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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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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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우리가 사랑한 인문학은?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2015. 12.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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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5년 인문학 분야 키워드와 이슈>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노사정 대타협, 국정화 교과서 파문이 생각나네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과 신경숙 표절 사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불안한 형국은 문화계, 특히 출판계에 불어 닥쳤는데요. ‘아들러 현상’의 광풍이 한 해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아들러 현상’을 필두로 2015년 출판계의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핫’했던 키워드와 이슈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들러 광풍’ ‘아들러 신드롬’



2014년 11월, <미움받을 용기>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바로 직전까지 출판계를 견인했던 <비밀의 정원>의 ‘컬러링북 열풍’의 뒤를 이어 출판계를 견인합니다. 그 인기는 2015년 내내 지속되었는데요. 단적인 예로, 일 년이 51주죠? <미움받을 용기>는 자그마치 4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이 책의 핵심인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이 1년 간 족히 40권은 출간되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 덕분에 ‘인문학’ 분야 판매량이 작년보다 1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초베스트셀러가 이런 식으로 파이를 넓힌 적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비밀의 정원>도 비슷했는데요. 독점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닌 관련 분야의 파이를 넓히는 베스트셀러는 대찬성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로 인문학 책을 읽는데, 내심 기쁘군요. 거기엔 분명 독자들을 잡아 끌만한 무엇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행복’이죠.

 

불안하기만 하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을 외치며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아들러’의 가르침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의 대담 형식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특히 청년을 포지션 시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대의 마음을 노크했죠. <미움받을 용기>를 필두로 한 ‘아들러 심리학’의 열풍과 인문학 분야의 전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까지는 말이죠.

 

이 시대에 맞는 교양은 ‘지대넓얕’과 함께

 



<미움받을 용기>보다 딱 일주일 늦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이 출간됩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이미 일본에서 2014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8개월 만에 40만 권 판매를 기록한, 입증된 책이었던 반면, 이 책은 입증된 콘텐츠이되 입증된 책은 아니었습니다. 화제의 팟캐스트에 불과했습니다. 수많은 최고의 팟캐스트 콘텐츠가 책으로 나왔지만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했죠. 그런데 이 책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최고의 2등이었죠. 그 앞에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맞는 가장 완벽한 교양 인문학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엔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고, 각종 지식과 정보들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섭렵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죠. 그 와중에 해야 할 건 많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천천히 그 방대한 지식을 들여다볼 수 없죠. 이 책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어본 것입니다.

 

<지대넓얕>을 보면 그 지식의 개수가 무수히 많습니다. 반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얇아요.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이 20세기 최대 사건을 단 3~4장에 설명해 버립니다. 그만큼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만을 추려놓은 느낌이죠. 핵심만 콕 짚어 알려주는 선생님이 덕분에 시험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와 더불어 이 책이 ‘인문학’ 분야의 파이를 넓히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는데요. 그 때문일까요? <미움받을 용기>가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네요.

 

그런데 <지대넓얕>의 인기를 마냥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 지식의 소비층이 얇다는 반증이기도 할 테니까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읽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씁쓸합니다. 그렇지만 시대는 변하고 변화에 맞춰 지식의 유통 방식과 모양 또한 변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고전의 재활용?

 


 


지난 10월에 출간되어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인데요. 250년 전에 쓰인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새롭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는데요.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와 지혜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의 재해석인지 재활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 작년 3월에 시작된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시리즈가 궤도에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오래된 고전의 초판본을 그때 그대로 되살린, 참신한 프로젝트인데요. 소장본으로 아주 높은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도서인 경우 그 나라 말과 한글판을 전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전의 재활용이네요.

 

<강의> 이후 10년 만에 ‘신영복’ 선생이 들고 나온 <담론>은 상반기의 마지막을 주름잡았죠. 메르스 사태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고전으로 강의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고전을 아주 잘 활용한 예입니다.

 

2015년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이처럼 ‘고전’을 이용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이밖에도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주역인문학>,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Great 인문학 세트>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은 예전부터 출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눈에 띄었던 건 출판사의 선택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5년의 경우, ‘인문학’ 분야에서 <미움받을 용기>와 <지대넓얕>이 너무 큰 산이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콘텐츠, 즉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일정 정도 이상의 판매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내지 재활용이 괜찮은 판매고를 올렸던 만큼, 다음해에도 계속적인 출간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재작년부터 불었던 ‘글쓰기 열풍’이 올해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 유명한 ‘유시민’에 의해서였죠. 지난 4월과 6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유시민의 논술 특강>으로 만만치 않은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이후 글쓰기 관련된 책만 족히 100여 권은 쏟아져 나왔는데요. 유시민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반기에는 ‘서민’ 교수의 <서민적 글쓰기>가 한 몫 했고요.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모토를 내세운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싶은데요.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죠. 굉장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말이에요. 한편 ‘책읽기’에 관한 책도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쉽기 그지없죠.

 

그러는 한편, ‘컬러링북’에 이어 ‘필사’ 열풍도 소소하게 일었는데요. ‘글을 쓴다’는 면에서 같은 궤도에 있는 만큼 글쓰기 책과 함께 힘을 얻었는데, 그림 그리기보다 힐링 하는 느낌이 덜 했나 보네요. 큰 히트 없이 저물고 부록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2015년 인문학 분야의 키워드와 이슈를 간략히 짚어봤는데요. 재밌게 보셨나요? 이밖에도 '죽음', '그림', '혼자', ‘음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의 키워드가 2015년 ‘인문학’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올 한 해 어떤 이야기들이, 어떤 콘텐츠들이, 어떤 책들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었는지 궁금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정말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올해에도 그 말에 함축되어 있는 본뜻에 비춰봤을 때 ‘인문학의 위기’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문(文)·사(史)·철(哲)’로 이 무한경쟁 자본주의 시대를 온전히 돌파하긴 힘들죠. 그럼에도 전 인문학을 사랑하고 인문학을 지지합니다. 쓸모없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인문학을 말이에요.

 

내년 2016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책’을 사랑해주라는 말을 마냥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인문학’이 사랑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독자분들께는 ‘책’이 아닌 ‘인문학’을 더욱 사랑해줄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인문학의 정수를 접하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말씀드려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진행된 기획임을 알립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로 먼저 송부되었고, 허락 하에 블로그에 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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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2015년, 고전, 글쓰기,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 유시민, 인문학, 지대넓얕, 책
  • BlogIcon 空空(공공)
    2015.12.29 10:30 신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읽어 보고 싶군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12.29 21:42 신고

    글쓰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블로그의 영향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은 잘 안봐도, 블로그는 꽤 많이들 하거든요. 그나마도 동영상 컨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좀 시들해진 감이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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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하다 <독서인간>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9.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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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서인간>



<독서인간> 표지 ⓒ알마


8살, 초등학교 1학년,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영어는 고사하고 한글도 제대로 못 띄었다. 국어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싫었다. 그 때문인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책읽기에서 '발전'이라는 걸 거듭하고 있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원해서 책을 읽었고, 이후 20년 가까이 책과 떨어지지 않았다. 책과 함께 하는 직업을 원했고, 그 꿈을 이루었다. 오랜만에 보게 된 친구들은 정녕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한다.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다. 


글과 가장 먼 아이였던 내가 책과 가장 가까운 직업을 가져서 책으로 먹고 살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를 풀 수 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내가 '글'이 아닌 '책'에 관심이 있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책 읽기 보다 책 사기를 좋아했다. 맛보는 걸 제외하고 책을 보고 책을 만지고 책의 종이 냄새를 맡고 책 넘기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책벌레'라는 말 들어보셨는지? <독서인간>(알마)에 따르면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벌레가 되었지만, 이 벌레는 책을 즐겨 갉아먹는다. 전분과 섬유를 매우 좋아하는데, 현대 서적에 사용되는 종이에는 전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섬유질도 많지 않다. 


다른 하나는 벌레가 아닌 사람이다. 병적으로 책을 좋아하며 책에 빠진 사람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다시 두 가지 책벌레가 있는데, 보통 책벌레와 애서광이다. 보통 책벌레는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대하면서 내면에서 우러난 이성적인 사랑을 보내는 반면, 애서광은 독서 자체에는 흥미가 없고 책에 강렬한 점유욕을 보인다. 나는 애서광에 가까운 듯하다. 


<독서인간>은 위에서 이야기한 책벌레를 비롯해 책과 독서에 관한 25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 태생의 이 책은 젊은 책벌레인 저자의 작품이다. 왜 전 세계적인 출판 불황에 하필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나 같은 사람 좋으라고? 일단 그 점에서는 성공한 듯하다. 벌써 몇 번이나 들춰보면서 감탄을 지어내고 환호 아닌 환호를 질렀으니까. 아니면 책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하는 차원에서? 그런 거라면 논문으로 수십, 수백 편이 나와 있을 테다. 그러면 남은 건 한 가지다. '책의 위기' 시대에 책을 재조명함으로써 책에게로 시선을 끌어오기 위해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고, 읽어야 한다. 


인터넷이 나오고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실상 전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전 세계의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이상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이유가 없어졌다. 더 저렴하게 더 신속하게 더 정확하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편이 있는데 굳이 책을 통해 힘들 게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책의 내용으로 어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독서인간>의 전략은 다르다. 제목에 '독서'가 들어가 있는 게 조금 걸린다. 사실 이 책의 진짜 제목은 '도서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공교롭게도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위기 시대에 나오는 많은 '책 부흥' 책과는 다르게 말이다. 대신 책 자체에 대해 말한다. 문화적, 정신적, 물질적인 측면에서 그야말로 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어느 작가가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봐야 하겠다. 그 역시 책을 많이 봤다. 그런데 그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나와 정반대였다. 그는 '책'이라는 물질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이루고 있는 '글'이 중요했다. 그 글만 있다면 책 쪼가리던, 간단한 메모지던 상관없었다. 단적인 예로, 아주 두껍고 질 좋은 책이라도 거기서 원하는 한 줄만 빼내면 더이상 쓸모가 없었다. 그런 사람은 <독서인간> 같은 책을 쓸 수도 없을 테고, 이 책이야말로 아무 쓸모 없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책에 얽힌 사연 하나 쯤은 있지 않겠는가. 책을 사랑하고 동경했던 마음이 있었겠지 않겠는가. 지금도 가슴 깊이 어디 쯤엔가 그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지 않겠는가. 나에게 그 첫 시작은 다름 아닌 '위인전'과 '위인 사전'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수십 권의 위인전이 일렬로 책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집으로 와서 동생과 합세해 부모님께 졸랐고 곧 우리집에도 위인전 세트가 생겼다. 동생과 경쟁하듯 순식간에 위인들의 삶을 훑었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책을 동경하고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흔한 사연이지만, 내 삶에서는 크게 작용한 걸 부인할 수 없다. 


<독서인간>은 나와 책의 오랜 동거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보상을 받은 느낌까지 들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나와 같은 느낌을 들었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게 했다. 신비롭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책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책에 관한 바람이 있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정확히 '글'이 아닌 '책'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지만, 글과 책은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글과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책에 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전자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 책이란 종이를 묶어 맨 물건이라는 뜻이고, 또 글 아니면 그림으로 표현해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글과 책은 한 몸이라고. 


이 책, 책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하고자 하는 이 책 <독서인간>. 책의 위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책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하면서 이런 책을 내준 점에 대해서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역사상 많은 책벌레들이 죽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책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슬퍼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 생전 책과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의 강도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많은 분들이 이 슬픔에 동참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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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글, 독서, 독서인간, 책, 책벌레, 책의 위기
  • BlogIcon 空空(공공)
    2015.09.30 10:41 신고

    저도 어릴때는 "책벌레" 라는 소리를 좀 들었습니다 ㅎㅎ

    • BlogIcon singenv
      2015.10.04 15:53 신고

      아, 그러셨군요 ㅋㅋ 저는 지금도 듣네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09.30 22:07 신고

    저는 전자책 많이 봐요... 일단 집에 책 놓을 공간이 없음... ㅠㅠ

    • BlogIcon singenv
      2015.10.04 15:53 신고

      저는 전자책은 일절 보지 않아요 ㅋㅋ 책 빌려보지도 않고요~ 무조건 사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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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책읽기와 인생, 나를 압도하다 <읽는 인간>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8.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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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읽는 인간>


<읽는 인간> 표지 ⓒ위즈덤하우스



서른 남짓한 나이, 반편생에 걸쳐 책을 읽어 왔어요. 정확히는 '책'을 읽어 왔지요. 굳이 책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갈수록 읽을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읽는다는 범위 안에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상위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굳이 비중을 들자면 저 아래에 있겠죠. 그런 와중에도 책을 읽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럽습니다. 역으로 참 암울한 책의 현실이죠. 


저는 세상을 바꾸고자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로 인해 의식이 바뀌어 결국엔 세상이 바뀌는, 그런 흐름을 꿈꾸지요. 거창할 뿐더러 요원하기까지 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면 제가 힘들게 책을 읽을 이유가 없어요. 한때 책에는 나아가 콘텐츠에는 '재미'와 '감동'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떤 이유가 필요해졌습니다. 때론 피곤하더군요. 


세계 문학계의 거장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소설로는 제가 한 번도 접하지 않았습니다. 안 한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습니다. 게으름이 50이라면 압도 당한 게 50일 겁니다. 그가 뿜어내는 기에 압도 당해 읽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그의 단편적인 글을 스치듯 읽으며 '아, 과연 대단한 사람이야.' 정도로만 인식했지요. 안타깝지요. 그러나 늦지 않았답니다. 


역시 금세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그의 책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이 번역되어 나왔어요. 책읽기와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은근히 읽는 행위와 사는 행위를 연관시킨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은 특별하더군요. 저자가 오에 겐자부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이 소책자로도 역시 저를 압도하는 그 무엇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저를 압도했어요. 


시작은 비교적 가볍게 합니다. 다양한 고전들을 결부시켜 성장한 지난 날을 이야기해요. 읽을 만 합니다. 쉽진 않지만 오에의 글이기 때문에 그정도는 감안했죠. 하지만 금세 압도 당하고 말았습니다. 아홉 살 때 읽게 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한 구절을 평생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부분이 특히요. 


그 부분은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라는 문장인데, 주인공인 헉이 노예인 짐의 주인 노부인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는 곧 찢어버리더니 다짐하는 장면에서 하는 말입니다. 교회에서 남의 재산을 훔치면 지옥에 간다고 배웠기에 남의 재산인 짐을 노부인에게 돌려보려기 위해 편지를 썼는데 찢어버린 것이죠. 무시무시한 생각인 동시에 무시무시한 말이었는데, 그 마음을 바꾸려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오에는 어린 나이에 그 구절을 보고 자신도 평생 그 말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해요. 저도 그 구절이 마음에 들어요. 책은 이렇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히카리라는 아들이 있는데, 장애를 앓았다고 해요. 말로 하기 힘든 참으로 벅찬 나날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그를 지탱하게 해준 게 다름 아닌 책이었어요. 그는 책을 읽고 살아가고 소설을 썼답니다. 책에서 얻은 무엇과 살면서 얻은 무엇을 온전히 결합시켜 만들어낸 소설들이죠. 오에는 <읽는 인간>을 통해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그건 독자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독서 인생을 돌아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아들의 장애가 그의 삶을 힘들게 하는 요소의 전부라고 한다면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에게는 친한 친구의 자살이라는, 웬만한 사람의 인생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건 굉장히 무서운 경험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죽음이 곧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겠죠. 오에는 그 또한 책으로 헤쳐나갔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다잡고 책과 함께 자신의 지독한 경험을 공유하면 버틴 것이죠. 그리고 여지 없이 그 경험을 소설로 승화시킵니다.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죠. '읽는 다는 건 곧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삶이야말로 읽는 것이고 그가 읽는 것이야말로 사는 것이네요. 


책 읽기로 살아가는 그가 부럽습니다


이 책 덕분에 다시 읽게 된 책이 있어요.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대담집 <평행과 역설>인데요. 10여 년 전에 사서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는, 2년 전에 다시 도전했다가 역시 완독하지 못한 책이에요. 그러다가 이 책에서 오에가 에드워드 사이드를 기리며 그의 최고의 책 중에 하나가 <평행과 역설>이라고 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책장을 뒤져 그 책을 찾고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답니다. 


오에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책들을 소개하는 데요. 아니, 책을 쓴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대표적으로 단테 알리기에리, T.S 엘리엇, 에드워드 사이드, 윌리엄 블레이크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 자신 등입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큰 줄기이자 뿌리이니만큼 꼭 한번씩 접해보심이 좋을 것 같아요. 


이제야 오에를 처음 접한 소회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조금은 슬펐고, 조금은 압도 당하고, 조금은 부럽네요. 자신의 삶을 읽는 것으로 삼고, 그것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다시 그 삶은 읽는 것으로 치환되고... 그 순환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고난할 것 같은 삶이지만 지금의 제가 원하고 있는 삶이니까요. 소회는 특별하지 않지만 얻은 건 크네요. 


오에 겐자부로가 올해로 만 80세가 되셨네요.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읽는 것으로 살아왔다고 하는 그.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에 그만의 독서법이 나오는데, 굉장히 따라하기 어려운 그 독서법을 반드시 따라해볼 생각입니다. 실용적인 면을 잊지 않고 말씀해주신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이네요. 다른 걸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충분해 보여요. 


읽는 인간 - 10점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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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압도, 에드워드 사이드, 엘리엇, 오에 겐자부로, 윌리엄 블레이크, 읽는 인간, 책, 평행과 역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
  • BlogIcon 空空(공공)
    2015.08.21 10:20 신고

    늦었다 생각할때가 빠른때인데..쩝
    눈 좋은 분이 부럽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8.23 17:00 신고

      늦었다 빨랐다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하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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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휴가를 위한 책 5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8.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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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휴가를 위한 책 5]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주 7월 말과 이번주 8월 초에 여름 휴가를 많이 다녀오실 테지요. 2주 정도 전에 포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휴가를 조금 늦게 가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남들 다 가는 성수기에는 아무래도 비싸고 사람도 많잖아요? 무엇보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오히려 그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각설하고 이제 휴가를 떠날 분들을 위해 책 몇 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물론 여름 휴가를 다녀왔거나 못 가는 분들께도 여름 나기에 유용할 책이 될 거예요. 그래서 그에 맞게 나름의 기준을 세워봤습니다. 속도감 있게 빨리 읽혀야 되고, 유쾌상쾌통쾌하거나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재밌어야 하겠지요. 머리 싸매지 않게 어려운 책이면 안 되겠습니다. 더우니까 너무 가슴을 따뜻하게 하거나 열불(?)나게 하거나 어떤 열정에 불타오르게 해도 안 됩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 작품성만은 좋아야 하겠습니다. 흠... 쓰고 보니 선정하는 게 만만치 않겠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하게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좋고 인기도 좋고 많이 찾는 대중적인 책들이요. 저야말로 이 책들을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웬만하면 2015년에 출간된 책들을 선정하고자 했고요. 분야가 겹치지 않게 총 5권을 선정해 봤습니다. 한번 훑어보시죠~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분야: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입니다. 

속도감, 문장력과 구성력, 흡인력, 복선과 반전을 두루 갖춘 소설이라고 하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처음 선보이는 서스펜스 스타일로,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그녀들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해서 '남편 실종 계획'을 세워 남편을 살해하여 실종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잘 될까요?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소문!




씨네 21

씨네 21 편집부 엮음

(분야: 잡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죠? 영화 잡지 부분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씨네 21>입니다. 

휴가에서 책 읽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요즘엔 태블릿 pc 챙겨가서 영화, 드라마, 예능 많이 봅니다. 

그래도 읽을 거리가 없으면 섭섭해요~ 참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단연 영화 잡지죠!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두루 챙길 수 있어요^^

비싸지 않고 얇고 재밌고. 모르긴 몰라도 휴가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해요~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분야: 만화)



전통적으로 휴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만화'죠! 최고입니다ㅋ

그런데 요즘엔 웹툰이 있어서 굳이 만화책을 가져가진 않는 것 같아요. 

참 편리하죠. 웬만한 웹툰이 퀄리티가 높아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쉽게 명암을 내밀진 못하겠죠?

<심야식당>입니다.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했고, 한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을 정도로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아시아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자그마치 14권까지 나왔는데, 부담스러우시다면 몇 권만 보아도 좋습니다~ 옴니버스식이니까요!

해가 떨어지고 돌아와 편안하게 한 편 한 편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이용한 지음

(분야: 에세이)



제목이 특이하고 귀엽죠? 뭔가 고양이스러워요ㅋ 

요즘 들어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어지네요.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일단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 막 엔돌핀이 돌지요~ 저 표지에 나온 고양이들을 보세요! 꺅!

예상하셨다시피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페이지마다 나옵니다. 한없이 예쁜 고양이들이죠. 

더 이상 무슨 힐링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되지요~

(고양이들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죄송합니다.)




잠시멈춤, 세계여행

오빛나 지음, 배용연 사진

(분야: 여행)



여행을 왔는데 무슨 여행 책이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행 와서 여행 책을 보면 그 재미가 2배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가진 자(?)의 여유도 부려보고요~ 다음 여행도 생각해 보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세계 여행'이기 때문이죠. 

다른 누구와도 아닌 부부가 함께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했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가고 싶어요. 63일 간 5개국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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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나오미와 가나코, 만화, 세계여행, 소설, 심야식당, 씨네 21, 에세이, 여름 휴가, 여행, 잡지, 책
  • BlogIcon 空空(공공)
    2015.08.04 09:49 신고

    시원한곳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아무 생각없이 책 한권 읽어 보는것도 훌륭한 휴가가 될수
    있겠군요

    • BlogIcon singenv
      2015.08.09 14:38 신고

      그렇지요ㅋ 그래서 되도록 많은 생각 안 하고 볼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해보았습니다~

  • BlogIcon 조아하자
    2015.08.04 22:00 신고

    휴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회사는 휴가도없음 ㅠㅠ

    • BlogIcon singenv
      2015.08.09 14:38 신고

      헐... 그런 회사도 있군요... 일반 회사랑 다른가 봐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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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마음이 깨끗지 못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

생각하다 2015. 6.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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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마음이 깨끗지 못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그것을 주어다가 사리사욕을 채우고 자기의 결점을 덮는 데 이용한다


학문을 하는 데는 먼저 옛 성현의 훌륭한 말씀을 받아들일 정성 어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고요히 마음의 눈을 떠 스스로의 마음자리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행여 명문 이욕에 대한 잡초가 뿌리 박혀 있지 아니 한가 살피고, 깨끗이 쓸고 닦아 비단결 같은 마음의 밭을 이루어 놓는 일이다. 그런 뒤에 책을 읽고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서, 마음자리가 온통 잡초가 우거진 것을 그대로 둔 채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운다면, 이 사람은 필시 한 가지 옛 착한 행위를 보게 되면 재빨리 그것을 훔쳐다가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요, 또 한 가지 옛 착한 말을 듣게 되면 그것을 빌려다가 자기의 결점을 덮어 나가는 데 이용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쳐들어온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격이요, 또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주는 격이라 위험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마음의 밭이 맑고 깨끗해야 바야흐로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도 좋을 것이요, 그렇지 아니하면 하나의 착한 행위를 보고는 훔쳐다가 그것으로써 사리를 건지고, 하나의 착한 말을 듣고는 빌려서 써 단점을 덮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적에게 병기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이 된다. 



 <채근담>, 홍자성 지음, 송정희 옮김, 올재 클래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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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를 함께할 단 하나의 책

생각하다 2015. 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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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 연휴는 5일이나 되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러 계획을 세우고 계실 줄 압니다. 앞의 이틀을 월차 내고 총 9일의 여행을 떠날 계획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미 떠나셨겠군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푹 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겠지요. 어머님들은 허리를 필 새도 없이 일을 하실 것인데요. 부디 남자분들이 도와주시길! 저도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설날 하면 TV나 영화를 빼놓을 수 없죠.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해서 일 거예요. 그 와중에 남자 어른들은 고스톱을, 여자 어른들은 이야기를(종종 너무 힘드셔서 주무시기도 할 거예요ㅠ), 남자 아이들은 게임을, 여자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풀 거라 예상됩니다. 때로는 다 같이 윷놀이를 할 수도 있고, 노래방을 함께 가기도 하겠지요. 


저는 설날이 되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신문을 끼고 있었어요. 바로 신문에 있는 'TV 편성표' 때문이었죠. 그렇습니다. 저는 TV를 좋아해서 명절 특선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봤었죠. 그런데 머리가 조금 크고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더군요. 매년마다 재탕 되는 것도 알아챘고요.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특선 프로그램은 점점 줄어들고 특선 재방송(?)이 주를 이루더군요. 아주 유치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난 후부턴 책을 읽었답니다.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명절 연휴의 긴 시간을 이용해서 말이죠. 5일이면 최소한 1권 이상은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맞지요?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일명 '설날 연휴를 함께할 단 하나의 책'. 


말 그대로 하나의 책만 소개해 주는 건 아니고, 적절히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드릴 테니 취향에 맞게 선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오랜 만에 찾아온 5일의 긴 연휴 동안 꼭 1권의 책을 독파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누군가는 5일이 아닐 수도 있고요. 누군가는 5일이 5일 같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명절인 추석 연휴까지 만이라도 1권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요즘 핫한 책이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입니다. 2권까지 나와 있는데요. 제목 그대로 다양한 지식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형 백과사전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분명 거기엔 어떤 다른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재미 있겠지요? 





5일 동안 매일 같이 책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루 이틀 정도 밤새서(?) 읽을 만한 소설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작년 2014년 최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입니다. 정말 재미 하나는 보장해 드리고요.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쉽지 않을 거예요. 





이와 반대로 매일 조금씩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들입니다. 아무래도 단편 모음집이겠죠? 한 권은 <문학동네 81호>(문학동네)이고요. 다른 한 권은 <201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뿌리 이야기>(문학사상사)이에요. 각각 다른 유형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주옥 같은 단편들을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설날 연휴를 이용해 <201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뿌리 이야기>를 읽을 생각이 있어요^^





이와 비슷한데 유명 소설가의 단편 하나를 영어와 함께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답니다. 아시아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바이링궐 에디션>이나 <K-픽션 시리즈>예요. 살펴보니 소설 뿐 아니라 해설과 비평도 같이 실려 있더군요. 영어가 같이 수록되어 있다는 게 큰 메리트로 다가오진 않지만, 그 의도와 의미는 크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느냐고 머리도 아픈데 이번 연휴를 이용해 완결된 만화책 완독은 어떠신지요? 감동과 재미와 추억까지 느낄 수 있는 옛 만화책들이요. <슬램덩크> <드래곤볼> 같은 레전드를 비롯해 우라사와 나오키나 허영만의 본좌 만화들이 대표적이겠죠? 한편 웹툰 정주행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만화책 완독이나 웹툰 정주행 한 편 정도는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핫한 그림책! <비밀의 정원>(클)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죠? 저는 아직 해보진 못했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그리다 보면 '힐링'이 된다고 하는 마법의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심신이 지쳐 쉬는 날만 기다리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더욱이 긴 연휴 때를 이용해서 말이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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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픽션 시리즈, 드래곤볼, 문학동네, 바이링궐 에디션, 비밀의 정원, 설날, 슬램덩크, 이상문학상,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 BlogIcon 空空(공공)
    2015.02.16 10:59 신고

    정말 설 연휴때 책 한권은 봐야겠네요^^
    지난번 도서정가제 되기전 사둔책 아직 못 읽은 책이
    있거든요 ㅋ

    • BlogIcon singenv
      2015.02.22 14:53 신고

      어떻게, 한 권 읽으셨나요?^^

  • BlogIcon 직딩H
    2015.02.16 21:44 신고

    저도 책좀 읽으려고 노력은 하는 편인데 ㅎㅎ 실천이 잘 안되더라구요~
    연휴때 한 권은 읽어야겠어요~ 이상 문학집 좋네요 ^^

    • BlogIcon singenv
      2015.02.22 14:53 신고

      이번 연휴 때 이상 문학상 모음집 한 권 읽으려고 했는데,
      만화책에 푹 빠져서 ㅋㅋㅋ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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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작가가 그리는 미래, '책은 불태워야 한다'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4. 12.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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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 읽기] <화씨 451>


<화씨 451> ⓒ 황금가지

2년 전 타계한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 <화씨 451>(황금가지). 이 소설에 대해 할 말이 참으로 많다. 그만큼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가 많고 강렬하다. 제목부터 그러한데, '화씨 451'은 종이가 불에 타는 온도라고 한다. 


그렇다. <화씨 451>의 배경은 종이를 불에 태우는, 즉 '책'을 불에 태우는 직업인 '방화수'(?)가 존재하는 미래이다. 60 여 년 전에 쓰인 소설이니 만큼,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작가가 예측한 그 미래로 정확히 달려가고 있는 지금이라고 해야 맞는 것도 같다. 


책은 어떻게 사라졌는가?


주인공은 책을 태우는 직업인 방화수 가이 몬태그이다. 그는 즐겁게 그 일을 한다. 하지만 가슴 한 편에는 씁쓸함과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상한(?) 소녀 클라리세를 만난다. 그 소녀는 뭐든지 냄새를 맡아 보고, 눈으로 쳐다보는 걸 좋아한다. 반면 벽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자동차 경주를 보러 가거나 놀이 공원 가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이 바쁘고 신속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야말로 '미친' 생각을 하는 아이다. 


몬태그는 그런 소녀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소녀에게서 떨쳐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을 발견한다. 그가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을 그 무엇.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간과하고 무시하고 애써 멀리하는 그 무엇. 그는 그것을 클라리세와의 갑작스러운 만남과 헤어짐, 책과 함께 불에 타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여자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매일 같이 벽면 텔레비전과 귀마개 라디오를 끼고 살아가는 아내 밀드레그 때문에 깨닫게 된다. 불에 타 없어진 책들마다 제작기 한 사람씩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그의 이런 변화를 알아차린 방화서 서장 비티는 그에게 말해준다. 왜 우리는 책을 태울 수 밖에 없이 되었는가? 그 과정은 소름 끼치도록 현재 우리 세상의 모습과 닮았다. 대중 매체의 변화, 점점 단순하고 말초적으로 일회용 비슷하게 전락하는 책, 점점 빨라지는 화면과 얇아지는 책, 쓸데 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게 되는 세상. 마침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탈바꿈한다. 일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을 끝내고 나면 그때부터 마냥 놀고 즐기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행복, 머리 아프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 행복한 현실을 비판하려는 책은 모조리 태워버려야 한다. 이는 곧 검열이다. 


일정 부분은 지금과 닮아 있고 일정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 과거의 그때와 닮아 있다. '점점 빨라지는 화면과 얇아지는 책'은 지금,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을 끝내고 나면 그때부터 마냥 놀고 즐기는 시간이 시작되는' 건 마치 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이 시행한 일명 '3S 정책'이 생각나게 한다.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성(Sex) 또는 속도(Speed)로 국민들의 시선을 정치에서 떠나게 하려는 '우민화 정책' 말이다. 


책이 없는 세상은 곧 파멸에 이른다


몬태그는 점점 덮쳐 오는 참을 수 없는 죄의식과 자괴감으로 이대로는 삶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첫 번째 행위로 '책'을 훔치고 읽는다. 아내인 밀드레드와 같이 읽게 되는데, 밀드레드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알겠어요? 내 친척들은 사람이라고요. 그들은 나한테 얘기를 하고, 나는 웃고, 또 그들도 같이 웃어요. 그리고 색깔이 있어요, 색깔이! 책에는 없지요." (본문 중에서)


밀드레그가 말하는 '친척'은 당연하게도 벽면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얼굴들이다. 형체는 없고 만질 수도 없다. 그러나 그녀는 얘기를 하고 같이 웃고, 무엇보다 '색깔'이 있다는 이유로 그따위 벽면 텔레비전을 책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아니 신봉한다. 


그는 집을 박차고 파버라는 노인을 찾아간다. 언젠가 몬태그가 공원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몬태그 손에 들린 책을 발견하곤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노인이다. 파버와 몬태그는 일을 벌리기로 작정하고 몬태그로 하여금 방화서로 돌아가 스파이 노릇을 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곧이어 울린 경보로 출동한 곳은 다름 아닌 몬태그의 집. 밀드레드가 몬태그를 신고한 것이다. 책을 읽었다는 혐의. 자신의 집과 책을 직접 불태운 후 꼼짝 없이 체포될 처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알아버렸다. 이 세계가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는지. 왜 책을 불태울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일은 결국 세계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도. 그는 어떻게 해서든 책과 함께 여기서 탈출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눈 앞에 있는 방화수들을 죽여야 했다. 그는 곧 온 세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과연 그에게 미래가 있을까? 그가 책과 함께 살아 남는 다면 결국 세계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이 말하려는 바는 보여주려 하는 바는 명확하다. 책이 없는 세상, 생각이 없는 세상, 속도와 실용 만을 추구하는 세상은 파멸에 이른다는 것. 하지만 그 세상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야말로 망치로 대못을 박듯 작금 세계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종이책'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종이책' 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완벽한 절망의 메시지이다. 


꽤 설득력 있는 책의 공허함


반면 저자가 비티 방화서장의 입을 통해 말하는 책의 공허함은 꽤 설득력을 가진다. 도대체 책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하다 못해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바꿀 수 있는가? 그것을 지금 내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가? 


"...세상 모든 것에, 그 어떤 것에도 증오로 가득 찬 자를, 난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내 소중한 서가의 책들을 꺼내 펼쳤지. 그랬더니 거기엔, 거기엔? 완전히 공백이었지! 오오, 물론 글자는 그대로 있지만 죄다 내 눈 앞을 뜨거운 기름처럼 흘러 지나가 버렸어. 아무런 의미도 없이. 어떤 도움도, 위안도, 평화도, 안식처도, 진정한 사랑도, 아늑한 침대도, 빛도 없었다네." (본문 중에서)


<화씨 451>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이 갖는 역설적인 공허함,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상징적인 명제가 지니고 있는 비실체성, 책을 읽으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주는 비물질성. 이는 모두 책이 가지는 잘못된 신화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위험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그가 보여주는 책이 없는 세계의 무서움이 더욱 더 현실감 있게 그리고 믿을 수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대로 가다가는 저자가 예견한 미래가 반드시 도래하고 말 것인데.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인데. 그 삶이 '행복'한 것인 양 믿고. 하지만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마침내 깨닫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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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검열, 레이 브래드버리, 방화수, 종이책, 책, 파멸, 행복, 화씨 451
  • BlogIcon 조아하자
    2014.12.19 14:10 신고

    책 읽는게 자기계발에 좋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하지만 요즘 책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건 사실이에요. 특히 특정 분야는 정말 필요한 내용이 있는데도 그와 관련된 책이 아예 없거나 1-2권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읽는게 이해가 되요.

    • BlogIcon singenv
      2014.12.21 11:10 신고

      번역서가 아닌 국내서가 특히 그렇죠ㅠㅠ

    • 지나가다
      2015.09.10 15:06

      무슨 궤변인가요? 그건 출판 시장의 다양성의 문제고, 읽을 만한 책이 없다거나 책을 안 읽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는 다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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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생각하다 2014. 10. 2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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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 실시]


책 많이 보시나요? 아니, 많이 '사서' 보시나요? 애초에 책 볼 시간이 없다거나 책 읽기에 관심이 없다는 분이 있을 테고, 책값이 비싸서 못 산다는 분도 계실 테고, 굳이 도서관 놔두고 살 이유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반면 저 같은 경우는 소장가치가 있는 책은 사서 두고두고 보는 편이랍니다^^




자, 그런데 살펴보면 책값이 비싼 만큼 책의 할인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책 나오고 조금만 기다리면 30~50% 할인은 거의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죠. 그렇죠? 이걸 역으로 생각해보면, 할인율이 엄청나기 때문에 책값이 비싸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간행물의 경우, 정가의 19%(정가의 10% 이내 가격 할인+정가의 9% 이내 간접 할인)이 가능하고, 신간이라도 실용도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3년에 10%로, 2010년에 19%로 개정된 것이죠. 


그리고 문제의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경우, 사실상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죠. 그래서 출판사들이 이걸 생각해서 BP보다 더 높게 책값을 메기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기 위한 무분별한 할인은 출판사의 과다출혈로 이어집니다. 이는 곧 소비자에게도 독이 되죠. 


이런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출판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서정가제의 개정을 논의해 왔습니다. 물론 여러 말들이 오고 갔죠. 개정된 도서정가제로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고요.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1월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죠.


개정된 도서정가제에서 제일 주요한 것은 역시나 '할인 범위'이죠. 그래서 이렇게 바뀝니다. 


구분

개정 전 

개정 후 

대상 범위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를 제외한 도서, 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간행물(신간)

모든 도서, 발간 기간과 무관한 모든 

간행물(신간+구간), 발간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은 재정가(약 70% 예상됨)

할인 범위

정가의 10% 가격 할인+

판매가의 9% 간접할인

정가의 15%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가격할인과 간접할인 조합

(단, 가격할인은 최대 10%) 

적용 예외 기관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국가 지자체 등 공공 기관 

사회복지시설 


눈여겨 보실 건 두 가지네요.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신간 구간을 막론하고 모든 도서를 15% 이내의 할인율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간의 경우 19%에서 15%로 줄인 거라 큰 변화가 없겠지만, 구간(그리고 실용서와 초등학습참고서)의 경우는 무제한 할인에서 단번에 15% 할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완전한 변신 아니겠습니까?


과연 개정된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 시장은 어떻게 변화 되어 있을까요? 가격 거품이 빠지고, 독자들의 발길을 돌려, 출판계가 살아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로 비추어 보아 별로 변한 것도 없이 불신만 남기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개정된 도서정가제를 찬성합니다. 당장은 혼란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가다간 출판계 역시 소수의 강자만 살아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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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구간, 도서정가제, 무제한 할인, 신간, 책, 출판계
  • BlogIcon 여강여호
    2014.10.26 10:02 신고

    맞습니다.
    책을 만드는 이들의 공생과 상생이 결국에는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요.
    출혈경쟁보다는 적절한 가격정책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생하는 출판시장을 기대해 봅니다.

    • BlogIcon singenv
      2014.10.28 18:13 신고

      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시작을 했으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Zet
    2014.10.26 11:38 신고

    좋은 시도이긴 하지만 효율적일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저는 할인을 완전히 없애고 정가로 가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 BlogIcon singenv
      2014.10.28 18:14 신고

      많은 OECD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네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4.10.26 19:50 신고

    사실 도서정가제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제 주위만 봐도 책을 사서 보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는걸요 뭘. 저도 진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같은거 따기위해 책사는거 아니면 종이책은 안사요. 책 사면 괜히 집에 쌓이기만 하고 이사갈때 불편함...;;;

    • BlogIcon singenv
      2014.10.28 18:15 신고

      사실 중요한 건 그것일수도 있죠ㅠㅠ
      책 자체를 사보지 않는 다는 거...
      책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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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종이책 시대가 저물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 책이?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8. 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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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서의 괴로움>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

장서의 즐거움을 처음 느낀 적은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위인전기 한국편과 세계편을 사주셨는데, 동생과 대결을 벌이며 서로 좋아하는 위인의 전기를 각자 가져갔다. 그때까지는 책이 좋아서라기보다 위인이 좋아서였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 행동이 장서 활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최초로 나의 의지 하에 이문열의 <삼국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빌려볼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사달라고 졸랐던 거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방과 후에 학교 근처 책방에 가서 <강희대제>라는 책을 한 권씩 사봤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부터 독서가에서 장서가로 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서가가 된 후에도 변화는 계속되었다. 10 여 년 동안 꾸준히 책을 사모으다보니 예전에 산 책이 늙기 시작했다. 헌책이 된 것이다. 이럴 바엔 애초에 헌책을 사자 하는 취지에서, 20대 후반부터는 헌책을 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다 보니 사는 횟수와 사는 책의 개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서 서평단에 참여하다 보니 근 1~2년 사이에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었다. '장서의 즐거움'이 '장서의 괴로움'으로 변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정은문고 '수집의 발견' 시리즈의 신작 <장서의 괴로움>은 필자의 괴로움과는 차원이 다른 괴로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경은 일본이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 종이책의 시대는 저물고 전자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많은 사람들, 한편에서는 환경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종이책 읽기 운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러니한 상황. 이런 상황에 장서의 괴로움이라니? 책을 간직하는 괴로움?


필자의 장서 목록은 약 500권. 크지 않은 책장 3개 분량이다. 본래 더 많지만, 나름대로 양서만 취급하고 있기에 누구에게 주거나 팔아버린 책들이 꽤 많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이 주거 하는 데 방해를 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서의 괴로움>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나의 장서 활동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진다. 책으로 집이 무너진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다. 


나의 아버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서재는 책으로 가득했다. 책장에서 흘러넘친 책들이 책상 위나 바닥에 쌓여 있었는데, 어느 날 바닥이 뚫리고 방이 기울었다. 


직업 특성 상 책으로 둘러싸인 집을 방문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마다 부럽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무거워서 바닥이 뚫리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는 않겠지만, 모두 불에 타기 쉽고 물에 흐물거리기 쉬운 종이이기 때문에 너무 조심조심하면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나의 장서 활동이 현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책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모으는 장서가는 진짜 장서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구입한 책의 70% 정도나 읽을지 의문이다. 필자의 경우 산 책의 70% 이상은 읽으려고 노력한다. 최소한 그것도 지키지 못한다면, 책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작가이자 평론가인 요시다 겐이치는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5백 권의 가치'는 이랬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지난 2008년 전 세계 도서 출판 시장에서 종이책이 약 99%를 차지했지만 2012년에는 약 91.5%로 줄었다. 그 동안 전자책 시장은 7배 증가했다. 또한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난 해 전체 도서 출판 시장에서 약 22%를 차지했고 2017년에는 약 32.5%로 증가할 거이라 한다. 종이책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자연스레 '장서가'의 존재는 점점 희귀해질 것이다. 


멀지 않아 과거에는 우표를 사용하면서도 모았지만 지금은 단지 '희귀'한 우표를 모으기만 하는 '우표 수집가'나 고문헌을 모으는 수집가처럼, '장서가'도 종이책이라는 '희귀'한 아이템을 모으는 이처럼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엔 턱없이 역부족으로 느껴진다. 


이런 와중에 이런 책의 출현은 반갑기 그지 없다. 과연 현재 책을 모으는 즐거움을 넘어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그런 사람은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책이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히 코믹하다. 


'괴로움'은 해학을 자아내는데, 여기에 '구원'이 있다며 '장서의 괴로움'은 남을 웃길 수 있도록 써야 제맛이라고 말하는 저자이다. '장서'를 뒤로 하고 마냥 그 상황을 즐기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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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서재, 장서의 괴로움, 전자책, 종이책, 책, 책장
  • d
    2014.09.01 19:10

    ↓한국사람들이좋아하는사람/한국인이좋아하는스타일의사람/한국사람이좋아하는스타일→
    1.남들과다른사람(남들과아주많이달라야됨)(남들과많이다르면여친,남친도생긴다)(남과많이다르면사람들이좋아한다)
    2.머리헤어스타일(머리염색은진한검정색)
    3.쌍커풀이큰사람(쌍커풀이크면매력있어서사람들이좋아함)(성형을해서쌍커풀을만들어도됨꼭절개법으로해야됨그래야좋아함)
    4.콧대가높은사람(콧대가높아지면잘생겨지고이뻐짐)(콧대를높히는방법은성형을해서높이는방법도있음)(콧대에힘을주면콧대가높아짐)
    5.키큰사람(사람들은전부다키작은사람보다키큰사람을좋아함,칼슘을많이섭취하면키가커짐)
    6.피부가하얀사람(도시의물을많이마시면피부가하애짐)(도시에사는사람들은피부가하얀이유가도시의물은무엇을뿌리기때문에도시의물을먹으면하애지는것이다)(여자나남자나피부하야면사람들이좋아하게된다)
    7.미남,미녀(미남이면인기도많고사람들이저절로좋아함)(성형을해서미남이될수있음,성형수술을해서쌍커풀을크게만들면미남이됨)
    8.입쫙벌리기반복(입을벌렸다닫았다반복하면여자나남자나다얼굴이이뻐짐)(매일반복해야됨)(쫙벌려야됨)(입을최대한크게벌려야됨(이걸하면잘생겨지고이뻐져서여친남친도생김)
    9.하품을많이하기(하품을많이하면잘생겨지고이뻐짐경험상으로)(하품을최대한많이하기)(매일반복해야됨)
    10.눈두덩이살이적은사람,눈두덩이살이별로없는사람,눈근육이별로없는사람,눈근육이적은사람(성형수술을해서눈두덩이살을적게만들어도됨,눈근육제거수술을하면됨)(눈살이별로없으면잘생겨지고이뻐짐)
    *이글을 네이버블로그의메모,USB,컴퓨터의메모장에 메모해두면 기억이잘남
    -------------------------------------------------------------------------------------------------------
    ↓키크는음식/먹으면1년만에10cm나자라는음식→

    1.키가제일잘크는영양소/키크는데제일도움이되는영양소:칼슘

    2.키크는음식:우유,치즈,멸치,김,생선통조림(뼈와같이먹어야함,뼈에칼슘이가장많이들어있음),다시마,티각,미역,미역국,해조류,해조칼슘,효소

    *위의음식들을매일먹어야키큼

    *칼슘을최대한많이먹어야키가큰다

    *칼슘을매일섭취해야키가큰다

    *밥을먹을때칼슘위주로먹으면된다

    *양쪽다리를쭉뻗으면키가커짐(다리를쭉뻗고생활하기)

    *칼슘을많이섭취하면키커지는건엄연한사실이다

    *이글을 네이버블로그의메모,USB,컴퓨터의메모장에 메모해두면 기억이잘남

    • BlogIcon singenv
      2014.09.01 21:50 신고

      감사합니다^^

    • 이 댓글 쓴 넘 칼슘 성애자냨ㅋ
      2014.09.06 19:49

      칼슘을 먹으면 뼈가 튼튼해지는 거고 니 같은 칼슘 성애자 같은 새끼처럼 칼슘만 조낸 쳐 먹다가 오히려 뼈만 딱딱해져서 성장에 방해될 수도 있단다. 키크는 요소 중에 단백질도 한 몫한다 연골이 어쨌건 단백질 이거든 저 새끼처럼 180 넘으려면 칼슘 존나 먹어야지 같은 짓 하다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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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능> 책읽기에 대한 오래 되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8.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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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사월의책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요즘의 출판계. 이 말이 나온지가 20년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책은 우리들한테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떤 책들이 나와야 할까? 어떤 책으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한 문제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책읽기에 관한 책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출간되는 모양새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 읽는 방법론을 설명하는 건 애초에 어불성설이니 주로 어떤 책을 읽으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 논하는 편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요량으로, 책서평 모음집도 많은 출간되고 있다. '인문학'이라고 포장된 책들 중에 상당수가 바로 책서평 모음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든 책을 읽게 하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그에 한몫하고 싶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책읽기 책이 출간되었다. 일본 최고의 석학이라고 불린다는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사월의책)이다. 이 책이 왜 특이하냐면, 대상자가 책을 읽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아구가 잘 맞지 않는 기획인 듯하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1962년에 최초 출간된, 자그마치 50년 이상된 책인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이고 화끈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단언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방법론이 존재한다고. 어찌 되었든 그의 논조는 작금의 책읽기 관련 출판 시장을 통째로 비판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오랫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왔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마구잡이 독서'라고 하는 모양이다. 마구잡이 독서의 병폐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말을 수긍하지 않는다. 마구잡이 독서는 내 인생의 일부이며, 인생의 일부인 만큼 기계 부품처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구잡이 독서의 병폐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본문 중에서)


필자는 책을 주로 짜투리 시간에 읽는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고, 그곳에서 읽는 책만 수백 권에 이른다. 오직 그 시간에만 읽었는데 말이다. 어딜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가, 이동할 때나 기다릴 때나 책을 펴든다. 절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현대인의 공통된 말들은 내게 이상하게 들린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임한다. 정자세로 앉아서 책상에 책을 두고 읽은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는 주로 누워서 읽거나 앉아서 다리를 꼬고 읽는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알게 모르게 형성된 고정관념은 나에게 없다. 


오묘하게도 이런 내용이 <독서만능>에 고스란히 나온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생각이 필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동반되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독서자세에 대해 더 이상 일별할 필요는 없겠다. 


저자는 이어서 주지했던 바와 같이 책읽기의 방법론을 논한다. 흔히 알고 있는 '정독', '속독'을 위시해 책을 읽지 않는 방법, 외국어 책을 읽는 방법, 신문잡지를 읽는 방법,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 등이다. 여기서 저자는 정독에 관해서는 고전을, 속독에 관해서는 현대물을 예로 든다. 책을 읽지 않는 방법은 과연 어떤 방법일지 관심이 간다. 외국어 책, 신문잡지,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은 사실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바다. 


저자는 읽을 책을 고르는 것만큼 읽지 않을 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렵고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필자도 오마이뉴스 책사랑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매주 수십 권의 책들 중에 1~2권의 책을 선택하는데, 행복한 고민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어렵다.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수련과 경험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정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책을 접할 시간적 여유가 정말 없거나, 그 책을 읽기가 너무 싫을 때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럴 때 서평, 귀동냥, 다이제스트, 대화를 통하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방법들은 요즘에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 모든 방법들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며 저자는 '읽는 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바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기, 모르는 책을 잘 아는 척하기. 이것이 지적 스노비즘이라는 것이다. (중략) 문화 함양에 스노비즘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스노비즘도 성립하지 않을 터이니, 이는 적어도 '어차피 바보이즘'처럼 파괴적이지는 않다. (중략) '어차피 바보이즘'과 박람강기주의 사이에 책을 읽지 않는 궁리가 있고,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는 요령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나는 바보니까"라는 말만 하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바보를 면치 못한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다 보면 정말로 읽어 볼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 <독서만능>은 50년 전에 출간된 만큼(정확히는 20년 전에 개정증보된 판) 지금의 세태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의 출현을 얘기하고 저자가 말하는 작가나 작품들이 전부 50~100년 전이고 하니 말이다. 1992년 개정증보판을 통해 많은 것들을 수정했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과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인 면은 지금과 그때가 하등 다르지 않다. 사례가 다를 뿐 요지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애초에 '독서술'이라는 것이 30년 남짓 만에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50년 남짓 만에도 바뀔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출판사도 그것을 인지하고 지금 이 책을 선보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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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독서, 독서만능, 독서술, 서평, 책, 출판
  • BlogIcon 노지
    2014.08.19 07:36 신고

    책의 표지부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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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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