줄 것 같다. 


영화는 사랑의 방정식과 그 해법이 아닌 '그저 사랑,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랑, 어떤 수식어도 붙일 필요가 없는 사랑'을 말한다. 사랑 앞에는 '어떻게'나 '왜' 따위는 붙이지 않는다. 사랑 앞에는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다. 아주 평범한 사랑, 하지만 그건 가장 특별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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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공감, 로맨스, 사랑, 아는 여자, 장진, 정재영,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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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게 잡지 말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깁시다! <극한직업>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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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 감독은 2008년 <과속스캔들> 각색 작업으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쉼없이 일에 매진해왔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특화된 그는,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각색뿐만 아니라 각본, 감독, 제작에 이어 직접 출연도 했다. 


<힘내세요, 병헌씨>라는 저조 섞인 짠하고 웃긴 코미디 드라마 독립영화로 장편 데뷔 후 <스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그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피해가지 못했는지, <바람 바람 바람>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크게 좋지 못했다. 


그의 '결'이 아닌 '길'은 장진 감독이 생각나게 한다. 장진 감독처럼 확고한 작가주의로 '사단'을 형성할 것 같진 않지만, 꾸준히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추구하며 다양한 웃음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연출한 작품을 내놓았다. 2010년대 초중반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급성장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쓰디쓴 맛만 보고 있는 류승룡이 단단히 벼르며 재기를 노린 작품 <극한직업>이다. 아주 잘 빠진 코미디 액션 영화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배우의 재기는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잠복이냐, 치킨이냐


잠복근무냐, 치킨판매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옆동네 강력반에서 마약사범 검거까지 하는 마당에 중간책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마포경찰서 마약반, 고반장(류승룡 분)을 필두로 어리바리한 듯 5명은 해체 위기에서 고반장의 후배인 강력반 최과장의 비밀 제안을 받고 최후가 될지 모를 작업에 나선다. 


국제 마약 조직에서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한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 고반장,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은 파리 날리는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시작한다. 한데, 치킨집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마땅한 잠복처를 찾지 못한 그들은 고반장의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인수한다. 


24시간 잠복수사 풀가동의 거점을 마련한 마약반, 그런데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에 하루에 10팀이 넘는 손님이 오는 게 아닌가. 문을 닫거나, 오는 손님을 계속 돌려보내면 더 눈에 띌 터, 그들은 직접 치킨을 만들어 팔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마형사가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해오신 수원왕갈비 소스로 만든 치킨이 대박이 나 맛집이 된 것이다. 


잠복근무는커녕 몰려오는 손님들 덕분에 한없이 바쁘기만 한 마약반이다. 잠복근무를 하려고 치킨을 파는 건지, 치킨을 팔려고 잠복근무를 하는 건지. 너무 바빠서 아무 생각이 없는 그들, 그러던 어느 날 잠복근무에서도 치킨판매에서도 비상이 걸린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잠복근무를 계속할 것인가 치킨판매를 계속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웃음을 위한 영화의 모든 것


순도 100% 웃음을 위한 코미디, 코미디를 위해 영화는 모든 것을 건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원활한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인수했다가 대박이 난다는, '이게 뭐야'라는 말과 함께 슬쩍 웃음이 지어지는 참신한 소재를 앞세운 영화 <극한직업>. 정녕 영화의 모든 것이 웃음을 주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작정하고 웃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제대로 알게 해주는 이 영화는, 쓸데없이 또는 어설프게 무게 잡고 시선을 끌기 위해 웃기려 했던 요즘 한국영화에게 던지는 일침이다. '너무 무게 잡지 말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깁시다.'


그야말로 대놓고 코미디에 올인하는 건 사실 많은 걸 포기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영화에 '메시지' 하나 제대로 넣지 않은 게 없지 않은가. 사회, 개인, 가정, 학교, 회사 등 장르 불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고 질문, 대답하게 한다. 


반면, 이 영화는 '치킨'으로 대변되는 서민의 애환조차 코미디로 희석시켜 버린다. 자칫 눈살 찌푸리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오직 코미디'로 돌파해 버린다. 대사와 캐릭터와 장면장면들에서 장르를 짬뽕시키고 파설괴시켜 버리는 것이다. 


웃음뿐만 아니라, 진지함과 액션


경찰과 마약조직의 이야기다 보니 진지함과 액션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상당히 괜찮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킬링타임용'이라 함은, 할 것도 없는데 시간 때우기 적당한 영화 없나 할 때 알맞은 영화를 말한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100% 일치하는데, '시간 때우기'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냐, 시간이 가는 게 야속할 정도로 쉼없이 웃기고 나도 모르게 웃기고 예측 가능과 예측 불가능을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웃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웃음의 융단폭격을 날리는 와중 나름의 진지함과 액션이라는 괜찮은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진지함을 권총 정도의 강력함과 정확도로 날린다고 한다면, 액션은 저격총 정도의 강력함과 정확도로 날린다. 즉, 액션은 생각 외로 볼 만하다. 


완벽한 영화가 아닌 바에야, 스토리에 수많은 구멍들과 쉼표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이 있어야 완벽한 영화라 하겠다. 숨 돌릴 타이밍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어떤 구멍이나 쉼표를 찾기 힘들다. 그것들을 모조리 코미디로 채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웃음 동력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런가 싶더니 밀도와 타격감과 정확도 높은 액션이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닌가. 


흥행전선 이상 없이 설날 연휴를 관통해 2월달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1000만 명 돌파도 꿈은 아닐 듯한대, 류승룡 배우로서는 재기는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에 이어 또다시 1000만 영화 주연 신화를 쓸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힘을 빼니 대박을 친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처럼, 류승룡 배우도 힘을 빼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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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극한직업, 류승룡, 마약, 이병헌, 잠복근무, 치킨, 코미디
  • BlogIcon 미우 
    2019.01.28 10:15 신고

    완전 꿀잼이었죠

    • BlogIcon singenv
      2019.01.28 10:16 신고

      진짜 꿀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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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짜임새 있는 각본을 자랑하는, 최악의 막장 코미디 <행오버>

오래된 리뷰 2018. 12. 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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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행오버>


영화 <행오버>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결혼식 이틀 전, 더그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총각파티를 떠난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장에 학교 선생이지만 잘생기고 훤칠한 것도 모자라 바람둥이 끼가 다분한 듯한 필(브래들리 쿠퍼 분), 바람 핀 여자친구에 꽉 잡혀 동거 중인 겉으로는 무난한 치과의사 스투(에드 헬름스 분), 그리고 더그의 사돈이자 친구인데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의 앨런(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분)이 그들이다. 


사치와 향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술 마시고 도박하고 얘기하며 신나게 놀고자 했던 그들, 하지만 결혼식 하루 전날 아침 호텔 숙소에서 깨어보니 난리도 아니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데, 화장실엔 호랑이가 있고 방에선 아기가 울고 있으며 더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투의 이빨 하나가 빠져 있는 건 난리 축에도 못 낀다. 


바로 내일이 더그의 결혼식이니 어떻게든 더그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기억이 나야 말이지... 그들은 그냥 두어야 하는 호랑이를 뒤로 하고 그냥 둘 수 없는 아기와 함께 실날 같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더그를 찾기 위해 지난 밤의 행적을 추적해나간다. 그러곤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흔적들을 맞대면 한다. 단순히 술에 취해서라면 말도 안 되는 정도의 '기억 상실'을 겪는 그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들은 더그를 찾을 수 있을까? 더그를 찾아서 내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있을 결혼식에 데려갈 수 있을까? 


엽기 막장 코미디의 새로운 역사


엽기 막장 코미디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영화 <행오버>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영화 <행오버>는 2009년 북미 여름 시즌 직전 개봉하여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역대 R등급 코미디 최고의 수익을 기록한 작품이다. 짧고 굵은 이 작품은 2년마다 한 편씩 2편과 3편까지 주연배우 그대로 나와 적어도 수익으로는 R등급 코미디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다. 영화 수입자들이 미국에서 보아도 정녕 더럽고 엽기적인 행각을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정작 <행오버 2>는 개봉하고 다시 <행오버 3>는 개봉하지 않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아마도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 중 <행오버>만큼 유명한 영화도 없을 테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영화에 나왔던 주조연 할 것 없이 거의 모두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약 중인 점이 흥미롭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라는, 돌아보니 꿈의 캐스팅이었던 한국 영화 <넘버 3> 느낌과는 다르지만, 브래들리 쿠퍼가 이 영화로 말미암아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는 단지 다시 없을 엽기 막장 코미디라는 이유로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것 같다. 들여다보면 이만큼 출중하게 사건과 인물과 전개 3박자가 짜임새 있게 맞춰져, 라스베이거스라는 사치와 향락의 도시 그리고 결혼식 전 총각파티를 비판하기도 힘들다. 물론 본격적으로 돈맛을 보고 엽기 막장에만 초점을 맞춘 2편, 3편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지만 말이다. 


훌륭한 캐릭터들의 훌륭한 사건 전개


외형은 지극히 코미디이지만, 훌륭한 캐릭터와 각본과 사건 전개를 자랑한다. 영화 <행오버>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영화는 사막으로 보이는 곳에서 필이 더그의 예비신부에게 더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이후 일어날 일들을 내보임에 있어 자신감을 한껏 올린 시작이다. 더그를 찾을 건 분명하지만, '어떻게' 찾을지 바로 그 지점이 기대되는 것이다. 


총각파티를 가기까지 영화는 사건이나 전개를 위한 캐릭터 설명에 힘쓴다. 어느 모로 봐도 가장 멀쩡한 이는 결혼식 주인공인 더그, 나머지 셋은 위에서 주지했던 것처럼 좋게 말하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친구들이다.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지만, 이후 사건과 전개를 위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수단적 캐릭터들이다. 즉, 부담 없이 녹아들기 쉬운 인물들이다. 


사실 사건이 별 게 아닐 수 있다. 이 동네에선 지구, 우주, 가상세계가 위험에 빠졌고, 저 동네에선 사람들 목숨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지 않는가. <행오버>에서는 그저 결혼식 하루 전에 당사자가 사라졌을 뿐이다. 다만,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전개'에 있다. 사건의 전개와 캐릭터의 향연. 그리고 그 전개라는 게 전개라 할 수 없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후개, 즉 추리에 가까워 은근슬쩍 재미가 있다. 마약을 탔을 게 예상되는 만술 때문에 숙취를 앓고 있는 세 친구가 하는 추리. 눈살을 찌푸리며 욕도 함께 나가지만 그보다 더한 박장대소가 수시로 터진다. 이미 영화는 할 일을 다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총각파티


이 영화의 엽기와 막장은 라스베이거스 총각파티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영화 <행오버>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왜 이렇게 엽기적일까, 엽기적이어야만 하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욕을 내뱉게 할 정도로 말이다. 단순히 생각 없이 웃게 하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도 많을 텐데, 왜 하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총각파티를 소재로 했을까. 반대로 생각해보면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총각파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 기대하고 때론 더 챙기는 것처럼, 누군가는 결혼식보다 결혼식 전야 총각파티(또는 처녀파티-브라이덜 샤워)를 더 기대하고 더 챙길 것이다. 영미권의 필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총각파티는 애초의 생각이 어쨌든 '난잡한' 성격을 띈 '난잡한' 파티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반드시라고 할 만큼 라스베이거스에서 행해지는데, 그곳은 술은 물론 도박, 마약, 스트리퍼가 항시적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엽기와 막장은, 곧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총각파티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작중 스투의 여자친구 말을 빌리자면, 추악하고 더러운 곳이자 행위인 것이다. 그런 곳과 행위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걸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는, 그저 결혼 전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한때의 일탈이라는 이유로 무마될 수는 없다고 본다. 


감히 말하자면, '총각파티'라는 이름부터 바꾸고 '난잡함'이 기본 장착된 행각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인식이라도 바꿔야 한다. 결혼 직후의 피로연처럼 결혼 직전의 전야제도 필요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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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현재 <세라비, 이것이 인생!>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6.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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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포스터 ⓒ디스테이션



영화의 시작은 프랑스에서였다. 19세기 말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의 대중영화를 상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니 한참 전부터 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건 단연 미국이다. 마치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라고 다시금 천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뤼미에르 형제 이전에 미국의 에디슨과 딕슨이 이미 영화용 카메라와 활동사진 감상 기구를 발명하였고 영화 스튜디오와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 


하지만 시네필이라면 미국 아닌 프랑스를 동경한다. 세상이 자본주의로 획일화되어 영화 또한 그에 흡수되기 전에는 프랑스 영화야말로 '진정한' 영화의 기준이자 척도였기 때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던 프랑스였다. 프랑스가 그 답을 더 이상 줄 수 없게 된 건 한참 전이다. 


프랑스 영화는 종종 상업적으로 미국 할리우드를 위협하거나 또는 훌륭하게 종속되거나 해왔다. 감독으로는 뤽 베송이나 미셸 공드리, 배우로는 마리옹 코티야르나 뱅상 카젤 등이 유명하다. 물론 레오 카락스 감독이나 이자벨 위페르 배우 등 미국에 진출하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도 많다. 


특별한 결혼식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프랑스는 극강의 예술영화를 지나 범죄,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등의 장르 상업 영화에 도드라지는 형태를 보여왔다. 그중에 한국에는 2012년에 선보여 생각지도 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언터처블: 1%의 우정>이다. 전신불구의 상위 1% 귀족남과 무일푼의 하위 1% 흑인백수의 기막힌 동거를 코미디와 감동 어린 드라마 조합으로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모든 작품을 함께 연출하는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거니와 그들의 출세작이다. 


이들은 2005년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코미디였다. 최근에는 감동 어린 드라마를 적절하고 훌륭히 조합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듯하다. 2017년 프랑스에서 선보여 엄청난 인기를 끌고 올해 한국에 상륙한 <세라비, 이것이 인생!>이 최신작으로, 변치 않는 프랑스식 입담과 코미디와 드라마를 선보인다. 


웨딩플래너 업체를 이끄는 맥스는 17세기 고성에서의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한다. 유독 까다롭고 예민한 클라이언트 신랑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그날따라 불만 많고 불안하기 짝이 없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발하는 직원들 뒤치다꺼리가 힘들다. 요즘 부쩍 일 하기가 힘들어 회사를 넘길까도 생각 중이다. 


이뿐이랴? 믿고 맡겨야 할 넘버 2 아델은 땜빵으로 온 밴드 리더 제임스와 욕지거리를 주고 받으며 싸우질 않나, 맥스와 공공연한 내연 관계에 있는 조지앙은 부인과 매듭을 짓지 않고 시간을 끄는 맥스 보란 듯이 젊은 직원을 꼬시며 속을 뒤집어 놓질 않나, 처남이랍시고 내치지 않고 봐주고 있는 줄리앙은 잠옷 차림으로 출근해 한때 동료였던 신부에게 들이대려고 하질 않나... 과연 이 결혼식은 잘 끝날까?


일과 사람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영화는 17세기 고성을 배경으로 하객과 웨딩플래더 업체 직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결혼식 하루 나절의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사장 맥스가 있고, 그가 처리하는 복잡다단한 일의 단면들이 전부다. 거기에는 정녕 개성 만점 인간군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지 작은 회사에서 관리자급으로 일하고 있는데, 일이라는 게 한번 몰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거니와 정녕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종류의 일들이 터진다. 그것들을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할 때는 정신 차리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그때 드는 가장 주된 생각은, 각각의 일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일이 아닌 사람들 말이다. 그럼 참 편할 텐데...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잡은 포인트는 거기에 있다. 이런 바람을 역으로 살려 극대화시키며 재미를 끌어낸 것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일들, 그 어려움은 사실 그 일들의 주체인 사람들에 있다는 공감. 내가 그 자리에 있긴 싫지만, 그 자리를 구경하는 건 정녕 재밌는 일 아닌가. 예를 들면 경험해보지 못한 '전쟁'을 대리 경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맞아, 꼭 저런 일이 있지. 꼭 저런 사람이 있어.' 하는 공감 경험. 


더불어 '사람'들에서 이 감독들이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있으니, 적정하고 유려하게 내놓는 사회 비판이다. 거기엔 인종의 용광로인 프랑스의 특성이 잘 배어 있어 더더욱 흥미롭다. 전작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웰컴, 삼바>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물리적 아닌 화확적 화합으로 나아가는 특성을 지닌다. 


이 영화를 즐기는 법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맥스의 회사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수준이다. 이왕이면 작아보이고 싶어서일까. 불법으로 보이는 일, 즉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현찰로 정직원 아닌 알바 또는 계약직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상당수가 백인 아닌 인도 쪽(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사람인 듯보이고, 역으로 그쪽 사람들은 모두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자행되는 불법, 그런데 맥스는 국세청에서 찾아온 듯한 사람한테 가서 이실직고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역설한다. 걸리면 어차피 다 죽을 거, 하지만 걸릴까봐 두려워 불법을 자행하지 않아도 다 죽을 판이다. 


"우린 영세업체지만 일손이 부족해요. 정직원만 쓰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죠. 급여 100유로당 200유로를 손해보니까요. 그러니 급여를 현찰로 주고 쓰죠. 정부 지원이 없으면 어쩔 수 없어요. 정직원을 많이 쓰면 회계 감사도 받잖아요. 신규 채용 급여세 면제는 왜 안 하죠? 다들 실업률 증가네 어쩌네 떠들지만 문제 해결엔 관심이 없어요."


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은 단연 인간의 다양성 그리고 자연스레 수반되는 상황의 다양성에서 온다. 하지만 서사 흐름 속 위기 또한 다름 아닌 바로 그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살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회사와 먼 곳의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에 뛰어든 이들의 공공연한 합의라는 다양성의 일환이든, 뜬금 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로맨스라는 다양성의 일환이든,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 간의 자국어 대화로 엿보는 프랑스 셀프 디스라는 다양성의 일환이든 말이다. 다름 아닌 이들이 문제를 얼추 해결하기도 하는 다양성의 일환도 흥미롭다. 


다분히 프랑스식 유머와 프랑스에서만 통용될 문화가 곳곳에 배어 있는 이 영화는 사실 온전히 100% 즐기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수많은 캐릭터들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기억에 남을 만한 사연들, 범보편적 공감을 살 만한 상황들이 완벽할 수 없는 이해와 더불어 프랑스 영화라는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배신감을 느끼고 힘들어 하고 좌절을 느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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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결혼식, 다양성, 사람, 사회, 세라비 이것이 인생, 언터처블, 유머, 일, 코미디, 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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