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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중국'에 해당되는 글 24건

제목 날짜
  •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를 통째로 흔들 만한 실망작 <뮬란> 2020.09.18
  • '조슈아 웡', 홍콩 민주주의를 최후까지 수호할 그 이름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2019.08.30
  • 지구를 옮긴다는 상상력에 입힌 '지구를 선도하는 중국'의 비주얼 <유랑지구> 2019.05.06
  •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는 러브 스토리 <먼 훗날 우리>(1) 2019.01.14
  • 중국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 책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2) 2018.05.21
  • 삼국지 '외' 이야기를 다루다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 2016.10.03
  •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2016.07.18
  • 혁명과도 같은 변화, 그 한가운데 있는 '중국' 기업들 <중국을 움직이는 거인들과의 대화>(1) 2016.04.19
  • 아쿠타가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다층적인 중국 기행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2016.04.12
  • 매력적인 친구인 '차'를 더 즐기자 <차의 지구사>(4) 2015.12.14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를 통째로 흔들 만한 실망작 <뮬란>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9.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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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뮬란>    


영화 <뮬란>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90년대 시작해 2000년대를 건너띄다시피 한 후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특히 작년에는 <알라딘>과 <라이온 킹>의 기록적인 흥행을 앞세워 역대급 한 해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2020년, 첫 타자는 <뮬란>으로 이 시대에 걸맞는 여성 서사물이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악재에 악재가 계속 터진 바, 이 정도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2019년 8월 중순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뮬란>에서 '뮬란' 역으로 분할 유역비가 SNS를 통해 홍콩 경찰 옹호의 메시지를 전했다. 바로 뮬란 보이콧 운동이 시작되었다. 자그마치 개봉 예정 6개월 전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코로나19가 전 세계 특히 미국을 크게 강타한다. 거의 모든 영화관이 문을 닫을 지경이 되니, 제작배급사로서는 큰 영화일수록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뮬란>은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9월 4일 디즈니+로 공개되었고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극장에서 개봉하였다. 그러던 차, 엔딩의 special thanks 부분에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된 단체가 다수 수록되어 큰 물의를 빚었다. 


개봉도 하기 전에 영화 외적인 것으로 너무도 큰 타격을 받은 <뮬란>,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 내적인 것에선 센세이션하고 크리티컬하며 드라마틱한 통찰과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20여 년 전 애니메이션 <뮬란>이 준 그것보다 나으면 낫지 덜 하진 않을 거라는 믿음도 함께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아버지 대신 남장하고 참전한 뮬란


중국 고대, 과거 유연족과의 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 화조우에겐 두 딸이 있다. 작은딸 화슈는 평범한 반면 큰딸 화뮬란은 어려서부터 무예가 남달랐다.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며 조신하지도 못했다. 커서 시집 갈 나이가 되었을 때, 마을 중매쟁이한테 가서는 딸이자 여자의 미덕인 시집 잘 가는 법을 전수받고자 하는데 큰 실수를 저지르며 실패하고 만다. 그녀 때문에 그녀 집안의 명예는 곤두박질친다. 


얼마 후, 옛 패배를 만회하고자 유연족의 추장 보리 칸이 침입한다. 황제는 모든 가족당 한 명의 남자가 출전해야 한다는 칙명을 내리며 대항한다. 뮬란의 가족엔 상이군인 화조우밖에 없었던 바,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한 전쟁터로 갈 준비를 한다. 그것이 집안의 명예를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뮬란으로선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기에 아버지의 갑옷과 검을 훔쳐서는 집결지로 향한다. 가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굵게 해 남자처럼 보이게 한다. 각고의 훈련을 받는 예비 병사들, 한편 뮬란은 '기'를 숨긴다. 그럼에도 실력과 자질이 월등한 그녀다. 


유연족과의 전투가 시작되고, 뮬란은 여지없이 실력을 뽐낸다. 개인의 실력도 좋지만 전투의 전체적 전황을 살피는 데도 탁월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껏 좋아할 수도 기를 펼칠 수도 없다. 여자가 입대를 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거니와 평생에 걸쳐 기를 펼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남자인 척 하는 뮬란이 아닌 본 모습 그대로의 여자로 돌아가는 뮬란인데... 과연 그녀의 앞날은?


한마디로, '실망이다'


영화 <뮬란>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망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본 이라면, 원작을 많이 따르려 했는데 원작에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원작을 따르려 했다는데 어떻게 이 모양 이 꼴일 수가 있느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편, 디즈니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전이 되는 '목란사'를 기반으로 했다고 알렸다. 하여, 애니메이션 <뮬란>을 빼고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명백히 '별로'인 영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많은 고전이 여성 서사에 기반한 스토리와 메시지로 중무장하며 리메이크되고 있다. 주인공이 나아감에 있어 수단에 불과했거나, 전체적 맥락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지만 한낱 조연이자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목란사'라는 고전은 애초에 여성이 주인공이자 그녀의 치밀한 성장과 기막힌 변화가 드라마틱하면서도 진지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영화 <뮬란>은 영화 외적인 걸 차치하고라도 내적으로도 잘 보여 주지 못했다. 


가장 큰 오점은 성장의 부재라 하겠다. 뮬란은 '성차별적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여성으로서 바꿔 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전쟁에 나선 게 아니라 지극한 효심의 일환으로 나선 것이다. 이후,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깨닫고 변하면서 당당한 여성으로 세상을 바꾸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뮬란은 애초에 특출난 '기'를 지니고 있다고 설정되어 있다. 여자이기에 그걸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설정. 그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단련하고 깨닫고 변하면서 성장하는 서사가 더 설득력 있고 또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퀄리티가 메시지를 따르지 못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페미니즘적 요소 나아가 정치적 올바름적 요소를 중심에 두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유연'이라는 적을 상정했지만 뮬란이 구하고자 한 나라도 시기상 '북위'로 선비족의 한 갈래에 연원을 두고 있기에, 지금의 중국이 스스로를 칭하는 한족이 오랑캐를 쳐부수는 맥락과는 다르다 하겠다. 그럴수록 영화 외적의 잡음이 더욱더 심각하고 황당하게 보이지만 말이다. 


그런 한편, 위의 요소들에 너무 집착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상당히 낮다. 메인 빌런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보리 칸이 협박하며 주무르려고 하는 '마녀' 정도인데, 그녀조차 뮬란의 성장에서 여성으로서의 깨달음에 일조하는 정도로 그칠 뿐 빌런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한다. 사령관 텅 장군이 엄청난 무술 실력에도 불구하고 별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가 하면, 황제는 무공 실력을 뽐내지만 허무하게 잡히고도 하며, 뮬란과 함께 훈련했던 병사들은 유연 최고의 실력자들을 별 탈 없이 무찌르기도 한다.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진지한 와중에, 대놓고 드러내는 메시지와 실망의 금자탑을 쌓은 유역비의 연기력과 애매하기 짝이 없는 액션과 살짝의 유머가 뒤죽박죽 섞였다. 하여, 영화 외적의 잡음 때문에 영화 내적의 장점들이 묻혔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영화 외적의 잡음 덕분에 이 영화를 향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불합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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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실사, 뮬란, 불합격, 여성 서사, 유역비, 잡음, 전쟁,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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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웡', 홍콩 민주주의를 최후까지 수호할 그 이름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8.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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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포스터. ⓒ넷플릭스



'혁명'이란 낭만적이고 옛날의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21세기, 특히 2010년대 들어서 역사적인 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0~11년에 걸쳐 일어난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을 필두로, 2011년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이집트혁명과 예맨혁명과 리비아혁명 등이 일어나 장기집권 세력을 몰아냈다. 2014년에는 홍콩의 '우산혁명'이, 2016~17년에는 한국의 '촛불혁명'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홍콩에서 다시 치솟은 혁명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아직까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불린다.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망 온 홍콩 범죄자의 외국 송환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추진한다. 홍콩인들은 이 법이 중국으로의 정치범 송환에 쓰일 것을 강하게 우려했고, 흔들리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해 유례없이 강력하게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홍콩 인구 1/4가 넘게 참여한 이 시위로 홍콩 자체가 크게 흔들렸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 이하 홍콩 행정부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선언하지 않았고 때문에 시위는 절대 끝나지 않을 듯하다. 


와중에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 친숙한(?) 이름이 눈에 띈다. 5년 전 우산혁명 때 불과 17살의 나이로 상징이자 스타가 되었던 '조슈아 웡'이 그다. 우산혁명 이후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는, 또다시 수감되었다가 지난 6월 풀려나자마자 시위에 참여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얼마전에는 한국의 유수 방송사에서 앞다퉈 인터뷰를 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유명인사다. 물론, 우산혁명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우산혁명' 아닌 '조슈아 웡'


2년 전 넷플릭스에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을 제작해 내놓았다. 원제는 '우산혁명'이 아닌 '조슈아'인데, 어느 제목이 더 괜찮은지 섣부른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작품 자체로는 '조슈아'가 맞는 것 같지만, 여러 제반 사항을 들여다보면 '우산혁명'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작품은 조슈아의 조슈아를 위한 조슈아에 의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조슈아 웡이 주도적으로 창단한 학생조직 '학민사조'가 홍콩 당국의 국민교육(중국에서 건너온, 조국과 공산당을 향한 일방향적 충성 교육 과목) 필수 반대 투쟁을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이끌어 학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수정안을 이끌어내는 데 할애했다. 그 이면에는 학생들도 시민의 의무를 다하며 홍콩의 민주·사상·언론의 자유를 지키자는 의지가 있었다. 


뒷부분은 보다 조슈아 웡에 천착하는데, 학민사조가 우산혁명을 이끄는 중심 세력 중 하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홍콩대학 법학부 베니 타이가 이끄는 '점령중환', 홍콩의 대학들 연합 조직과 함께 중국과 약속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의 제대로 된 이행을 중심에 두고 시위를 해나간다. 장장 79일 동안 중환을 비롯해 홍콩의 주요 지역에서 계속되었지만, 홍콩 당국은 끄떡도 하지 않았고 초반의 강경대응과 후반의 무대응을 두루 오가는 전략을 취했다. 결국 베니 타이 등은 자수했고 조슈아 웡 등은 시위를 철회했다. 


조슈아 웡을 들여다볼 기회


우리로선 남의 나라 혁명기와 혁명의 주세력과 주요 인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전무하다. 그저 언론의 짤막한 기사로나마 띄엄띄엄 중요한 기점의 순간들을 엿볼 뿐이다. 그조차도 여타 수많은 국내외 핫한 뉴스들 때문에 완벽히 들여다볼 수 없다. 늦게나마 다큐멘터리나 책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걸 보는 게 관련된 것들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다. 비록 우산혁명 당시 홍콩 행정장관인 렁춘잉을 위시한 당국 관계자나 나아가 중국 당국자 누구의 직접적인 얘기를 들어볼 수 없이, 조슈아 웡을 비롯한 학민사조 수뇌부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교수와 기자들의 얘기만 들어볼 수 있었던 게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선 '우산혁명'이 아닌 '조슈아'라는 원제가 올바른 듯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작품은, 조슈아 웡을 다룬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201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자 '리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10대 후반에 불과했지만, 어른들조차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진행했고 실패했고 해냈다. 그는 그때 이미 다음 세대를 언급하며 지금의 문제는 우리 세대에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믿기 힘든 리더십이 아닌가. 다큐멘터리를 보면, 중국과 홍콩과 시위가 아닌 조슈아 웡만 보인다. 


허울뿐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결코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라는 기반 위에 흩트러지지 않는 신념으로 절대 물러서지 않을 조슈아 웡은, 앞으로도 홍콩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최전방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몸소 행동을 할 게 분명하다. 그만큼 중국 당국과 홍콩 당국은 그를 주시하고 종국에는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말한다. 홍콩의 현재와 미래는 중국이 아니라 홍콩이 결정해야 한다고. 다른 어떤 거창한 수식어나 사변적이고 어지럽고 고색창연한 논리와 이론이 아닌, 올곧고 틀림 없는 한 문장이다. 거기에 어떠한 정치적 수사도 없지만, 누군가에겐 그보다 더 정치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한편, 그는 뼛속 깊이 '홍콩인'으로 1997년 홍콩 반환 즈음에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중국인과 다르다는 걸 몸소 체험하며 자란 세대의 상징이다. 우산혁명이나 이번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의 주 세력이 10~20대 정도로 나이 어린 이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우린 불과 2년 전 촛불혁명으로 사상 최악의 불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전력이 있다. 그때 우리의 바람과 목소리와 행동이 2014년과 2019년 홍콩의 그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가치 '민주주의'가, 말 그대로 이 시대와 함께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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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운동, 우산혁명, 조슈아 웡, 중국,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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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옮긴다는 상상력에 입힌 '지구를 선도하는 중국'의 비주얼 <유랑지구>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5. 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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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랑지구>


영화 <유랑지구> 포스터. ⓒ키다리이엔티



2075년 태양이 수명을 다해 폭발을 앞두고 있다.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되어, 지구연합정부는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 일명 '유랑지구계획'으로 지구 표면에 만여 개의 행성추진기를 건설하여 지구를 옮기는 한편, 태양에서 멀어져 한파가 닥칠 것을 대비해 지하도시를 건설해 살아남은 35억여 명을 대피시켰다. 


우주비행사 류페이창은 지구를 인도하는 우주정거장에 파견되어 17년 후 지구로 귀환할 계획이었다. 17년이 지난 현재,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한편, 베이징 지하도시에 거주 중인 류페이창의 아들 류치는 춘절을 맞이해 할아버지 신분증을 위조하여 의붓여동생 한둬둬와 함께 지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면허 없이 로버를 몰다가 체포되고 뇌물로 아이들을 빼내려한 외할아버지 한쯔양도 체포된다. 


목성을 지나고 있던 지구, 목성의 강력한 인력으로 엄청난 지진이 발생한다. 상당수의 행성추진기가 정지되었고 목성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선 하루빨리 복구해야 했다. 지진으로 탈옥하는 한쯔양과 아이들, 로버를 몰고 가다가 구조부대에게 징발된다. 함께 행성추진기 복구 임무에 투입된 것.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지구 밖에서는 아버지가, 지구에서는 외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분투한다. 


가공할 흥행력


중국 영화 역대 2위의 흥행력을 선보였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는 중국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SF 재난 영화로, 지난 춘절 시즌에 개봉하여 역대급 흥행 수익을 냈다. 중국 내에서만 7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내 <전랑 2>(8억 6천여 달러)에 이은 역대 2위에 랭크되었고, 북미에서도 개봉해 역시 <와호장룡>에 이은 역대 2위에 랭크되었다. <와호장룡>이 할리우드 제작인 걸 감안하면, 북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중국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이 영화의 기가 막힌 흥행력엔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했다. <유랑지구>가 중국 현지 개봉한 날짜가 2019년 2월 5일, 그로부터 한 달여 전인 1월 3일 중국 우주개발 기구 국가항천국이 지난해 12월 8일 발사한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했다. 대국굴기에 이은 중국의 초국가적 프로젝트 '우주굴기'가 성공했다고 해도 무방한 결과물이었다. 


우주굴기의 분위기를 노린 것인지 춘절(2월 4일~10일) 연휴 특수를 노린 것인지 혹은 둘다 노린 것인지 영화는 기 막힌 타이밍에 개봉해 엄청난 수익을 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별 감흥은 없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이미 북미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영화시장으로 부상했으니, 중국 내에서의 수익이야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북미 시장에서도 괜찮은 성적 아니 나름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고, 그 요소로 여타 중국 역대급 흥행작들만큼 '국뽕'이 꽉 들어차 있지 않다는 것과 그동안 중국영화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CG가 주를 이루었다는 것과 SF소설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류츠신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를 선도하는 중국


'지구를 선도하는 중국'이라는 프레임을 은연중에 깔았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SF 재난 영화 문법이 20세기까지의 국가를 위해 한 몸 바치는 주의에서 21세기의 가족을 위해 한 몸 바치는 또는 살아남는 주의로 바뀌는 와중에, <유랑지구>도 그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 중국을 위한 것도, 지구를 위한 것도, 태양계를 위한 것도 아닌 그 가장 궁극적인 저변에는 가족을 위한 행동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이 문법은 국뽕을 넘어선 '(민)족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를 예로 들자면, 이 영화에서 인류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반면, <유랑지구>에서 인류는 지구를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운다. 사고에 대처하는 발상 자체가 다른 것, 인류가 인류일 수 있는 건 지구에 살기 때문이라는 확고한 생각의 발현이다. 


여기에 중국과 중국인을 입히면, 그게 <유랑지구>의 저변에 깔려 있는 생각이다. '지구를 선도하고 견인하는 중국'이라는 개념. 중국의 빅 픽처와 다름 없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외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과 딸의 3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또한 빅 픽처의 일환으로, '대를 이어서 과업을 수행한다'는 중국적 개념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 만하게 대놓고 중국을 내세우지만 또 모르면 모르게 은연중에 깔려 있는 듯도 하기에, 그리 거북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식 국뽕과 족뽕에 길들여졌지만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안팎에서 일고 있는 와중에, 이 정도는 별 감흥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역효과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상상력, 비주얼, 스토리


상상력과 비주얼은 합격, 스토리는 불합격.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



모든 외부적 요소를 거둬내고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SF 재난 영화의 20세기 버전이다. 25년여 쯤 전 1990년대 중반 정도의 수준으로, 당연히 CG야 그때보단 훨씬 좋겠지만 스토리나 캐릭터는 그때보다도 못하다. 비록 원작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각색을 거쳤지만 그래도 원작의 설정 자체가 워낙 사람을 끌어당기는 흥미를 갖추고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의 출중한 상상력에 발맞출 수 있었던 건 CG, 즉 비주얼이었다. 영화 성격상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했던 비주얼 부분이, 가장 열심히 일했고 걸맞은 성과를 냈다고 본다. 제작비가 '불과' 5천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미루어 보아도 충분히 선방하고도 남음의 모습을 띤다. 이제 스토리만 갖추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야말로 '이야기의 보고(寶庫)'가 아닌가. 그 수많은 진귀한 이야기들을 표나지 않게 끄집어만 내도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앞다투어 열광할 것을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은 중국이 예전의 중국 위상을 되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어서 방향이 일반적이지 않아 그렇지, 과거 5, 6세대 감독들의 영화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호령했다. 


중국영화의 다양성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영화의 천편일률적인 적당한 흥행요소 답습 체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게 걱정이면서도 한편 앞날을 기대케 한다. 총체적으로 보니 세계 영화계가 과도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생각들이 안팎으로 투영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관객은 행복한 비명을 지를까 지루한 하품을 연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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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는 러브 스토리 <먼 훗날 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 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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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먼 훗날 우리>


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넷플릭스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징보란 분)과 팡샤오샤오(저우둥위 분),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그들은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꿈을 키운다. 린젠칭은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반면, 팡샤오샤오는 잘 나가는 베이징 남자와 결혼할 때까지는 그저 먹고 사는 데만 치중할 뿐이다. 


린젠칭은 팡샤오샤오를 좋아한다. 팡도 린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다시 없을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언제 꿈을 이룰지 알 수 없지만, 꿈을 이루기 노력하는 한편 현실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린. 팡은 그런 린을 응원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계속할 뿐이다. 그들의 사랑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영화는 동시에 10년이 흐른 후 린과 팡이 우연히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담담히 서로를 응시하며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분위기로 봐서 그들은 헤어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던 것일까. 


중국 멜로의 대세이자 현재


이 영화는 단연코 중국 멜로의 현재이자 대세이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중국 현지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내고는 북미와 한국엔 넷플릭스로 공개되었었다. 중국 대세 배우들인 징보란과 저우둥위가 함께 한 청춘 감성 멜로로, 대만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류뤄잉의 첫 연출작이다. 


류뤄잉을 간단히나마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녀는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배우, 대박 음반을 낸 가수, 10권이 넘는 책을 낸 작가, 그리고 이젠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이밖에 작사와 작곡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다양한 사회활동도 한다. 


그런 감독의 작품이다 보니 영화도 지루하지 않고 빠르고 다채롭게 진행될 것 같고, 다방면의 이야깃거리들이 한데 잘 뭉칠 것 같다. 정통 멜로에 한 발만 걸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만듦새를 보여주었다. 단연코 이 영화는 중국 멜로의 현재이자 대세이고, 당분간 '중국 멜로' 하면 이 영화를 떠올릴 듯하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현재의 청춘을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다. 


첫사랑 지침서


첫사랑 지침서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하는 외관을 지녔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는 우리나라의 첫사랑 지침서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하는 외관을 보인다. '그때 우린 왜 그랬을까' '그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린 달라졌을까' 하는 덧없지만 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 정처없다. 


보다 깊이 들어가보면, 밖으로만 도는 팡을 향한 린의 일편단심과 그 일편단심의 소소하고 디테일한 면면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호감인지 사랑인지 모를 미묘함이 웃음 아닌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게 또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누군가는 말하게 만들고 또 그 말이 맞을 때가 있는 법. 사실, 팡이야말로 린을 계속 사랑해오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는 그들의 연애와 사랑의 모습들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울 수 있겠는가. 


팍팍한 현실이라는 벽 또는 핑계는 그들로 하여금 아니 팡 아닌 린으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마치, 운명 같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건, 운명 같다. 영화는 이 운명의 거시적 관점을 현재의 시점에서 풀어내고, 이 사랑의 미시적 관점을 과거들의 시점에서 풀어낸다. 우린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을 다 알고 있지만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빠짐없이 녹아 있기에.


결국, 다시, 사랑.


중국 청춘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사랑과 연애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 같지만,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한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지만, 실상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중앙 통제의 공산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빈부격차를 '자랑'하는 나라가 아닌가. 성공을 위해서라면 도시에서의 집도 절도 없는 생활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린과 팡의 베이징 나날들이야말로 그 자체이다. 


영화는 중국이, 중국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사랑과 연애를 표나지 않게 어우르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가 명작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게 바로 그 부분인데, 홍콩 반환기의 혼란과 10년 동안의 사랑을 절묘하고 절절하게 그린 20여 년 전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과 궤를 같이 한다. <건축학개론>보단 <첨밀밀>이 연상된다. 


그런 면에서 <먼 훗날 우리>는 단순명쾌한 영화는 아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시골 청춘의 도시 상경기 또는 성장기 그리고 회상기인 건 맞지만, 영화를 온전히 품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개인 아픔, 사회 현실, 시대 정신까지 차례대로 두루두루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과 인생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게 가슴 아프다. 그렇다고 다른 무엇의 것이라고 한다면 더욱 가슴 아프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사랑에서 오는 아픔과 슬픔이라면 공감에의 '치유'가 가능했을 텐데, 이 영화의 사랑이 낳은 아픔과 슬픔은 끼어드는 것들이 너무 많고 일개 개인으로선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사랑이라면 다 이길 수 있고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니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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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넷플릭스, 류뤄잉, 먼 훗날 우리, 사랑, 중국, 중국 멜로, 청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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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4 17:12

    좋은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찾아서 감상해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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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 책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8. 5.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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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표지 ⓒ메디치



지난 2004년 11월 개최된 중국고도학회 회의에서 정저우가 중국 8대 고도 중 하나로 공인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대표 고도는 중국 역사상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도읍 중에서 여러 면에서 명망이 높아 공인된 도읍을 말한다. 최초 논의될 당시엔 시안, 뤄양, 카이펑, 난징, 베이징의 5대 고도였는데, 항저우와 안양 그리고 정저우가 합세했다.


이 도시들 중 뒤늦게 합세한 안양과 정저우는 고대 상(은)나라 때 도읍이다. 안양은 상나라의 도읍인 은허가 발굴된 곳이고, 정저우 또한 상나라의 도읍인 적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내부에서는 쉬이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지만 중국 외부에서는 쉬이 인정할 수는 없는 고도들이다. 


<중국을 빚어낸 여서 도읍지 이야기>(메디치미디어)는 제목에서처럼 중국 6대 고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최초의 5대 고도인 시안, 뤄양, 카이펑, 난징, 베이징에 항저우를 추가한 6대 고도. 그래서 책은 '중국을' 다루지만,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책은 절대 아니다. 비판적인 시선이 다분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중국 역사 이야기를 읽다가도 흠칫 놀라고 화들짝 생각에 미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국 역사를 대하는 명백한 논조


책은 우리에게 입이 떡 벌어질 이야기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좋은 의미로 여기저기서 귀가 따갑게 들었거나 지나가면서 얼핏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을 짜깁기해놓았다. 중국의 여섯 도읍지 3000년 이야기는 새로울 게 하등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저자의 시선이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건, '하나라' 논쟁에 관련한 부분이다. 책은 친절하게도 면지를 이용해 여섯 도읍지의 위치와 역대 중국에 존재했던 왕조들의 도읍지를 정리해두었다. 책에 정리된, 즉 저자가 정리했을 역대 중국 왕조에 하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나라가 중국 왕조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상나라가 BC 1600~BC 1646이고 서주가 BC 1646~BC 771이라고 되어 있는데, 큰 실수인 듯하다. 공통으로 BC 1646를 BC 1046으로 고쳐야 하겠다.)


저자의 중국 역사를 대하는 명백한 논조가 반영된 모습이라 하겠다. 지난 1996년 중국 국가주의 프로젝트의 역사 부분 중 하나로 '하상주단대공정'이 실시되어 하, 상, 주나라 세 중국 고대 국가 존재가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다분히 중화주의적인 의도가 엿보이지 않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의도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우린 중국을 알아야 한다. 건국 이후 30년을 지나 개혁개방 이후 30년도 지난 지금,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 실현의 작동방식에서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게 아닌 현재와 미래로까지 뻗어나간다. 고로 우리는 중국의 역사를 가장 잘,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도읍지'를 택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의 역사라면 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게 흥미로운 일이거니와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여섯 도읍지


장안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시안'은 가장 많은 왕조가 도읍한, 중국은 물론 세계 역사를 통틀어도 로마, 아테네, 카이로와 더불어 세계 4대 고도 중 하나라 꼽히며, 개척 2000년이 넘는 실크로드의 시작점이다. 이곳엔 수많은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서도,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는 실천 동력이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시안은 중국 역사에서 초반과 중반에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나라들인 주, 진, 한, 수, 당 등의 나라가 이곳에 도읍을 했다. 그 기간이 도합 1100년을 넘어 '천년고도'라는 근사한 별명(?)도 갖고 있다. 


반면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750여 년 전 원나라 때부터 중화민국 35여 년을 제외하곤 쭈욱 도읍지로서 역할을 다 해왔다. 이곳 또한 시안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직접적으로 끊기지 않고 내려오는 역사의 한복판에 있기에 남다르다 하겠다. 앞으로의 중국은 다름 아닌 베이징과 함께 하지 않을까. 


베이징은 근대 중국의 멸망과 함께 쓰러졌지만, 현대 중국의 부활과 함께 전에 없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현대화된 글로벌 도시로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본래의 베이징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으니, 고대 베이징성의 중심을 관통하여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는 일직선인 '중축선'이다. 이 선의 상징은 지고무상의 황권이고, 그것은 곧 작금의 중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궁극일 것이다. 


뤄양, 카이펑, 항저우, 난징은 중국 7대 고도 혹은 중국 8대 고도를 논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명망 높은 도시들이다. 중국 역사상 각각 수백 년씩은 도읍을 한 곳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뤄양은 '천하의 중심'이고, 카이펑은 중화민족의 '불요불굴과 자강불식의 정신'을 구현한 곳이며, 항저우는 쑤저우와 더불어 '천당'에 비유할 만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난징은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상기하게 만든다. 


책은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지만 동시에 자칫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협소한 시각으로만 중국을 바라보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말했듯 중국처럼 크고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일수록 '중심'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게 '편하겠'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천대받고 소외받는 중심 아닌 '소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참으로 많다. 단순히 생각하면, 수많은 중국 역사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때론 그 자체로, 때론 비판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조금 더 심층적으로 생각하면, 한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 즉 '공간'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통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두꺼운 책을 끝내고 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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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난징, 뤄양, 베이징, 시안, 역사, 중국,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카이펑, 항저우
  • 수란
    2018.05.21 10:39

    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심도 있는 서평 잘 읽었습니다. 여덟이 아닌 여섯 도읍지가 품은 뜻을 인상 깊게 짚어주셨네요. 선생님, 말씀하신 연도표에서 연도 오류는 뼈아픈 실수입니다. 본문에는 맞게 들어갔지만 인쇄 직후 면지의 연도 실수를 발견했네요. 본문 30쪽에는 기원전 1046년으로 설명되어 있어요.. 2쇄에 바로잡아 시중 판매중입니다. 고맙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8.05.21 14:53 신고

      안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일한 서평을 오마이뉴스에 투고하였는데, 말씀하신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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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외' 이야기를 다루다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6. 10. 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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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 표지 ⓒ천년의상상



'삼국지'는 나에게 특별하다. '책'이라는 존재를, 나아가 '이야기'라는 존재를 각인시켜 준 장본인이니까. 책이 나에게 특별해졌기에 삼국지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잊지 않고자 주기적으로 삼국지 콘텐츠를 접하려 한다. 장편으로, 축약본으로, 게임으로, 만화로, 영화로, 드라마로, 그리고 고사로. 이는 실제로 내가 삼국지를 접한 순서다. 고사가 가장 마지막인 이유는 이런저런 고사들이 삼국지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을 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시작이었다. 1988년 출간되어 20여 년 간 2000여 만 권이 팔린 한국 출판 역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바로 그 책이다. 다름 아닌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나에게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중국 역사의 재미를 선사했다. 중국의 역사가, 나아가 역사가 이리도 재미있는 것이구나. 이 책을 읽었던 당시 내 장래 희망이 '역사학자'였던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나를 만들고 사로잡고 뒤흔든 책이 아닐까. 


문제는 한참 나중에 발생했다. 문제라기보단 실망이랄까, 불신이랄까.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실제 역사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수많은 삼국지 콘텐츠를 접하며 달달 외우다시피 한 그 이야기들, 당연히 역사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내 마음 속에서 중국의 다른 시대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런데, 그게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이란다. 그것도 '나본'을 한 차례 각색한 '모본'을 다시 평역했다고 하니,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헷갈리는데 당시에는 어땠을까. 


삼국지 '외' 이야기를 다루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역사적 사실과 상당히 다르고 오류도 많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이문열이 다시 쓴 소설이지, 삼국지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나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친 만큼 '삼국지'를 사랑하지만, 어디 가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삼국지'하면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떠올릴 것 같기에. 그렇다고 굳이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읽고 싶진 않다. 너무 재미 없을 게 불보듯 뻔하다. 오래된 딜레마다. 


삼국지에 대해선 할 말이 참 많다. 은근 알고 있는 것도 많다. 다만, 그건 삼국지 '내'이고 삼국지 '외'는 전혀 모르다시피 하다. 무슨 말인고 하면, '삼국지'라는 책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읽혀왔고 어떻게 변해왔냐는 모른다는 것이다. 솔직히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삼국지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오래된 딜레마는 절대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중국을 만들고 일본을 사로잡고 조선을 뒤흔든 책 이야기>(이상 '중국, 일본, 조선 책>은 삼국지 '외'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렇기에 '와~ 삼국지 책이네'하고 덤벼들었다가는 '삼국지 책인데, 뭐 이리 재미없냐'하고 중도에 포기할 수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 삼국지를 사랑하는 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들이 꽉꽉 채워진 책이라는 것도 미리 말해둔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삼국지가 중국, 일본, 조선(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쓰이고 읽혔는지 알려준다. 공통적으로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쓰이고 읽혔다. 거기엔 지금까지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두 대립 요소가 있는데, 유비와 조조 즉, '촉한정통론'과 '조위정통론'이 그것이다. 전한 시대 경제의 후손 유비가 한나라의 정통이라는 이론과 시대가 낳은 간웅이자 중국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능력자 조조야말로 중국의 새로운 중화 정통이라는 이론의 대립이다. 누가 맞을까. 


삼국지는 중국, 일본, 조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쓰이고 읽혔을까


'촉한정통론'과 '조위정통론'은 중국, 일본, 조선이 다 다르게 받아 들였다. 나라보다는 시대마다 다르게 받아들였다는 게 맞을 것이다. 당연히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국지'는 오히려 중국을 만들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부터 시작해 삼국지연의의 최종개정판인 '모종강평본삼국지연의'까지 계속해서 바뀐 삼국지다. 


진수는 위나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진나라(서진) 사람이기에 위나라를 정통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북방 오랑캐에 쫓겨 내려간 진나라(동진)에 이르러 자신들이 유비의 촉나라와 같다고 생각해 촉한 정통론을 내세운다. 송나라 때 이르러 더욱 대조되었는데, 평화로운 송나라(북송) 시대 때는 위나라를 정통으로 내세우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금나라에 의해 쫓겨 내려간 송나라(남송)에 이르러 다시금 자신들이 촉나라와 같다고 생각해 촉한 정통론을 내세운다. 


이번엔 '주희'라는 희대의 인물이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비판한 <통감강목>까지 지어 촉한 정통론을 확고히 정립시킨다. 다름 아닌 모종강이 바로 이 <통감강목>에 맞추어 기존의 삼국지를 바로잡았다고 한다. 이때에 와서 '삼국지'는 더 이상 소설이 아니었다.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중국인의 염원을 담은, 중국을 만든 영원한 텍스트가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에도 시대 초기에 유입되어 '역사서'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닌 '삼국지연의'가 말이다. 그러던 것이 남북조 시대 흥망성쇠를 그린 군기 소설 <다이헤이키>의 유행과 맞물려 향락적 소설로 변해갔다. 거기에 지극히 일본풍의 삽화까지 더해 더 이상 삼국지라 부를 수 없는 새로운 소설로 되어 갔다.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로 공연되면서 일본풍이 한껏 고조된 것이 결정타였다. 일본에서 삼국지는 일본 것이나 다름 없었다. '기무치'가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일본판 삼국지는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일제 시대 삼국지는 전쟁을 독려하는 도구로 쓰였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드높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다. 그의 삼국지는 중일전쟁 당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들어가는데, 촉한 정통론보다 조조를 긍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조조가 혼란한 시대를 평정한 인물이라고 인식하게 하였고, 자신들의 침략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동했다. 이전 시대부터 이어진 무사적 충의를 전시에 맞게 고쳐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무사적 충의가 애국이 되고 애국은 군국주의로 이어졌다. 


조선은 삼국지를 괴탄하고 잡스럽고 경박한 책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처럼 역사서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후 양란을 거치면서 삼국지는 유행하기 시작한다. 관우를 군신으로 모시며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판본이 만들어졌고, 대청복수론이 대세를 이루며 극에 달했다. 조선 후기의 소설 유행에 '소설' 삼국지도 함께했다. 필사하고 낭독하고 빌려 읽었고, 내용을 바꾸거나 새롭게 창작하기도 했다. 일본과는 다른, 중국에 가까운 반응이다. 


일제 시대 일본이 전쟁을 독려하는 도구로 삼국지를 이용하려 했다면, 조선은 식민지 조선인에게 희망을 주는 도구로 삼국지를 이용하려 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일보>에 연재한 한용운의 삼국지다. 그는 '삼국지를 한 번씩 읽도록 한다는 것은 다만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한다는 좁은 범위가 아니라 실로 귀중한 한 개의 사업으로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사업'은 식민지 조선인의 염원과 민족주의를 결합해 조선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었을 테다. 그래서 한용운은 <조선일보>가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당했을 때 울본을 토한 한시를 쓰기도 했다. 


비로소 '삼국지'를 알게 되다


위에서 말한 걸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재미 없어서 중도에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 삼국지 내에 흐르는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나라들의 역사 못지 않게, 삼국지라는 텍스트의 삶과 역사도 흥미롭다. 재밌다고 할 순 없을지라도. 어찌 그리 각기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신기하고, 하나의 텍스트에 불과할진데 어찌 그리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 정녕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나라마다 변용되어 읽힌 삼국지를 통해 한중일 문화사를 보여주고자 했다지만, 필자는 덕분에 비로소 삼국지가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런 삼국지를 통해 무엇을 얻는 건 조금 더 훗날의 일이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이제는 당당히 '삼국지가 나를 만들고 사로잡고 뒤흔든 최초이자 최고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럴 줄 안다. 또한 삼국지뿐만 아니라 많은 텍스트가 그럴 줄 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진짜로 사랑하는 콘텐츠라면 그럴 때 비로소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겐 삼국지가 그러하다. 내 인생에 이런 콘텐츠가 또 있을까, 한중일 역사상 이런 콘텐츠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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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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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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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역사상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인 '워크래프트'가 드디어 영화로 나오다. 여러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을 텐데, 개봉을 강행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안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였을까.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직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지 않아 PC방도 없었던 그때, 친구들 사이에서 '워크래프트 2 해봤냐, 엄청 재밌다'는 말이 돌았다. '워크래프트'의 존재도 몰랐는데 2가 나왔다니 어리둥절했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스타크래프트로 옮겨 갔지만, 어린 시절 받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워크래프트 2'는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3이 나온 지도 오래고 4번째 시리즈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온 지도 오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세계 온라인 게임의 절대강자다. 


1억 명 이상의 엄청난 팬을 거느린 이 게임을 영화계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되고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인기를 끌자, 2006년 영화화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10년이 지나 개봉했다. 인기를 가늠해본 것일까, 작업 자체가 힘들었던 것일까. 그 사이 워크래프트의 인기는 미국, 한국 등에서 중국으로 넘어가 있었다. 


원작 게임에 충실한 게임 영화 


영화적으로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개가 너무 빠르고 불진철했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한 장면. ⓒUPI코리아



지금에 와서 개봉하는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팬서비스 차원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마니아 층만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봐도 미국, 한국 등에서는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흥행하게 되어 있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대성공했다. 어떤 내용일까. 


영화 콘텐츠는 나날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새로운 걸 내놓기가 힘들다. 리메이크와 속편이 점점 많아 지고 있는 이유다. 그 와중에 소설,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들은 예전부터 많았고 상당수가 잘 되었다. 게임도 시대를 선도하는 콘텐츠 중에 하나이기에 영화계에서 눈독을 들여왔는데, 잘 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기억나는 게 <툼 레이더>나 <레이던트 이블> 정도? 그만큼 불모지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였을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다른 게임 원작 영화보다 더 게임에 충실했다. 게임 자체의 방대한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많은 위험을 감수했을 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빨랐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자주했지만 스토리는 잘 몰랐음에도 빠른 전개가 나쁘지 않았다. 감히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판타지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와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 같이 느리고 진중한 전개보다 차라리 더 좋았다. '아는 사람끼리 왜 이래'라고 하면 알까?


기대하지 않고 봤기에 의외로 괜찮은 스토리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았다.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드레노어'에 사는 오크 종족, 그 정예부대는 행성이 황폐해지자 차원의 문을 열어 인간을 비롯한 얼라이언스의 땅 '아제로스'로 쳐들어간다. 오크 종족의 대마법사이자 여러 부족장들 위에 군림하는 굴단의 사악한 지옥 마법에 의해서였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7종족이 어울려 사는 '아제로스'에서 오직 인간만이 오크 종족을 상대한다. '전쟁의 서막'답지 않은 빠른 전개, 그리고 '전쟁의 서막'다운 소규모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종족의 린 왕, 수호자 메디브와 사령관 로서는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그 와중에 수호자의 제자 카드가와 오크의 노예에서 로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가로나가 큰 역할을 한다. 한편, 오크 종족은 내분에 휩싸인다. 정예부대를 이루고 있는 3종족 중에서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하는 서리늑대 부족의 장인 듀로탄이 굴단의 지옥 마법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생명력으로 시전되는 지옥 마법으로 자신의 고향이 황폐화된 걸 깨닫고 인간 종족과 연결을 시도한다. 과연 성공할까. 


여기에 수호자와 제자, 듀로탄과 그의 절친 그리고 아내와 자식, 가로나와 로서 그리고 굴단,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은 설정이다. 또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뜻밖의 죽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마무리도 '전쟁의 서막'의 선을 지켰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1탄입니다. 곧 2탄이 나옵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보았기에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하면서 보고 싶었다.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 기대를 하고 봤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엑스맨: 아포칼립스>이 하나같이 실망스러웠기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앞엣것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게 없었다. 어줍잖은 철학을 넣는 것보다 넣지 않는 게 낫다. 


여러 부분에서 괜찮았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특히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에서 상당히 형편 없었다.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새삼 그리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그렇다고 이 영화를 치켜세울 마음은 없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을 제외한) 1편의 흥행 참패로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이 챙겨보진 않을 듯하니 이대로의 느낌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은 어떤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몇 마디 말로 대신하는 주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크와 인간의 '전쟁'인데, 전쟁은 나오지 않고 '전투'만 나왔다. '얼라이언스'의 아제로스인데, 인간만 나온 건 애교로 봐줄 정도다. 시리즈의 1편이라는 걸 강하게 인지하고 캐릭터 각각에 지나치게 생명력을 불어넣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증의 시리즈 <반지의 제왕>이다.


중국의 존재로 아마 시리즈는 이어질 것 같다. 1편을 본 입장에서 2편도 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공부할 필요성을 약간 느낀다. 그러며 '게임'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뭔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또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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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도 같은 변화, 그 한가운데 있는 '중국' 기업들 <중국을 움직이는 거인들과의 대화>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6. 4.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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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을 움직이는 거인들과의 대화>



<중국을 움직이는 거인들과의 대화> 표지 ⓒ카멜북스


어릴 때, 그러니까 20년 전에는 전자 제품을 살 때 삼성이니 LG니 한국 브랜드를 애용했다. 내가 아닌 부모님이 애용한 것이나,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게 뻔하다. 아는 게 그것 뿐이고 보이는 게 그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바뀌었다. 적어도 난 애플을 애용하게 되었다. 비록 상당한 고가이고 폐쇄적이고 이용하기도 불편하지만 괜찮았다. 스마트폰이니 MP3니 소형 가전제품을 애플로 도배했다. 


그렇게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 브랜드로 조금씩 이양 중이다. 샤오미 미밴드와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고,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로 중국 제품을 직구한다. 동영상 사이트 소후 또는 요우투도우를 이용해 영화, 드라마, 예능을 시청한다. 텐센트의 QQ나 시나의 웨이보, 바이두 검색을 최소 한 번씩은 이용해봤다. 나도 모르게 나는 중국 브랜드를 섬렵하고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줄은 몰랐다. 


요즘 나와 거의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는 샤오미의 미밴드는 샤오미의 3대 상품 중 하나다. 다른 두 개는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만치 않은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성능을 뽐내는 샤오미의 제품들은 오랜 애플 팬인 나조차 굴복시켰다. 초창기엔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애플을 완벽히 모방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대륙의 실력'으로 불리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세계적인 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4대 천왕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12개 기업들


그런 샤오미와 더불어 중국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기업이 있는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그리고 샤오미이다. 물론 나는 이들 브랜드를 모두 접해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텐센트의 QQ와 위쳇, 바이두의 바이두, 샤오미의 제품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을 움직이는 거인들과의 대화>(카멜북스)에서 이들 4대 천왕과 함께 12개의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간략하게나마 접할 수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기업들 이야기는 그들 기업들을 세운 이들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 이들은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나 거의 같은 시기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195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1970~80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지금 한국을 호령하는 IT 기업들인 넥슨, 다음, 엔씨소프트, 네이버는 1990년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생겼다. 이들 기업을 창업한 이들이 공교롭게도 86학번으로 동일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비슷하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2000년대를 거치며 성장해 2010년대에 이르러 중국을 등에 업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넘어 중국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양(量)으로는 이미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중국이 질(質)까지 넘보고 있으니, 질로만 승부를 거는 다른 나라 기업들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극히 환영한다. 그동안 질적으로만 승부를 걸어 왔던 기업들의 행태는 참으로 볼 만했다. 혁명과도 같은 변화 속에서 선구자격인 그들의 제품을 고객들은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가격 면에서 고객은 호구로 전락했다. 고객이 주인이 아니고 기업이 주인이었던 것이다. 따져보면 애플의 폐쇄적 디바이스 체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객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이 기업에게 맞추는 게 아닌가. 


그런 와중에 중국 기업들이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제일 큰 게 가성비라고 할 수 있겠는데, 초창기에는 질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그런 전략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중국' 그 자체다. 세계의 1/5에 달하는 인구를 대상으로 축척한 자본과 역량 말이다. 이건 중국 기업의 힘이 아닌 중국의 힘이다. 


비로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승부를 보는 '중국' 기업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다름아닌 '중국'이다. 한국, 일본, 미국의 기업과 기업인들의 신화와 큰 차이점을 보이는 점이 바로 '중국'인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들을 '중국'의 기업이 아닌 중국의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들이 과연 중국을 등에 업지 않고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을 해왔음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고, 또 이런 류의 책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야 막 소개되고 알려지는 건, 그들이 비로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건 즉 오래지 않아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그들 중 몇몇은 사라질 거라는 것, 반면 몇몇은 비로소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으로 우뚝 솟을 거라는 말이 된다. 지금이 그 분기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존의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대전이 발발하고 있는 한중간에 말이다. 


소위 춘추전국시대의 영웅들 이야기는 재밌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그 시대를 조망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나날이 변하는 것들을 체험하는 건 재밌고 흥미롭다. 그런 면에서 난 행운아이지 않을까.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체험하고, 그 체험을 인지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하고. 계속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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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21 15:50 신고

    중국 별로 반가운 나라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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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다층적인 중국 기행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6. 4.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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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표지 ⓒ섬앤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나라의 '이상'과 같은 느낌이자 위상을 갖고 있다. 각각 30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도 그렇고, 일본의 '아쿠타가와상'과 한국의 '이상문학상'이 그 이름에 걸맞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것도 그렇다 하겠다. 실제로 이상은 아쿠타가와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천재들의 합창이다.


우리에게 아쿠타가와는 어떻게 다가올까.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알지 모른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라쇼몽>. 그 원작을 그가 썼다. 1915년 작인 <라쇼몽>과 1922년 작인 <덤불 속>을 교묘히 각색했다. 인간의 내면, 나아가 심연을 이토록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니. 또한 이 작품은 굉장히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뽐내는데, 그 의식과 수법은 다름 아닌 그의 생애 처음의 '중국 기행'에서 영향을 받았다.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그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1/5이 지나가는 시점에 자살로 생을 마쳤으니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짧은 평생, 외국에 나가보는 게 꿈이었던 그에게 기회가 온다. 1921년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사'의 객외 사원이 되었고 곧 중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약 4개월 간 체류하였고 돌아와 <상해유기> <강남유기> <장강유기> 따위를 집필했다. 


만족스러운 거 하나 없는 중국의 첫인상


중국에 가기 전, 아니 평생에 걸쳐 그는 서구 지향 일변도의 문단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외려 한문맥적인 전통에 근거해 창작 활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중국에 대한 관념을 쌓아 올린 아쿠타가와는, 그 근원인 중국에 가게 된 것을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물론 일을 하러 가기 때문에 완전하게 즐기고 만끽하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본 중국의 실상은 그가 쌓아올린 관념으로서의 중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낯 두꺼운 노파와 낮에 탔던 인력거,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아쿠타가와가 받은 중국의 첫인상이었다. 그들은 초라하고 비참해 보였고 약싹 빠르고 비굴해 보였다. 또한 그가 중국에서 보낸 첫날 밤의 숙소에서 느낀 건 '만족스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현대 중국에 무엇이 있는가? 정치, 경제, 학문, 예술 모두 타락해 있지 않나? 특히 예술에 대해서 말하자면 가경과 도광 시기 이후 무엇 하나라도 자랑할 만한 작품이 있나? 게다가 국민은 노소를 불문하고 제 멋대로 태평이다. 물론 젊은 국민 중에는 조금이나마 활력이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소리라 해도 전 국민의 마음에 울릴 정도로 커다란 정열은 없음이 사실이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가 없다." (본문 212p 중에서)


첫인상이 안 좋은 건 괜찮다. 앞으로 나아지면 되니까. 그렇다면 과연 아쿠타가와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나아졌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중국 자체에 대한, 요컨대 자연 풍경이나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인상은 하등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곳을 가도 그가 그리던 중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가 애초에 품어 왔던 중국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기에, 실망을 하면서도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다만, 그가 만난 위대한 인물들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 만했다. 


아쿠타가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다층적인 중국 기행


중국을 가기 전과 후의 상호 모순적인 생각을 공유하게 되는 아쿠타가와. 그 혼란의 와중에도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당시 일본과 전쟁 중에 있었기 때문에, 타자가 일본을 보고 느끼는 바를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걸 여실히 보여주는 천평산 백운사 정자 벽의 배일 낙서.


" 그중에는 "여러분! 거기 있는 당신 말입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저 굴욕적인 21개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것과 "개와 일본 놈은 벽에 낙서하지 말 것"이라는 것도 있었다.(그러나 시마쓰 씨는 태연하게 층운파의 하이쿠 제목을 짓고 있었다.)" (본문 154p 중에서)


이런 낙서를 마주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자신이 동경하는 곳에 와서 자국을 욕하는 낙서를 보는 심경이. 그러면서 함께 간 또 다른 자국민은 태연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란. 자기 분열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그는 몸이 좋지 않았는데, 빡빡한 일정의 여행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여행을 다녀와 글을 쓰는 와중에도 좋지 않은 몸이 더욱 안 좋아져 많은 고생을 한다. 이처럼 그의 생애 최초 중국 여행은 다층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후 그의 작품 활동과 그의 세상을 보는 눈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 책은 아쿠타가와에게 있어서 전환점을 마련해준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우리에게도 아쿠타가와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21세기 초, 전 세계는 혼란했다. 아시아는 그 혼란의 중심에 있었다. 거즌 100년이 지난 지금은? 혼란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여러 의미로 아시아가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때 그 시절 일본 최고의 작가가 바라본 혼란의 한 가운데는 어땠을까. 처연했을 거다. 헛헛했을 거다. 혼란스러웠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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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친구인 '차'를 더 즐기자 <차의 지구사>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1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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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차의 지구사>



<차의 지구사> 표지 ⓒ휴머니스트


'차 한 잔 드릴까요?'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의향을 여쭙는다. 주인은 차를 준비하며 아울러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손님은 주인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분위기를 파악하고 역시 준비를 한다. 그러고는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대화를 시작한다. 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에 차는 자주 즐기느냐, 차의 풍미가 아주 좋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겠느냐,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차를 추천해 달라, 등등. 


우리나라가 차보다 커피를 즐기는 이유


이런 모습은 세계 어디서든 목격할 수 있다. 차는 그야말로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차보다는 커피이다. (물 대용으로 먹는 보리차나 결명자차는 제외하고.) 나도 그러한데, 차보다 커피가 덜 부담스럽다. <차의 지구사>(휴머니스트)에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분 음식과 비전분 음식을 입 속에 한꺼번에 넣고 먹는 습관을 가진 한국인에게 식후 짠맛을 상쇄 시켜주는 음료는 숭늉이었다. 1970년대 말 이후 전기밥솥이 널리 보급되면서 더 이상 가정에서 숭늉을 만들어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커피, 그중에서도 믹스커피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숭늉에서는 단맛(포도당)과 동시에 탄 맛도 느낄 수 있는데, 믹스커피에서도 역시 단맛과 탄 맛이 난다. 한국인이 '밥 + 탕 + 반찬'이라는 식사 형태를 지속하는 한 단맛이 나지 않는 차는 식후 음료로 자리 잡기 어려울 듯하다."


한국인의 짠 맛 나는 식사에는 씁쓸한 맛의 차 대신 단맛의 믹스커피가 어울리나 보다. 그러는가 하면 한국인의 식사가 다양한 형태로 바뀐 지금,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면 차도 인기를 끌어야 하는데, 커피가 '건강에 좋은' 차라는 개념도 가져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커피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지 않는가? 만국 공통의 언어인 차가 한국에서는 비리비리 하다. 


처음에 차는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귀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더불어 갈증을 풀어주고, 힘을 북돋워준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명상에 꼭 필요하고, 일본인들에게는 차가 고결한 대상이다. 전 세계인들의 차 마시는 방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중국인은 자그마한 찻잔으로 차를 마시고, 일본인은 차를 휘저어 거품을 만들며, 티베트인은 버터를 넣는다. 러시아인은 레몬을 곁들이고, 영국인은 밀크와 설탕을 넣으며, 인도인은 연유를 넣는다. 우리나라는? 딱히 특색이 없는 듯하다. 세계적인 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이토록 차를 즐기지 않으니 미스터리 할 뿐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차, 그 종류는?


차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차의 고향은 중국이다. 그렇지만 차나무의 기원은 인도와 중국이다. 차나무는 재배 지역의 이름을 붙여 '중국' '아삼' '캄보디아'로 나뉘는데, 중국은 말 그대로 중국에서 났고 아삼은 인도에서 났으며 캄보디아는 캄보디아에서 났다. 다만 캄보디아는 중국과 아삼의 교배 품종이다. 


책에 따르면, 차의 종류는 찻잎을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대개 백차, 황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가 있다. 이를 다시 비발효와 반발효, 발효로 나눌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네 가지 차와는 다르게 백차와 황차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백차'라는 이름은 찻잎을 감싸는 여린 은백색의 솜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중국 푸젠성의 특산물이다. 신선한 잎을 볕에 말리거나 약한 불로 건조 시키는 두 가지 방법만 존재한다. '황차'는 오직 중국에서만 생산된다고 한다. 열처리와 열건조를 거친다. 


'차' 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차를 마시는 것과 그 의식은 일본인의 생활 방식과 예술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도(茶道)'의 나라이다. 불교와 함께 전해졌고, 불교 의식과 함께 형태가 정립되었다. 반면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현재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차는 차나무에서 나온 진정한 차가 아니다. 거의 약효 성분이 다분한 차들인데, 주로 차가 가지는 '건강함'을 수용했나 보다. 


차는 전 세계로 퍼졌다. 아시아 전역은 물론 서양으로 까지 퍼진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서양에서도 처음엔 차를 약용 음료로 썼다. 자연스럽게 상류층 음료가 되었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는 가격이 많이 내려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다. 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이 팔리면 좋지 않겠는가? 조금은 웃긴 일화가 하나 전해오는데, 이 새롭고 이국적인 재료를 갖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공작부인이 친척에게 사용법도 설명하지 않고 차를 보냈는데, 요리사는 찻잎을 끓여 물을 버리고 시금치 같은 채소처럼 찻잎을 요리해 내놓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훌륭한 요리법인 것 같다. 


차의 다양하고 섬세하고 혁명적이며 짙은 역사


한편 '차'에 관련된 중요하고 역사적인 사건이 있다. 미국 독립전쟁의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이다. 18세기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영국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였다. 이에 식민지 주민들은 차를 밀수했다. 동인도회사가 파산할 위험에 처하자 영국은 동인도회사가 정부에게 차에 대한 세금을 폐지한다. 결국 식민지 주민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식민지 주민들은 다시금 영국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차를 마시지 않는 쪽을 택했다. 급기야 선창에 차를 내리는 일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인디언으로 위장해 배에 올라탔고 대량의 차 상자를 배 밖으로 던졌다. 당연히 영국은 이를 강력하게 탄압했고, 이후 영국과 미국 간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차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섬세하고 혁명적이며 짙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뿌리내려 있으면서도 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문화를 흡수하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렇지만 차를 즐긴다는 면에서는 모두 같다. 전 영국 수상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추울 때면 자기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고 당신이 더울 때면 시원하게 식혀줄 것이다. 당신이 우울할 때면 위로해줄 것이고 당신이 흥분해 있을 때면 진정시켜줄 것이다."


차가 가진 여러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차 처럼 자주 즐기면서도 긍정적인 게 없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즐기는 술, 담배, 커피 등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지 않은가? 오히려 부정적이면 부정적이었지. 개인적으로 물을 자주 안 마신다. 그런데 언젠가 중국 차를 마셨을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물을 섭취했다. 그 시간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맛도 아주 좋았다. 그렇게 보면 차는 너무 매력적인 친구다. 맛과 건강과 행복을 완벽하게 챙겨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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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다도, 동인도회사, 보스턴 차 사건, 약용음료, 중국, 차, 차의 지구사, 커피
  • BlogIcon 空空(공공)
    2015.12.14 12:53 신고

    하루에 마시는 차양과 커피양이 저는 비슷한것 같습니다 ㅎ

    • BlogIcon singenv
      2016.01.03 19:16 신고

      좋네요^^ 거의 커피가 압도적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12.14 21:34 신고

    ㅋㅋㅋ 저는 평소에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ㅋㅋㅋ

    • BlogIcon singenv
      2016.01.03 19:16 신고

      오, 신기하네요 ㅎㅎ 저는 커피를 조금 더 자주 찾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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